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63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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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를 못 본건가?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아가 나를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했거나.
타다닥!
선아의 발걸음을 따라잡았다.
아니면…
내가 안 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흠칫.
그녀의 가까이에 와서, 아는 척을 하려는데 괜히 긴장이 된다. 딱히 선아한테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크흠.”
슬쩍 헛기침을 하고, 선아에게 인기척을 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걸어가는 데도, 선아가 마치 로봇처럼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것이다.
…뭔가 이상한데?
저 멀리서 보고 모른 척 하는 것 정도는 이해하는데.
바로 옆에 있는데, 얘 왜 이러는 거야?
“야야, 최선아.”
“…어, 어? 어. 형 오랜만이야.”
턱.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니, 그제야 그녀가 나를 향해 돌아봤다.
그런데 그 행동도 이상하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삐걱거리는 고장 난 장난감 같았다.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도 이 정도로 어색하진 않았을 거다.
“…”
“…”
그녀가 아무런 설명 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대화 없이 걸어가기만 하는데도, 어색함에 숨이 막힐 것 같다.
우뚝-.
그러기를 얼마.
선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나를 향해 돌아봤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
“뭐가?”
“봤는데 모른 척 해서…”
이윽고, 선아가 사과를 하며 고개를 푹이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뭐, 그건 상관없는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제야 내가 아는 모습으로 돌아온 선아. 그녀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답했다.
“요즘 Free Plus 안무실 가기가 싫어. 댄서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다들 안 좋고.”
“…왜?”
선아가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혹시?
“나 때문에?”
“히히, 사실 형 때문이라고 하긴 그렇고.”
하지만 선아가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냥 요즘 형이 너무 유명하니까. 괜히 연예인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 헛소리야.”
“요새 바빠서 볼 일이 없으니, 조금 어색한 것도 있긴 했는데… 사실 요즘 임성준 팀장님 때문에 안무팀의 분위기가 이상해.”
“…임성준 팀장님 때문에?”
선아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형처럼 임 팀장님도 엄청 바빠졌거든.”
이번 프로듀스 101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뀐 것이야, 나는 미리 알고 있던 것이었다.
나 역시도 출연자 중 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메인 출연자라고 하기엔 비중이 많지 않았다.
연습생들과 부대끼고, 매 평가마다 레슨을 도와준 트레이너들.
임성준과 방수연 트레이너.
그들은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었다.
“그건 나도 알긴 해. 엄청 바쁘잖아.”
“예능 토크쇼에도 나가고, 인터뷰도 하고…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지.”
임성준의 행보는 내가 아는 대로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내가 유명세를 탄 것도 임성준의 위치에 영향을 미쳤다.
– 최연우가 속해있는 팀의 팀장.
이라는 말도 함께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 인지도로만 따지면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안무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야?”
“임 팀장님이… 본업에 소홀해졌어.”
“…”
“안무가라는 직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 좋은 일이긴 한데. 댄서들 사이에서는 점점 불만이 나오고 있는 중이야.”
“안무를 맡지 않으니까…?”
선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대단한 Free Plus의 팀장님이 곡을 안 맡으니, 댄서들은 백수가 될 수밖에.”
팀 Free Plus에 들어오는 곡을 담당한 안무가는 없고.
댄서들은 많은 상황.
“형은 단독으로 다른 회사에서 안무를 맡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으니, 다른 팀원들이 부러워 하는거지.”
“그래서 너도 모른 척 한 거고?”
“그건 그냥 장난이고.”
선아가 피식 웃으며 답한다.
장난 아닌 것 같긴 했는데, 아무튼.
선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댄서란 직업이 춤에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수입이 일정하지 못하니까.
심지어 안무는 팀에 속속들이 들어오는데, 팀장이 안 맡아서 쉬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지.
‘그러면 좀 다행인가?’
오늘 해브잇의 안무를 함께 할 댄서를 부탁하러 왔는데.
일이 없다면, 사람을 구하긴 어렵지 않으려나.
도착한 MW엔터의 입구.
“나는 잠깐, 커피 좀 사올게.”
선아가 자리를 피하듯 내게서 떨어졌다
“같이 사러 가자.”
“아냐. 내가 사 줄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는 선아.
뭐, 다른 곳에 들릴 일도 있어서 그런 건가?
나는 혼자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
.
.
오랜만에 찾은 MW엔터테인먼트의 사옥.
