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72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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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는 여자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혹시나 봤던 기억이 있나 싶었지만…
기억에 없는 보컬이다.
활동을 계속 한 가수라면 아인의 입에서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 한데.
아인은 데뷔 후에도 자신의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어서오세요. 아, 이쪽에 앉으실래요?”
들어서는 유라에게 헬리가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유라의 첫 인상을 말하자면…
확실히 강렬한 외모이긴 했다.
아인이 약간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유라는 고양이 상이었다.
정확히는 고양이보다는 여우 느낌이랄까?
“제가 연락 들은 게 맞다면, 제가 만드는 앨범 객원 보컬로 본인을 써달라고 오신 거… 맞죠?”
“네.”
“그 얘기는 아인 씨한테 들으셨고.”
“아뇨. 정확히는 아인이 말고 학원의 다른 친구들한테 들었어요.”
“저희가 찾아갔을 때 있었던 다른 레슨생들?”
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인이가 된다면 저도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얘가 되면 나도 되지.’라는 말은 절대적인 실력에 자신감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얘기일텐데.
긴장을 감추는 게 능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렇게 긴장을 한 것 같지도 않았다.
“그 말은 아인 씨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는 뜻인가요? 저희는 아인 씨 보컬을 구하러 직접 학원까지 찾아갔던 사람들인데…”
“만약 두분이 제 보컬을 들었다면, 저를 찾아 학원에 오셨을 겁니다.”
헬리가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자신 있게 대답하는 유라.
아무리 봐도 아인과 성격이 전혀 달라 보인다.
친구인 게 맞나 싶을 정도.
하긴 당연한가 싶기도 하다.
유라는 객원보컬을 구한다는 걸 알고, 본인이 연락을 취해올 정도의 성격이니까.
“뭐든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좋아요. 그런 절박함. 열정. 삶의 의지!”
헬리가 오글거리는 단어들을 쏟아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라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다시 또 이글거리는 눈으로 헬리를 쳐다본다.
…아, 나는 보지 말고. 부담스러우니까.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둘이 코드가 좀 잘 맞네.
“그럼 일단 목소리랑 노래의 느낌을 들어보고 더 대화 나눠볼까요?”
“…네.”
후우.
유라가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마침내 부스 안으로 들어선다.
‘노래만 잘 부르면 베스트인데.’
그 자신감만큼의 보컬을 보여줄 수 있으려나.
유라가 준비해온 곡은 낮은 음색이 특이한 보컬, 헤디의 「View」였다.
헬리가 반주를 틀자, 노래 특유의 리드미컬한 분위기와 더불어, 살짝 끈적한 느낌이 순식간에 가득 찬다.
그리고…
첫 마디를 꺼내는 순간, 헬리의 입가에 미소가 스르륵 맺힌다.
일부러 짓는 미소도 아닌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미소.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이렇게 잘 불러?’
무엇보다 가장 귀에 꽂히는 건 유라의 음색이었다.
살짝 허스키한 보컬, 특유의 ‘멋’이 있는 목소리.
물론 자신의 목소리와 맞는 선곡을 들고 온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발성부터가 탄탄하다.
[View, View, View~]물흐르듯이 마지막까지 이어진 유라의 노래.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는 아무 말 없이 헬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헬리가 나를 부르기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컬을 정하는 건 헬리니까.
헬리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내가 마음에 든다고 의견을 관철시킬 생각은 없었다.
‘잘 부르는데.’
…헬리가 유라를 내친다면 좀 아쉽긴 하겠지만.
“음…”
그는 테이블에 몸을 한껏 숙인 채, 방금 부른 유라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이크를 키고는, 노래의 한 파트를 잘라내서 틀고는 말했다.
“이 부분, 지금 들리죠?”
“네? 아, 네. 제가 부른 노래. 들려요.”
노래에 대한 평가는 하나도 안하고, 뜬금없이 꺼낸 헬리의 말.
유라가 당황해서 답했다.
“무슨 문제가…?”
“아뇨. 잠시만. 이 부분 MR없이 불러볼 수 있어요?”
“어… 네!”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야망이 가득해서 그런지, 바로 해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무반주에 똑똑히 들리는 유라의 목소리.
반주가 없이 들으니, 오히려 더 확실히 느껴진다.
이유라라는 보컬의 유니크함이 말이다.
