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38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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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
화면 속, 옆에서 주혜린이 빼꼼 얼굴을 들이밀고는 가운데로 걸어온다.
‘오.’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주혜린이 풀 메이크업을 하고, 화면 속에서 비치는 모습.
작은 키에 올망졸망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매력이 한층 더 돋보이는 메이크업이었다.
[으챠.]가운데에 놓여있는 의자.
자기키의 반만 한 기타를 들고, 주혜린이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MW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주혜린입니다! 저는 기타를 잘 치기 때문에, 보여드리겠습니다!]어쿠스틱 기타의 줄을 내려치며, 주혜린이 곧바로 노래를 불렀다.
[When you were here before…]잔잔함과 함께, 고조되는 감정이 특징인 Creep.
특히나 도입부분의 아련한 느낌이 그녀의 목소리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원곡의 리드미컬한 부분과 다른, 어쿠스틱만의 감성.
그 누구라도, 확 몰입시킬만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영상의 분위기가 변한 건 바로 다음이었다.
[…했다 치고!]중간에 띵, 하고 기타 줄을 놓치더니. 노래를 놓치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기타를 옆자리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푸흡!”
어느새 옆에서 같이 영상을 보던 헬리가 ‘했다 치고!’라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당황을 감추려는 주혜린의 모습이 귀여워보이면서도, 날 것 같이 느껴졌다.
그녀가 곧바로 다른 장기를 준비해서 보여준다.
[제가 마술을 할 줄 알거든요.]주머니에서 손수건 한 장을 꺼내들고는, 손을 말아 쥐고 손수건을 주먹 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 손수건을 들고… 얍! 하면!]그리고 주먹을 활짝 펴는 순간.
[…어? 이게 아닌데.]…이번에도 또 뭔가 하긴 했는데.
주혜린이 당황하면서, 주먹 안의 손수건을 다시 감추는 것이다.
그리고 휙 뒤돌아서는 말했다.
[마술도 했다 치고! 어,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요? 저 춤도 잘 추는데!]그러는 동안 흘러가버린 시간.
주혜린이 손수건을 감추랴, 춤 출 준비를 하랴 허둥지둥 움직였다.
[저 춤… 시간 안 돼요?]그녀가 아련한 눈길로 카메라를 쳐다보다가.
[춤… 춰, 췄다 치고! 국민 프로듀서님들. 많이 사랑해주세요!]그렇게, 영상이 끝이 났다.
“너무 귀엽지 않아?”
벌써부터 푹 빠진 ‘국민 프로듀서님’ 헬리가 강요하듯이 내게 물어온다.
나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입가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외모나, 실력이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고, 기억 속에 남는 법.
그건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해서는 101명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실력만 있는 가수를 보려면 싱어송라이터를 찾아가겠지.’
굳이 아이돌 프로그램을 찾은 사람들. 그들에게 ‘덕질’을 할 수 있을 매력을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도, 어쿠스틱 포크송을 부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단순히 그런 이미지로 박히는 것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문제점은…’
‘이도저도 다 애매하다’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걸 어우러지게 만든 것이, 바로 영상에서 보여준 주혜린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였다.
단순히 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가 아닌.
하겠습니다. 했다 치고!
라며 찰지게 내뱉는 저 말.
‘재밌다.’
나는 ‘여러 가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는데.
했다 치고! 에 꽂힌 주혜린은 1분 동안 정말 누구라도 응원하고 싶어질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도 재밌게.
“했다 치고!”
따라 하기도 좋네.
유명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 같기도 하고. 하하.
[안녕하세요, 하울 보이즈입니다. MW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응원…]한편, 주혜린의 1분 영상이 끝난 뒤.
해당 소속사의 유명 연예인이 연습생을 응원하는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하울 보이즈가 응원했구나.”
당연한 일인가.
MW엔터의 가장 유명한 아이돌이라고 하면, 하울 보이즈였으니까.
“하울 보이즈, 봤다 치고!”
헬리는 여전히 낄낄거리며, 핸드폰에서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볼 생각 없다는 것 같다.
“많긴 하네.”
한편.
