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70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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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일 내로 노래 익혀서, 곧바로 촬영 들어갑시다!”
부스 안의 아인에게 헬리가 건넨 말.
작사지를 챙기고 부스를 나서던 아인이 순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촬영이요? 녹음이 아니라?”
“어… 그걸 말을 안 했었나?”
학원에서 아인을 만나서, 용건만 간단히 말한다는 게.
객원 보컬을 맡아달라는 부탁만 했고, 구체적으로는 설명을 못 했다.
“이 노래의 녹음 과정을 촬영해서 영상 업로드를 할 거예요.”
“어…”
그런 내 말에 우뚝 몸을 멈춰서는 아인.
“촬영이요?”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헬리가 놀라서 그녀를 보고는 되물었다.
“혹시 촬영을 못 하거나, 하면 안 돼요?”
“아뇨!”
헬리의 말에 아인이 깜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혹시 제가 아는 게 맞으면, 그 영상이라는 게 H&C Gallery 채널에 올라가는 건가요?”
“어, 저희 유튜브 아시네요?”
사실 나는 모를 줄 알았다.
프로듀스 101은 TV 방송이니까 볼 수 있고, 나는 안다고 쳐도…
유튜브까지는 모를 수도 있지 않나?
아인은 보컬이고, 지금껏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은 안무 영상과 브이로그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유~, 당연히 알죠.”
“저는 뭐 프로듀스 101을 봐서 안다고 쳐도… 유튜브까지는 모를 줄 알았는데.”
머쓱하게 웃으니, 아인이 웃으며 말했다.
“잘 생겼다고 제 학교 친구들이 보여줬어요.”
그녀의 말을 들으니 더 머쓱해진다.
“학교에서 얘가 유명해?”
“유명…하다기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없죠. 다들 프로듀스 봤으니까.”
그러던 와중 문득 헬리가 궁금하다는 듯 아인에게 물었다.
“제 친구 중에 안무가 님 팬이 한 명 있거든요. 걔가 극성이에요. 유튜브 다 찾아보고, 사진들도 찾아보고…”
“와.”
내 팬?
이어지는 아인의 대답을 들은 헬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예인이나 다름없네.”
내 말이.
유튜브에 ‘데뷔 해달라!’ 라느니, ‘잘생겼다’ 라는 둥의 댓글이 달리긴 했지만…
직접 고등학생의 입에서 학교 친구가 팬이라는 말을 들으니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돌 하셔도 될 만큼 잘생기셨잖아요.”
아인은 뭘 그렇게 놀라냐는 듯 말했지만 말이다.
물론 유튜브에 보여지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그것 때문에 계속 남궁수가 브이로그를 찍는 거긴 하지만.
외모 때문에 유튜브를 본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회귀 전, 외모와는 전혀 관계 없이 평가와 실적을 쌓아왔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니까. 그걸 마음 편히 받아들여도 된다고 해도, 마음이 그렇지 못했다.
‘하.’
내가 외모 때문에 실력이 묻혀진다는 등의 투정을 하게 되다니.
외모 때문에 노래 실력이나, 연기력이 묻혀진다는 연예인들이나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남들이 보기엔 분에 겨운 얘기겠지?
아무래도 나도 생각을 좀 바꿔먹어야 할 것 같다.
“너는? 네 친구는 얘 팬이라던데. 너는 연우 어때?”
“저어~~는 팬이라기보다… 그냥 이름만 아는 정도?”
헬리가 짓궂게 아인에게 묻자, 아인이 난감하다는 말투로 힐끔 눈치를 본다.
그런 대답을 들은 헬리가 팔꿈치로 나를 쿡 찌르며 말하는 것이다.
“야야, 이름만 아는 정도랜다.”
“당연한 거 아냐?”
날 놀리려고 했던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전혀 타격이 없다.
내가 만인의 사랑을 원하는 연예인도 아닌데 뭐.
“그런데, 제가 본 유튜브에는 헬리 작곡가 님 영상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런 나와 헬리를 어색하게 바라보던 아인.
그녀가 물어왔다.
“이번에 아인 씨랑 만드는 영상이 처음으로 올라 갈 거예요. 아인 씨를 시작으로 다른 객원 보컬들의 영상을 먼저 유튜브로 공개하고, 모아서 앨범으로 발매하는 거죠.”
“와아…”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나서야 아인이 완벽히 이해한 듯 보였다.
헬리가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본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커리어가 되도록 제가 노력할게요.”
툭, 별 거 아닌 말을 던지듯이 아인에게 말했다.
그런 헬리의 말을 들은 아인 역시 싱긋 웃으며 마주보고 답한다.
“감사해요. 저를 첫 객원 보컬로 해주셔서.”
그런 두 사람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다.
2년 연속 올해의 프로듀서 상을 타는 헬리와,
솔로 가수로서 의심할 여지 없는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아인.
두 사람의 첫 작업이 서로 본인이 더 잘 하겠다며 악수를 하는 훈훈한 모습이라니.
“저희가 더 고맙죠.”
자신을 보컬로 써줘서 고맙다는 아인에게 내가 말했다.
