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2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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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C 방송국.
매주 주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음악 방송.
방송 시작까지는 1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누나~ 나 옆에 잠깐 놀러갔다 와도 돼?”
방송국의 한 대기실.
그 음악 방송을 위해 대기하는 솔로 가수, 남유현이 나른한 목소리로 묻는다.
혼자 사용하는 대기실 치고는 굉장히 넓은 방의 크기가 그의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옆에? 대기실?”
“응. 연채 좀 보러 갔다 오게.”
그의 질문이 향한 곳은 매니저.
같이 앉아있던 매니저가 시계를 흘깃 보고는 대답한다.
“좀 있으면 신인들 인사하러 올걸?”
“으~ 그럼 못 가는건가아…”
매니저의 말을 듣자, 눈에 띄게 실망하는 유현.
그가 몸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몸을 쇼파에 뉘인다.
하지만, 그러다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벌떡 쇼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에이, 그거 뭐 중요해?”
“중요하다면 중요하지. 가요계에서 선후배가 얼마나 엄한데.”
“우우, 그것도 옛말이지. 솔직히 인기가 전부잖아.”
유현이 매니저를 향해 검지를 척 치켜들었다.
“누나, 생각해봐. 지금 이렇게 인사 받았다가, 나중에 걔가 인기 더 많아지고, 반대로 난, 막, 막 엄청 망해봐. 그럼 난 그 신인 얼굴을 어떻게 봐?”
“너 안 망해. 망할 생각 하지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그런거지. 지금 네가 인기가 많다고, 꼰대질만 안 하면 누가 싫어하겠어?”
“아니지,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유현이 내뻗은 검지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든다.
“누나 고윤정 선배님 알지.”
“알지, 트로트 여왕.”
“그분은 음악방송 나올 때 아이돌 인사가 무서워서 대기실 문을 잠궈놓으신대. 얼마나 부담스러우면 그러시겠어? 나도 부담스럽다~ 이말이지.”
“…유현아.”
매니저가 신이 나서 말하고 있는 유현의 말을 뚝 끊었다.
“응?”
“연채 한 번 보러가려고 대체 어디까지 갈 셈이야. 그래서 우리도 대기실 문 걸어 잠그자고?”
“…안 돼?”
“거기 오늘 다른 그룹이랑 대기실 같이 쓰잖아. 다음에 봐.”
방송 전, 가수들끼리 서로 대기실을 방문하는 건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그러니 신인 아이돌들이 인사를 다니기도 하는 것이고 말이다.
다만, 누군가와 대기실을 함께 쓰는 경우는 달랐다.
한 팀과 친하더라도, 같이 대기실을 사용하는 팀을 배려해야 하니까.
“쳇, 풀메하고 찍는 셀카, SNS에 업로드하려 했는데.”
“하하…”
아쉽다는 듯 투덜거리는 유현을 보다가.
“아, 맞다. 풀메!”
매니저가 깜빡했던 게 생각났다며 유현에게 다가왔다.
“왜 그래?”
“신인개발팀이 대기실에서 찍어달라고 부탁한 영상이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유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영상을?
회사에서 이렇게 스케줄 외적인 부분에서 따로 영상을 찍어달라고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
축하영상이나, 인사 영상이려나.
그런데 그렇다기엔 또 이상하다.
‘신인개발팀?’
그런 부탁을 신인개발팀에서 할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
그리고 그런 유현의 궁금증은 금방 해결될 수 있었다.
매니저가 말했다.
“이번에 N-Net에서 방영되는 아이돌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 혹시 알아?”
“알죠. 프로듀스 101. 우리 회사에서도 연습생 내보낸다던데.”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인다.
“출연하는 연습생의 자기 PR영상을 방송 전에 선공개하는데, 거기에 소속사 가수의 응원 영상을 같이 담는다고 하네?”
“엑. 난 그 연습생 얼굴도 모르는데?”
유현이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해야지 뭐. 짧게 한 10초정도? 해서, 연습생 영상 끝에 덧붙여지나봐. 계속 방송에 나오는 건 아니고.”
“음… 왜 그렇게 하는지는 알겠는데…”
유현도 들었다.
이번 프로듀스 101이란 오디션은, 각 회사마다 연습생들을 내보내서 서바이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방송국에선 그 ‘회사마다’라는 점을 최대한 이용해먹을 심산이겠지.
회사에서 유명한 아이돌이나 가수들의 응원 영상들을 받아서, 이슈를 끌려는 모양이다.