“어, 최 안무가 님!”
“오랜만이에요~.”
자연스럽게 입구에 들어서니, 나를 반기며 인사를 건네 오는 사람이 있었다.
조금은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리셉셔니스트, 윤주였다.
“아, 이거!”
그런데,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그녀가 손을 탁, 탁, 털더니 빙글 돌며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선다.
아주 단순한 댄스 동작.
“하하, 춤 추셨어요?”
“네. 이거 제 친구가 춤 좋아한다고, 같이 췄거든요.”
그 동작은 내가 유튜브에 올린 「방황」중 한 안무였다.
윤주 같은 춤에 연관이 없던 사람도 유행따라 췄다고 하니, 처음 예상했던 방향으로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네.
SNS에서 자신이 하는 걸 유행처럼 인증을 하는 ‘댄스 챌린지.’
물론 내 춤은 아직까지 전국적인 규모로 발전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내 안무를 따라 출 댄서가 있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점점 ‘챌린지 문화’가 보편화되면, 동작을 더더욱 간단하게 하는 댄스 챌린지들이 생겨나겠지.
‘그 댄스 챌린지의 시작으로만 기억 되도 나쁘진 않아.’
그 오리지널리티로 이름이 언급되기만 해도 충분했다.
나는 전문 댄서니까. 홍보 목적으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담당 안무팀에서 홍보 방법을 물어본다면, ‘댄스 챌린지 어때요?’ 하고 슬쩍 언질 정도는 해주지 뭐.
“아, 맞다. 최 안무가 님이 오시면 전달해달라는 전언을 받은 게 있는데.”
“…?”
그런데 간단한 인사를 마친 윤주가 뜬금없는 말을 꺼내왔다.
“전달이요? 누가요?”
“아티스트 TF1팀 기획팀장님이요. 최 안무가 님 회사에 오시면, 꼭 한 번 기획팀으로 찾아와 달라고 하더라구요.”
“박 팀장님이?”
뭐야. 할 말이 있으면 개인 연락을 하면 될텐데. 왜 리셉셔니스트에게 전달을 남긴거지?
“음. 알겠어요.”
중요한 사안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
그럼 일단 안무실에 들어가기 전, 박 팀장님 먼저 찾아가봐야 할 것 같았다.
왜 나를 부른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해브잇과 관련해서 말할 것도 있고.’
그녀가 내게 트레이너를 추천한 것이 결국 내가 안무를 맡게 된 것으로 이어진거나 다름 없으니까.
띵!
윤주에게 인사를 남기고, 1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3층의 기획팀 회의실이었다.
xxx
“알고 있었죠.”
쪼로록.
작은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서 내게 건네는 박 팀장.
“그쪽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제가 신세를 진게 있어서. 안무가를 구하는 데 고생인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연우 씨를 추천해 준거죠.”
“역시, 그럴 것 같더라니.”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자 박 팀장이 어르고 달래듯 말한다.
“근데 결국 트레이너로 간 거지, 안무를 맡으러 간 건 아니었잖아요? 저도 기회만 마련해 준 거지, 직접 선택한 건 연우 씨잖아요.”
“…그래서 전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어요. 해브잇 애들이랑 작업하는 거 재밌거든요.”
“호호호! 듣던 중 다행인 소리네요. 연우 씨한테 미안한 게 좀 가시네.”
“그래도 좀 미안한 게 있으셨나봐요?”
“제 부탁 들어주신 거니까. 정확히는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이라고나 할까.”
그녀가 얄밉게 웃으며 내 맡은편에 앉는다.
“사실 연우 씨랑 이렇게 만나려고 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
“해브잇 때문이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젓는다.
“정확히는 해브잇보다는, 연우 씨가 담당하는 안무. 연우 씨도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보고 안무를 맡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
나는 과거 얼굴 없는 안무가의 시절에서도, 그래 본 기억이 없었다.
당시 업계에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이름이었지만, 회사에서 담당하는 노래. 내게 주어진 노래의 안무라면 가리지 않고 맡아서 했었다.
굳이 고를 필요가 없다고 느꼈으니까.
그런데, 박 팀장의 말은 그것과 달랐다.
“들어오는 안무를 거절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가수, 본인의 안무를 출 만한 가치가 있는 가수를 선별해야죠.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연우 씨는 댄서가 아니라 안무가잖아요?”
