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36
“퍼플링크 활동 언제 끝나지?”
“일주일 뒤 음방이 마지막 방송이잖아.”
“흐음-.”
“왜?”
“아니, 그냥.”
안무실.
선아가 물어오는 말에 대답하니, 그녀가 미묘한 신음을 내뱉는다.
왜 저래?
“다음 앨범도 맡을 거야?”
“뭘? 퍼플링크 안무?”
“응.”
그녀의 말에 피식 웃고는 답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어? 기획팀이랑 A&R팀. 노래랑 안무가 맞는지. 나한테 안무가 들어올 지도 모르는데. 야, 나 들어온 지 한 달밖에 안 됐어.”
선아가 답해왔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Free Plus는 실력 우선주의인데. 걸그룹 안무를 담당 할 사람이 형 밖에 없고… 하울 보이즈는 3부작 전부 성준이 형 안무를 쓰긴 했는데.”
그건 그렇지.
근데 하울 보이즈는 애초에 첫 앨범부터 ‘정글 3부작’이라는 기획이 있었으니까.
퍼플링크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퍼플링크 활동 끝나면, 바로 프로듀스 101 들어가는 거야?”
“응. 아, 그러고 보니.”
내가 프로듀스 101에 임성준의 서포터로 들어간다는 건, Free Plus 댄서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선아에게 프로듀스 101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선아, 너 이기천이란 안무가 알아? 댄서일지도 모르고.”
“이기천?”
김대주가 말한, HY엔터에서 프로듀스에 출연하는 사람.
그리고 임성준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선아도 혹시 알까 싶었다.
“이기천, 알아. 그 사람이잖아. 내가 전에 말한 적 없나?”
“뭘?”
“형이 들어온 오디션, 그게 왜 열렸는지.”
오디션?
“팀이 창단할 때부터 함께 했던 안무가 한 명이 안 좋게 나가게 됐다고 했잖아. 그래서 오디션이 열렸고.”
“아아, 그럼…”
“응. 그 사람 이름이 이기천일 걸.”
아, 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선아와 칼국수를 먹으면서 그녀가 말 했었지.
‘그러면…’
그 사람이 Free Plus에서 나갔고, 김대주는 그를 데려오느라 나와 있었던 약속을 까먹었다는 소리.
‘…’
이기천과 안면은 없지만,
어째 좋은 감정이 생기진 않는다.
아, 그러면 안 되지. 그 사람이 무슨 죄라고.
김대주를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격해진다.
속으로 심호흡을 하고 가다듬었다.
“그 안 좋게 나간 이유는 뭔지 알아?”
선아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몰라. 다른 형들이 말하길, 성준이 형 앞에선 그냥 이름도 꺼내지 말래.”
어쨌든 사이가 안 좋은 건 확실한데.
그런 사람들이 프로듀스 101에서 임성준과 기천이란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건가?
‘어우. 생각만 해도 좀 갑갑해지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기천은 메인 출연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촬영을 앞둔 지금.
발표된 기사를 확인한 바로는, 내가 알고 있는 출연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남자 안무 트레이너는 임성준, 여자 안무 트레이너는 도정원이었으니까.
잠시만.
임성준은 Free Plus를 서포터로 쓰는 거고.
도정원은 HY의 안무팀을 서포터로 쓰는 거야?
그러면…
‘내가 임성준과 기천을 생각할 게 아니네.’
나도 프로듀스에서 HY에 있는, 그 녀석들을 다 마주쳐야 하는 거잖아.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어째 상황이 복잡해진다.
“어, 잠시만… 이기천? 이 사람 아니야?”
그 순간이었다.
선아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한 인터뷰 영상을 보며 말했다.
“뭔데?”
“이거, 댄스 매거진 GG. 이번에 방송 댄스 부문에 나온 안무가 인터뷰인데…”
댄스 매거진 GG.
나도 알고 있는 잡지였다.
방송 댄스 뿐만 아니라, 스포츠 댄스, 스트릿 댄스. 재즈 댄스까지. 폭 넓은 분야의 춤을 모두 취급하는 잡지.
“방송 댄스 부문은 매 달 챙겨보는데, 어째 딱 형이 말한 이기천이란 사람이 이번 달 인터뷰이야.”
선아가 ‘신기하네’라며 내게 핸드폰을 보여줬다.
