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62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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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브이로그 영상의 길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길었다.
영상의 메인은 서성욱과 나의 댄스 배틀이었지만, 시작은 우리가 식당에서 나오는 부분부터였다.
‘브이로그라는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건가?’
하긴, 브이로그 2편이라고 올라왔는데,
뜬금없이 댄스 배틀 영상부터 시작되는 것 같긴 하다.
영상에선 헬리와 내가 수다를 떠는 모습이나, 홍대 주변의 일상적인 버스킹 풍경들이 담겼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과정까지.
그런데…
“이게…”
한창 영상을 보던 와중,
헬리가 영상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하며 눈을 감는다.
헬리가 관객석 사이에 섞여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편집되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올 때마다 장난스러운 BGM이 깔리고는, 커다란 자막으로 ‘버스킹을 한껏 즐기는 헬리’ 라고 적혀있기까지 했다.
‘일부러 넣었네.’
편집자가 일부러 넣은 게 틀림없었다.
나는 큭큭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남궁수, 다음에 보기만 해 봐라. 자기가 정신 못 차리는 장면은 쏙 뺐네.”
“응?”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헬리의 말.
그런데 순간 그의 말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남궁수가 정신을 못 차리는 장면이라니?
물어봤더니, 헬리가 오히려 내게 놀라서 말하는 것이었다.
“몰랐어? 댄스 배틀 하는 내내 서성욱 댄서한테 정신 팔려가지고… 쟤 완전 극한의 얼빠잖아.”
“…얼빠?”
“어, 잘 생긴 사람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
그러고보니, 서성욱을 보던 표정이 어딘가 익숙한 표정이긴 했다.
그 몽롱한 표정.
생각해보니, 나를 처음 봤을 때 카페에서 그녀가 지었던 표정과 똑같은 것 같은데…
“그런 거야?”
“저거 봐, 저거. 잘 생긴 사람 나온다고 편집에 공 들인 거.”
…원래라면 무시했을 말인데.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프레임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
“뭔데?”
“내가 저번 달에 한창 하울 보이즈 노래 작업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궁수한테서 연락이 온 거야.”
두 사람이 연락을?
헬리가 하울 보이즈 작업을 할 때는 딱히 유튜브로 연락할 일이 없었을 텐데…
흥미진진하게 그의 얘기를 들었다.
“근데 갑자기 나한테 하울 보이즈를 자기가 실제로 한 번만 만날 수 있냐고 묻더라.”
“…와우. 그래서 어떻게 했어?”
“어떻게 하긴. 그 때는 나도 재현이 밖에 못 봤을 때인데. 기각했지. 지금은 좀 친해져서, 만나려면 만날 순 있긴 한데…”
헬리가 고개를 저으며 작게 말했다.
“어차피 얼굴 보는 금사빠 녀석. 누구 좋으라고 만나게 시켜줘?”
“…하하.”
가끔 보면 헬리와 남궁수는 현실 남매같은 느낌이 들었다.
맨날 보기만 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였으니.
“아무튼, 영상이나 마저 보자.”
남궁수가 잘 생긴 사람 좋아한다는 거야,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다음에 실제로 보면 놀려주기나 해야지.
그렇게 나는 멈춰있던 영상을 재생시켰다.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브이로그.
함께 춤을 추고, 지쳐 쓰려져 있는 성욱에게 내가 다가서는 모습.
[저랑 같이 영상 하나 만들어 볼래요?]내가 내뱉은 말에 서성욱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좋아요.]그 말과 함께,
화면이 픽 검정색으로 변했다.
“어, 뭐야?”
헬리의 놀란 목소리.
영상엔 기대감을 조성하는 BGM과 함께 흰 글자로 자막이 떠올랐다.
시종일관 나와 서성욱의 대결 구도로 보이던 영상의 흐름과, 멋지게 마무리 된 댄스 배틀.
그리고 그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한 곡의 무대에 기대감을 주는 연출이었다.
