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45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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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의 편집실은 태어나서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데.’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발을 디뎠다.
회귀 전에는 유튜브가 활성화되어, 영상 편집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긴 하지만.
여전히 방송국의 PD들과는 조금 개념이 다르니 말이다.
방송국 내부에서도 편집실이 있는 곳은… 다른 여타 사무실들과도 달랐다.
다람쥐의 굴 같다고 해야 할까?
다람쥐들이 흙 아래에 길을 파 놓은 걸 복도라고 하면.
편집실들이 다람쥐의 굴처럼 복도의 양쪽 끝에 달려있는 모습.
‘프로듀스 101…’
각 편집실의 입구에는 대문짝만하게 프로그램명이 붙여져 있었다.
내가 찾아가야할 것은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의 크기와 편집실은 상관이 없나보네.’
프로듀스 101같은 대형 프로젝트라도 골방 같은 편집실은 다른 편집실과 다름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그 골방의 문을 여니,
생각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
커다란 모니터와 컴퓨터.
그리고 사람 네 명이 간신히 들어 앉을만한 공간이 보였고.
‘…많이 더럽네.’
편집실이 작은 공간이기도 했지만.
한 쪽에 놓여있는 수많은 편의점 레토르트 식품 쓰레기들.
음료수 병들과, 굴러다니는 홍삼 팩까지.
한 쪽에 앉아있는 권 PD의 주변이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아, 아. 안무가님. 오라고 해서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없어서…”
내가 들어서자,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던 권 PD가 뒤돌아본다.
그가 구석에 있는 의자를 당겨온 뒤, 바닥에 있는 쓰레기들을 대충 주워 치운다.
피곤에 찌든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첫 방이 얼마 안 남았거든요.”
“하하… 밥도 잠도 여기서 다 해결하는 거예요?”
“…”
권 PD는 대답 없이 살짝 미소 지을 뿐이었다.
…이것도 사람이 할 게 못되는 직업이지 싶다.
‘그런데 아무리 첫 방을 앞뒀다고 해도…’
부담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좀 심한 거 아닌가?
편집실이 더러운 정도가 심하다기보다, 권 PD의 얼굴이 10년은 늙은 모습이다.
처음 만났을 때도 피곤해 보이긴 했는데…
오늘은 그 때와도 비교가 안 된다. 잠을 얼마나 못 잔건지, 눈빛이 죽어있는 정도니.
권 PD가 내 얼굴을 흘깃 보고 말을 꺼냈다.
“잘 지냈어요?”
“저는 뭐…”
PD님보다는 잘 보낸 것 같네요.
“제가 오늘 부른 이유는… 부탁드릴 게 있어서 그런 겁니다.”
“부탁이요?”
프로그램의 메인 PD가 일개 안무가에게 부탁을 할 만한 게 있나?
‘…아니구나.’
생각해보니 이미 한 번 부탁을 받은 기억이 있네.
얼마 전, 내가 F반에 가서 했던 레슨도 예정에 없던 출연이었잖아?
그 출연을 했던 이유도…
“이전에 한 번… 임 팀장님을 통해서 저한테 부탁하셨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또 같은 부탁을 드리는 게 죄송스럽긴 한데.”
권 PD가 3화쯤에는 내가 출연해야 할 것 같다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해서 그랬던 것이었지.
권 PD가 일주일은 안 감은 것 같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원래 안무가님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던 게, 3번째 미션부터였나요?”
“그랬었죠. 저번에 만나서 말씀해주신 내용에 따르면.”
일전에 했던 회의에 따르면,
내 다음 출연은 지금 한창 연습중인 「새싹 공놀이」의 무대인 컨셉 신곡 평가 미션이었다.
“최연우 안무가님이… 조금 많이 출연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출연이요?”
처음 부탁을 들었을 때도 그렇고.
내가 출연 자체를 꺼리는 건 아니긴 한데…
머리는 출연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거절하는 느낌이다.
그 카메라 가득한 프로듀스 101의 촬영장은 어딘가 살벌한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왜…? 솔직히 저는 오늘 F반 레슨을 했던 촬영 내용 때문에 부른 줄 알았거든요.”
“…그것도 정확히 연관이 없지는 않아요.”
권 PD의 말에 놀라 그를 쳐다봤다.
연관이 없지는 않다면,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딱히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러자, 권 PD가 내 눈을 흘깃 바라보고는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최 안무가님이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하,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
권 PD가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내쉰다.
“출연자한테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이번 프로그램에 최 안무가와 심 PD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확신해서 그런 겁니다.”
“저랑 심 PD요?”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는 이름이 나왔다.
심 PD?
그 사람이랑 내가 엮일 게 뭐가 있고, 관계가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내가 심 PD와 엮인 거라곤.
그가 도정원의 안무를 밀었고 나는 그걸 막았던 것 하나 뿐인데.
