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44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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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프로듀스 101과 달라져서, F 등급 연습생들이 상향평준화가 되어 버렸나?
주혜린이 첫 타자로 Pick Me를 소화해 내고,
두 번째로 춘 박세연도 수준급의 안무를 보여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특이케이스였군.’
그런 내 생각은 역시 착각에 불과했다.
박세연과 주혜린.
그녀들의 차례가 끝난 뒤.
다른 F등급 연습생들의 춤은 내가 예상했던 실력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고했어.”
“네…”
보통 Pick Me의 춤을 끝내면 가만히 서있기가 힘들었다.
워낙 동작이 크고, 힘든 춤이라서, 가쁜 호흡으로 숨을 가다듬기 바쁜 것이다.
하지만 F 등급 연습생들은 춤이 끝나고, 멀뚱멀뚱히 서 있다가 들어가기만 했다.
…그들은 애초에 안무를 외우질 못해서.
춤을 출 부분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다.
‘음…’
마지막 연습생까지 실력을 확인한 뒤, 잠깐 고민한다.
어떤 방식으로 레슨을 진행해야 하지?
“확실히 잘 하는 친구들도 있고, 못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레슨의 목표를 잡아 볼 생각이거든?”
내 말에 연습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아무래도 처음 안무를 가르쳐주는 것처럼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모든 동작을 익히는 방향으로 하자.”
“네!”
동작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은 첫째 날에 임성준이나 도정원이 했겠지만…
애초에 하루 만에 암기하고 익혔으면 F 등급이 아니지.
즉, 그걸 해낸 박세연과 주혜린이 비정상적인거다.
“이번엔 진짜 열심히 해야지.”
“무조건 다 외울 거야.”
연습생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역시, 이들은 열심히 안 해서 F등급인 게 아니었다.
연습생 기간이 짧거나, 기초 실력이 부족한 것 뿐.
“좋아. 내가 너희들 하는 거 다 봤잖아? 다들 초-중반까지는 나쁘지 않게 해. 자신감 가지고!”
“네. 감사합니다!”
힘을 북돋아주자, 연습생들이 힘차게 대답을 내뱉는다.
.
.
.
시작된 F 등급의 안무 레슨.
“여기서 이건 Pick! 뽑는 동작이야. 힘 빼서 손을 아래로 내리고, 다리를 모으면서 착! 올리는.”
레슨의 방향은 명확했다.
최대한 안무의 암기를 돕기 위한 레슨이었다.
그래서 가사와 함께 안무를 연상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후우, 후우.”
레슨이 진행되며, 연습생들이 조금씩 땀을 흘린다.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문제없이 레슨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 중,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다른 연습생들이 잘 하나 못 하나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지.’
특히나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다른 참가자와 비교하는 건 정신을 갉아먹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F 등급은 자기 연습하는 것에 바빠, 다른 이는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보였다.
‘나쁘지 않아.’
하지만…
그런 무탈한 레슨 도중, 눈에 띄는 연습생이 있다고 하면,
그건 당연히 박세연과 주혜린. 두 사람이다.
짧은 시간동안 안무를 모두 숙지해버린 두 사람.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이번 레슨은 그녀들에겐 지루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연습생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투- 투-. 천천히, 쓰리, 포.”
그 중, 주혜린.
그녀는 교보재 같은 느낌이었다.
연습생들의 가장 앞줄에서, 천천히 세는 박자에 맞춰 가장 먼저 동작을 취해주고 있었으니까.
앞에서 동작을 취해 주니,
뒤에서 부족한 연습생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었다.
반면 박세연은…
“그 다음 동작이, 다리 뻗으면서 팔 깍지 끼고, 앞으로 쭉.”
조교 같은 느낌이다.
자신 주변의 연습생들에게 소곤소곤 동작을 설명해준다.
“자, 1절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해 볼까?”
차근차근히 시간이 쌓인다.
그런 두 사람의 도움과, 나의 레슨.
그것을 통해 F 등급의 연습생들은 분명 안무에 익숙해지고 있었고…
그런 안무실의 모습들은, 분명 카메라에 모두 담기고 있었다.
xxx
다음 날.
프로듀스 101 합숙소의 식당 건물.
왁자지껄한 소리들과 함께, 연습생들이 입구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식사시간에 맞춰 배식을 받은 연습생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갖춰 앉는다.
“…”
그리고 그런 연습생들 사이.
끼익-.
“같이 먹어도 되지?”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먹고 있던 연습생, 주혜린.
그녀의 옆에 한 여자가 앉으며 물어오는 것이었다.
“어?”
이미 앉았잖아.
…라고 채 답하기도 전에,
여자는 이미 밥을 먹기 시작한 후였다.
볼에 빵빵하게 음식을 넣은 채, 그녀가 말해왔다.
“어응 이음이 우혜인이지?”
대충 ‘너는 이름이 주혜린이지?’ 라는 말 같은데.
주혜린이 대충 알아들고 대답한다.
