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68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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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햇살이 따사롭게 변해가는 7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세간의 기획사들에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7월의 시기에 컴백하는 것을 피하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7월에는 작년 말 「강자」로 연말의 전부를 달아오르게 한 보이그룹 하울 보이즈의 컴백이 예정되어 있는 것은 물론…
올해 초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쓴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걸그룹, 프로원의 데뷔.
그리고 쉬지 않고 연타석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스프링 컬러의 컴백이 7월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각축전이네, 각축전. 너는 긴장 안 돼?”
헬리의 작업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그에게 슬쩍 말을 했더니, 녀석이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
내가 담당한 해브잇이야, 그런 하울 보이즈, 프로원, 스프링 컬러의 ‘컴백 각축전’에 벗어난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헬리는 그 중심에 있는 하울 보이즈의 타이틀 곡 작곡가였으니.
“…?”
삑.
그러던 헬리가 갑자기 뭘 하나 봤더니.
대답도 없이 하울 보이즈의 이번 앨범 타이틀 곡, 「Like Waterfall (폭포수 같이)」를 재생하는 것이었다.
“오.”
그러고 보니 완성된 곡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네.
물론 헬리가 처음 만들었던 노래의 초안은 들어본 적 있다.
하지만 수정을 몇 십번 하고, 사운드 트랙도 몇 개나 추가를 한 노래는 사실상 다른 노래나 다름이 없었다.
♪♬
가만히 음미하듯 노래를 듣는 헬리의 곁에서 나도 가만히 노래를 들어봤다.
“확실히, 이전 정글 3부작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네?”
“응. 애초에 3부작 노래들은 베이스부터 엔지니어링까지. 의도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조정한 노래들이니까.”
“아아. 너는 완전 새로운 앨범이고.”
“뭐, 이 컨셉을 또 다시 장기 프로젝트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렴으로 흘러가는 노래.
그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여진다.
딱히 노래에 어울리는 안무가 떠올라서가 아니라, 그냥 본능적으로 ‘흥’을 자극하는 느낌.
“노래 좋다. 여름 노래네.”
“처음 사운드 벌룬에서 들었던 곡이랑 많이 다르지?”
헬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완전 딥하우스 장르 쪽으로 원하셔서, 계속 뜯어고쳤거든. 좀 칠-하게.”
작업실의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듣는데도 사운드가 가득 차면서도 보컬이 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울 보이즈 멤버들의 보컬에 맞춰, 엔지니어링 후시 작업까지 모두 끝난 완성본인 듯 보였다.
“그런데 이 곡을 갑자기 왜 들려주는 거야?”
“아니, 뭐. 긴장 되냐고 물었잖아.”
헬리가 노래를 가만히 들으며 말했다.
“나도 당연히 긴장 되는데, 이렇게 완성된 노래를 들을 때면 긴장감이 좀 가긴 하더라. 지금도 그렇고.”
하긴 긴장이 안 될수가 없겠지.
하울 보이즈라는 유명 아이돌의 타이틀곡으로 확정. 심지어 그게 자신의 첫 커리어였으니.
한 달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잠수를 탄 채 곡 작업만 죽어라 했을 헬리다.
“노래가 좋긴 하네.”
노래를 들으면 긴장감이 사라진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Like Waterfall」이라는 시원한 폭포의 이미지와 하울 보이즈 멤버들의 목소리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이런 곡으로 실패하면 안 되지.”
한 번 들었는데도 후렴 부분을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였다.
헬리가 다행이라며 웃음짓는 순간.
나와 헬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헬리의 작업실 안쪽 방의 문 밖에서, 슬쩍 고개만 들이밀고 노래를 듣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깜짝이야.”
순간 못 알아볼 뻔 했네.
고데기로 길게 핀 생머리는 어디 간 건지, 악성 곱슬머리로 돌아온 편집자.
남궁수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헬리에게 물었다.
“남궁수도 여기 있었어?”
“들어올 때 못 봤어?”
“어.”
“…쇼파에 누워 있었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작업실 안으로 들어오는 남궁수.
쇼파라면, 작업실 거실의 구석에 놓여있는 커다란 의자?
사실 쇼파라기보다는, 안마기처럼 생긴 커다랗고 푹신한 의자에 가까웠다.
남궁수 같이 왜소한 사람이면 푹 파묻혀 보이지 않을 만도 하다.
“요새 내 작업실을 아주 공동명의로 쓰고 있어. 쟤도.”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남궁수.