뭐, 단순히 생각해보면 그것 때문에 그가 나를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심 PD에겐 도정원을 밀었던 명분이 있었고, 그리고 난 내 역량으로 그 명분을 가져온 것뿐이잖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권 PD의 입에서 그런 내 생각을 뒤엎어 버리는 말이 튀어나왔다.
“심 PD가 돈을 받아먹었거든요.”
xxx
…돈?
권 PD의 폭로에 가까운 말에, 내 입이 떡 벌어진다.
권 PD가 놀란 날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까 최 안무가님의 레슨이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말한 건… 사실 그 촬영분의 분량에 심 PD가 손을 대려고 했기 때문이었어요.”
“…”
“악질적인 거죠. 해당 부분의 편집 방향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려고 했고, 그걸 시작으로 파고 들어가다 보니…”
세간이 말하는 ‘악마의 편집.’
심 PD가 원하는 방향으로 촬영 분을 편집하려고 했다는 거고.
그 의심스러운 과정 속에서 심 PD가 기획사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정황을 파악했다는 건가?
‘…미친.’
새삼스럽게 소름이 돋았다.
심 PD가 밀던 도정원의 Pick Me를 내가 하게 됐단 이유로. 그가 내게 나쁜 마음을 품고…
내가 레슨실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을 악질적으로 편집해, 방송까지 탔다면…?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권 PD에게 물었다.
“그러면… 심 PD는 어떻게 처리됐나요?”
“출연 연습생의 기획사와 거래가 있었던 심 PD와 메인 작가. 두 사람은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일찍 발견을 해서 다행이었지, 만약 늦었다면…”
권 PD가 샐쭉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의 거래.
방송 이후에 공론화가 됐다면, 프로그램이 중간에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권 PD의 얼굴이 더 피곤해보였던 이유를 알 것 같네.’
내부에 암 덩어리를 제거하느라 그랬던 거구나.
“Free Plus는 심 PD와 연관이 없다는 걸 확인했고. 그래서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권 PD가 아까 말했던 부탁을 이어서 말했다.
“도정원 안무가의 서포트를 하는 안무팀도 심 PD와 붙어먹었거든요.”
“!!!”
도정원의 뒤에 있는 안무팀이라면…
“HY엔터인가요?”
안무 업계에서 괄시받는 도정원의 안무. 그처럼 수준 차이가 극명한데도 도정원을 선택했던 심 PD의 행동.
나는 Pick Me라는 대표곡의 안무를 담당하려고 했을 뿐인데…
거기에 PD와의 카르텔이 있었을 줄이야.
“네. 심 PD와 연관된 소속사들 모두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안무팀과 관련된 곳은 말해드려야겠죠.”
권 PD가 고개를 끄덕이고 시인했다.
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째서 과거엔 없었던 이런 청탁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 과거에도 했지만.
그때는 들키지 않았던 건가?
‘이번에 내가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면서, Pick Me의 안무도 바뀌고 F등급 레슨도 들어가서…’
권 PD는 내 안무 레슨의 촬영분을 통해 심 PD의 의심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
HY에 심 PD와의 들키지 않은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서은아가 프로듀스에서 데뷔를 실패한 것도.’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걸 수도 있었다.
적당히 인기는 얻었지만 데뷔는 실패. 결국 서은아를 HY에서 토파즈 걸즈로 데뷔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기가 막히네.’
의도치 않은 내 레슨 한 번이.
아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화제성이 이처럼 큰 눈덩이로 불어난 걸 수도.
그 방향이 좋은 쪽이라는 게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HY소속 안무팀이 맡았던 안무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권 PD에게 물었다.
도정원을 하차시킬 순 없을 것이다.
이미 촬영에 들어간 출연자이니까.
다만 심 PD와 연관이 있던 HY 안무팀을 계속 데려가진 않을 것 같은데…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그 팀이 맡고 있던 안무들을 Free Plus가 맡았으면 했는데.”
“…네?”
권 PD의 말에 번쩍 그를 올려다봤다.
그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임성준 안무가님이 무리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렇죠. 지금 담당하는 것들만 해도.”
힘들지, 힘들어.
Free Plus는 이번 프로듀스 101에서만 네 곡을 담당하고 있으니.
“그래서 도정원 쪽 안무는 플로라 팀을 붙였습니다.”
“아…”
플로라.
파인 플레인의 「Sleeping」을 만들었던, 여성 안무팀이다.
팀만 보면, 오히려 HY쪽 팀보다 나은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잘 처리돼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러면 제가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야 하는 건…”
왜지?
내가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권 PD가 내 손을 턱 하고 잡는 것이었다.
“사실 심 PD와 연관이 없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출가의 입장에서, 최 안무가가 꾸준히 얼굴을 비추면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 주시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권 PD의 입장까지 생각해 줄 필요는 없긴 하지만.
안 그래도 첫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아 정신이 없을 텐데,
공동 연출이라는 작자가 터트린 사건을 무마하느라 힘들어 보인다.
