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66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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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실에 홀연히 등장했다가 사라져버린 조가빈.
일이 이렇게 되니, 어째 진짜 서프라이즈는 프로원이 아니라 조가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태풍이 지나간 빈민촌처럼 너덜너덜해진 제작진들.
그들이 잠시 후 정신을 차리더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촬영을 위해 회의를 시작했다.
“이걸 조가빈을 편집하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그냥 일단 돗자리 펴죠?”
“일단 처음 들어왔을 때 장면은 살릴 수 있잖아요.”
다행히 프로원 멤버들이 안무실에 들어오고 난 후 조가빈이 오기까지에는 잠깐의 시간이 있었다.
작가가 중얼거리며 미리 안무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한 돗자리를 꺼낸다.
“인사 건네는 것까지만 하고 짧게 선생님 소개 장면을 컷편집해서 넣고, 음식 먹으면서 인터뷰하는 거 위주로 가자.”
갑작스러웠을 텐데.
그래도 일사분란하게 정리가 되네.
그러는 동안.
“혜정아.”
이혜정은 조가빈과 주혜린, 그들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서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서서 가볍게 이름을 불렀다.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원래 같은 회사 연습생 생활을 하면 혜린이랑 조가빈처럼 친해지나?”
단순히 생각하면 연습생들끼리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하면 친해질 수 있다고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두 사람은 HY엔터에서 데뷔하지 않고 다른 회사로 옮긴 상황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친해질 수 있는 거지?
“저 두 사람이 특별한 케이스이긴 하죠. 같은 소속사 연습생이라고 해도 이름만 아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내 의문에 동감한다는 듯이 이혜정이 말해왔다.
“그때 1군 연습생들 중 주혜린과 조가빈. 지금 리버티로 데뷔한 한세나. 이렇게 세 명은 유명했죠. 곧 데뷔 할 거라고.”
한세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아이돌이지만,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로 주목을 받아 확 인지도를 끌어올린 리버티의 인기 멤버였다.
“그런데 결국 리버티로 데뷔한 건 한세나 밖에 없잖아?”
하지만 여전히 혜정의 말에 의문이 남는다.
조가빈.
인정하긴 싫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하는 말이 있었다.
아이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무대매너까지. 부족한 게 없었으니까.
주혜린도 그런 조가빈 못지않게 매력과 실력을 겸비한 멤버였고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들이 HY라는 대형기획사에서 데뷔를 하지 못한 거지?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죠.”
그런 내 의문에 이혜정이 물끄러미 주혜린을 보고는 답한다.
“연우 쌤은 혜린이가 프로듀스 촬영 초반에 엄청 자신 없어했던 거 아시죠? 혜린이가 새벽에 안무실에서 쌤 만나서 자신감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됐다던데.”
아.
프로듀스 101 한창 촬영할 때, 새벽에 안무실에서 주혜린을 본 적은 있었다.
그때 주혜린은 내가 알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지.
그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었는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이혜정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대 전에, 박세연에게서 한세나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거든요. HY엔터에서 데뷔를 하지 않고 나온 것도, 한세나 때문이고.”
“…”
“그 때 혜린이랑 조가빈 님도 한세나한테 당한 게 많다고 들어서요… 그 때 조가빈 님이 혜린이를 많이 아껴줘서, 혜린이가 언니처럼 따른다고 알고 있어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조가빈 님 성격이 저렇게 변했다고… 아차차, 이건 못 들으신 걸로.”
자신의 말에 잠긴 채 말을 이어가던 이혜정이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괜히 밝은 척을 하며 나에게 휙 돌아본다.
“뭐,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겠네요. 자세한 얘기는 당사자에게 듣는 걸로?”
아직까지 궁금한 것은 많은데, 물어볼 수가 없네.
‘대체 한세나는 어떤 멤버길래, 주혜린이 얘기만 들어도 얼어붙을 정도인거지?’
하지만 이혜정은 정말로 끝이라는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말 할 생각이 없다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트라우마가 생길만큼 주혜린을 괴롭힌 한세나.
데뷔를 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포기한 두 사람과,
조가빈의 성격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혹은 조가빈이 일부러 저런 입장을 취하는 거라면…
‘젠장, 전에 HY엔터에 있을 때 신경을 쓰고 있을 걸.’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정리를 하고 있는데.
딱!
순간 안무실의 한 편에서 제작진이 보내오는 신호가 들려왔다.
촬영 준비가 끝났구나.
“그나저나. 그동안 쌤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 신호를 본 순간, 이혜정이 눈빛 하나 바뀌지 않고 대화 주제를 돌리며 말을 걸어왔다.