듣기론, 남궁수는 심심할 때마다 헬리의 작업실에서 노트북으로 편집 작업을 한다고 했다.
헬리가 심심할 때마다 내 자취방에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전에 그 프로원의 리얼리티 촬영분은 우리 유튜브에서는 어떻게 사용할 거야?”
“그거는 「우정」영상이 공개된 다음에 쿠키 영상으로 넣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남궁수가 차분하게 말했다.
“왜?”
“리얼리티가 먼저 공개되고 난 후에 올려야 하니까, 그러면 「우정」을 올릴 시기가 너무 늦어져. 그 촬영분이 홍보로도 딱히 적합하진 않고…”
그건 그렇다.
이미 3부작「우정」에 대한 기대감은 버스킹 브이로그를 통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프로원이 서프라이즈로 찾아왔을 때, 딱히 「우정」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으니까.
“오케이.”
“무슨 소리야? 프로원의 리얼리티?”
그렇게 남궁수와 대화를 마무리 짓는데,
헬리가 영문을 모른 채 돌아봤다.
아, 헬리는 「우정」 촬영 연습때 있었던 일을 모르지?
그에게 프로원이 갑작스러운 일을 설명했더니…
“아, 나도 갈 걸! 거기 갔으면 프로원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거 아냐!”
헬리가 세상 아쉬운 얼굴로 탄식을 내뱉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헬리는 프로듀스 101에 잔뜩 몰입해서 본 광팬이었다.
한창 때는 본인을 ‘국민 프로듀서’라고 과몰입하고는, 투표까지 했던 걸로 기억난다.
“으윽…”
스르르.
커다란 게이밍 의자에서 마치 슬라임처럼 바닥에 미끄러져 내린다.
“그 때 서성욱 댄서도 있었는데, 그 다음 연습부터 계속 ‘오늘은 누구 오나요?’ 하면서 밖을 신경 쓰더라니까.”
피식 웃으며 말했더니, 헬리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말했다.
“아무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헬리가 감격에 겨운 얼굴로 변한다.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나보다.
“일어나 봐. 우리 해야 할 일부터 마무리 지어야지.”
“아아.”
내가 말을 건네자, 그제야 의자 밑에까지 흘러내린 몸을 추스르고 앉는 헬리.
머릿속의 프로원을 떨쳐내고 노래에 다시 집중했다.
“노래는 마무리 됐어?”
“어. 어제 완성됐다.”
오늘 헬리의 작업실에 내가 찾아온 이유.
헬리가 브이로그 1편에 만들었던 노래인 「(가제) 바다와 갈메기」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 곡을 어떤 방향으로 업로드 할지 정해야 하니까.
“이것도 완성본은 처음 들려주는 거구나.”
“그렇지.”
“이것도 여름 노래이긴 한데… 하울 보이즈 곡이랑은 완전 다를거야.”
간단히 설명을 하고는, 헬리가 노래를 재생했다.
♬♩♬♪
첫 도입부가 익숙하다.
이전에 브이로그 촬영 때 들었던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
노래가 생각보다 부드러운 느낌이네.
일단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안무를 붙이기 적합한 곡은 아니라는 것 정도려나?
‘그래서 더 노래 위주의 컨텐츠 카테고리로 올리기 좋겠네.’
차라리 일렉 기타의 사운드가 귀에 꽂히는데, 리드미컬한 느낌이 아니었다.
“이 노래는 여자들이 진짜 좋아하겠다.”
함께 노래를 들은 남궁수는 반쯤 풀린 표정으로 감상을 하고 있었다.
가슴에 손을 포개어 얹은 채 감탄을 한다.
“와, 너무 좋아.”
확실히, K-pop 특유의 사운드와는 다르다.
훨씬 감성적인 느낌의 또 다른 여름 노래.
“그런데…”
노래는 분명 좋고, 사람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한 노래지만…
문제가 있다.
“보컬이 없어서 지금 당장 완성본이라고 할 수가 없겠네.”
현재 H&C Gallery를 끌어가는 인원은 작곡가와 안무가, 그리고 편집자 뿐.
즉, 이 헬리의 오리지널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보컬을 구해야한다는 거다.
헬리가 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말을 받았다.
“나도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나는 이번 유튜브 컨텐츠로 만들 내 노래들을 프로듀싱 앨범으로 내고 싶어.”
“프로듀싱 앨범?”
“한 목소리로 곡들을 채우는 게 아니라, 노래에 맞는 객원 보컬들을 구해서.”