“금방 끝내자. 해야 할 대사는…”
“누나, 그럼 내가 이거 할 테니까. 연채 잠깐만 우리 쪽으로 불러내자.”
그렇게 매니저가 카메라를 꺼내드는 순간.
유현이 딜을 걸었다.
매니저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 야, 너 아직도 포기 안했어?”
“오늘 나 활동도 마지막이고, 연채랑 볼 일도 없단 말이야. 나는 대기실 혼자 쓰니까, 불러내는 건 괜찮잖아. 딱 한번만. 응?”
유현이 자기 양 손을 꽉 마주잡고 말한다.
그런 고양이같은 유현의 모습을 보던 매니저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인다.
“휴… 그래. 잠깐 불러내는 건 상관없을 지도.”
“좋아! 금방 촬영 끝내자. 대사가 뭐라고?”
유현이 매니저의 확답을 듣고나서야, 싱글벙글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우리 회사에서 출연하는 애 이름이… 소리. 한소리.”
“한소리 연습생을 응원합니다… 오케이.”
띠링.
카메라의 녹화 버튼이 눌려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약 10초가량의 대사를 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
.
‘대기실이 어디지?’
유현이 슬쩍 대기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배회했다.
각 대기실의 입구마다 종이로 출연자들의 이름이 적혀있긴 했지만.
출연자가 한 둘도 아니고, 대기실도 한 두 개가 아닌지라.
‘어우, 복잡해라.’
이맘때 쯤 되면, 방송국의 대기실들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풍긴다.
새벽 일찍, 리허설과 사전 녹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와는 꽤나 다르다.
대부분이 자거나, 조용- 하기만 한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모두 메이크업을 끝마치고, 곧 임박한 생방송을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을 시기니까.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이라면.
“안녕하세요! 퍼플링크입니다!”
데뷔하거나, 컴백한 아이돌들이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건넬 시기이라는 것이다.
‘그룹이라…’
유현은 저처럼 파릇파릇한 걸그룹의 인사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센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혼자 활동해온 솔로 가수였으니까.
“쩝. 내 대기실에 내가 없는 걸 보면 그냥 건너뛰겠지 뭐.”
유현이 중얼거리고는 복도를 걸었다.
“아, 저깄네.”
그는 그렇게 구석까지 들어가서야,
‘연채’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대기실을 찾을 수 있었다.
“어디보자, 대기실을 같이 쓰는 사람은…”
그리고, ‘연채 님 & 걸그룹 스프링 컬러 님’ 이라고, 함께 적혀있는 걸그룹.
‘아 하필.’
유현이 그룹의 이름을 보고는 슬쩍 인상을 쓴다.
‘조용히 연채만 불러내야겠다.’
스프링 컬러의 멤버 전부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 중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멤버가 있어서.
그렇게 유현이 문을 슬쩍 열려는 순간.
“안녕하세요. 퍼플링크입니다!”
대기실 안에서.
아까부터 멀리서 들려오던, 그 파릇파릇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하필이면.
신인 걸그룹이라고 인사를 다니고 있는 퍼플링크.
그들의 다음 인사차 들린 대기실이 바로 유현의 목적지인 연채의 대기실인 모양이었다.
뭐가 이렇게 방해물이 많은지.
‘…그냥 기다려야겠다.’
유현이 슬쩍 문의 뒤쪽으로 몸을 숨기고는, 귀를 기울였다.
당장, 스프링 컬러 몰래 연채만을 불러 낼 상황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들어가면 백이면 백 퍼플링크의 인사를 받아야 할 텐데.
괜히 신인 걸그룹한테 인사를 받기 위해 찾아온 것 같다는 오해도 받기 싫고.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물론 스프링 컬러의 ‘그 녀석’을 보기도 싫고.
‘얽히기 싫으니 모르는 척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
그렇게 유현이 문 밖에 서 있던 그 때.
“문 닫아!”
대기실 안 쪽에서.
조금은 예상했던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스프링 컬러의 리더.
조가빈의 목소리다.
“뭐해? 문 닫으라고. 문을 왜 쳐 열어놓고 있는 거야?”
쯧쯧.
목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쳐진다.
신인 아이돌만 보면 기를 죽여 놓는다며 지랄병을 떨쳐대는 저 목소리란…
유현이 아는 척 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입구에 서 있는데.
톡톡.
그의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었다.
“?”
유현이 휙 뒤돌아본다.
올라가는 시선.