“그럼…”
마음은 출연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프로듀스 101이라는 커다란 방송. 누군가는 출연하고 싶어 안달난 자리일 거다.
그리고 일단…
나 역시, 어찌됐든 잃을 것 보단 얻을 게 많긴 하니까.
작게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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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 컬러’의 조가빈. 프로듀스 101 ‘기대 중’.
[그룹 스프링 컬러의 리더, 조가빈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다.(핸드폰을 보고 있는 조가빈의 사진)
사진 속의 조가빈이 보고 있는 핸드폰은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 1분 PR 영상으로 보인다.
조가빈은 사진과 함께,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 너무 귀엽다’ 라며. ‘우리 회사는 출연 연습생이 없지만, 다들 응원한다.’ 라는 글을 남겼다.
그와 함께, 그녀는 ‘관심 있던 안무가님이 보여줄 안무도 기대중!’ 이라며.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최연우 안무가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했다.
서울 포포스 매거진. 양하영 기자]
“얘는 또 뭐야?”
권 PD와의 만남을 끝내고.
프로듀스 101의 촬영지로 향하는 길, 갑자기 뜬 기사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첫 방송 전. 프로그램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일 때에는 화제가 될만한 것도 없을 텐데.
그 시간 동안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아주, 내가 다 견인해가고 있어.
물론 처음엔 내가 의도했던 화제성이었지만…
이번엔 그 화제를 일으킨 사람이 하울 보이즈와 퍼플링크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
‘으으.’
조가빈이 조금씩 시들어가던 관심에 장작을 더 넣은 느낌이다.
이 녀석은 대체 왜 이러는거야?
뻔뻔한 조가빈의 얼굴이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으슬으슬 몸이 떨린다.
괜히 이번 일로 엮여, 내게 쓸데없는 연락이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끼익-.
그러던 와중, 촬영지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늘 내가 찾아온 곳은, 안무실도, 보컬실도 아닌 작은 스튜디오였다.
원형 테이블의 한쪽에 부채꼴 모양으로 앉아, 앞쪽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를 보고 있는 구도.
내가 들어서니, 수많은 카메라 감독들과 작가들. 그리고 미리 앉아있던 트레이너들이 나를 향해 돌아봤다.
“어, 안녕하세요!”
“와. 셀럽들의 안무가 오셨네. 지금 보니까 조가빈이 SNS에 올린 걸로 또 실검 올랐던데.”
얼굴이 익숙한 임성준, 도정원. 안무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연습생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출연하는 가수 한재성과 레이니. 랩을 담당하는 유준하.
그리고 ‘국민 프로듀서 대표’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MC를 맡은 배우 김민석까지 앉아있었으니까.
“와, 안무가야, 연예인이야?”
“진짜 잘 생겼는데요?”
생글생글 웃으며 환영하는 트레이너들.
…정작 진짜 셀럽들이 그렇게 반응을 하니, 어떻게 답 해야 할지 부끄럽네.
“반갑습니다. 최연우입니다”
“안무가님 배우 지망생이셨어요?”
항상 장난스러운 말투로, 가벼운 이미지인 한재성이 반기며 툴툴댔다.
“제 옆에 앉지 마요. 비교되니까.”
“하하하!”
“내 옆에도!”
“그럼 제 옆에 앉아요!”
유준하 역시 장난스럽게 말했고, 보컬 트레이너 중 유일한 여자인 레이니가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한다.
“저쪽에 앉아주세요.”
뭐, 다행히도 어떤 자리를 앉을지 고민해야 할 일은 없었다.
제작진들이 카메라 구도를 보며, 앉을 자리를 정해줬거든.
덜컹.
지정된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원래라면 트레이너를 제외한 안무가가 참여할 일이 없는 촬영이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안무가’가 아닌,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자리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럼 영상보고, 등급 재평가 해 볼까요?”
이곳에서 할 촬영.
바로, 연습생들의 영상 평가였다.
MC, 민석의 말에 자리에 앉은 서류들을 들척이며 트레이너들이 자리를 고쳐 앉는다.
“연습생들, 영상 촬영한지는 꽤 됐죠?”
“응. 사정 때문에 평가 일정이 좀 늦었다고 하더라.”
“그것쯤이야 뭐 어때. 아, 기대되네. 애들 얼마나 늘었을까.”
레이니가 앞 쪽에 있는 서류를 들어 올리며 입맛을 다신다.
내 자리에도 놓여있는 서류.
레슨 때 받았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아 보인다.
“첫 번째 연습생입니다.”
제작진의 말과 함께 재생되는 모니터 속 영상.
그리고, 회색 옷을 입은 첫 연습생이 움직이며 말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MW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주혜린입니다. 영상 평가 시작하겠습니다.]…주혜린.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됐다.
자신감은 되찾았을지.
아니면, 뛰어난 실력의 주혜린이 어째서 F 등급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이 영상으로 알 수 있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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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