“어, 응. 나도 너 알아. 혜정이지?”
꿀꺽.
밥을 삼킨 여자가 눈을 크게 뜬다.
“오~ 어떻게 알아?”
“널 어떻게 몰라? 등급 평가 때 얼마나 멋있었는데.”
“아, 그래? 헤헤헤. 고마워. 난 우리 이름이 비슷해서 알았어. 혜린, 혜정.”
바보같이 웃는 이혜정.
그녀를 보며 주혜린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혜정.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이라면 그녀를 모를 수가 없을 것이었다.
5대 대형 기획사 중 하나, 뮤즈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그리고, 기획사 등급 평가 때. ‘실력으론 깔게 없다.’라며 만장일치로 A등급으로 직행한 연습생이었기 때문이다.
이혜정이 밥을 먹으며 투덜댔다.
“난 연습생들 다 친해지고 싶은데, 등급별로 나눠서 레슨을 하니까 친해질 수가 없더라.”
“그래도, 식당에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잖아.”
“그건 그래.”
프로듀스 101의 촬영장은 심지어 숙소에도 카메라가 있지만.
식당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그건 촬영 첫 날 작가가 직접 말해준 것이었다.
합숙을 하며,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촬영인 만큼. 먹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문제없이 챙겨준다고 말이다.
즉, 그런 의미에서.
식당은 유일하게 조금은 촬영의 부담감에 자유로울 수 있는 장소라는 소리였다.
“아, 근데 나 궁금한 게 있었는데…”
이혜정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F반에 최연우 안무가가 왔다고?”
“와, 진짜?”
옆 테이블에 앉은 연습생들의 말이 들려왔다.
순간 혜린과 혜정. 두 사람의 귀가 쫑긋 세워진다.
“C반은 안 왔는데.”
“B반도.”
“아, F반에만 왔구나?”
옆 테이블의 연습생은 F 등급과 다른 등급의 연습생인 것 같았다.
다른 A~D 등급의 연습생들은 도정원 안무가와 임성준 안무가가 번갈아가면서 레슨을 했다는 모양.
“어땠어?”
순식간에 연습생들의 흥미가 최연우 안무가에게로 옮겨 간다.
“얼마 전에 엄청 이슈였잖아.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하고.”
“소문으로는 엄청 잘생겼다던데…”
“솔직히.”
몰리는 시선.
F 등급의 연습생이, 잔뜩 이목을 끌고는 작게 말했다.
“국민프로듀서 대표님보다 잘생겼어.”
“헉! 배우보다?”
“당장 배우해도 될 얼굴이라니까?”
꺄르르 웃는 연습생들.
“가르치는 건?”
“그게, 진짜 최연우 안무가가 가고 다음에 도정원 안무가가 저녁 늦게 레슨을 했거든?”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너무 비교됐어.”
“어떻게? 누가 잘 해서?”
“최연우 안무가가 진짜 다르더라니까?”
“잘 생겨서 그런 거 아냐?”
“아, 그런 거 아냐!”
연습생들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여왔고.
거기까지 들은 순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이혜정이 주혜린에게 물어왔다.
“넌 어떻게 생각해?”
주혜린이 그를 마주봤더니,
“나도 궁금하긴 했거든. 최연우 안무가. F 등급에서… 너도 레슨 받았지 않아?”
“응. 받았지.”
이혜정이 가만히 대답을 기다린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주혜린이 가만히 생각을 거듭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가?”
“최연우 안무가. 친절하고~ 잘 가르쳐 주시고, 잘… 생기기도 했고.”
주혜린의 얼굴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다.
문득 오디션 날, 최연우 안무가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아이돌로 착각을 했었지.
‘나이도 어리고, 얼굴도 그러면 착각할 수도 있지.’
주혜린이 괜히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신기하네, 다들 최연우 안무가에 대한 평가가 어쩜 다 비슷할까.”
한편.
주혜린의 말을 들은 이혜정은 신기하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 번 나도 보고 싶네. 볼 수 있으려나…?”
으음- 하며 말하는 이혜정.
“영상 평가가 얼마 안 남았다.”
“제발, 실수하면 안 돼.”
드르륵-.
그리고 밥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 테이블의 연습생 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연습을 하러 가는 것이다.
“우리도 빨리 먹을까?”
이혜정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주혜린에게 말한다.
등급 재평가는, Pick Me를 영상으로 찍고 평가를 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영상 평가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 응.”
말없이 밥을 먹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런데…”
그러던 중.
주혜린이 입을 열었다.
“왜?”
“아까 나한테 궁금한 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아, 그거…”
이혜정의 표정이 묘하게 어색하게 변한다.
“사실, 소문으로 들은 거긴 한데. 혹시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돼.”
“…응. 뭔데 그래?”
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걸까?
주혜린이 이혜정을 쳐다보는 순간.
이혜정의 입이 열렸다.
“너, 예전에 HY엔터 연습생이었지.”
