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55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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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옥.
2층에 위치한 대표실에서, 몇몇 직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상 말이 대표실이지, 다른 회사로 따지면 일반 회의실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다.
그만큼 사옥이 작았고, 직원 역시 인원이 얼마 없는 숫자였다.
“성찬아, 그래서 진행 상황이 어때?”
커렌트 엔터의 대표, 백경.
그의 질문에 성찬이라고 불린 직원이 답한다.
“노래에 맞는 컨셉과 기획까지 모두 정해졌습니다. 자캣 촬영 감독도 섭외가 끝났구요.”
“후우. 그래, 이번이 우리 마지막 기회잖아. 심혈을 기울여야지.”
백경은 기획사 대표답지 않은 느낌이었다.
30대 중반처럼 보이는 나이에, 입고 있는 반팔 티를 넘어서까지 보이는 근육질의 몸.
얼핏 보면 한 명의 로드매니저처럼 보일 모습이었고, 그건 백경이 매니저 출신의 사장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우리가 가진 여건 내에서 살릴 건 최대한으로 살리고.”
꿀꺽꿀꺽.
백경이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빨대가 꽂혀있었지만, 무시하고 뚜껑을 뜯은 채였다.
오늘 이처럼 회사의 매니지먼트 팀이 모인 이유.
그것은, 회사에서 런칭할 보이그룹, ‘해브잇’의 데뷔가 가까워져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필 사진 촬영이랑 재킷 촬영은 컨셉만 나오면 할 수 있는 거니까… 하, 안무가 문제인데.”
데뷔 일정을 정리하는 일을 떠맡은 성찬.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안무? 애들 익히고 뮤직비디오 촬영하고… 데뷔 하려면 지금쯤이면 나왔어야 되는 거 아냐?”
“네. 그런데… 후우, 막상 맡길 사람이 많지 않아서요.”
커렌트 엔터테인먼트는 작은 회사였다.
이 곳에 모인 이들이 매니지먼트 팀의 전부일 정도였고, 분업도 제대로 되지 않아 기획팀, A&R팀, 홍보팀이 서로 일을 도와가며 하는 수준.
하지만, 그런 부족한 환경에서도 그들이 결코 데뷔 준비를 대충 하는 건 아니었다.
결국 회사를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룹이 성공해야하니까.
차근차근 건실하게 준비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충 이름도 없는 안무팀에 맡기면 적당한 안무를 받을 수 있긴 합니다만… 그럴 순 없는 일이니까요.”
“끄응.”
성찬과 백경이 길게 신음을 토해내며, 안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마음 같아서는 유명 안무팀에 데려가서는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은데…”
하지만 그들 모두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럴 돈도 없거니와, 그 사람들이 맡아 주지를 않겠죠.”
“이번에 계약한 작곡가처럼, 우리 애들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맡아주는 안무가 없을까? 분명 잘 될 수 있는 애들이잖아.”
“…하늘에서 착하고 실력 있고 유명한 안무가 한 명 뚝 떨어졌으면 좋겠네.”
난무하는 대화들 속에서, 성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답이 보이지가 않는다.
“제가 생각해본 사람이 있는데… 최연우 안무가는 어때요?”
그 순간.
가만히 회의를 지켜보던 사원, 백동현의 말했다.
“최연우? 요새 이름이 엄청 들려오던데.”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안무가예요. 그런데 그런 명성에 비해, 진짜 생 초짜 안무가입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곡이 한 곡밖에 없어요.”
동현의 말에 성찬이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안 되잖아. 실력이 확실해? 믿을 수가 없잖아.”
“음… 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네 말은.”
백경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끼어든다.
“실력은 뛰어나고, 신인 안무가라 우리의 안무를 맡아 줄 수 있다는 거야?”
동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착수 금액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겁니다. 다른 안무가들에 비해서는요.”
“그런데, 그 안무가 Free Plus 소속이잖아. MW엔터 전속 아니야?”
“…뭐야, 전속이야?”
성찬의 말에, 기대감으로 조금씩 차오르던 백경의 눈빛이 차게 식었다.
하지만 동현이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듯 말을 잇는다.
“안무가는 ‘전속’의 개념이 작곡가와 달리 투명해요.
보통 작곡가의 전속 계약은 반드시 소속 회사 가수의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있고, 그게 표준이죠.
하지만 안무는 조금 달라요.”
안무가들에게 ‘반드시 MW소속의 가수만 담당해야한다.’ 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노래를 내지 않으면, 안무가는 계속해서 일을 쉬어야 하는 조항이니 말이다.
동현의 설명을 들은 백경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왔다.
