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59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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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진짜 오랜만이다.”
다음 날.
헬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얼마나 일에 치여서 지냈는지 알 것 같다.
단순히 홍대에 놀러 나가는 것뿐인데도, 기분이 좋아보인다.
“나 한 2년 만에 홍대 가는 것 같은데. 너는 얼마만이야?”
“난, 기억도 안 나. 한 번 밖에 안 가봤어.”
그 기억도 한참 옛날의 기억이다.
화상을 당하고 난 뒤로는 가 볼 생각도 못했으니, 그 전에 한 번 가 본 게 다인데…
그게 지금으로 따지면 몇 년 전이야, 대체?
나갈 채비를 끝마친 헬리와 집을 나섰다.
나는 평소엔 가끔 10년이란 시간을 되돌아왔다는 걸 까먹을 때가 있지만.
이럴 때마다 새삼 실감이 나곤 했다.
오늘처럼, 오랜 시간동안 일 하고 별로 잠을 많이 안 자고 일어나도, 별로 피곤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쌩쌩한 몸에서 그냥 느껴진다.
아직 24살의 건강한 신체라는 게.
‘춤을 추기도 좋고.’
몸에 어디 하나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헬리도 비슷했다.
‘아직 어리니까…’
생각해보면.
아직 24살인 나와 헬리가 이처럼 작곡 일과 안무 일을 단독으로 맡는다는 게 평범하진 않는 일이었다.
Free Plus라는 굴지의 안무팀에 들어가 기회를 잡은 것도.
사운드 벌룬에 꾸준히 곡을 올려, 하울 보이즈의 타이틀곡을 맡게 된 것도.
그만큼 능력이 있어서 가능한 거겠지.
“편집자 님은 어디서 보기로 했어?”
“아, 식당에서. 만나서 밥부터 같이 먹자고.”
“오케이. 그럼 디저트 먹기 전에 밥을 먼저 먹는 걸로.”
“…?”
홍대로 나가는 길.
헬리와 대화를 나누는데, 녀석의 말이 뭔가 이상했다.
“원래 밥 먹고 후식으로 디저트 먹는 거 아냐?”
당연한 말을 특이한 거라도 된 듯이 말한다.
하지만 헬리는 내 말을 듣고도 쯔쯧, 하면서 손가락을 흔들었다.
“원래 홍대 나가면 디저트가 메인이지. 지나가면서 아이스크림이랑 크레페랑 탕후루랑…”
헬리가 온갖 디저트들을 말하며,입맛을 다신다.
하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단 게 땡기긴 하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난 밥보단 디저트라는 말은 반대다.
한국인은 밥심이지.
아무튼, 잔뜩 신난 헬리와 함께 도착한 식당.
남궁수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야끼소바&볶음밥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었다.
어쩐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잔뜩 풍기는 가게의 인테리어.
식당 안에 들어서니,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남궁수가 우릴 향해 손을 버쩍 들고 외친다.
“이쪽이요!”
어…
그리고 그녀를 보는 순간.
못 알아볼 뻔 했다.
“와.”
옆에서 작게 헬리의 감탄소리가 들렸다.
평소엔 낮은 채도의 티셔츠나, 얉은 맨투맨. 그리고 아무렇게나 헤쳐서 푸들처럼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던 남궁수였는데.
오늘은 늘 보이던 다크서클도 어디갔는지 말끔했고, 얼굴의 반을 덮던 잠자리 안경도 벗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못 알아 볼 정도였지만, 의상도 평소와 달랐다.
분홍색 세미 와이드 팬츠에 블라우스.
그리고 어깨까지 내려오던 곱슬머리를 가슴 아래까지 쭉 피니, 마치 다른 사람처럼 화사하게 보였던 것이다.
“와, 오늘 편집자 님 빡세게 꾸미셨네요.”
“…꼭 그렇게 얘기해야 돼요?”
…그리고 그런 그녀의 변화를 헬리가 한 문장으로 표현해버렸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자마자 툭 던지듯 말하는 헬리.
남궁수가 삐진 듯 노려본다.
“칭찬이에요. 칭찬.”
“칭찬을 해도 꼭 그렇게 하시네.”
헬리와 남궁수가 만나자마자 투닥댄다.
두 사람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일텐데. 반가운 감정을 나누는 것도 참 제각각이다.
힐끔.
그런데, 남궁수 편집자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계속 나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헬리가 그 모습을 보고 내게 물었다.
“형은 어때? 편집자 님.”
“응? 아.”
남궁수를 이렇게 뚫어져라 보는 건 또 처음이네.
이전에는 얼굴을 보려고 하거나, 눈을 마주치기만 하면 머리카락에 얼굴을 숨겨버려서.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남궁수가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나랑 어색한 게 좀 가신 모양이네.’
하긴, 얼굴은 안 봐도, 연락하고 지낸 지는 몇 달이 다 되어가니까.
“오늘 예쁘네요. 편집자 님.”
“엇, 헉. 흑!”
하지만 그런 편집자가 곧바로 옛날로 돌아간다.
기묘한 소리를 내며 켁켁거리던 남궁수.