박 팀장의 말에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내 안무를 출 만한 가치가 있는 아티스트를 선별해서 선택한다…라.
“그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을까요.”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 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 노골적이어야 해요. 이 바닥은. 유명세가 곧 권력인 쇼-비즈니스 세상이라고.”
박 팀장이 곧바로 이어서 말한다.
“그러니까, 해브잇의 안무는 솔직히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잖아요?”
“…네.”
“그것대로, 하기 싫으면 거절도 할 수 있어야겠죠. 지금 연우 씨의 위치를 잘 생각해보세요.”
“…”
박 팀장이 슬쩍 웃으며 타 온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저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해 주시는 거예요?”
그런 박 팀장에게 물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왜 개인적으로 연락을 안 줬는지는 알 것 같았다.
정확히는 ‘용건’이 있는 게 아니라, ‘조언’을 하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왜 굳이 따로 윤주에게 연락을 남기기까지 했을까?
그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잘 생긴 최연우 안무가를 제가 많이 아끼거든요.”
“어…”
갑작스럽게 하는 말에 머리가 안 돌아간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갔다.
“저는 박 팀장님이 취향이 아닌데.”
“응? 깔깔깔! 그게 아니라~.”
그런 내 말에 그녀가 숨 넘어갈 듯 웃었다.
…부끄럽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박 팀장이 웃음을 뚝 그치고는 말하는 것이었다.
“많이 봐 왔거든. 갑작스럽게 인기가 상승하고, 위치가 바뀌면서 우울증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말이야.”
박 팀장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위치가 바뀌면, 예전과 같을 수는 없어. 바뀐 것에 적응을 해야지 과거처럼 돌아가려고 하지마. 그냥 그것만 알아두면 돼.”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박 팀장.
그녀가 쓰레기통에 커피를 마시던 종이컵을 구겨 던져넣는다.
“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상관은 없는데. 난 연우 씨랑 잘 지내고 싶네~”
그리고 할 말을 다했다는 듯 회의실을 나섰다.
바뀐 것에 적응을 해야 된다니.
‘난 딱히 바뀐 것 같진 않지만…’
그녀가 남긴 말이 기억에 콱 박힌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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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을 나온 나는 발걸음을 안무실로 옮겼다.
그런데…
“어, 연우.”
깜짝이야.
걸어가는 길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임성준이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를 보니 자연스럽게 선아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가 했던 말들.
그런 댄서들과는 반대로, 임성준은 굉장히 밝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뭐, 최근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을 테니 당연한건가?
“어디 가는 길이야?”
“저, 안무실에서 오랜만에 팀원들이랑 얘기할 게 있어서요.”
“아아. 그래.”
그가 함께 발걸음을 옮기며 따라왔다.
“지금 안무 하나 맡고 있다고 했지?”
“아, 네. 다른 회사에서 저한테 들어온 게 있어서요.”
“어딘데?”
“아마 모르실거예요. 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해브잇이라고. 신인입니다.”
“음… 그 활동은 언제 끝나고?”
“아마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러면, 그쯤에 안무 하나만 맡아야 겠는데.”
순간.
임성준이 나를 보며 말해왔다.
“저 안무 지금 맡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 안무가 끝나면 말이야.”
순간.
왜일까.
방금까지 들었던 박 팀장의 말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팀을 선택하라는 그 말. 그것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여기서 ‘내가 원하는 팀이면 맡겠다.’ 라고 했다간,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가만히 있고 싶진 않았다.
“그걸 그냥 임성준 안무가 님이 담당하시면 될 것 같은데…”
슬쩍 돌렸다.
임성준이 최근에 안무를 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으니까.
하지만 임성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네가 맡아주면 좋겠다고 따로 연락이 왔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Free Plus에 안무를 맡긴 게 아니라, 직접 나를 지목했다고?
일단은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임성준에게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어느 팀인데요?”
그러자 임성준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스프링컬러. 다음 앨범 타이틀 곡 안무가 들어왔다.”
스프링컬러?
“…어.”
그 순간.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것들이 한 순간에 불태워 사라졌다.
헛웃음이 나온다.
아, 내가 가진 입지를 생각하고 자시고…
“싫습니다.”
뇌를 거치지 않고.
이미 내 대답은 입 밖으로 터져나가고 있었다.
뭐가 됐든.
조가빈 안무는 안 만들거거든.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