“하게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 사람이 할까? 요즘 가장 핫한 사람이라며.”
“…제가 한 번 찾아가볼게요.”
동현이 다부지게 말하며 주먹을 꽉 쥔다.
백경이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으로 곡를 끄덕였다.
“그럼 안무는 동현이가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성찬아. 전에 말했던 그건 다 해결이 됐어?”
갑작스러운 백경의 질문이었지만, 성찬은 찰떡같이 알아들고 답해왔다.
“아아, ‘해브잇’애들 트레이너 계약이 끝난 거요?”
“어. 데뷔 전까지 몇 주 정도 붕 뜬다고 했잖아?”
“다행히, 트레이너는 구했습니다.”
“그래?”
“네. 데뷔 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트레이닝을 할 순 없겠지만, 충분할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어요.”
성찬이 답했다.
“지금 바로 레슨을 들어갔다고 해서… 자세한 일정, 기간, 급여에 대한 자세한 계약은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러 올라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좋아.”
백경이 휴우- 하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다시 한 번 사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아까 말한 대로, 동현이는 안무가한테 연락 방도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은 밀린 일들 처리하자.”
“네.”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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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무실.
“…너네 데뷔조라고?”
“네.”
“해브잇이라는 4인조 보이그룹이에요.”
매니저 겸 신인개발팀이라는, 신기한 직책의 정서원을 내보낸 뒤.
네 명의 연습생들과 마주하게 된 나는 뜻밖의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내가 가르쳐야 할 연습생들이 단순한 연습생이 아닌.
데뷔에 초읽기가 들어간 데뷔조 멤버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러면 좀 달라지는데…’
그러면 생각해왔던 트레이닝보다 조금 더 난이도를 올리고, 강도를 높여도 될 것 같았다.
…아니,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러면, 너네 데뷔조인 연습생이 방금 편의점에서 회사 몰래 먹고 그런 거야?”
해브잇이라는 그룹명으로 데뷔가 예정된 네 명의 멤버.
찬호, 현우, 이결, 희민.
그들이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 너네가 몰래 먹은 거, 그냥 모른 척 해 주려고 했거든?”
안무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들의 일탈 행각을 회사에 보고하려면, 곧바로 옆에 있는 정서원에게 말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너네도 그거 느꼈지.”
“…네.”
“연습생들이 체중 관리하랴, 데뷔 준비 하랴 스트레스 받는 거 알아서, 일부러 모른 척 해 준건데…”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녀석들이 더욱 고개를 숙인다.
“연습생이라면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데뷔조라면 그러면 안 되지.”
단순히 말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아이돌들을 봐 온 입장에서 조언을 해 주는 것이었다.
“너네가 데뷔조라면, 스스로를 위해 조절을 해야 될 시기 아냐?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안 그래?”
“맞아요.”
“네.”
녀석들이 작은 목소리로 답한다.
…주눅 든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지네.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그래도 잠시간이나마 내가 너희 안무 트레이너로 함께 하게 됐잖아.”
“…네.”
“그래도 난 너네 처음 편의점에서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거든? 귀엽기도 했고.”
부드럽게 말하니, 녀석들이 금세 고개를 빼꼼 들어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오늘 일은 비밀에 부쳐줄 건데, 앞으로는 너네 진짜 열심히 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녀석들이 곧바로 큰 소리로 대답을 해 왔다.
…좀 과했나?
나도 괜히 연습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것에 열의가 더해진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 수많은 연습생들이 데뷔 하나를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오디션 속에 있어서 그런가.
“…미안해. 오늘 처음 트레이너로 온 녀석이 갑자기 이렇게 말해서. 기분 나빴겠다.”
“아닙니다! 다 맞는 말이라서…”
“죄송합니다!”
“…너네가 죄송할 건 없지. 사과는 하지 말고.”
“아, 넵! 죄송합니다!”
“사과 하지 말라니까.”
“아, 그게. 죄송하다고 한 걸 죄송하다고 한 건데…”
“그래그래.”
그런 해브잇 멤버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어진다.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 잔소리를 해대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일 일 텐데.
모두 받아들이고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성이 괜찮네.’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녀석들이 마음에 들어졌다.
“후, 그럼 첫 수업 시작해볼까?”
“네!”
녀석들이 바짝 긴장해서 대답한다.
첫 날부터 그런 스펙타클한 일을 겪어서인지.
군대도 안 갔다 왔을 어린 녀석들이,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역시 트레이너는 다르네.’
사실.
만약 내가 안무가였다면, 이 녀석들에게 이렇게 말 할 자격이 없었을 것이었다.
