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56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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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동현은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영이 누나 말이 맞았네.’
예전에 동현과 함께 일을 했던 적이 있는, MW엔터의 기획팀장 박은영.
그녀가 최연우 안무가를 섭외하는 것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이렇게 떡하니 눈앞에 최 안무가가 나타나다니.’
새삼스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오늘 있었던 대표실에서의 회의.
동현이 해브잇의 안무가로 최연우를 제안한 것은, 미리 생각해 둔 것이었다.
회의 전.
‘안무가를 구하기 힘들다며? 그럼 최연우 안무가는 어때?’
…라고 박은영이 먼저 조언을 해 줬고.
‘최연우 안무가? 그 사람이 해브잇의 안무를 맡으려고 할까?’
‘음. 내가 그 쪽 안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도록 조금 도와줄 수는 있는데.’
‘어떻게?’
‘그건 알 필요 없고, 보면 알게 될 거야.’
그녀가 섭외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최연우를 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트레이너로 보내는 것이었을 줄은 몰랐지.
‘어떻게 회사에 안무 트레이너 자리가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동현은 박은영의 그 정보력부터 놀라웠다.
‘아무튼,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래.
지금 신경써야하는 건 박은영이 아니었다.
최연우를 설득하는 것.
형편없는 안무팀도 아니고, 엄청난 명성을 지닌 안무가도 아닌,
그렇다고 실력이 없지는 않은 안무가.
그런 안무가를 구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하지만 최연우는 그런 커렌트 엔터가 딱 필요로 하는 안무가였다.
동현이 주먹을 꽉 쥐고 열의를 불태웠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최 안무가가 해브잇의 안무를 담당해줄까, 생각을 하면서.
“일단, 트레이너 계약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는 걸로 하죠.”
마침내 백경 대표와 최연우의 대화가 끝이 났을 때…
동현이 최연우 안무가의 곁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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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트레이너 계약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는 걸로 하죠.”
다음 트레이너가 구해지기 전, 최대 멤버들이 데뷔하기 전까지.
트레이너의 계약 기간과, 그 외 세세한 부분에서 조율을 끝내고 싸인을 마쳤다.
‘이게 이렇게 긴장해야하는 일인가?’
사실, 대표와 직접 계약을 한다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긴장되지 않았다.
커렌트 엔터테인먼트가 워낙 소형 기획사여서 그런지, 백경 대표는 대표라기보다 현장에서 컨트롤하는 실장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나를 긴장시킨 건…
대표와 내 얘기가 끝나길 호시탐탐 기다리는, 저 한 명의 사원 때문이었다.
톡톡.
서류에 계약을 마무리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 사원이 내게로 걸어왔다.
그래, 얘기라도 들어보자.
“최연우 안무가 님. 맞죠? 이번에 프로듀스 101에 트레이너로 출연하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어, 네?”
“그렇게 옆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눈치가 보여서 트레이너 계약에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요.”
“아,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어라?
사과를 받으려고 말한 건 아닌 데.
정말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갑자기 사과를 해 온다.
내가 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장난이에요. 근데 진짜 왜 그러시는 거예요?”
“사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부탁?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동현이 말했다.
“안무가 님께서 저희 해브잇의 데뷔곡 안무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안무를요?”
놀라서 그들을 돌아봤다.
동현만 아니라, 다른 직원인 성찬도. 심지어 대표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요?”
“사실 갑자기는 아니에요. 저희가 원래 최연우 안무가 님께 연락을 드리려고 했었거든요.”
“아아…”
우연히 내가 트레이너로 왔는데,
온 김에 안무도 맡아달라고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안무가 님이 보시면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 지금 힘듭니다.”
동현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확실히, 커렌트 엔터는 사옥부터 허름한 편이었으니까.
“그래서 해브잇의 앨범을 준비하는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희 회사, 애들 꿈 가지고 사기치고 그러는 곳 아닙니다. 진짜 앨범에 열과 성의를 갈아 넣고 있어요.”
“…네.”
“최연우 님의 안무를 봤어요. 명성을 떠나, 해브잇과 딱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꼭 맡아주세요!”
으음…
볼을 긁적였다.
나도 이렇게까지 개인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안무를 부탁받는 건 처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회사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지를 모르겠네.’
해브잇의 안무라.
만약 Free Plus의 안무팀에 들어온 안무였다면, 내 결정권은 딱히 없었다.