자연스럽게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모습으로.
‘역시 프로 아이돌이네.’
나 역시 그런 이혜정의 행동을 받아, 조가빈에 대한 것은 일단 기억 저편에 넣어두기로 했다.
내 눈 앞에 있는 것부터 처리를 해야지.
피식 웃으며 이혜정과 함께 제작진들의 맞은편으로 향했다.
나와 이혜정의 곁으로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들어오고, 그녀가 제작진이 펼친 돗자리 위에 앉는다.
“저희가 쌤이랑 같이 먹으려고 김밥을 싸왔거든요!”
“혜린이 너도 앉아.”
“아, 응.”
정세연과 주혜린, 그리고 이혜정.
“이거 김밥 너희가 싼 거야?”
내 말에 흠칫 몸을 굳히며 어색하게 바라보는 세 멤버들.
그런 귀여운 모습을 담으며, 잠깐 끊어졌던 리얼리티 촬영이 재개됐다.
.
.
.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어… 안무 담당하면서. 최근에 홍대에 나가서 버스킹도 하고.”
“아아~ 저 그 영상 봤어요! 쌤 진짜 멋있던데!”
라거나.
“프로원 멤버들 중에, 촬영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는 누구인지?”
“음… 나는 역시 혜정이. 혜정이가 로얄 A잖아? 항상 잘 했고. 그룹 평가 때 내가 만든 안무도 잘 소화해냈고.”
“그럼, 가장 데뷔하길 응원했던 멤버는?”
“그건 혜린이. 혜정이는… 솔직히 데뷔할 줄 알았던 멤버였고. 혜린이는 혜정이랑 반대로 F에서 A로 올라갔잖아? 그래서 응원을 하게 됐지.”
라는 등…
안무실에서 프로원과 했던 촬영은, 어째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 같은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프로원 멤버들이 나를 보러 와서 물어볼 거라곤 프로듀스 얘기밖에 없겠지.
“그럼 다음에 봬요!”
“다음 저희 노래 안무 만들어주세요!”
“하하! 힘내라.”
그렇게 프로원의 리얼리티 촬영이 끝나자 멤버들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휙 안무실에서 사라졌다.
시끌벅적한 안무실이 한 순간에 조용해진다.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은데, 어쩐지 더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와.”
구석에서 조용히 구경을 하던 서성욱의 낮은 감탄사가 정적을 깼다.
“대단하네요.”
“뭐가요?”
“스타 안무가는 아이돌이 카메라 들고 찾아오기도 하고.”
“…놀리는 거죠?”
“네. 반쯤? 부럽기도 하고.”
“무슨…”
피식 웃으니, 서성욱이 마주 웃으며 안무실 가운데로 들어섰다.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오늘 촬영 분을 유튜브 메인 영상으로 쓰긴 좀 힘들겠어.”
그리고 그런 그의 뒤로, 촬영된 영상을 확인하며 뒤따라 들어서는 남궁수였다.
그녀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다음에 「우정」 안무 영상 촬영 비하인드로, 짧게 3분 정도 프로원의 멤버들과 촬영에 임하는 모습 정도는 넣을 수 있겠는데?”
무던하게 말하며, 만족스럽게 나를 보는 남궁수.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작게 실눈을 뜬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
조금씩.
눈을 마주치던 그녀가 슬쩍 눈을 피한다. 그러더니 머리카락을 얼굴 앞으로 넘겨 표정을 숨기고 쭈굴거리기 시작했다.
어째, 친해진 상태에서 어색했던 첫 만남 때의 모습으로 조금 조금씩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태도 변화가 워낙 티가 나서 변신을 하는 것 같다.
“…미안.”
가만히 지켜봤더니,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건넨다.
에휴.
화를 내려다가도, 사과를 들으니 마음이 약해지네.
그래, 남궁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게다가 제작진 측에서 나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하니.
뭐라고 하기도 난감한 상황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있나.”
남궁수가 슬쩍 나를 올려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푹 숙인다.
…그래도 조금만 더 반성해라.
“그럼 저희는 저희의 할 일을 마저 할까요?”
터덜터덜 카메라를 설치하러 움직이는 남궁수를 두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서성욱에게 말했다.
반면 서성욱은 하루 종일, 재밌다는 미소를 띄고 있을 뿐이었다.
“그쵸. 제가 오늘 안무 영상 촬영하러 왔는지, 예능 프로그램 방청을 하러 왔는지 순간 깜빡했네요!”
여전히 그가 놀리듯 서글서글하게 말한다.
“천천히 안무 배우는 것부터.”