“저희의 노래에 보컬을 해 주셔서.”
“아이고, 아뇨, 제가 뭐라고…”
그런 내 말에 아인은 부담스러운 듯 손을 내저었지만…
내가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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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브잇의 데뷔 전, 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마지막 평가.
이곳에는 평가를 위해 모인 대표, 백경을 비롯해 커렌트 엔터의 사원들이 대부분 모여 있었다.
“지금 바로 시작하자.”
“네!”
대표인 백경이 이끌자, 해브잇 멤버들이 잔뜩 긴장한 채 대답했다.
한 명만 빼고.
‘안무가 님은 없네.’
해브잇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원들.
그들을 확인한 해브잇의 멤버, 이결은 최연우 안무가가 없는 걸 알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 같았다.
‘최 쌤은 정확히는 일시적인 트레이너 선생님이니까.’
이결이 스스로 연우가 없는 이유를 납득했다.
보통 기획사들은 연습생들의 실력 평가를 위해 ‘월말 평가’라는 것을 실시하곤 했고, 춤 트레이너가 참석하긴 하지만…
커렌터 엔터테인먼트 같은 소규모 기획사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데뷔할 해브잇 멤버들을 제외하고는 연습실을 감당할 수도 없는 회사.
평가를 통해 실력이 뛰어난 연습생을 선별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현재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뿐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연우는 해브잇의 춤 트레이너를 맡고 있긴 하지만, 정확히는 외부에서 잠깐 도와주러 온 계약직 직원이다.
이런 기획사 내부 평가에 굳이 부를 필요가 없었다는 뜻.
♪♪♬
Laky가 작곡한「Rainy City」. 그 도심 가득한 분위기의 노래가 안무실에 울려 퍼진다.
이결은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최연우 안무가의 앞에만서면 커다란 올림픽 홀 무대라도 된 듯 긴장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 동작, 한 동작을 꿰뚫어보는 것 같은 느낌.
좋게 생각하면 그 무엇보다 확실한 ‘실전 연습’을 꾸준히 해 온 셈이었다.
그러니, 한창 그런 긴장감에서 연습을 하다가, 이처럼 마음 편하게 춤을 출 수 있다면…
‘제대로 하자.’
이결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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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전 마지막 회사의 평가가 끝나고.
안무실에 남아있는 해브잇 멤버들.
“후아.”
“실감이 안 나.”
이리저리 널부러져 누워있던 현우가 말했다.
“그런 평가를 들을 줄이야.”
그들이 방금 전 있었던 평가에서 들었던 말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 저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네.
– 연습 많이 했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라는. 긍정적인 평가들.
그리고 멤버들은 그것이 왜 나온 것인지 알고 있었다.
“곧 데뷔한다고 우리끼리 열심히 연습을 한 것도 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연우 쌤이 옆에서 등을 떠밀었지.”
희민이 연우를 생각하며 말했다.
“안무도 안무인데, 마인드를 계속 바꿔줬으니까.”
최연우와 함께 연습할 때면, 해브잇 멤버들은 항상 긴장상태에서 연습을 했어야했다.
그들의 첫만남부터, 데뷔조가 나태해지면 안 된다고 다그친 최연우였으니까.
“근데 연우 쌤은 우리랑 무대 안 올라가지?”
“어, 그런 것 같더라.”
“응? Free Plus 형 누나들은 같이 올라가잖아?”
현우의 말에 희민이 답했다.
“응. 소속 팀원 댄서들은 우리랑 같이 무대 서는데, 최연우 쌤은 안무만 담당한 모양이더라고.”
“아아…”
현우가 아쉽다는 듯 말을 길게 뺀다.
“연우 쌤은 뭐 거의 연예인이니까.
“우리보다 바쁠지 몰라.”
연호와 희민의 말.
그들의 목소리에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이결.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이 슬쩍 인상을 쓰던 그가, 주먹을 꽉 쥐고는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그래. 누가 보면 우리가 댄서들이고, 연우 쌤이 아이돌인 줄 알겠네!”
갑작스러운 이결의 급발진에 멤버들이 힐끔 그를 돌아본다.
하지만 이결은 아랑곳 않고는 힘을 줘서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더 유명해지자!”
“…어?”
“연우 쌤보다 더 바빠지는 것을 목표로!”
어째 이상한 곳에 호승심을 불태우는 이결.
하지만 그의 말이 이상한 건 또 아니라는 생각에, 희민이 피식 웃으며 동조해준다.
“타도 최연우!”
그런 희민의 말에 다른 멤버들 역시 피식 피식 웃고는 따라 외쳤다.
“타도 최연우!”
“타도 최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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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춰있던 것 같이 보였던 MW엔터테인먼트의 TF 2팀.
그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MW 엔터가 바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회사의 대표 그룹이자. 든든한 버팀목인 그룹.
캐시카우라고 하기에도 더 성장할 발판이 무궁무진한 하울 보이즈의 컴백이 마침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졌다.
기사들에 내용에, 헬리의 이름은 작게 덧붙이듯 적혀있을 뿐이었다.