“무슨 생각이야?”
나는 슬쩍 헬리를 보고 물었다.
분명 유라를 싫어하진 않는 것 같은데…
우리 작곡가 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아인의 목소리는 「구름 광장」노래를 자기 노래처럼 완전히 녹여내는 느낌이었는데 말이야.”
“…그건 그렇지.”
실제로도 민아인은 유명했다.
회귀 전, 민아인은 다른 가수들의 수많은 명곡들을 마치 자신의 노래인 것 마냥 커버했으니 말이다.
팬들은 ‘노래를 또 훔쳤다’라고 표현할 만큼, 그녀는 제 노래처럼 표현하는 것에 타고난 가수였다.
“그런데 이유라는 정반대네. 노래에 자신의 보컬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보컬이야.”
“그래서?”
내가 반문하자, 헬리가 슬쩍 나를 돌아본다.
“너는 마음에 안 들어?”
“응? 아니?”
아.
다소 퉁명하게 느껴질 반문에 나는 이유라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걸로 착각한 모양이다.
“난 괜찮은데. 딱 이런 보석같은 보컬을 구하려고 아마추어 보컬을 찾으려고 했던 것 아냐?”
그제야 헬리가 내 말에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부스 안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유라.
우리들의 대화를 못 들으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런 유라를 향해 헬리가 말했다.
“유라 씨는 노래에 맞출 수 있는 보컬이 아니네요.”
잔뜩 긴장한 유라가 흠칫 헬리와 눈을 마주친다.
“네?”
“오히려 노래가 있으면, 그 노래를 찢고 자신의 색깔이 튀어나오는 보컬이에요. 객원 보컬로는 딱히 맞지 않죠.”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유라.
하지만 헬리가 곧바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보컬과 함께 한 곡 정도는 작업해보고 싶어요. 유라씨 보컬에 맞는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
유라이 얼굴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시시각각 변했다.
그녀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더니 부스 밖의 헬리를 쳐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헬리는 그런 그녀를 향해 슬쩍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음 곡은 유라 씨를 위해 만든 노래로 녹음을 해 보죠.”
“네. 네?”
놀라서 대답조차 못하는 유라를 향해 헬리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잘 부탁해요.”
xxx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유튜브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사이, 어느덧 다가온 해브잇의 데뷔일.
“저게 네가 프로듀싱한 그룹이야?”
첫 무대가 방송을 타는 날이었다.
어련히 내 자취방에 또 다시 한 자리하고 누워 뒹굴거리던 헬리.
함께 음악 방송을 보고 있는데, 그가 불쑥 말해왔다.
“야, 내가 무슨 프로듀서야? 프로듀싱을 하게.”
“그럼 뭐라고 해?”
“그냥 안무를 담당한 그룹이라고 하지.”
“회사에 춤 트레이너도 했다며? 그럼 뭐 춤을 프로듀싱 한거나 마찬가지네.”
“…그런가?”
듣다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헬리와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하며 해브잇의 무대를 기다리는데…
그럴싸한 소개도 없이 해브잇의 무대가 바로 시작됐다.
“소개가 빈약하네.”
퍼플링크 때는 MW엔터라는 회사의 홍보 및 마케팅도 있었고.
K-Singer 출신 서은아가 있었기 때문에 신인 걸그룹 답지 않은 관심을 가진 채 시작했는데…
해브잇은 그런 것 하나 없으니, 음악 방송에서의 소개도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내가 춤 트레이닝을 하던 애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걸 보니,
퍼플링크 때보다는 더 신인을 키우는 느낌이 나긴 한다.
“그래도 반응은 나쁘지 않잖아?”
“뭐, 음원 사이트 줄세우기로 난리난 다른 그룹들에 비할 순 없겠지만…”
헬리의 말에 작게 중얼거렸다.
해브잇의 「Rainy City」그 첫 음원차트 진입 순위는 97위.
1등을 차지하고 있는 하울 보이즈의 「Like Waterfall」과, 차곡차곡 그 밑에 음원을 쌓아간 프로원과 스프링컬러의 컴백까지.
그런 음원차트 1페이지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못할 기록이었지만…
신인 아이돌 노래는 100위는 커녕 200위도 못 들고 묻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해브잇의 경우는 대박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역시 노래의 힘이 크긴 하네.”
“응. 노래 좋던데?”