그가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며 몸을 푼다.
그런 그의 행동에 나 역시 다시 한 번 몸을 풀며 말했다.
“유튜브 3부작의 영상, 그 마지막 유종의 미를 완벽하게 거둬 봅시다.”
그리고는, 머릿속 서랍에 정리해두었던 「우정」의 안무. 그 높은 난이도의 안무를 천천히 꺼내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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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안무실.
오늘은 해브잇 멤버들과 Free Plus 댄서들이 처음으로 만나 연습을 하는 날이었다.
한창 데뷔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는 해브잇의 멤버들.
그들은 지금껏 준비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걸 만회하듯, 최근 춤 트레이닝을 받을 시간도 없었다.
노래에 안무가 나오면서, ‘도심 속 사랑’이라는 키워드의 가사가 담긴 「Rainy City」.
곡의 녹음과 컨셉 트레일러 촬영. 자켓 촬영. 멤버의 매력 포인트들을 보여주는 선공개 촬영까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는 건 안무실에서 연습을 할 때 밖에 없었다.
“그래도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저희 촬영 대기시간에 계속 연습하거든요.”
팀의 리더, 희민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 다크서클이 잔뜩 낀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쉴 땐 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데뷔 직전에 쉴 시간이 어딨어.’
멤버들 스스로가 이를 악물고 연습하는 걸 쉬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
“이결이랑 함께 안무를 만들어서 다행이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결을 보고 말했다.
그래도 이결이 있어, 멤버들이 바쁜 와중에도 안무를 모두 숙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연습 도중 쉬는 시간.
“그거 들었어?”
바닥에 철퍼덕 앉아 휴식을 취하던 현우가 누가 들어도 관심이 생길만한 질문으로 대화를 열었다.
“뭐를?”
“우리 데뷔랑 하울 보이즈 선배님들 컴백이랑 겹친대.”
“헐…”
털썩.
앉아있던 이결이 철퍼덕 뒤로 넘어진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
“우리 망했다. 그럼.”
“완전 묻히겠다…”
벌써부터 절망에 휩싸이는 멤버들.
하지만 그들이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오히려 하울 보이즈랑 같은 시기에 데뷔하는 게 좋은 거야.”
그런 그들에게 내가 말했다.
“?”
휙, 누워있던 자세에서 고개만 돌려 나를 쳐다보는 멤버들.
그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런 유명 아이돌이 컴백하면 음악 방송을 챙겨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거든. 그 때 너희 무대도 같이 보게 될 수 있는 거고, 더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이 되잖아?”
“어…”
현우가 눈을 끔뻑끔뻑 감았다 뜨며 나를 바라본다.
“서로 데뷔하는 시기를 피하는 건 어디까지나 1군 아이돌들 사이에서 해당되는 말이지. 신인인 너네들에게는 오히려 좋을 수가 있어.”
다르게 말해, 유명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들이 견인한 시청률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들어보니까 그렇네?”
그러자, 절망하던 해브잇 멤버들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녀석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하고.
지잉-.
그렇게 얘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던 순간.
주머니에 들어있는 내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잠깐 전화를 받기 위해 안무실 밖으로 나서니,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발신자가 방금까지 우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사람이었다.
“화이언?”
재현이가 무슨 일이지?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너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이다.
[연우 님! 저희랑 작업 한 번 해요! 저희 언제 작업해요!] [야야, 형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 [저희 유튜브에 불러주세요!] [저 리더 티에이입니다! 제가 만든 노래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와우.
목소리만 들었는데 시끌벅적해서 정신이 없네.
뚝.
그러던 전화는 잠깐 끊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10초도 되지 않아 곧바로 다시 걸려온다.
“하하… 여보세요?”
[어휴, 형 미안. 내가 멤버들 있는 데서 전화하는 게 아니었는데.]
화이언의 목소리가 울린다.
멤버들을 피해 화장실에 들어가 전화를 한 모양이네.
“괜찮아.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우리 이제 컴백하면서 활동기에 들어가거든.]
“응. 곧 있으면 앨범 낸다며?”
방금 해브잇의 멤버들에게서도 들은 이야기였다.
[활동하면 이런 저런 예능에 출연하는데. 이번에 춤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생긴다더라고? 춤에 한가닥 하는 아이돌들의 메인 댄서랑, K-POP 전문 댄서들이 팀을 꾸려서 게릴라 콘서트를 해서 경연하는 프로그램.]
전화기 너머의 화이언이 빠른 목소리로 말하며, 본론을 꺼내들었다.
[나랑 같이 팀으로 출연하자.]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