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6
6.
+++++++
이 사람 내정자잖아요!
…라는 말을 김세진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첫 오디션 곡으로 준비해온 창작안무.
그리고 두 번째로 암기해온 춤인 Sleeping 안무까지.
틀리지도 않았고, 나름 만족스럽게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이런 의미 없는 오디션 왜 하는 겁니까?”
김세진이 갑자기 무대의 중앙으로 뛰쳐나왔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으로 심사위원들을 비롯한, 오디션장에 있는 모든 관계자가 김세진을 쳐다봤다.
그들의 표정은 다들 비슷비슷해 보였다.
화가 난다기 보단, 어이없다는 표정.
“…”
“…”
잠시간의 공백이 오디션 장에 흘렀다.
‘얘 왜 이래?’
나 역시 갑작스러운 김세진의 급발진에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의 합격자였을 김세진.
내가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오디션을 포기했던 입장이었으니,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김세진에 대한 소식은 몇 번, 소문으로 들은 게 전부였다.
Free Plus가 뜬금없이 걸그룹의 안무를 맡았다더라.
그래서인지, 오디션의 합격자는 걸리쉬 댄스를 준비해 온 댄서가 되었다더라… 하는 소식 정도?
그것에 대한 것도, 내정자라기보다는 김세진이란 댄서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우연히 걸그룹 안무를 준비해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오늘.
대기실에서 마주친 김세진의 행동들을 보고, 그 생각은 바뀌었지만 말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준비해 온 안무를 보고 비웃던 모습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의심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그런 과거의 사건을 알고 있는 나이기에, 더더욱 이 상황이 어이없었다.
“허, 허허.”
침묵을 깬 것은 한결이었다.
그가 헛웃음과 함께 되물었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내정자가 아니더라도, 이상한 건 틀림없어요. 이 사람.”
김세진이 말을 쏟아낸다.
“적어도 이번 오디션에서 특정 장르의 춤을 추면 가산점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어째 내가 김세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김세진이 나에게 하고 있네. 세상 참.
“…어떻게요?”
한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와 김세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까부터 느꼈는데, 저 사람은 참 표정이 솔직한 사람이네.
걸리쉬 댄스를 춘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반겼던 것도 그렇고.
지금 이 모습도 그렇고.
딱 봐도 다음 걸그룹 안무 담당은 저 사람인 것 같았다.
김세진이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이 사람. 두 달 전 대회에 출전해서 준우승 했던 댄서에요. 그리고 그 대회에서는 한 번도 걸리쉬 댄스를 추지 않았다구요.”
임성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김세진의 말에 집중했다.
“잠깐만요.”
반면 한결이 그의 말을 끊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오디션 전에 분명 임성준 팀장님이 말했잖아요. 이 곳은 경연 대회가 아니라 오디션장입니다. 두 개는 비교 대상이 아니에요”
“아뇨. 비교할 수 있어요. 저 참가자는 분명 준비해 온 춤은 처음 췄죠. 하울 보이즈의 「강자」. 그런데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잖아요?”
한결이 곰곰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심사위원님이면 그 때 어떤 춤을 추겠습니까? 당연히 제일 자신 있는 춤을 추지 않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갑자기 왜 걸그룹 안무를 추냐는 겁니다.”
“걸그룹 안무가 자신이 있으니까?”
“그게 자신이 있었으면 대회 때 췄겠죠!”
김세진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탕탕 쳤다.
“하하, 잠시만요.”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임성준이 그제서야 말을 꺼낸다.
“그러니까 최연우 씨가 그걸 알고, 일부러 준비해 왔다. 흥미로운 생각이네요.
그런데 그 전에. 세진 씨는 어떻게 저희 오디션에서 ‘걸리쉬 댄스를 추면 가산점을 준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나요?”
오디션에서 원하는 댄서가 있다는 것.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원하는 댄서가 없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보통 안무팀은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서 댄서들을 영입하거나, 춤을 보고 스카웃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오디션을 한다는 건, 예상치도 못한 신선한 댄서를 발굴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김세진의 행동은, 이번 오디션은 분명 Free Plus가 원하는 댄서가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확신을 한 게 아니라, 추측했을 뿐입니다.”
김세진이 잡아뗐다.
“저 심사위원이 최연우 참가자가 ‘걸리쉬 댄스’를 추는 걸 보고 대놓고 기뻐하는데. 어떻게 눈치를 못 챕니까?”
“확신이 아니라 추측인데, 갑자기 오디션 도중에 끼어들어서 ‘내정자’라고 소리친 겁니까?”
임성준이 힐끔 김세진을 쳐다봤고,
“그, 그건…”
김세진은 흠칫 몸을 굳으며 임성준의 시선을 피했다.
“뭐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고.”
팔랑팔랑.
임성준은 그의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지,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오늘 오디션으로 준비해온 곡이 걸리쉬 댄스네요?”
“…그렇습니다.”
역시 내가 아는 것처럼, 이번 오디션에 그는 걸리쉬 댄스를 추려 했던 모양이다.
“저희가 가산점을 주는 장르라고 알고 준비해 온 겁니까?”