안무가는 자신이 만든 안무를 아이돌이 최대한 잘 소화하도록 코멘트를 할 뿐이지.
인성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뭐라고 말 해주는 역할은 아니니까.
하지만 트레이너는 다르다.
말 그대로 연습생들을 아이돌로 기르는 역할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다.
즉, 단순히 아이돌이 춤을 잘 추게 만드는 게 아니라.
춤을 잘 추는 ‘아이돌’을 만드는 것.
그것이 트레이너였다.
“일단 너네 실력 한번 보자. 기본동작, 8비트 바운스 한 번 타 봐.”
물론 가르치는 것엔 실력도 포함 되어 있어야겠지.
“…예!”
똑딱, 똑딱.
메트로놈을 틀자, 단조로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것에 맞춰 멤버들이 천천히 몸을 튕기며 바운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느낌만 봤는데도, 곧바로 녀석들에게서 특별한 점이 눈에 띄었다.
‘하. 이 녀석들…’
어이가 없기까지 하네.
왜 이렇게 잘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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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있지 않은가?
노래를 들을 때, 첫 소절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는다거나.
이 사람은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삽시간에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거.
춤도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브잇 멤버들.
그들이 8비트 박자에 중간중간 베리에이션(변용)한 동작을 섞어가며, 추는 것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적어도 춤 실력 하나만큼은 원석이라는 것을 말이다.
“…잘 하네?”
“헤헤.”
그래서 오히려 나의 첫 평가는 단출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정도면 원석도 아니다.
세공을 할 필요도 없는, 보석이었다.
가치를 알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반짝거리는 보석.
녀석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맹구처럼 웃는다.
쑥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나, 이결이. 최이결.”
“네?”
“네가 메인 댄서지?”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춤 보고 알았지, 어떻게 알았긴.”
“오오.”
녀석들이 감탄을 하며 박수를 짝짝 친다.
…짜식들. 이것가지고 놀라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결이 메인 댄서임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가 멤버들 중, 춤을 추기에도 가장 적합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신체조건이 나랑 비슷해.’
만약 이결이 메인 댄서가 아니라고 했다면, 오히려 내가 되물었을 거다.
니가 대체 왜 메인 댄서가 아니냐고.
그렇게 레슨을 진행하길 얼마…
나는 안무를 할 때와 확연히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재밌네.’
물론 안무를 만들고, 아이돌과 함께 추고 가르치는 것도 재밌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들은 함께 활동 할 아이돌이 아니라, 가르칠 연습생이라고 생각하니…
의욕이 솟아오른다.
이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심 같은 거.
“잠깐 쉬고 와서 동작에 포인 주는 방법에 팁을 알려줄게.”
기본기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기만 했는데도 시간이 꽤 흘렀다.
마음 같아선 쉴 새 없이 달리고 싶지만, 이 녀석들도 쉬어야 하니까.
“잠깐, 쉬고 있어.”
그렇게 연습생들이 쉬는 동안.
그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나는 잠깐 안무실을 빠져나왔다.
“어? 트레이너 님.”
“아, 서원 님… 이라고 했죠?”
마침.
1층에서 처음 회사에 왔을 때 봤던 직원이 보인다.
“레슨 끝났어요?”
“아뇨. 애들을 너무 오래 연습시켜서, 잠깐 휴식시간이에요. 아까 말씀 하셨던 거 하려고요.”
“아, 계약서요?”
내가 나온 이유.
그건 트레이너 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서원이 말했다.
“2층 대표실로 가시면 돼요.”
“…대표실이요?”
보통 트레이너 계약을 대표가 직접 하나?
보통 신인개발팀이랑 할 텐데.
하지만 그런 내 의문을 이해한다는 듯,
서원은 멋쩍게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가 보시면 알아요.”
.
.
.
도착한 대표실.
똑똑.
“실례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대표실이라기엔 안에서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덜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표 명패의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
그리고 두 명의 사원이 보였다.
“방금 서원이한테 연락 받았는데, 애들 가르치는 춤 선생이 올라온다고 했으니. 아마 그 사람인 것 같아요.”
“아, 오셨네.”
“…어!”
그들도 연습실에서 올라오는 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동현아 왜 그래?”
대표가 그에게 묻는다.
“트레이너 님… 올라온다고 안했어요?”
“응. 저분이 트레이너 님 아냐?”
“네, 맞는 것 같은데. 그런데…”
하지만 여전히 동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최연우 안무가 님이 왜 저희 회사 트레이너로 오셨어요?”
“응?”
나를 알아본 동현의 말.
그와 함께, 다른 두 사람의 표정 역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