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2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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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 댄스 스튜디오의 안무실.
304호의 안 쪽엔 꽤나 많은 수의 레슨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레슨은 아직 시작되기 전 시간이 좀 남아서인지, 김명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수다를 떠는 중이다.
‘저 사람은 또 저러고 있네.’
김명수를 보고 있으려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조금씩 들리는 그 수다라는 게, 하나 같이 저급하기 그지없어서.
“어? 민지는 좀 오랜만이네. 저번 주에 안 왔지. 오빠 안 보고 싶었어? 뭐야, 하늘이 너는 살이 왜 이렇게 쪘어.”
그는 여자 댄서들을 따라다니며 친한 척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반면 댄서들은 하나같이 어색한 몸짓으로 금방 김명수의 주변에서 도망치고 있었고 말이다.
“응? 아아! 이거 장난이야 장난. 친해서 하는 장난.”
힐끔.
내가 가만히 그의 행동을 보고 있었더니,
그가 슬쩍 내 표정을 확인하고는 능글맞게 말해온다.
이사람 참…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야.
이 순간에도 나와의 대화를 틈타, 친한 걸 증명하려는 듯 어깨동무를 시도하는걸 보면.
“전 화장실 좀…”
그런 김명수의 손을 슬쩍 피한 연희가 안무실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하하하! 근데, 니 뭐 연생출신이냐? 생긴 것도 깔쌈하고, 몸도 호리호리한 게. 군대는 갔다 왔고?”
덕분에 김명수의 팔이 어색하게 떠 있게 됐다.
그러다가 괜히 호탕한 척 자기 팔을 추스르고는 내 어깨를 퍽퍽 두드리며 말하는 것이다.
움찔.
왜 날 때리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두드리는 힘도 예사롭지 않다.
기분이 안 좋다.
“아, 네. 뭐…”
대답할 것도 없어서. 아니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아서 대충 얼버무렸다.
“쌤. 다 왔어요.”
“응? 시간 다 됐어? 안 온 사람 없고?”
“네.”
그러는 순간, 다행히도.
몇몇 레슨생들이 다가와서 레슨 시간이 다 됐다고 알려왔다.
‘후…’
그제서야 안무실 앞쪽으로 걸음을 떼는 김명수.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곳에나 저런 사람 한 명 있다는 생각으로, 그러려니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
저런 성격이면 여기저기서 문제도 꽤나 일으킬 것 같은데,
어떻게 아직 댄서 일을 할 수 있는걸까?
‘혹시 모르지. 임성준 앞에선 꼬리내릴지도.’
확실한 건, 적어도 친해지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지금껏 Free Plus 댄서들을 보고 느낀 점은, 확실히 댄서들만의 느낌이 있다는 점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남성미’의 키워드를 대표하는 팀답게.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는 예사에, 벌크업된 근육. 소위 헬창 인생을 살 것 같은 댄서들이랄까.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저 김명수는 어느 하나도 짐승남의 느낌이 나지는 않았다.
‘덩치만 컸지.’
첫 인상이 저따구니. 다른 모습들이 좋게 보일리가 있나.
…좋게 보려고 해도 볼 행동이 없었지만.
“오늘 특별히, 그리고 우연히 이렇게 레슨을 하게 된 최연우 안무가다. 최근에 데뷔한 퍼플링크의 데뷔곡… 그 노래 제목이 뭐지?”
“나른한 오후입니다.”
대답은 레슨생들에게서 나왔다.
“그래. 그 곡의 안무를 맡았고, 아마 백댄서로 활동까지 하고 있을 거야. 맞지?”
“네.”
짝짝짝.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이 나자, 레슨생들의 박수소리가 안무실을 채운다.
“자, 일단 최연우 안무가가 먼저 레슨을 할 거고, 그 다음에 내가 가르칠거야. 레슨 시간을 반으로 나눠서.”
“오늘은 두 쌤한테 각각 따로 레슨을 받는 거에요?”
일단 아까는 내가 레슨을 한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뒤늦게 와서 얘기를 듣지 못한 레슨생들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커진다.
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러면 분명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
내가 쭉 커리어를 쌓아온 안무가도 아니고, 퍼플링크도 아직 데뷔한지 일주일도 채 안된 그룹이니 말이다.
결국 내가 해야 되는 건, 춤과 레슨을 통해 증명하는 거다.
레슨생 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도움이 되게.
‘그래도 아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이는 건 다행인가.’
레슨생들 중 생각보다 여자 댄서들이 많다는 건 나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퍼플링크가 걸그룹이고, 해당 댄스가 걸리쉬 댄스였으니.
여성 댄서라면 춤을 만든 안무가에 관심을 가지고, 날 알고 있을 확률도 많겠지.
실제로도 그런 느낌이었고.