영상을 모두 본 뒤, 나는 프로듀스 101 홈페이지에 떠 있는 연습생들을 한 번 훑어봤다.
작은 프로필 사진이 바둑알처럼 펼쳐지는데, 화면을 내려도 내려도 사진들이 이어진다.
와, 홈페이지에 사진만 띄워 두는 것도 이렇게 많아?
“그런데 넌 이 많은 연습생들 소개 영상 다 봤어?”
헬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얘는 어떻게 영상이 올라온 걸 알고 있었을까?
주혜린의 1분 영상을 보고, 재밌다고 따라하고 있었으니.
다른 연습생들도 다 본 건가 싶다.
“아니? 몇 명 안 봤어. 골라서 봤지.”
그럼 우연히 주혜린의 영상을 본 건가?
“그냥 프로필 사진 예쁜 애들만 몇 명 골라서.”
…아니네.
본능에 충실한 녀석.
근데 뭐, 이상한 것도 아니지.
아마 이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남자 국민 프로듀서들이 그럴 거다.
1분짜리 영상도 101개면 1시간 반이 넘어간다.
이걸 어떻게 다 보겠어?
사진만 보고 선택하는 거지.
“다행이네, 그래도.”
“왜?”
“주혜린이 예쁘다는 거잖아.”
개인의 취향은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사진만 보고 1분 영상을 클릭하게 만든다는 건.
그녀의 외모가 충분히 예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대답을 들은 헬리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넌 평생 자기 얼굴 봐와서 미적 감각이 없나봐.”
“왜?”
피식 웃는 헬리.
“걔는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이야. 다행이고 자시고…”
아…
하긴.
화장 안 한 수수한 모습에, 화재에 휘말려 있던 건물에서 봤을 때도 예뻐 보였는데.
작정하고 꾸몄으니 더 예쁜 건 당연한가?
“아, 부럽다.”
벌러덩.
뜬금없이.
헬리가 기껏 일어났던 더러운 바닥에 다시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다가 말한다.
부럽다니? 헬리가 연습생을 왜?
“걔네들도 이제 자기 살 길 찾아가고. 오디션이란 기회도 있는데…”
한숨을 크게 내쉬는 헬리.
평소의 그 답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울 보이즈 앨범, 네 곡으로 될 거라니까? 걱정하지 마.”
“…”
이상하다.
이쯤 말하면, 반응이 와야 하는데.
아까처럼, ‘빈말 좀 하지 마 짜샤’ 라거나. ‘당연하지, 누가 만든 곡인데’ 라거나.
하지만 그는 계속 드러누운 채, 이젠 눈을 감고 있었다.
“후… 언제까지 무작정 하고 싶은 일만 할 순 없잖아. 나도.”
갑갑하다는 목소리였다.
“먹고 살아야지.”
헬리의 그런 모습을 보는 건, 내게도 나름 충격이었다.
나는 그의 성공에 대한 의심을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성공한 그를 만나 봤고, 회귀해서 그를 만난 후, 변함없는 성격을 봤을 때도.
그는 고민 하나 없이 곡을 만들었을 줄 알았다.
그만큼 헬리의 노래들은 훌륭했으니. 언젠가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겠지 싶었는데…
그가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할 줄이야.
“잘 될 거야. 나도 내가 Free Plus 들어가서, 들어가자마자 첫 작으로 걸그룹 데뷔작을 맡을 거라고 상상이라도 했겠냐?”
“상상 안 해봤냐?”
“안했지.”
헬리가 솥뚜껑만한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덮고는 말한다.
“야. 난 매일밤 생각해. 진짜 내가 하울 보이즈 앨범에 내 곡을 실을 수 있을까? 진짜 실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말이야.”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
“그래서 내 곡이 대박난 상상을 얼마나 하는지.”
24살의 무명 작곡가라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고민이었다.
아니,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예계 쪽에 발을 들인 모두가 하는 걱정일거다.
이대로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해 온 노력들이 산산이 흩어지고, 나는 실패하면.
그 후에 내 미래는…?