헬리와 프로듀싱 앨범이라.
어울리긴 하는데…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작곡가 본인의 이름으로 된 앨범은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는 모험적인 시도일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아티스트들에게 맡기면 더욱 빛을 볼 수 있는 좋은 노래들을 ‘작곡가’의 이름으로 묶어서 내는 거니까.
당연히 수많은 프로모션이나, 곡을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거 아냐?”
하지만 남궁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메인을 프로듀싱 앨범으로 두지 말고, 유튜브 컨텐츠 뽑는다고 생각해! 원래 그런 거였잖아?”
그래, 원래 브이로그 영상 때 만든 노래를 컨텐츠화 하는 걸로 시작한 일이니까.
헬리에게 쿨하게 말하는 남궁수.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얄밉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작곡가 ‘헬리’의 앨범. 그냥 냈으면 누가 관심을 가져줄 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냥 내는 게 아니잖아.”
“…하긴 그래. 너도 네 안무에 내 노래들 이용했으니. 나도 이용 좀 하자.”
헬리가 그런 내 말에 피식 웃고는 답했다.
그래, 우리 채널은 헬리 채널도 아니고 최연우의 채널도 아닌, 같이 만드는 채널이니까.
상부상조 해야지.
“그러면, 이번 노래에 보컬을 생각해본 적 있어?”
“어. 있어.”
내 질문에 헬리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역시 미리 생각해 둔 보컬이 있나 보네.
노래를 만들면서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워너비 보컬이 없을 리가 없지.
“누구?”
“아마추어.”
“아마추어라도 상관없지. 아마추어 누구?”
그런데, 답이 다소 두루뭉실하다.
아마추어?
그런데 헬리가 머쓱하니 목을 만지작거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냥 아마추어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데.”
…아까 노래를 만들면서 워너비 보컬을 그린다는 말 취소.
이 재능충 녀석은 그럴 필요도 없이 그냥 곡을 뽑아낸 모양이다.
“내가 사운드 벌룬에 올린 곡을 듣고 화이언이 기회를 준 것처럼, 나도 재능 있는 아마추어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물론 내가 하울 보이즈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헬리가 마지막 말은 작게 덧붙인다.
“나쁘지 않네.”
아마추어 보컬과 작업.
확실히, 이전에 없던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기에는 확실한 방법이다.
의도도 좋고, 결과가 좋으면 더 좋고.
그런데…
그렇게 으쌰으쌰하며 훈훈하게 박수를 치는 나와 헬리 사이에 남궁수가 끼어들어 말해왔다.
“애초에 우리가 프로 보컬리스트, 아이돌. 뭐 이런 사람을 이 곡 보컬로 섭외할 수가 있나?”
“…어?”
“예를 들어서, 이 노래에 저어기 유명한 국민 남동생 남유현이 보컬로 어울린다고해서. 우리가 그 사람 불러서 촬영 시킬 수 없잖아?”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러니까,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아마추어 보컬이 적합…”
“그만.”
쏟아져들어오는 팩트의 폭격에, 헬리가 차마 남궁수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섭외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걸로 하자.”
“그래.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아마추어 보컬을 쓴다는 명분이 있는 거라고.”
나와 헬리의 단호한 말에 남궁수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그러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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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운드 벌룬에서 한 번 찾아보려고.”
결국 맞닥뜨린 사실은, 우리가 보컬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
사운드 벌룬이나, 보컬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자신의 작업물을 올린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보석같은 보컬을 찾아내야 하는데…
‘쉽네.’
사실, 나에게는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과 작업물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들 중, 어떤 이가 크게 날아오를 사람인지. 나는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오프라인으로 찾아볼게.”
“오프라인?”
헬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온라인으로 찾는 게 빠르고 간편할텐데, 왜?”
“아이돌 내방 오디션을 진행하는 보컬 아카데미에서도 괜찮은 사람 있을지 모르잖아? 직접 보고 비주얼도 괜찮으면 더 좋고.”
“음… 그건 그렇네.”
어쨌든 영상으로 올릴 사람이니까.
“그래도 비주얼은 좋은데 보컬은 부족한 사람이면 난 반대.”
“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
헬리의 걱정 어린 말에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보컬도 되고, 비주얼도 되는 사람으로 할 테니.”
이미 누구에게 보컬을 제안할 지, 나는 머릿속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로 인정받는, 미래의 보컬리스트. ‘아인.’
그녀를 찾아가 봐야할 것 같았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