“와 오늘 그 레슨을 받는다니. 야야, 퍼플링크 B앱 들어가보면. 리얼리티 예능 1화에 보면 저 쌤 나오거든? 걸그룹 안무 가르치는 거 보면 완전 멋있어.”
“아 진짜? 춤 잘 춰?”
“…너 저 안무가 쌤 몰라?”
“응 몰라. 모르는데 이제 관심이 생길 것 같아.”
조금씩 들리는 레슨생들의 대화소리.
특히나 여자 레슨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역시…
내 안무를 알고 여기 온 것 맞…나?
“진짜 잘 생겼다.”
“아아~ 화요일 레슨 쌤 그냥 이 쌤으로 바꼈으면.”
어… 뭐… 아무튼.
그렇게라도 나한테 배우고 싶어 한다는 거니까.
근데 이걸 좋다고 해야 하는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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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레슨 시작 전에 몸푸터 풉시다. 스트레칭!”
김명수는 내가 레슨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레슨생들의 뒤 쪽으로 향하더니, 시시덕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를 흘깃거리며 쳐다보는 입꼬리에 알지 못할 미소가 걸려 있는게…
어떻게 가르치나 한 번 보겠다는 것이겠지.
“후우-.”
일단, 맡은 시간 동안 레슨은 해야 하니까. 무시하는게 상책이다.
스트레칭을 끝내니, 안무실에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처음 강의실에 들어서서 선생님을 만난 학생들의 느낌이랄까.
“오늘 레슨이 어떤 방식인지 들었어요?”
그럼 그 선생님이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말해야겠지.
레슨 시작 전.
오늘 특별한 방법으로 레슨을 하는 만큼, 김명수가 방식에 대해서 내게 말을 했었다.
“같은 노래의 안무를 최연우 안무가 님이 먼저 티칭하고, 이어서 김명수 님이 티칭 한다는 건가요?”
“네. 쉽게 얘기하면 그런거죠. 제가 한 시간, 김명수 안무가 님이 한 시간.”
같은 노래에 같은 안무.
결국 나와 자신의 ‘댄서들을 가르치는 실력’을 대놓고 비교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당연히 그 생각은 김명수에게서 나왔고.
“노래는 루키앤즈의 「산책」이네요. 일단 노래 한 번 들어볼까요.”
툭.
♬♩♪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고 「산책」이란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레슨생들의 표정들이 점점 더 불안감으로 가득 찬다.
산책은 작년 여름에 발매된, 경쾌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댄스곡.
나를 아는 댄서라고 해도, 결국 ‘최연우 안무가’ 는 걸리쉬 댄스를 추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을 테니…
걸그룹 안무가 아닌, 보이 그룹 안무를 가르친다는 게 신뢰가 안 갈 것이었다.
‘하하.’
그런 레슨생들의 불안해하는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자, 레슨 시작해볼까요?”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그래도 그것 나름의 뿌듯함과 재미를 주는 일이니까.
게다가 이번엔, 회귀 전의 과거처럼 입으로만 풀어내서 설명하는 게 아니라…
내 몸으로, 직접 시연을 하면서 가르치는 것이었다.
‘불안하지 않게 만들어 줘야겠네.’
난 자신이 있었다.
회귀 전 HY에 있던 시절부터.
내가 좋아하고, 히트쳤던 안무는 오히려 걸그룹 댄스가 아닌, 보이 그룹의 댄스였으니까!
“일단 첫 동작이… 한 번 보여줄게요.”
속으로 「산책」안무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며.
레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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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의 안무가들이 하는 레슨.
그리고 그것을 수강하는 레슨생, 연희는 오늘 자신이 대체 몇 번을 놀라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처음 놀랐던 건, 레슨실에 갑자기 최연우 안무가가 나타났던 것.
처음 딱 봤을 때부터 눈에 확 들어왔던 퍼플링크의 리모컨 안무.
그 안무를 만들어낸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것부터가 놀라웠다.
제대로 쳐다도 못 볼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되는 잘 생긴 외모는 둘째치고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얼굴로, 김명수와 대화를 나누거나 마주 쳐다볼 때면 불쾌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웃기기도 했다.
딱 봐도 Free Plus의 신입 안무가인데, 기존의 안무가인 김명수를 그렇게 대한다는 게.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점은, 바로 그가 레슨으로 보이그룹 댄스를 가르치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최연우 안무가가 지금껏 보여준 건 퍼플링크의 안무밖에 없었으니, 조금은 의심을 했었지만…
“진짜 멋있다.”
그가 추는 춤.
먼저 보여준 「산책」의 시연은 아무리 봐도 멋있기 그지없었다.
‘태’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춤선’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그리고 최연우 안무가에겐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연희는 알고 있었다.