그녀가 보고 있던 건 인터뷰 영상이었다.
잡지사에 올라가는 건, 이 인터뷰 영상을 토대로 정리한 질의응답인 모양.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영상 속,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앉아 있는 것만 봐도, 키가 커 보인다.
다리를 길게 뻗고 꼬아도, 바닥에 닿고도 남아서 부족해 보일만큼.
생각했던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 그런가.
예상 외로, 영상으로 보는 그의 모습만 봐서는 호감형의 얼굴이었다.
살짝 실눈 같이 작은 눈이 오히려 다정다감해 보이고. 촌스럽지 않게 짧게 깎아내린 머리가 시원시원하다.
무엇보다…
“잘 생겼네.”
내가 하던 생각을 선아가 대신해서 내뱉는다.
“이런 스타일 좋아해? 몰랐네.”
“아, 형.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좋아하긴 뭘.”
“왜? 잘 생겼다며?”
선아에게 장난을 쳐 봤더니,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서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냥 외모만 그렇다는 거지. 잘생긴 건 형이 훨씬 잘 생겼는데, 형이랑 이 사람 완전 이미지 다르잖아. 누가 봐도 잘 생긴 편이라는 거지, 그냥. 평균치!”
“큭큭큭, 알았어, 알았어.”
“…”
꽁.
선아가 가만히 삐져서 나를 노려보다가, 내 머리에 꿀밤을 놓는다.
이게…
장난친 게 미안해서 봐준다.
이기천은 잡지사의 영상 인터뷰임에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처럼 보였다.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
[되게 긴장을 안 하신 것 같아요.] [아뇨. 지금 엄청 긴장했는데, 티를 안 내는 겁니다.]내 생각과 같은지, 영상 속 에디터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무난한 내용들로 진행됐다.
방송 댄스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지금껏 맡았던 작품들. 그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혹시나 임성준과 Free Plus와 관련된 얘기. 혹은 HY엔터의 안무팀에 대해서 말하려나 했지만.
그런 질문은 미리 거절을 했는지, 나오지가 않았다.
그러던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
이기천의 흥미로운 대답이 들려왔다.
에디터의 질문은, 자신의 라이벌로 꼽는 안무가, 신경 쓰이는 안무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기천이 손으로 턱을 긁적거리며 대답한다.
[지금 씬에서 가장 라이벌로 꼽는 안무가라… 딱 한 명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데.]꿀꺽.
이기천의 대답을 기다리며 침을 삼켰다.
그는 Free Plus의 창단 멤버였고, 오랜 기간 작업을 해 온 안무가였으니.
라이벌로 임성준의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그 이유까지 나오면 좋겠…’
[지금 업계에서 난리가 난 안무가가 한 명 있거든요. 퍼플링크의 「나른한 오후」의 안무를 만드신 최연우 안무가라고…]“어?”
선아가 휙 나를 향해 돌아봤다.
나 역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그가 내 이름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이번에 걸그룹 춤의 패러다임을 바꿨죠. ‘괴물 신인’이라는 둥의 말이 많은데… 후후, 그럴 만도 하죠. 대단하시죠.] [와, 그럼 신인 안무가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이기천의 눈썹이 움찔한다.
[솔직히 라이벌이라고 하기까진 좀 그렇고. 신경 쓰이는 댄서?] [아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보고 있을지도 모를 최연우 안무가님께 한 마디 하시겠어요?] [하하, 아는 사이가 아니긴 한데.]이기천이 카메라를 향해 쳐다봤다. 그가 시종일관 짓고 있던 은은한 미소를 넘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최연우 안무가님. 제가 여기서 이렇게 언급하는 게 실례가 아닐지 모르겠네요. 꼭 한 번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네, 여기까지 할게요. 하하 부끄럽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영상은 끝이 났다.
“이 인터뷰까지 실리면 진짜 형 더 유명해지겠는데?”
선아는 영상을 다 본 후에, 이기천의 말에 본인 일인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음…
확실히 지면을 타면 이름은 더 알릴 수 있겠지만.
판단이 잘 되지 않아, 난 그저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그와 얽힌 게 김대주인거지, 정작 당사자와 난 별 사이 아니잖아?
‘선입견이겠지.’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뭐.
난 고개를 저으며 혹시나 하는 생각을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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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3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