[와 두 사람이 이번엔 힘을 합쳐서 영상을 만든다고?] [완전 기대돼요!] [채널 컨텐츠 대박 ㅋㅋㅋ]덕분에 댓글엔 최연우와 서성욱의 실력에 대한 감탄과 함께, 다음 화를 기대한다는 내용들도 잔뜩 달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영상이 잘 나와서.”
역시 남궁수의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하네.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는데, 헬리가 내게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넌 왜 서성욱 댄서랑 다음 안무 같이 추기로 한 거야? 다른 댄서들도 있었을 거 아냐.”
“…하고 싶은 댄서가 있긴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한 명 있었다.
듀오 댄서로, 「우정」을 추고 싶던 사람.
해브잇의 메인 댄서인 이결.
“그 사람이 내 유튜브에 촬영할 수가 없는 여건이어서. 서성욱 댄서면 더할나위 없지.”
하지만 아이돌 연습생을 데리고 내 유튜브 촬영을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러고보니, 해브잇과 관련된 것도 이제 준비를 해야 했다.
‘이결과 함께 만든 데뷔곡 안무는 끝이 보이는데…’
함께 무대에 올라 갈 댄서들이 없었다.
이제 슬슬 구해야 할 텐데.
보통은 댄서들이 안무를 먼저 익히는데,
이번에는 내가 해브잇의 댄스 트레이너를 맡은 바람에, 아이돌과 댄서들이 동시에 안무를 익히게 될 것 같았다.
‘어디, 내가 팀을 꾸리려면…’
역시, 팀원들에게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Free Plus.
“오랜만이네.”
MW엔터를 찾아가 봐야겠네.
xxx
커렌트 엔터테인먼트.
안무실.
“하아…”
춤을 연습하다가 맞이한 꿀 맛 같은 휴식.
해브잇의 멤버이자 리더, 희민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어려운 사정답게 안무실은 굉장히 단출했다.
스피커와 거울, 그리고 좁기만 공간…
그 좁은 공간에 가득찬 열기 때문에 멤버들은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형, 에어컨 킬까?”
“아니. 땀 빼서 다이어트 해야지.”
현우가 슬쩍 미끼를 던지듯 말했지만, 희민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곧 데뷔잖아.”
그는 멤버들을 리더로서 이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희민은 멤버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갔다는 것을 크게 반성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멤버들이 스스로 약해질 때면, 리더인 멤버들을 케어해야하는데…
본인이 앞장서서 편의점을 이끌고 갔다는 게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 정도까지 해야 해?”
“그럼! 최연우 쌤이 그랬잖아. 데뷔조면 데뷔조답게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응… 그렇지!”
약한 소리를 하던 현우가 최연우의 얘기가 나오자 금세 마음을 다잡는다.
사실 오늘 연습부터, 그들의 다이어트까지.
관리는 매니저, 서원에게서 받고는 있으나 강제성이 심하지는 않았다.
매니저는 데뷔를 앞두고 워낙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먹으려면 먹을 수 있다는 소리였지만, 그들은 하나 둘. 점점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가고 있었다.
“최 안무가 님이 없었으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그러게. 우리 이번에 또 편의점 가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하하. 그것도 그렇고.”
현우의 말에 피식 웃으며 희민이 말했다.
“아직까지 안무가를 못 구했겠지…?”
며칠 전, 희민과 멤버들은 모두 보고 있었다.
작곡가인 Laky가 자신의 곡을 회사에게 주지 않는다고 했을 때.
최연우가 자신이 안무를 담당할 테니, 그 곡을 해브잇의 데뷔 타이틀 곡으로 확답받는 것을.
“만약 그 때 최 쌤이 춤을 맡아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
“…”
멤버들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들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우리 데뷔 못했겠지…?”
지금껏 다른 것 없이 데뷔만을 보고 달려왔는데, 만약 무산이 됐다면.
그때의 자신은 어떤 상태였을까.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 중요한 건 무산될 뻔 한거지, 무산된 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배고파도 한 끼 참고, 더워도 에어컨을 참으면서!
♪♬♬♩♩
그렇게 멤버들이 마음을 다잡는 동안.
갑자기 부드러운 선율과 함께, 한 곡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 뭐야?”