오늘 최연우 안무가가 레슨을 단 하나도 준비해오지 않았다는 것을.
입구에서 마주쳤던 그때. 분명 오늘 이 곳에서 레슨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는데…
“다시 한 번, 원, 투–.”
연희가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최연우가 잠깐 다시 펼쳐보였던 시연을 끝내고, 박자를 셌다.
‘후, 후.’
속으로 호흡을 맞추며, 안무를 몸에 익히기 위해 움직였다.
첫 박에서 두 번째로 넘어가는 동작.
연희가 박자에 맞춰 발을 내딛고 팔꿈치로 오른쪽을 찌른다.
…찌른다?
‘뭔가 다른 것 같은데.’
연희가 자신이 추는 춤을 거울에서 반복해서 바라봤다.
최연우 안무가가 추는 춤과 동작 자체는 같긴 한데,
미세하게 느낌이 다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으으, 디테일 잡혔다.”
반복해서 해당 부분을 추니…
그녀의 눈엔 점점 더 그 부분이 이상해 보이기만 한다.
디테일에 빠져서 한 동작만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그 때.
“아니, 그 느낌이 아니에요. 연희 씨.”
최연우 안무가가 와서는, 그녀가 채 잡지 못하던 디테일을 순식간에 교정해준다.
“지금 팔꿈치로 ‘찌르는’ 느낌으로 하면 안 돼요. 그것보단, 옆에 벽을 두고 서 있는 상태에서 벽을 스르르 ‘민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연희가 안무가의 코칭에 맞춰서 동작을 달리해봤다.
정말로, 벽을 민다고 생각하자.
동작에 힘이 들어가고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연희가 자신이 추는 춤을 스스로 보고도 감탄을 했다.
포인트만 딱 짚어서 가르치는 코칭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 안무가가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 봤을 리도 없고.
동작만 봤는데 어떻게 벽을 찌른다고 생각하고 췄다는 걸 안 건지…
‘대단한 사람이야.’
속에서 나오는 감탄을 수 십번은 넘게 삼키는 연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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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레슨.
아니, 진행된다고 느꼈던 내 레슨이 멈추게 된 것은…
“그만, 그만. 이제부터 내가 레슨 할 테니까, 넌 그냥 가라.”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분명 채 약속한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김명수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끼어들었던 것이다.
레슨생들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명수를 쳐다봤다.
“네?”
“생각해보니 내 레슨인데, 반으로 나눈다는게 말이 안 되더라고. 안그래? 자, 다음 동작부터! 어디야?”
그가 그런 시선들을 신경 쓰지 않고는 신경질적으로 내 옷깃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자기 맘대로 갑자기 말했던 걸 바꾼다고?
레슨생들한테 약속 한 건 어쩌고.
‘이, 이게 뭔…’
하도 어이가 없으니 생각도 제대로 굴러가지가 않는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자, 2절 시작부분? 맞아? 맞아 아니야.”
김명수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레슨을 이어받고 있었다.
‘후… 그래, 일단 끝내고 얘기를 하자.’
나도 어이없고 화가 나긴 했지만…
당장 함께 있는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거의 밀쳐내듯 빼앗긴 자리.
나도 그냥 자리를 옮겨, 안무실 뒤편에 앉았다.
“아, 아쉽다.”
“최연우 안무가 좋았는데…”
레슨생들 역시 내가 결국 빠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
원래 이 레슨의 담당은 김명수고, 나는 오늘만 우연히 오게 된 거니까.
안무실을 한번 훑어봤다.
처음부터 자신이 가르쳤다는 듯이 댄서들을 레슨하고 있는 김명수를.
…생각 한번 해 보자.
저 사람이 지금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오늘 처음 만나서부터 꾸준히 보아왔던 김명수의 모습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나보고 레슨을 해보라고 했던 것도. 그것도 보이그룹 안무를 가르치라고 했던 것도.
김명수의 목적은 단 하나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망신 한 번 당해봐라’라는 것.
‘내가 생각보다 잘 해서 그런 건가?’
그러니까, 내가 생각보다 레슨을 잘 해서, 망신을 당하지도 않을 것 같으니까 빼앗은 거라면…
성격이 더러운 것도 모자라 쪼잔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한편,
그렇게 레슨을 진행하고 있는 김명수의 입에선 지금도 쉴 새 없이 투덜거리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안무 창작이라는 게 사실 별거 아냐. 쟤를 봐. 한 번 딱 운 좋게 안무 세우니까, 바로 선생님 소리 듣잖아.”
라면서.
레슨생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아니, 미묘한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나 나와 가장 가까이, 레슨생들 중 맨 뒤에서 있는 애는 나를 계속해서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쌤, 연우 쌤! 저 사람 왜 저래요?”
작은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하기 까지 했으니까.