물론 거절이야 할 수 있겠지만, 팀의 입장에서 까라면 깠겠지.
하지만 이건 나, 최연우라는 안무가에게 직접 들어온 안무였다.
그래서 조금 더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히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노래 외적인 부분들도 생각을 하고 싶어서.
“일단, 오늘은 트레이너와 관련된 계약을 하려고 온 거니까요.”
그래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
계약이 끝난 서류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던 세 명의 얼굴이 살짝 숙연해진다.
“안무에 관한 거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게요.”
“…네. 기다리겠습니다.”
동현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초연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그는 날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는 없다는 거겠지.
어색한 기분에 대표실을 빠져나가는데.
뒤에서 마지막으로 동현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연습생들의 가능성을 보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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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실에서 갑작스런 제안을 받은 후.
나는 곧바로 해브잇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는 안무실로 돌아갔다.
마지막 동현의 말이 머릿속에 걸린다.
멤버들의 가능성.
확실히, 본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이지만 애정이 가기는 한다.
그런데.
“희민이 형, 왜 그래?”
연습실로 돌아오니, 그들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연습실에 있는 희민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고, 다른 멤버들은 그런 희민을 둘러싸고 있다.
“?”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세 명과 유일하게 떨어져 있는 이결에게 물었다.
“왜 그래?”
“모르겠어요. 아까 쉬는 시간에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더니, 표정이 저렇게 변했어요.”
그가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설명을 해준다.
그러던 중, 희민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데뷔 앨범 타이틀곡 작곡가 님이 지금 회사에 계신대.”
“어? 작곡가 님?”
그런데, 희민의 입에서 나온 건 다소 뜬금없는 얘기였다.
작곡가?
“그런데?”
“그 작곡가 님이 갑자기 자기 곡을 우리 데뷔곡으로 못 주겠다고 나왔다는 거야.”
“헐.”
“진짜?”
“그래서 지금 우리 데뷔 진행이 올스탑 된 상태래.”
멤버들이 얼어붙는다.
하.
옆에서 얘기를 듣던 나는, 그들 몰래 슬쩍 탄성을 내뱉었다.
‘하필 그런 일이 얘네들 귀에 들어갔네.’
그런 사건들.
데뷔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외적인 일들은, 모르는 게 약이었다.
그런 작곡가와 노래에 대한 사안들을 연습생들이 알아봤자,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알았으니, 어쩔 수가 없긴 해.’
…그런데.
왜인지, 이 상황에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선가 겪어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얘들아. 내가 오늘 와서 잘 모르는데, 너네 타이틀 곡 작곡가 이름이 뭐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물었다.
심각한 표정의 희민.
그리고 여전히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이결을 대신해, 현우가 말해왔다.
“본명은 잘 모르고… 작곡가명은 Laky라는 분이에요.”
그런데, 그 혹시나 했던 게 진짜네.
Laky.
기억을 못 할 수 없는 이름이다.
퍼플링크의 「나른한 오후」의 작곡가.
그 때도 자신의 노래를 두고 MW와 트러블을 일으켰던 작곡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쌤이 작곡가 님 이름은 왜요?”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갑자기 그러는 작곡가가 누군지 궁금해서.”
되물어오는 현우에게 대충 둘러댔다.
‘아까 희민이 회사에 작곡가가 있다고 했었나?’
어디 얼굴 한 번 보고 싶긴 하다.
어떤 사람인지.
“작곡가 님! 자, 잠시만…”
그런데.
안무실의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혹시?
“잠시만, 연습들 하고 있어.”
“쌤?”
작곡가가 1층에 있는 건가?
나는 연습생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안무실 밖으로 나섰다.
잠깐.
잠깐만 밖에 나갔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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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퍼플링크 멤버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Laky 작곡가 말이야. 너네들 레코딩 할 때 봤어?‘
‘네? 봤죠.’
‘어땠어? 어떤 사람이야?’
‘음…’
그 때.
분명 리더인 시현은 Laky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젠틀한 사람’이라고.
“Laky 작곡가 님!”
그가 지금껏 내게 보여준 행보만 봐서는, 도저히 젠틀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 같긴 한데.
얼굴을 보니, 퍼플링크 멤버들의 말마따나 겉모습은 젠틀하기 그지없어 보이긴 했다.
깔끔한 검은 슬랙스에 흰색 스니커즈. 세로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채 포마드로 넘긴 머리스타일까지.
“뭡니까?”