게다가 진입 100위권에서 음원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것은 한 번 들은 사람들이 꾸준히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챙겨 듣는다는 소리.
“해브잇 멤버들이랑 잘 어울리지. 작곡가가 걔네들 보고 쓴 곡이라서.”
“아하.”
퍼플링크 때부터 해브잇까지.
내가 담당한 데뷔 그룹들의 노래는 작곡가 Laky가 담당한 곡들이었다.
매번 성적이 나쁘지않게 나온다는 건, 확실히 자신의 노래에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만 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음원의 성공보다, 내 기분을 좋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음악 방송이 끝난 뒤, 해브잇 멤버들이 보내온 문자들.
다 같이 짜고 보낸 듯, 한 날 한 시에 동시에 보낸 문자들이었다.
내용만 봐도 누가 보낸 지 알 것 같았다.
술 한 잔 하자는 건 유일한 성인인 희민 일거고. 정석적인 감사인사는 연호. 장난처럼 하는 감사 인사는 현우.
그리고 담백하게 데뷔했다고 말만 전하는 게 이결이겠지.
나는 애써 뿌듯한 마음을 감췄다.
“음악 방송도 다 봤고…”
이제 나도 나갈 슬슬 나갈 준비를 해 볼까.
“아 맞다. 연우야.”
“응?”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옷을 챙겨 입는 사이.
어느새 노트북 앞에 앉아있던 헬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보려 했는데.”
무슨 얘길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나.
그의 곁에 다가서니, 헬리가 켜 놓은 노트북 화면에 수신 메일이 떠 있었다.
그 내용은…
“우리 유튜브에 3부작 영상. 노래를 편곡해서 본인들 가수의 음원에 싣고 싶다는 연락인데.”
“…하하, 행동이 빠른 분들이시네.”
하긴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라면 댓글창을 볼 테고, 그 민심이 어떤지는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음원으로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그 반응.
물론 단순히 그 반응만 보고 노래를 발표하기엔 부담스럽지만, 정작 그 노래가 나쁘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음원의 보컬을 본인들이 담당하고 싶다는 연락인 것이다.
“가요(歌謠)가 되어도 괜찮을까?”
“글쎄… 나는 그건 너한테 일임하려고 했는데.”
사실 노래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헬리였다.
나는 그 곡에 안무를 입힌 것에 불과하고.
하지만 그런 내 말에 헬리는 더한 인상을 쓰고 돌아본다.
“아니지. 이건 노래와 안무가 합쳐진 게 한 작품인 건데.”
“…”
“지금 이 노래는 어디까지나 H&C의「놀이터」「방황」「우정」이렇게 3부작의 노래인데. 이 노래를 다른 곳에서 음원으로 내는 순간 그 사람의 노래로 주인이 바뀌게 되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보통 기존의 곡을 편곡해서 다른 노래로 내면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원곡에 노랫말이 없으니까.
헬리의 말을 듣자, 순간 그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노래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보컬이니까.”
“…아마 이 노래도 마찬가지겠지.”
그 순간.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올린 영상을 오히려 보컬이 있는 노래에 안무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음원이 대박이 나면, 오히려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어째서 헬리가 고민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음원으로 내지 말자.”
…이 노래들의 주인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을 생각하면, 어딘가 내 것의 물건을 빼앗긴 것처럼 찝찝했다.
물론 음원을 만들고, 대박나면 얻게 될 수익이 있겠지만…
어린아이의 투정같이 보일지라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내 단호한 말에 헬리가 씨익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나도 그냥 이 노래 주인은 우리 둘로 남기고 싶다.”
헬리가 그렇게 말하며,
받은 메일들에 삭제 버튼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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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오늘 뭐 스케줄 있어?”
한편.
내가 씻고 옷을 챙겨입으려니, 헬리가 그제야 내 모습을 보고 물어왔다.
준비를 하는 모양새가 딱 어디 나가려는 모양이었으니까.
“나? 있지.”
“…점심 같이 먹자고 하려 했더니. 무슨 스케줄인데?”
“어? 너한텐 말 안했었나…?”
“?”
헬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오늘 예능 프로그램 촬영하러 가잖아.”
홀가분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담긴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늘은 화이언과 함께 하는 ‘거리의 댄서들.’ 그 예능의 첫 촬영 날이었기 때문이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