[하울 보이즈의 컴백 타이틀 곡, 「Like Waterfall(작곡, 헬리. 작사, 연어덮밥)」 …와 같이.하지만 헬리는 그것에 서운함을 느낄 필요도, 그럴 새도 없었다.
“…진입 3위를 하네.”
하울 보이즈 기존의 막강한 팬덤.
그리고 헬리가 만든 좋은 노래와, 계절에 맞는 음악.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꿰뚫은 대중성.
그 결과로, 이미 음원 성적이 대박을 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과일, 곤충을 비롯한 여타 음악 차트들을 돌아다녀도 모두가 같은 차트를 보이는 것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음원차트 1페이지를 줄세운 하울 보이즈의 노래들.
누가 뭐라 해도 성공적인 컴백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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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인이 다니던 서초구의 실용음악학원.
레슨실의 한 구석,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는 세 네 명의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와, 그럼 유라 너 그럼 저번주에 가이드 보컬 녹음 하고 온 거야?”
“어디? 어느 가수?”
“나 가수 연채 님. 타이틀곡은 아니고.”
그들 중 가운데에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여자. 이유라.
그들을 보면, 그녀의 주변을 레슨생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이드 보컬의 녹음을 끝마치고 온 유라는 별 것 아닌 목소리로 말했지만, 레슨생들은 그것마저 부러운 듯 그녀를 올려다봤다.
“가이드 곡도 되게 힘들더라. 내 스타일이 느껴지면 안 되거든. 실제 가수에게 영향이 가니까. 그래서 최대한 담백하게 불렀어.”
“아아~ 그렇구나.”
“그런데 나 잘한다고, 다음에 다른 곡에도 가이드 부탁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숨길 수 없는 뿌듯함이 들어있었다.
유라의 경험담을 흥미롭게 듣던 레슨생들.
그런데 그들 사이에, 한 명이 끼어들어 말했다.
“그러면, 유라 너는 저번 주에 학원 안 와서 난리 났던 일 못 들었겠다.”
“응? 난리 났던 일?”
그녀를 돌아보는 유라.
“민아인, 곧 데뷔한다던데?”
“…어?”
그 순간.
그녀의 말을 듣는 유라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와 진짜? 나도 몰랐어.”
“너도 몰랐어? 저번 주에 갑자기 작곡가 님이 찾아와가지고 픽업을 해갔어.”
“와와. 하긴, 유라랑 아인이는 잘 될 것 같았어. 두 사람이 사실 학원 1등 2등이었잖아.”
유라 말고도 몰랐던 레슨생이 있었던 듯.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
하지만 유라는 어색하게 굳은 채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민아인이… 데뷔?’
유라가 입술을 살짝 깨문다.
학원에서 레슨생들 사이에서 항상 나오는 얘기였다.
이유라와 민아인의 노래 실력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한다고.
하지만 유라는 알고 있었다.
가수는 실력만 좋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학원에서 소속사의 내방 오디션을 기다리거나, 버스킹에서 캐스팅이 되거나…
그 기회를 잡지 않은 채, 그냥 앨범만 내서는 저 심해에 묻힐 흑역사만 생성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 보컬에 유라는 기대를 걸고 있었던 거다.
소문이 나서, 자신이란 보컬이 조금이라도 알려질 기회가 되기를.
그런데…
“어, 어디 데뷔를 해?”
“대박인게, 처음 왔을 때 최연우 안무가랑 같이 왔거든? 그래서 안무가가 뭘 하나~ 했는데, 같이 온 작곡가가 있었던 거야.”
신나서 설명하는 레슨생의 얘기를 유라가 집중해서 들었다.
“근데 그 작곡가도 이름 모를 작곡가여서, 다들 무슨 일인가 했는데… 글쎄.”
“글쎄?”
마치 만담꾼처럼 대화를 끊던 그녀가 강하게 말한다.
“이번에 하울 보이즈 컴백한다고 하잖아. 그 타이틀 곡을 만든 작곡가래!”
“헐!”
“와 부럽다… 대박.”
입을 턱 틀어막는 레슨생들.
부러워하는 그들의 곁에서, 유라는 왠지 답답한 마음으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가이드 보컬 녹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한 순간의 커다란 기회.
‘나도 자신 있는데…’
기회를 붙잡는 실력은 스스로 자신이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왜 운이 따라주지 않는 걸까.
“그러면 그 작곡가가 아인이 앨범을 총괄 프로듀싱 해주는 거야?”
한 레슨생이 건넨 질문에, 신나서 얘기하던 레슨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반대래. 작곡가의 프로듀싱 앨범 중 한 곡에 아인이가 객원 보컬로 부르는 거.”
“와… 그래도 부럽다.”
“그치. 게다가 그 부른 노래, 요새 엄청 핫한 그 H&C Gallery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다더라.”
“와아~.”
부러운 목소리를 내뱉는 레슨생들.
하지만 그 순간.
오히려 유라의 눈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객원 보컬…?’
객원 보컬로서 채우는 프로듀싱 앨범.
유라가 곧바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연락처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것이, 자신이 붙잡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