평생 노래와 춤만 연습해 데뷔를 꿈꾸던 연습생이,
데뷔하지 못하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헬리도, 그 미래를 생각하는 게 두려워 앞만 보고 달려왔던 걸지도.
“…”
그런 그에게 내가 해 줄 말은 많지 않았다.
난 겨우 신인 안무가일 뿐이지만.
그의 입장에선, 안정적인 안무가일 테니까.
그래서 결국…
“나중에 성공하고 나면 두고 보자.”
“?”
“내가 ‘안 되면 어떡하지?’ 라고 했던 거, 두고두고 놀려 줄테니까.”
“크흐흐.”
애써 장난처럼 헬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 일단 우리 콜라보 한 것부터 제대로 해 보자.”
헬리가 말하며 벌떡 몸을 일으킨다.
“그 전에 화장실 좀.”
기운이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네.
‘그럼 나도 이만 준비를…’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에, 유튜브 작업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꽤 있다.
안무실도 구해야지.
Free Plus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촬영까지 해야 하니까.
“아, 맞다. 그 전에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지.”
“누구?”
헬리가 그런 내 말에 손을 털며 다가온다.
“내가 전에 말했던 사람.”
“…한두 명 말했어야지.”
“아아. 우리랑 같이 일 할 사람 말이야.”
“?”
헬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노래, 너가 안무랑 춤. 또? 누구, 화이언?”
“아니아니.”
손가락을 펴고 흔들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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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쪽이세요?”
[…카페요.]“아, 벌써 도착 하셨구나. 저도 금방 갈 거예요.”
[네.]뚝.
통화를 끊고, 멈칫하게 된다.
전에 통화해서 약속 시간을 정할 때도 느꼈지만, 되게 시니컬한 사람이네.
“근데 약속 시간은 잘 지키고.”
아직 20분은 남았는데, 괜히 내가 늦은 기분이다.
“어떤 사람일까?”
박 팀장에게서 받은 연락처로 처음 연락을 했을 때.
생각보다 앳된 목소리가 들려서 당황했던 기억이 났다.
‘편집 실력이랑 나이는 상관없는 거니까.’
생각해보면 놀랄 것도 없는 일인데 말이야.
오히려 유튜브의 경우는 나이가 어린 게 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달까.
‘일단 온라인으로 작업할 기반을 마련해야지.’
오늘 편집자를 만나는 이유는 확실했다.
급여, 편집 방향, 컨텐츠 등등.
필수적인 얘기를 모두 조율하려고.
프로듀스의 촬영에 들어가면, 만날 시간은 더더욱 없어진다.
당장은 편집자의 역할은 영상 편집의 일 밖에 없으니까,
온라인으로 정리해도 되도록, 서로 말을 맞춰 둬야지.
딸랑-.
“어서 오세요~.”
어디 보자.
분명 전화 끝나고 보낸 문자에 따르면, 카페의 가장 안쪽 구석에 앉아있다고 했는데…
커다란 카페에다, ㄷ자로 되어 있는 카페라. 구석이 여러 개다.
게다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침침한 느낌이 든다.
일단 햇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주황빛 조명이 분위기를 결정했다.
아늑한 느낌 같기도 하고.
한 끗 차이네.
“…저깄다.”
가장 안쪽 구석. 대부분의 손님들이 쌍으로 와서 앉아있는 가운데.
혼자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이 편집자라는 건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앉아있는 모습에서 전화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연상된다고나 할까.
방금 자다 일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 반쯤 늘어나 있는 목. 꾀죄죄한 느낌으로, 대충 두드린 기본 화장…
찌질 하지만 보호본능을 일으킨다는, ‘너드미’가 풀풀 풍긴다.
커다란 안경을 쓰고,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음료를 마시며 주변을 휘휘 경계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스윽.
조심스럽게 그녀를 향해 한 쪽 손을 들어올린다.
그러자 그제야 테이블로 다가가는 나를 발견한 모양.
“!!!”
너드 같은 여자가 내 얼굴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는….
휙!
내 시선을 피하고는, 갑자기 쥐구멍에 숨듯이 몸을 숨긴다?
…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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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3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