입구에서 그를 큰소리로 외치며 잡는 커렌트 엔터의 직원, 성찬.
그의 손을 내치며 말하는 목소리까지, 하나같이 세련된 모습이었던 것이다.
“헉, 헉.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라뇨. 저는 충분히 제가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도리라뇨. 갑자기 곡을 못 준다고 하는 게, 작곡가 님의 도리입니까?”
Laky가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찬 님. 제 도리는 신념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제 신념은, 제 곡이 가치를 인정받는 거구요.”
“가치라니…”
“저는 제 모든 곡에 애정을 쏟아 붓습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만들어요. 그런데, 회사에선 그만큼 제 노래를 신경 쓰지 않으면 그 회사에 곡을 줄 수 있겠어요?”
성찬이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작곡가 님 노래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뇨.”
“전 제 이번 노래를, 데뷔 멤버들의 가능성을 보고 맡겼습니다. 아시죠?”
성찬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런데 회사는 그런 멤버들의 가능성을 꽃피워 줄만큼 서포트를 못 하는 것 같네요.”
…
나는 먼발치 떨어진 곳에서, 성찬과 Laky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벽주의자라는 생각.
그 어떤 작곡가가 자신의 노래에 가치를 두지 않는 회사에 곡을 주고 싶겠는가?
모든 이들이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계약까지 끝난 회사를 저렇게 빼내는 작곡가는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곡에 애정이 있어도,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Laky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는 일임에도 말이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남는다.
뭘 보고 회사가 자신의 곡을 소홀히 대한다고 여긴 거지?
그리고 그 생각은 성찬 역시 한 모양이다.
그가 Laky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희 회사는 작곡가 님에 대해 최대한 배려를 했지 않습니까? 곡 자체가 좋아서, 수정도 많이 하지 않고, 컨셉도 곡에 맞추고…”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
Laky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안무는 대체 왜 안 보내주는 겁니까?”
“…네?”
안무?
“아이돌 곡의 완성은 무대입니다. 그리고 안무가 없으면 반쪽짜리 무대에 불과하죠.
저는 꽤 긴 시간동안 회사에 안무를 요구했고, 회사는 제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그게 소홀히 대한 게 아니라구요?”
“안무는 구하는 중 입니다.”
점점 말투가 빨라지는 Laky.
그런 그에게 성찬이 급하게 대답했다.
“어떤 안무가로요?”
“…그건 아직 말씀을 드릴 수가.”
Laky가 하! 하고 어이없다는 헛웃음을 터트린다.
거짓말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아쉽네요. 그럼 저는…”
“…최연우 안무가요!”
상황이 거기까지 돌아가자, 그제야 성찬이 소리치는 것이었다.
Laky가 돌아가려는 발걸음을 뒤돌렸다.
어느새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연우 안무가요?”
“최 안무가 님 정도면… 회사가 멤버들의 서포트를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성찬이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Laky도 커렌트 엔터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었다.
안무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힘들다는 것도.
“…왜 말 안했어요?”
그 상황에서 커렌트 엔터가 선택한 안무가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성찬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사실,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컨택은 했고, 답만 들으면 돼요.”
“그렇군요.”
Laky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어떻게…?”
“최연우 안무가가 제 노래에 안무를 만들면, 저도 연습생들의 가능성을 믿고 다시 한 번 제 노래를 맡기는 걸로.”
“그러면, 합시다.”
그리고.
Laky의 말이 끝났을 때.
나는 곧바로 그들의 곁으로 나섰다.
“?”
“최 안무가 님?”
성찬이 구세주를 만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반면, Laky는 환하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어왔다.
“Laky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처음에 Laky를 봤을 때, 박쥐같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그는 결코 그런 작곡가가 아니었다.
‘아이돌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회사의 서포트가 부족하면 망하는 팀이 한 둘이 아니지.’
그는 해브잇의 매력을 보고, 곡을 줬지만.
그런 것까지 모두 내다보고, 단호하게 곡을 빼내가는 결단력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고 원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였다.
자신이 만든 곡을 사람들이 듣지 않고, 썩어가지 않는 것.
‘이런 작곡가라면.’
함께 작업을 하는 게 결코 나쁘지 않았다.
“성찬 님, 대표 님한테 가서 다시 전해주세요.”
“…네, 네?”
성찬이 어리버리하던 모습을 대답한다.
나는 그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아까 저한테 했던 안무를 맡아달라는 제안, 수락한다고.”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