그들의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노래였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게 아닌, 한 사람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내가 튼 거야.”
이결이 재생한 노래였다.
“어, 이 노래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노래야?”
“이거, 최연우 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안무. 두 번째 곡 「방황」이야.”
“아아. 거기서 들은 거였구나. 와 딱 들었을 때 좋은 것 같더라니. 역시 노래 진짜 좋다.”
“응. 분명 같이 하는 작곡가. 헬리 님? 그 분도 엄청 유명한 작곡가겠지.”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리듬을 탄다.
그 동안, 이결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희민이 놀라서 물었다.
“와, 너 연습했어?”
“네. 저 최 안무가님이 올린 안무는 전부 따라 연습하고 있어요.”
이결이 잠깐 멈춰서서는 답했다.
“그리고, 이 안무 요즘 춤꾼들 사이에서 좀 핫하더라구요.”
“핫 해?”
이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래를 잠깐 멈추고 다른 영상을 틀었다.
그 영상은…
“댄스 커버가 유행이라구?”
「방황」을 커버한, 다른 댄서들의 영상이었다.
“네. 근데, 그냥 춤을 잘 추는 사람만 영상을 찍는 게 아니라서 재밌어요.”
“???”
희민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노래의 안무를 보면 최연우 쌤이 추는 춤은 난이도가 높은데, 이 서태승이라는 듀오 댄서의 안무는 난이도가 굉장히 낮잖아요?”
“응.”
한 눈에 보기에도 그건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서태승이라는 댄서는 동선부터 별로 없었고.
그를 최연우가 빙글빙글 돌며 구성되어있는 안무였으니까.
“그 말을 다른 말로 하면, 이 서태승 역할은 일반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죠.”
“아…”
희민이 곧바로 이결의 말을 이해했다.
“최연우의 안무를 소화할 댄서들이, 춤을 잘 못추는 자기 애인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영상을 찍는 걸 올리는 게 유행이에요.”
“와, 신선하긴 하다. 춤을 잘 못추는 사람도 함께 댄스 커버를 찍어 올리다니.”
멤버들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실제로도, 댄서들은 자신의 애인, 친구, 등등의 듀오 댄서와 함께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최 안무가 님은 이런 사람들의 커버 유행을 예상했을까요…?”
“…에이.”
설마.
그런 유행을 예상하긴 힘들었다고 생각하는 희민이었지만…
“예상한 것 같아요.”
이결은 단호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희민이 다시 한 번 최연우의 영상을 바라봤다.
…진짜인가?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안배해놓은 서태승의 동작들.
그리고 그 쉬운 안무랑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최연우의 동작.
“그렇지 않으면 서태승이란 댄서 말고 실력이 뛰어난 댄서를 썼을 테니까요.”
“창의적이네.”
“…역시. 최 쌤은 단순히 춤만 잘 추는 사람이 아니네요.”
멤버들은 그런 최연우의 영상에 감탄했다.
그는 단순한 댄서나 춤 트레이너가 아니라…
유명한 ‘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한, 능력있는 안무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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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 엔터테인먼트.
‘사옥은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오는 것 같네.’
마지막으로 찾아온 게… 한 달 도 넘었나?
프로듀스 101의 파이널 무대, 「Blusher」를 춘 뒤로는 찾아올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유튜브 촬영과 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안무를 맡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으니까.
“댄서들도 오랜만에 보네.”
오랜만에 댄서들을 볼 생각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자취하다가 한 달만에 집에 들어가, 가족 들을 보러 가는 것 같달까.
“어!”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회사로 향하는 길.
앞서서 걸어가는 여자가 보였다.
모자부터 걸음걸이까지, 어딘가 익숙한 뒷모습.
“선아야!”
오랜만에 봐서, 순간 반가운 마음에 그녀를 불렀다.
놀라서 뒤돌아보는 여자.
‘선아 맞네.’
역시 내가 아는 Free Plus의 막내 선아가 맞았다.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휙!
이어지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나를 분명 본 것 같은데.
왜 못 본 척 무시하는 거지?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