“…”
예상치도 못한 말에, 주혜린의 표정이 순간 굳는다.
“응… 그게 왜?”
MW엔터테인먼트로 들어오기도 한참 전의 일인데.
“혹시… 너 소속사별 등급 평가 때 아무것도 안 춘거, 박세연 때문이야?”
xxx
첫 촬영이 끝나고.
나는 새싹 공놀이의 안무를 연습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프로듀스 촬영에 한 발 담구고 있는 건 맞지만…
촬영지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기분이다.
프로듀스 101 촬영은… 뭔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거든.
사방이 카메라에.
내가 어떻게 편집될 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니 자극적으로 될 지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방송 후 있을 연습생 팬덤들의 살벌한 팬덤 싸움.
제 2의 정치판이라고 불릴 정도의 ‘아이돌 팬덤’들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으쌰-.”
바쁠 때 쉬는 게 제일 행복하지.
자취방에 덩그러니 누워서, 잠깐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으려니.
띠링-.
하는 핸드폰의 알람이 들려왔다.
“문자?”
[편집 다 됐습니다! – 남궁수]그리고 그 발신자는, 바로 유튜브 편집자, 남궁수.
편집이 다 됐다니.
벌써?
“엄청 빠르시네.”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내 문자를 슬쩍 함께 본, 백수 녀석.
요즘 내 자취방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는, 헬리였다.
“…넌 또 왜 여기 있냐?”
“그런데, 업로드는 언제야?”
헬리가 의도적으로 내 질문을 무시하고는 되물어온다.
…이 자식, 요즘 할 일 없어서 빈둥대고 있는 걸 숨기려는 것 같은데.
뭐, 하울 보이즈의 결과를 아직 기다리는 모양이니. 작업이 손에 안 잡힐 만도 하지.
묵인해 주기로 했다.
B22
“음, 글쎄.”
유튜브 업로드 타이밍이라…
계속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고민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타이밍이면 저번 주가 최고 아니었나?”
헬리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었을 때, 만약 내 유튜브 영상에 있었으면?
사람들이 몰렸겠지.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별로 아쉽진 않아서.
“물론 그 때도 사람들이 많이 찾긴 했지만, 그래도 관심의 정도가 다를 거야.”
“어떤 게?”
“B앱과 라디오에서 언급한 이슈랑… 방송에 출연하는 건 차원이 다르니까.”
“음…”
헬리가 턱을 긁적이다 말한다.
“그러면, 역시 프로듀스 101의 첫 방송?”
“그것도 괜찮고.”
내가 처음 방송에 얼굴을 비췄을 때. 그 때도 괜찮지만…
고민 중인 것은, 하나 더 있었다.
“아니면 내 안무가 무대에 올랐을 때. 둘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새싹 공놀이의 무대가 방송될 때였다.
어떤 때를 선택할까?
첫 얼굴을 비추는 건 연습생들 레슨을 하는 장면일 텐데…
…조금, 그 때의 반응이 예상되긴 한다.
안무나 실력이 나올 거리가 없는 부분이니.
대중들의 반응은 내 레슨보다는 얼굴에 집중되겠지.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그거 하나만으로 먹고 사는 게 아이돌인데. ‘비주얼 담당’ 몰라?”
그런 생각을 말했더니, 헬리가 별수롭지 않게 답해왔다.
“난 아이돌이 아니잖아.”
“화제성을 모아온다는 점에서, 나쁠 건 없다는 소리지. 쯧, 나도 얼굴은 나쁘지 않은데. 잘생긴 작곡가, 뭐 이런 거로 기사 안 나나?”
“…”
“아니아니. 난 그것보다 옷 잘 입는 작곡가로 기사 나면 좋겠다. 얼굴은 모자이크를 처리하는 거지. 궁금하게. 그래서 사람들이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 생긴 것도 나쁘지 않…”
“그만.”
가만히 놔뒀다간 2절 3절 뇌절해서 명절에 큰절까지 할 기세다.
얘기가 산으로 가려는 걸 이끌고, 다시 유튜브로 돌아왔다.
“…그것처럼. 솔직히 안무가 멋진 것보다, 너의 잘생긴 얼굴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어.”
헬리가 말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단순히 관심이 최고조일 때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안무로 주목받을 수 있을 때를 선택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그 때.
띠리링-.
띠링-.
문자와는 또 다른 알람이 핸드폰에서 울렸다.
“전화 왔다.”
핸드폰을 건네주는 헬리.
그런데 그 전화번호가, 정말 예상외의 사람이다.
이 사람이 무슨 일로?
“여보세요?”
– 네, 여보세요. 최연우 안무가님, 맞으시죠?
“아, 네 통화는 처음이네요.”
혹시.
내가 출연했던 촬영에 문제가 있었나?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권 PD님?”
전화기 너머에서,
이제는 조금 익숙한, 피곤에 쩔어 있는 권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무가님. N-net 방송국으로 시간 한 번 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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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4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