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2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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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그럼. 이제 어떤 것부터 할까요? 곡 더 필요하세요? 사실 제 맘에 드는 곡은 몇 곡 더 있는데!”
드르륵, 드륵.
헬리가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마우스에 손을 올린다.
그 모습이…
마냥 잔뜩 신이 난 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이것도 할까요? 음, 이 곡도 괜찮은데.”
딸칵, 딸칵!
쉴 새 없는 마우스 드래그소리.
헬리가 사운드 벌룬에 있는 곡들을 신이 나서 추려내고 있다.
…좀 과하게.
한 곡당 안무를 만드는데 3일을 투자한다고 쳐도,
저 정도면 한 달 동안 안무만 짜야 될 분량이다.
나는 그런 헬리의 행동에 곧바로 제지를 가했다.
“음… 일단. 곡 고르는 건 나중에 하죠?”
“엑, 왜요?”
내 말에 헬리가 잔뜩 풀이 죽은 모양새로 돌아본다.
한창 달아오르는 불씨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축 쳐지는 모습이었다.
어. 잘 해보겠다고 으쌰으쌰 하는 애 기를 죽이는 것 같아 미안하긴 한데…
“그것보다 먼저 해야 될 게 있거든요.”
지금 당장 곡을 고르는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먼저 해야 될 거?”
헬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으로 뒤돌아본다.
난 그런 그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마치 비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헬리씨, 유튜브도 연예계랑 같아요.”
“네?”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된다는 거죠.”
“…그게 뭔 소리대.”
뭐, 그런 내 목소리와 정 반대로 헬리는 어벙하게 고개를 모로 기울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헬리의 그런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다.
당장 유튜브가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채널 하나 만들어서 콜라보 영상을 올리는데, 무슨 거창한 계획까지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걸 말하는 사람이 오늘 처음 보는 신입 초짜 안무가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을 한다는 것. 그건 사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작은 연예계 채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 기초를 탄탄해 해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뭐, 아무튼. 일단 우리가 콜라보 영상을 올려도,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죠.”
단순한 얘기에 헬리가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겁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요?”
헬리가 금방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하긴, 유튜브 채널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비유한다면.
회사엔 그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팀’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프로젝트 팀에는 홍보팀은 커녕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획이 중요한 거다.
헬리와 내 채널은, 특별한 홍보 없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가질 시기가 한 번쯤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안무가고.
헬리는 작곡가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들 타이밍.’
그 때를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뭐, 그거에 대해선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네.”
오늘 그런 구체적인 계획까지 얘기할 생각은 없었다.
첫 날이고, 첫 만남이니까.
함께하자는 확답을 받은 것만 해도, 만족이다.
“…쩝, 내 노래에 안무가 만들어지는 거 기대했는데.”
하지만 이 녀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헬리.
“연락에 언제 오려나, 아아 일주일? 한 달? 올해엔 오겠지~?”
누구한테 하는 말 같진 않은데…
어째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
‘하, 진짜.’
헬리의 그런 행동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긴, 그의 입장에선 답답할 것이다.
당장 콜라보를 하자고 해놓고, 기다리라고만 하는 셈이니까.
사운드 벌룬에 쌓인 헬리의 어마어마한 곡들.
그토록 많은 곡이 쌓일 동안, 혼자 곡을 만들기만 해 온 헬리였다.
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고, 설레는 거겠지.
“음…”
가만.
막상 생각해보니, 굳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할 필요까진 없는 것 같은데?
헬리는 당장 하고 있는 작업이 없으니까…
오히려, 헬리가 바빠지기전에 먼저 해 두면 좋은 게 있을 것 같았다.
“잠시만요.”
“네, 네? 왜요?”
턱을 긁적이며, 헬리가 보고 있는 모니터를 나도 함께 바라봤다.
제일 처음, 그와 함께 들었던 여섯 곡.
그 중에서, 나도 마음에 드는 곡이 있고 별로인 곡이 있었다.
그 별로인 곡들은, 당연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럼, 이 곡이랑, 이 곡. 그리고 이 곡… 세 곡 어때요.”
“???”
헬리가 ‘이 세 곡이 뭐?’ 하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세 곡이요?”
“이 곡을 헬리씨가 그럼 다시 한 번 편곡해주세요.”
“편곡!”
“이 후렴 부분의 멜로디를 조금 더 리드미컬하게. 안무를 얹힌다고 생각하고 곡을 만드는 거에요. 어때요?”
“아아…”
헬리가 다시 곡을 재생시켜본다.
후렴부분. 조금은 느리고 발라드 틱한 노래의 흐름.
끼익-.
헬리가 곧바로 의자를 고쳐앉는다.