그녀가 다시 또 머리카락 안으로 얼굴을 숨겨버렸기 때문이다.
“쯧쯧.”
그래도 이번엔 금세 정신을 차린다.
남궁수를 보고 작게 혀를 차는 헬리를 봤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녀가 휙 눈을 가자미처럼 뜨고는 헬리를 쏘아본다.
“칭찬은 저렇게 하는 거예요. 작곡가 님.”
“아, 예.”
하지만…
헬리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메뉴판을 집어들뿐이었다.
.
.
.
“오늘 딱 헬리 작곡가 님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주문했던 음식이 나오고, 다들 한창 밥을 먹고 있을 쯤.
남궁수가 처음으로 얘기를 꺼냈다.
“저요?”
헬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본다.
“네. 최근에 바빠서 볼 일이 없었잖아요? 오늘 얘기하려고 했던 것 중에 헬리 작곡가 님과 관련된 게 있거든요.”
헬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얘기인데요? 유튜브 관련 얘기라면, 아직 세 번째 곡 안 올라갔을 텐데.”
헬리가 소바를 후루룩 먹으며 묻는다.
남궁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시작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프로젝트 컨텐츠를 하나 더 제작했으면 좋겠거든요.”
“프로젝트 컨텐츠?”
나도 듣지 못했던 거다.
“지금 저희가… 두 분이 함께 하는 안무 영상. 그리고 연우 안무가 님이 메인으로 하는 브이로그. 이렇게 두개 있잖아요?”
“브이로그 그게 왜 연우가 메인이야? 1화엔 나도 절반 나왔잖아.”
“그 컨텐츠는 얼굴이 다 하는 거라서, 연우 안무가 님이 메인 맞아요.”
남궁수가 쌀쌀하게 느껴질 말투로 헬리의 말을 잘라낸다.
…단호하네.
“아무튼 말을 이어서 하자면, 작곡가 님의 노래에 관한 컨텐츠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노래?”
“네. 일단 이 생각을 왜 하게 됐냐면, 첫 번째 브이로그 영상 때문인데요…”
남궁수가 유튜브를 들어가, 어느새 20만 조회수가 넘어가고 있는 브이로그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댓글.
“여기 댓글에, 사람들이 브이로그에서 나온 곡이랑 안무. 언제 공개 되냐고 말이 엄청 많거든요.”
대부분의 댓글들이 내 얼굴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은, ‘바다와 갈매기 음원 발매 존버’ 라는 댓글들을 달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귀를 사로잡을만한 매력적인 노래였기 때문이다.
“진짜네…”
헬리는 그동안 하울 보이즈의 작업에 매진하느라, 유튜브를 확인할 시간도 없던 모양이었다.
남궁수가 이어서 말했다.
“여기서 최연우 안무가님이 했던 건 최대한 빨리 편집해서, 3부작 중 두 번째 영상으로 업로드가 됐거든요. 근데… 헬리 님은 딱히 이 노래로 작업 안 했잖아요?”
“다른 거 하느라 바빴지.”
애초에, 업로드를 하려고 만든 노래도 아니었다.
그냥 브이로그 찍는다길래, 작업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그 당시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을 음악으로 만들었을 뿐.
그런데 남궁수는 그런 헬리의 곡들을 컨텐츠로 유튜브 공개를 하자고 하는 것 같았다.
“작곡가 님의 곡의 1절이나, 미리보기 느낌으로 공개를 하고. 나중에 그 곡들을 모아서 앨범을 발매하는 프로젝트. 어때요?”
“어… 그게 가능할까?”
남궁수는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저희 채널은 꾸준히 성장할 거예요. 왜? 제가 있으니까.”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궁수.
그러고는 헬리를 설득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헬리 님도 아무런 홍보 없이 노래 작업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지 않겠어요?
저희 채널 이름이 H&C Gallery잖아요. H가 헬리인데, 작곡가 님이 메인으로 하는 것도 하나 있어야죠.”
쉴 새 없는 남궁수의 말에 헬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마지막 말에 번쩍 눈을 떴다.
“맞아. 이 녀석 말고, 내가 메인인 것도 하나 있어야지!”
…왜 갑자기 나한테 경쟁의식을 불태우는 거야?
아무튼 남궁수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헬리를 필두로 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 이제 오늘 하기로 한 촬영 하러 가 봅시다!”
덜컹.
밥을 다 먹었고 얘기가 끝나자, 남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촬영?”
아 맞다.
헬리에게는 그냥 홍대에 놀러 오자는 말만 했지, 오늘 뭘 하는지 얘기를 안 했구나.
“오늘 브이로그 2편 찍을 거야.”
“뭐야, 난 놀러 왔는데?”
헬리가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어, 너는 그냥 홍대 놀이터 구경한다고 생각하면 돼.”
“…뭐. 이번엔 작곡 같은 거 안 해도 돼?”
“응.”
그런데 그렇게 말하자 또 실망한 눈치다.
이 녀석도 보통이 아닌 관종이네.
“그럼 촬영이 뭔데?”
“그건…”
“그건 직접 가서 봅시다!”
남궁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대답을 끊었다.