“…그냥 제가 자신이 있는 댄스를 준비해 온 겁니다.”
“그런데 그 장르가 저희 안무팀이랑 전혀 관계가 없는 장르네요?”
“…네.”
“후우… 아쉽게 됐네요.”
임성준이 서류를 덮으며, 연민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김세진 씨의 생각과는 달리 이번 오디션에 가산점을 주는 장르란 건 없습니다.”
“???”
김세진이 눈에 띄게 당황한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나요? 왜요?”
꾹-.
김세진이 입술을 깨문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저 심사위원은 어째서 그렇게 기뻐했던 겁니까?”
그가 한결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확실히 저희 안무팀에서 필요로 하는 팀원이 있고, 그걸 누군가 티를 냈을 순 있지만…”
임성준이 흘깃 한결을 쳐다보자.
그 누구보다 티를 냈던 그가 흠칫 움츠려들었다.
“그건 이번 오디션의 당락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모두 김세진 씨 오해란 말입니다.”
임성준의 말에.
김세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럼 이제 김세진 씨의 행동이 저희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상상이 됩니까?”
“…”
“혼자 오해해서, 오디션 중간에 끼어들어서 다른 사람을 폄하하고 깽판을 친 겁니다. 아시겠어요?”
“…거짓말.”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임성준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번에 걸그룹 안무를 맡게 되었는데, 춤에 익숙한 댄서가 없어 어려워 한다는 거… 다 알고 있다고!”
그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제가 이번 일. 반드시 공론화 시킬 겁니다. 불공정 오디션으로, 이쪽 업계에…!”
김세진은 숫제 협박처럼 말을 꺼내고 있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합쳐져,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임성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휴우. 김세진 씨. 제가 한 말 중 거짓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끝까지 그렇게 거짓말을…”
으르렁 대는 김세진.
“김세진 씨.”
그리고 그의 대화를 끊은 것은 바로 나였다.
김세진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임성준을 볼 때와는 또다시 다른 모습으로 번쩍 나를 돌아봤다.
어우, 살벌한 표정이네.
욕지거리라도 내뱉을 것 같다.
씨익.
하지만 나는 여유로웠다.
그가 어떤 상황인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쫄 필요가 없지.
“그러니까 김세진 씨는 걸리쉬 댄스를 준비해오기만 하면 합격하는 줄 알았나봐요?”
반은 확신이었다.
그러지 않는 이상, ‘내정자다!’라며 당당하게 지금 나설 수 없었을 테니까.
마치 치트키처럼.
추기만 하면 합격하는 줄 알았겠지.
“그래. 그리고 분명 안무팀에서 필요로 하는 팀원이 있다고 인정했잖아!”
“그 뒤의 말은 기억나지 않습니까?”
임성준은 말했다.
걸그룹 안무를 맡은 것도 맞고, 해당 장르의 댄서를 구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들은 당락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제가 보기에, 그 걸리쉬 안무를 담당한 안무가는 저 심사위원.”
한결을 가리키자, 그가 흠칫한다.
“하지만 오늘 오디션의 당락을 결정짓는 건 임성준 안무가.”
뒤이어 임성준을 가리켰다.
“한결 심사위원한테 아무리 사랑받아봤자, 결국 임성준 심사위원에 마음에 안 들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세진이 말을 잇지 못했다.
뚜욱-. 하고 고개를 떨어뜨린다.
“아쉽네요.”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걸리쉬 댄스를 장점으로 추는 당신이 오디션에 합격했으면, 분명 Free Plus에 도움이 됐을 텐데.”
“무슨…”
그가 의아하게 나를 올려다본다.
물론.
칭찬을 하려고 말한 게 아니다.
“물론 제가 있어서 합격할 수가 없겠지만.”
재수 없는 녀석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에 자랑 한 번 해봤더니.
이미 기운이 쭉 빠져버린 녀석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놀리는 재미도 없네.
그가 가만히 서서 오디션장을 휘휘 둘러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심사위원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봤다.
무표정한 얼굴로 김세진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들.
그 침묵 속에서, 그가 이내 터벅터벅, 오디션 장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
그런 그의 뒷모습을, 모두가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
.
.
김세진이 나가고 난 후.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탓에,
뒤에 있는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시간이 조금 딜레이되고 있다고 알리는 사이.
몇 년에 한 번 겪어볼만한 스펙타클한 사건에, 오디션 장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 한결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뭐, 사실 다 지어낸 얘기긴 했지만, 전 나름 그럴 듯하다고 느꼈거든요. 김세진의 말.”
그럴듯하다라…
그렇게만 말 하니,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김세진이 떠든 말이 워낙 많아야지.
“어떤 말이요?”
“대회 때도 안 춘 걸리쉬 댄스를 따로 준비해 왔다는 거…”
그의 목소리가 한껏 조심스러웠다.
“어떻게 안 지는 모르겠지만, 김세진은 저희가 걸리쉬 댄서가 부족한 걸 알고 있었잖아요.”
“그렇죠.”
“…최연우 씨는 정말 몰랐습니까?”
그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내가 답할 말은, 당연히 하나밖에 없었다.
“몰랐어요.”
미래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말 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