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35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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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행사가 끝난 며칠 뒤.
서은아는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멤버들과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퍼플링크의 EP 앨범 활동도 조금씩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서은아에겐 피로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활동이 끝나면 하루 정도 쉬는 날이 있다고 했지.’
서은아가 한숨을 크게 내쉰다.
바쁠 때 일해야 하고, 쉬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처럼 바쁘기만 하니, 쉬는 날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언니들, 올라왔어요!”
그러던 중.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현진이 말했다.
“뭐가?”
“우리 첫 행사요!”
“응? 그거 대기실에서 찍어준 사진 말하는 거야? SNS에 올렸어?”
“아니 아니! 그거 말고!”
유원의 되묻는 말에, 현진이 팔을 내저으며 설명했다.
“무대 직캠 말이야. 유튜브에 올라온 것 같은데?”
“아아!”
그제야 서은아가 눈을 크게 뜨며 현진을 바라봤다.
현진은 평소에 워낙 시답잖은 걸로 호들갑을 떠는 편이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싶었는데…
“직캠?”
행사 때, 대포카메라를 들고 무대를 찍어주는 팬들.
SNS에 팬계정을 운영하는 홈마라고도 하는 그 팬들이 올려주는 무대 영상.
그것을 직캠이라고 부른다.
수 십 만원, 몇몇 홈마는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방송국 못지않은 카메라로 무대를 찍어 올리는 것이다.
그 직캠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아이돌, 혹은 팬이 되는 사람들도 충분히 있었고…
사실상 소속사의 전략 외 홍보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팬은 덕질하고, 아이돌은 도움 받는, 상부상조랄까.
“오랜만이다.”
“아. 맞다. 언니는 직캠 찍혀본 적 있지?”
“응. 데뷔하기 전이지만.”
그녀는 K-Singer에 출연했을 당시, 길거리 무대 공연 미션 등에서 직캠을 찍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연습생 생활을 한 지도 오래.
직캠에 대한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내 직캠이 생기다니!”
반면에, 직캠이란 문화에 처음 발을 딛게 된 멤버들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자신의 직캠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영상을 틀자마자,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화질의 영상이 핸드폰에 가득 찬다.
이때 당시의 무대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와. 이거 진짜 너무 적나라하다…”
시현이 자신의 영상을 보다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현장감이 살아있어도 너무 살아있어.”
“정말요. 그리고 제가 무대 위에서 어딜 이동해도 계속 저만 찍는다는 게, 기쁘면서도…”
유원 역시 마찬가지인지, 자신의 영상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대의 중심이 아닐 때, 숨을 고른다거나 잠깐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등 무방비한 모습까지 찍혀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게 팬의 마음이라는 건 알지만.
부끄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 하하하! 언니, 언니보고 3D판 갭모에의 결정체래요.”
현진은 어느새 자신의 직캠을 모두 보고, 다른 멤버들의 직캠까지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댓글에 달려있는 말을 보고 빵 터지며 말했다.
“갭모에…? 좋은 거야?”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현이 무슨 뜻인지를 못 알아듣는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갭모에.
최근에 형성된 리더, 시현의 팬들이 말하는 그녀의 매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그런 별명이 생긴 이유는 B앱에서 분량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뚝뚝해 보이고, 만사 귀찮아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인상.
차가운 도시의 여자, 차도녀 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은근슬쩍 멤버들을 챙기는 츤데레 같은 리더의 면모가 B앱에서 조금씩 드러나는데.
분량이 없으니, 팬들을 더욱 애타게 만들었던 것이다.
현진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충 얼버무렸다.
“거, 검색해보세요.”
‘갭모에’라는 걸 말로 설명하기가 애매해서.
“푸흡! 얘들아, 이거 봐봐.”
그러던 순간, 옆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서은아가 웃음을 터트리며 화면을 보여준다.
직캠 영상이었다.
그런데, 멤버들이 아닌 사람.
“하하! 뭐야!”
멤버들이 영상의 제목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린다.
[퍼플링크 ‘그 댄서’ 직캠.]이름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 댄서라니?
“장난처럼 말했는데, 직캠까지 생기셨어.”
“아, 연우쌤 생각만 해도 너무 웃겨. 반응도 웃기고.”
‘그 댄서’라는 영상의 제목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댓글에는 이미 연우를 알아본 사람들의 댓글이 점령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피식피식 잔웃음을 내뱉으며, 영상을 바라봤다.
“…”
그런데…
그렇게 가만히 영상을 보고 있으려니, 멤버들의 표정이 반갑고, 재밌다는 표정에서 점점 변해간다.
놀라운 표정으로.
“항상 단체로 안무 영상만 확인해서 몰랐는데, 이렇게 단독으로 보니까… 쌤 진짜 춤 잘 추신다.”
“내 말이…”
시현이 입을 떡 벌리고, 숨을 쉬는 것도 까먹은 듯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특히 디테일을 살리는 부분에선 5초 뒤로 감기를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
“대체 여기서 어떻게 저렇게 추지?”
“끈끈이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추라고 한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영상이 끝나고 난 뒤,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눈이 댓글을 향했다.
[정보 : 이 사람은 댄서 겸 안무가로 퍼플링크의 이 안무를 직접 만든 사람이다.] [근데 이 사람 댄서인데 너무 시선 강탈 아님? 눈에 띄는 거 불편.] [└이 사람 무대 풀캠 안 본 사람이네. 퍼플링크 멤버랑 같이 춘 거 보면, 눈에 안 띄고 엄청 자연스럽게 춤. 단독으로 보니까 보이는 거.] [아아… 아이돌과 함께 출 때는 아이돌을 빛내주는 춤. 그게 ‘댄서’라는 것이다…]“사실상 이제 우리 팬이면 연우 쌤을 모를 수가 없겠다.”
“하하하. 그러게.”
쇼케이스 때도 언급했고.
이 안무 자체도, Free Plus의 안무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알려졌으니 말이다.
서은아가 문득 달력을 바라보며 말했다.
“쌤이랑 이제 같이 하는 활동도 끝나가네.”
“바쁘시겠지?”
“우스갯소리로 말하긴 했지만, 유명해지시긴 했잖아.”
서은아가 뜬금없이 꺼낸 말에도,
멤버들의 대답은 비슷비슷했다.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다음 앨범도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그 말을 허심탄회하게 내뱉은 건 현진이었다.
“실력도 좋고, 같이 연습하는 것도 재밌었는데.”
“쌤 프로듀스 101에 안무 만드는 거 돕는다는데. 바쁠 걸.”
“프로듀스랑 우리 활동이랑 안 겹치잖아. 그거 끝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멤버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얘들아, 녹화 들어가자.”
이윽고 시간이 다 된 대기실에, 매니저가 찾아왔다.
멤버들은 그런 생각들을 숨긴 채, 녹화에 임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