그가 어깨를 두드린 남자를 올려다봤다.
‘…와.’
그리고 터져 나오려는 감탄사를 가까스로 참아낸다.
‘와, 와. 와.’
뭐가 이렇게 잘생겼어?
유현이 자신도 모르게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보게 됐다.
지금껏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잘 생긴 사람 여럿 봐 왔다고 자부했는데…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난다는게 이런 말인가 싶었다.
커다란 키에, 어딘가 날렵해보이는 눈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물어보지 않아도 아이돌이겠지.
그런 유현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남자는 피하지도 않고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안에, 무슨 일 있는 겁니까?”
그제서야 유현이 훅, 하고 숨을 들이키고, 정신을 차린다.
“아아, 이거… 신경 쓰지 마세요. 괜히 얽히면 본인만 손해거든요.”
유현이 말했다.
“안에 있는 녀석이랑 엮이면, 앞으로 연예계 활동 피곤해질 거에요. 문제가 될 것 까진 없겠지만…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남자의 표정이 묘하게 굳는다.
여전히 대기실에선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유현의 말보다 대기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말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에휴.’
유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조언을 남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굳이 호랑이 소굴에 들어가려 하시네.’
가수라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최대한 피해가는 게 좋고,
그런 의미에서 조가빈이랑 얽혀서 좋을 것 하나 없을 텐데.
하지만.
그런 유현의 생각을 부정하려는 듯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예계 활동…을 할 일이 없어서…”
“???”
“저는 괜찮을 것 같네요.”
순식간에 문을 열고, 대기실로 들어가는 남자.
그리고,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에
유현의 머릿속은 당황으로 가득찼다.
연예계 활동을 할 일이 없다니.
‘가수가 아니라는 말인가?’
누가 봐도 아이돌.
아니, 배우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잘 생긴 얼굴에?
그렇다면 더더욱 의문이 생긴다.
‘…그럼 뭔데?’
지금 여기는 음악방송 대기실인데, 연예인이 아니면, 뭐야?
유현이 정리되지 않는 머리로.
열린 문. 대기실 안 쪽을 들여다봤다.
역시, 남자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한창 지랄병을 부리고 있는 가빈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유현의 친구, 연채.
그리고 그 지랄병의 폭우를 받고 있던 퍼플링크의 멤버들까지.
덜컹!
문이 열리자,
모두들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쏟아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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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큰 대기실.
대기실은 커다란 커튼으로 두 공간이 나눠져 있었다.
한 쪽에는 연채라는 가수가, 그리고 반대쪽에 스프링 컬러라는 걸그룹이 대기실을 나눠서 사용하는 것 같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커튼이고, 공간의 구분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돼 버렸지만.
“…저 사람 누구야?”
내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찬바람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대기실의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래서 처음 보는 얼굴이 등장해서인지, 조금은 가라앉은 모습이다.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고요함을 깬 것 역시, 대기실 밖에서부터 들려오던 시끄러운 목소리였다.
“누구신데 그렇게 막 들어오세요?”
“야, 가빈아. 선배면 어떡해.”
“어떡하긴, 내가 얼굴도 모르는 선배라는 건데. 나한테 뭐라고 하겠어?”
스프링 컬러의 다른 멤버들이 살짝 제지하는 듯 했지만,
오히려 자신을 건드는 다른 멤버의 손을 탁! 쳐낸다.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치며들고는, 당당하게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좌불안석인 건 퍼플링크 멤버들이었다.
조가빈, 스프링 컬러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스프링 컬러라는 걸그룹 자체는 분명 최고의 걸그룹이라고 하긴 어려웠지만,
조가빈이란 멤버 한 명 만큼은 명실상부 현 연예계의 탑, 대세라고 평가받는 인기 멤버였으니까.
그런 멤버가 자신들을 안 좋게 본다는 게 걱정되는 거겠지.
서은아가 힐긋힐긋 나와 가빈을 번갈아 쳐다본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였네.’
그리고 나는.
그런 퍼플링크의 멤버들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크링 컬러라는 걸그룹,
그리고 목소리만 듣고 혹시나 했는데…
‘이 싸가지는 예전에도 똑같았구나.’
조가빈.
스프링 컬러 이후, 솔로 가수로 데뷔하면서 지금 이상의 최전성기를 맞이하는 가수.
그녀는 회귀 전, 내가 HY에 있던 당시…
나와 함께 작업한 가수들 중, 실제로 내 얼굴을 봤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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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