“재밌겠는데요?”
그리고는.
곧바로 작업에 착수할 모양새로 어깨를 들썩들썩거리는 것이다.
“그럼. 일단 곡이 완성 되고, 안무는 그 후에.”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엄청난 노래 만들어 놓을테니, 기대하십쇼.”
헬리가 곧바로 헤드셋을 고쳐쓰고는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하…’
이런 모습도, 유명해지고 난 전이나 후나 같구나.
♩♬
또 다시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업실.
모니터에 얼굴을 박을 듯 집중하는 그를 두고, 나도 이만 그 골방을 빠져나왔다.
작업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그 ‘타이밍.’
그 전까지.
나도 해야할 본업의 일이 있었으니까.
xxx
다음 날, 새벽 녘.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의 시각.
“준비 됐어?”
“네.”
“자, 차에 타자.”
나는 그렇게 다시, Free Plus 댄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 일상이 장밋빛의 꽃길만 펼쳐진 일상은 아니었지만.
“하-암.
아, 피곤하네.
하품을 쩍 벌리고 있으려니,
MW 사옥 앞에 모인 댄서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각자의 차에 올라탄다.
꿀 같은 휴식이 지났으니, 정말로 댄서 활동의 시작이었다.
그것도,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
“자, 가자.”
이토록 이른 시간부터 모인 Free Plus 댄서들의 목적지는,
바로, 방송국이었다.
퍼플링크가 데뷔하자마자 출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 프로그램.
그것도 공중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으으, 죽겠다.”
2대의 차에 나눠서 올라탄 댄서들.
내 옆자리에 앉게 된 선아가 패딩을 동여매며 중얼거린다.
“형은 어제 쉬었지? 좋겠다.”
“너는?”
“난 어제 승현 쌤 시안영상 촬영해서 컨펌 받았지.”
아, 전에 함께 밥을 먹을 때 들은 기억이 난다.
승현 안무가가 맡은 보이그룹 ‘에잇쿠키’의 시안 영상을 촬영한다고 했지.
그걸 이제 최종 컨펌을 받은 모양이다.
“기껏 하나 끝냈더니, 이제 음악방송이라니.”
선아가 으으, 하며 몸을 떨고는 말했다.
“…음악방송 힘들어?”
“형은 뭐 들어본 적 없어? 음악방송에 대해?”
들은 거야 많다.
직접 느껴보진 못해서 그렇지.
과거부터 지금껏 내가 만든 안무를 내가 출 일이 없었으니.
당연히 방송국에 갈 일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나에겐 이런 방송국 행이 피곤하긴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그래도 방송국이라면, 별들이 모이는 장소잖아?
선아가 더더욱 패딩에 몸을 파묻으며,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처음 갈 땐 다들 그렇게 설레 하지. 근데 가 보면 달라질 거다.”
“힘든 건 알고 있긴 해.”
“흐흐흐.”
선아가 낮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대기, 대기, 또 대기라고 생각하면 돼.”
“멤버들은?”
“같이 대기하지. 아마 지금도 먼저 가 있을 걸. 형. 쇼케이스 때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거야.”
음악 방송.
신인 아이돌로서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기회의 무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쇼케이스와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오롯이 그들 하나만을 위해서 준비되는 쇼케이스와는 달리.
음악방송은 신인 아이돌에겐 관심이 없는 것을 더해, 가차없기까지 했으니까.
새벽 일찍 눈을 떠, 리허설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면 하루 종일 음악방송 생방을 위해 묶여있을 수밖에 없는.
단순하고도 지독한 대기의 연속이다.
그 대기시간동안 다른 스케줄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퍼플링크는 스케줄이 없을 뿐더러. 신인이기 때문에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혹시나 시간이 어긋났을 때, 방송국에서의 배려를 바랄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
그것은 사전 녹화라는 기회 없기 때문이었고,
시간이 당겨지면 일찍 부르고, 밀려지면 무작정 대기해야하는 입장이 바로 퍼플링크였다.
분명 악습이다.
신인 걸그룹에게만 주어지는 악습.
하지만 그런 점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방송국에서, 신인 걸그룹은 약자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도착했다.”
사옥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기 때문인지, 금방 도착한 방송국.
드르륵-.
차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싸늘한 바람이 조금은 나른해진 정신을 깨운다.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하는 마음을 달래며, 댄서들과 방송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퍼플링크의 드라이 리허설을 진행했다.
이름표가 적힌 옷을 입은 채, 간단히 동선과 카메라를 확인하는 리허설이었다.
아침 일찍 만난 멤버들은 초췌해 보이긴 했지만…
‘아이돌은 아이돌이네.’