그래, 김명수의 이상함을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피식 웃으며 나도 모른다는 포즈를 취해줬다.
“여기서 취미로 하는 사람도 있고, 전문 댄서를 꿈꾸는 사람도 있겠지만… 춤은 보이그룹이지. 대중들도 남자 아이돌의 화려한 춤에 감탄하지, 여자 아이돌은 상한선이 있다고. 감탄의 상한선.”
내가 끼어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하는 건지.
시종일관 퍼플링크 안무를 은근슬쩍 까내리는 말을 하는 게, 아주 세뇌 수준이다.
이제 내가 싫다는 걸 감출 생각도 없어 보이고.
“뭐 이렇게 차이가 나지?”
“…그치.”
“최연우 쌤이 말할 땐 한마디에 딱딱 느낌이 왔는데, 김명수 안무가는…”
하지만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도, 그런 김명수의 행동에 레슨생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것을 말이다.
그가 얼마나 오래 이 레슨을 맡았는진 모르지만,
신뢰가 크게 쌓인 것은 아닌 모양이네.
행실을 생각해보면 신뢰라는게 있는 지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계속된 김명수의 레슨.
그런 그의 행동에 터질 것만 같았던 불안감이 마침내 폭발한 것은,
레슨이 끝날 때 쯤이었다.
“그만 좀 하세요!”
안무실을 가르는, 찌르는 듯한 목소리.
김명수가 가르치던 레슨생.
그 중 여자 댄서가 김명수의 손을 털어내며 소리를 쳤던 것이다.
“뭐, 뭐가? 내가 뭘?”
“어깨랑, 팔이랑. 은근슬쩍 허리에 손 올리는 거. 기분 나쁘다구요!”
댄서는 숫제 울음을 터트릴 모양이었다.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춤을 가르치려면 교정을 해야지. 안 만지고 교정해?”
김명수는 뻔뻔하기만 했다.
그런 그의 말에, 가만히 있던 다른 여자 댄서들 역시 울컥해서 쏟아냈다.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잖아요!”
“Free Plus에서 받는 다른 안무가 쌤들은 전부 괜찮은데, 왜 김명수 안무가만…”
“그래, 너 말 잘했다.”
그 순간, 김명수가 그 말을 한 레슨생을 잡아먹을 듯 쳐다본다.
“다른 안무가도 말로만 찍찍 이렇게 고쳐라, 저렇게 고쳐라 설명하디?”
“…아니, 그건…”
레슨생은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안무 레슨에 있어서, 터치가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그 터치랑, 김명수 안무가님 터치랑 다르잖아요…”
기세등등해진 김명수가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달라? 뭐가 달라? 당연한 걸 가지고 과민만응해서, 한 사람을 무슨 범죄자인 것 마냥… 내가 너네를 사심 담아 만져? 나 그래도 댄서야. 내 이름으로 안무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사람이라고.”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안무실.
그 도중, 한 사람의 말이 정적을 깨고 울렸다.
“최연우 안무가는 안 만졌는데요.”
“…응?”
김명수가 번쩍 돌아본다.
“최연우 쌤은 말로만 해도 확실히 느낌을 잡아내고, 디테일도 고쳐줬어요. 다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러자.
김명수가 되려 나를 향해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돌아봤다.
“너… 최연우. 넌 레슨을 그렇게 하냐?”
아니, 이게 진짜.
“말로만 대충대충. 그렇게 가르치는 게 안무 레슨이야?!”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니, 더 이상은 못 참을 것 같았다.
“이봐요, 김명수 씨.”
“뭐, 뭐?”
김명수가 순간 흠칫해서는 몸을 뒤로 뺀다.
“지금 눈 가리고 귀 닫고, 듣고싶은 대로 듣는 거 본인만 몰라? 지금 댄서들이 말한 ‘터치’가 불필요한 터치인지, 아니면 반드시 필요한 터치인지 구분이 안 되냐고.”
“뭐, 뭐라고?”
“레슨 할 때 터치. 디테일 잡으려면 필요하지. ‘필요할 땐’ 말이야. 하지만 난 너처럼 여자 댄서들만 집중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만져대는 터치를 하진 않아.”
“이게…!”
아.
꾹 참고 있던 말을 토해내고 나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앞을 보니…
황소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짓쳐든다.
“너, 너 지금 말 다했어?”
한 대 때릴 기세로,
그가 내 멱살을 끌어 잡으며 외치는 순간…
“말 잘 했네.”
끼익-.
초토화가 되어버린 안무실.
폭주하는 김명수를 향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
“…”
“…”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에 모여든다.
저벅저벅.
입구에서 걸어 들어오는 한 남자가, 싸늘한 표정으로 김명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김명수. 너 지금 뭐하냐?”
Free Plus의 리더, 임성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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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