헬리를 궁금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뭔데? 뭔데?”
되묻는 헬리에게도, 남궁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나도 그런 그녀의 장난에 동참해주기로 했다.
xxx
홍대라니.
N-net 방송국처럼, 회귀 전에 못 가봤던 장소를 가는 건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
갈 수 있지만 화상 때문에 못 갔던 장소를 오니, 느낌이 다르다.
감회가 새롭다고나 할까.
기타 하나만을 들고 와, 한쪽 계단에 앉아 작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
앰프를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끌어들이며, 흥이 넘치게 랩을 뱉어대는 사람…
흔히들 홍대 버스킹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었다.
특히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고 버스커들도 많았다.
“오오.”
우리들의 촬영이 무엇이든 간에.
본인은 본인의 힐링에 치중한다고 선언을 한 헬리.
그도 신이 나서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길거리 캐스팅 같은 썰 들어보면, 프로듀서나 작곡가들이 딱 버스커들 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 골라서 ‘내 곡 부를래?’ 하던데.”
뭔가 버스킹에 대한 미묘한 기대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본인이 즐거워하니까 상관없나?
한편, 홍대 길거리에 나오고 나서부터 남궁수는 카메라를 들고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헬리는 그것만 보고도 브이로그 촬영인 것을 예상했고 말이다.
버스킹의 중심지로 걸어갔다.
조금씩 어쿠스틱한 소리들이 줄어들고, 왁자지껄한 사운드가 더 들려올 때 쯤.
“오늘, 홍대에서 꾸준히 열리는 댄스 경연대회? 그런 게 있다고 해서, 한 번 참가를 해 보러 나왔습니다.”
남궁수가 말해준 것들을 어색하게 말했다.
아직 카메라에 대고 혼잣말 하는 게 익숙하지가 않았다.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일기를 쓰는 기분이랄까.
작은 콜로세움 같은 공간.
이미 몇몇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역시, 노래나 랩을 하는 것 보다 공간이 많이 필요해서 그런지.
화려해보이면서도, 관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 중, 한 쪽에 서 있는 사람.
이 버스킹을 주최한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가, 주변을 휘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
그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에 띄게 놀란다.
입을 뻥긋뻥긋하는 게, 뭔가 말 하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어…”
남궁수도 그런 그를 본 모양이었다.
멍하니 춤을 추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는 헬리는 두고.
남궁수와 함께 그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를 알아본 것도 그렇고.
아는 사이인가?
가장 눈에 띄는 건, 그가 머리에 매고 있는 헤어밴드였다.
연한 연녹색의 헤어밴드인데, 거기 써져있는 문양이 굉장히 특이하다.
본인이 커스텀해서 만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잘생겼다…”
헤어밴드를 끼고 있는 그 남자는 굉장히 잘생긴 사람이었다.
옆에서 남궁수의 감탄이 들려온다.
“어, 저 사람 최연우 아니야?”
그 순간.
그 남자의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나를 알아보고는 말해왔다.
역시 나를 알고 있구나.
그래서 멀리서도 나를 알아본 듯 했다.
“제, 제가 가서 오늘 촬영에 대해서 물어볼까요?”
“아뇨. 제가 갈게요.”
“아.”
가까이 걸어가니, 이제야 확실히 얼굴이 보인다.
‘…기억이 잘 나는 건 아닌데.’
잘생긴 얼굴. 그리고 특이한 문양의 헤어밴드.
분명 본 것 같으면서도 누구인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그가 먼저 아는 척 해왔다.
“최연우 씨. 저 알아 보시겠어요?”
그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최근에 있었던 댄스 대회. 결승에서 우리 만났었는데. 벌써 몇 달 이 지난 거라. 기억을 못 하시려나…?”
아.
기억났다.
Free Plus 오디션을 보기 전.
그러니까, 화재가 일어나기 전인 23살의 내가 나갔던 댄스대회.
거기서 난 준우승을 했었고.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 댄서가 바로 이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 기억나요!”
“서성욱입니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실 것 같아서.”
그가 소탈하게 말하며 손을 민다.
꾸욱.
어라.
그의 손을 마주잡으니, 손아귀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처럼 강하게 내 손을 부여잡는 서성욱.
경쟁의식을 불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속마음은 전혀 모른 채.
남궁수는 연신 ‘잘생겼다’ 라는 말만 반복하며, 나와 서성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지만 말이다.
툭.
쥐고 있던 손을 놓은 뒤.
서성욱이 자신을 소개하며 도발하듯 말해왔다.
“그때는 제가 이겨서 우승. 최연우 씨는 준우승이었잖아요. 어때요, 오늘 여기서 댄스 배틀 대회 여는데, 출연해 보실래요?”
…잘 됐네.
안 그래도 그걸 말하려고 온 거였는데.
홍대 버스킹 장소에서 현직 댄서가 춤을 춘다면… 이라는 컨셉의 브이로그.
그 영상의 재미를 한껏 올려줄 이벤트 매치가 될 것 같았다.
“그 때의 우승이 요행이 아니란 걸 보여줄게요.”
서성욱이 자신 있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물론, 난 질 생각이 없었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