자연스럽게 혀를 내두르게 됐다.
메이크업을 받지 않았음에도 얼굴들에서 빛이 났으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 앗!”
멤버들이 반쯤 졸린 목소리로 고개를 꾸벅 숙이다가.
내 눈을 마주치고는, 번쩍 하고 뒤로 돌아서 헛기침을 내뱉는다.
“?”
“아, 안녕하세요 안무가님.”
왜 저래?
서은아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쥐구멍에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 퍼플링크 올라와주세요.
다시 한 번 리허설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멤버들이 주뼛주뼛하다가, 내게 등을 진 채 무대에 올라선다.
…어째 아침이라 그런지, 애들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선아가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는.
“쯧쯧, 애들도 데뷔 신인 티가 난다, 나.”
혀를 차더니, 나를 흘깃 쳐다본다.
“형도.”
“…나 왜?”
“그냥. 오늘따라 좀 재수 없어서.”
“…갑자기 뭔데?”
얘도 아침이라 좀 이상하다.
갑자기 왜 시비를 걸고 그래?
“첫 날이라 그렇지, 애들도 금방 적응 할 거야. 매일 아침 저러기도 쉽지 않거든.”
“아니 그게 뭔소리냐고.”
선아는 그렇게 끝까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남긴 채.
멤버들을 따라 무대 위에 올라섰다.
“…음악 방송이 힘들긴 하네.”
그리고 나 역시 무대에 올라가야 하기에, 그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xxx
리허설이 끝난 후.
퍼플링크에게 주어진 대기실에 들어서니, 네 명의 멤버들이 대기실의 구석구석에 좀비처럼 흩어져 누워있었다.
선아의 말대로 이제 대기, 대기, 또 대기를 해야 되는 거겠지?
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털썩.
나 역시 구석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등을 기댔다.
“후우. 은아부터 메이크업 받을까?”
대기실의 한쪽 벽에는 테이블이, 그리고 작은 의자가 놓여있었다.
멤버들은 거기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는 모양.
거울 역시, 붙박이가 아닌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챙겨온 손바닥만한 거울이었다.
아마, 유명해지면 화장대가 있는 대기실로 옮기는 거겠지.
열악하다, 열악해.
“에우우…”
은아가 좀비 같은 모양새로 걸어와서는 의자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는 다시 꽥. 하고 고개를 꺾었다.
멤버들이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이제 데뷔한지 겨우 3일차.
자신들의 기사와 반응을 확인하는 것만 해도 하루 종일이었다.
“오, 오. 과일 차트에서 30위 안에 들었어 우리 노래!”
특히나 현진과 유원은 더했다.
음원 순위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걸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도 하고.
댓글 달린 반응을 확인한다던가…
그게 아니면.
“쿨.”
서은아처럼 자거나.
“은아는 어제 몇 시에 들어왔대?”
“모르겠네. 매니저님이랑 미팅 갔다왔다던데.”
멤버들 중 가장 먼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은아.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그녀를 두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은아는 현재 대중들이 퍼플링크에 가지는 관심 1순위라고 했다.
이른바 입덕 멤버라고 해야할까.
당연히 인지도의 측면에서 K-Singer에 출연한 전적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노래를 들으면 후렴 부분의 서은아 파트가 귀에 맴돌 수밖에 없으니까.
나 역시 그것을 더욱 살리기 위해 안무를 수정한 부분도 있었다.
서은아가 먼저 주목받을 것이란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해야 할 까.
‘하암…’
댄서들과 함께 대기실을 사용하는 퍼플링크.
대기실 안은 숫제 사우나 방 같은 모양새로, 쪽잠을 취하는 댄서들로 가득했다.
그런 수면의 기운이 가득 차 있으니, 없던 잠도 생길 것만 같다.
그런데…
“몇 명이 안 보이는데?”
“응?”
대기실을 한번 둘러본 나의 말에,
옆자리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선아가 쳐다봤다.
“댄서들이 다 없는 것 같은데?”
좁은 대기실이라서 더더욱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몇 댄서들이 보이지가 않는다는 걸.
“아아… 이제 올 걸.”
끼익-!
선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안 보이던 댄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쌰. 우리도 가자.”
그런데 그들이 등장하자, 선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는 것이었다.
“? 어딜 가?”
“형은 진짜 어떨 때는 베테랑 같다가도, 이럴 때는 생초짜 같기도 하고… 어딜 가긴. 쇼케이스 때 했잖아. 벌써 까먹었어?”
선아가 피식 웃고는 손을 내민다.
“끙.”
그 손을 잡고 일어섰더니, 그녀가 말했다.
“댄서들도 메이크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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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