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82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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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기도’ 노래에 맞춘 짧은 안무를 만들기로 결정한 우리.
30초 안무 영상을 평가해 줄 심사위원으로 뽑힐 것이 예상되는 방수연의 취향에도 잘 들어맞는 안무였다.
프로듀스 101에 함께 촬영했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방수연 안무가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 소녀소녀한 감성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네 춤 실력을 조금 못 살리는 것 같아 아쉽긴 한데…”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취합하다보니, 아쉬운 부분이 들긴 했다.
선곡이 아무래도 격한 춤에는 어울리지 않다보니,
화이언 특유의 짐승 같은 춤의 색깔을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
“10대 댄서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이용하기 힘들어. 30초밖에 안 되는 짧은 안무에 세 명의 댄서라니. 그리고 갑자기 프로그램에 출연하지도 않는 댄서를 부를 수도 없고.”
쩝.
모르는 건 아니지만,
더 괜찮은 영상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
화이언이 다시 한 번 노래를 틀었다.
“역시,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선곡은 잘 한 것 같네.”
지금 당장 점심시간에 급식실로 달려가고 싶어지는 노래다.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화이언과 나, 두 명이서 30초 동안 채울 안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xxx
헬리의 작업실.
녹음실을 마련했어도, 여전히 작업실의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타닥 타다닥.
그리고 한 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하는 남궁수의 모습도 익숙했고.
덜컹.
헬리가 작업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 남궁수를 힐긋거리며,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들이켰다.
“…?”
힐끔.
남궁수가 그런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시종일관 노트북에 꽂혀있던 시선이 슬쩍 헬리를 바라본다.
“왜? 할 말 있어?”
그제야 헬리가 머쓱하게 말했다.
“무슨 작업해? 이번에 유라랑 작업한 녹음 과정은 편집할 것도 별로 없잖아.”
“난 또, 왜 오늘도 여기서 작업하고 있냐고 눈치 주는 줄 알았네.”
“참내, 내가 언제 눈치를 줬다고.”
남궁수가 웃으며 장난이라고 덧붙인다.
탁.
헬리가 컵에 물 한잔을 따라 남궁수 옆에 둔다.
그런 헬리를 보고는 남궁수가 말해왔다.
“이번에 거리의 댄서들 첫 무대가 워낙 이슈가 됐잖아? 아직 방송도 안 됐는데, 사람들 입에서 레전드 무대라고 오르내리고.”
“어. 그렇지. 근데 그게 왜?”
헬리가 화면을 유심히 쳐다봤다.
‘뭐가 뭔지 모르겠네.’
다른 사람이 본인 작곡 과정을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헬리가 남궁수의 편집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편집 프로그램 중앙에 떡하니 보이는 본인의 얼굴 뿐.
남궁수가 이어서 설명했다.
“이번에 연우네 팀 말고, 상대 팀은 편곡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다 담은 모양이더라고.”
“어?”
“그런데 너가 편곡할 때는 촬영 같은 거 안 왔잖아.”
“…응. 그러니까.”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제작진한테 연락이 왔더라고. 편곡 과정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편곡 과정이라면…
“네가 찍었던 거? 그거 우리 채널에 브이로그로 올리려고 했던 거?”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수.
“오히려 잘 됐어. 내가 찍은 영상이랑 촬영 편집본을 유튜브에 업로드해서 ‘선공개’의 형식으로 푼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네가 편집한 영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거야?”
하지만 그 말에는 어깨를 으쓱 들어올리며, 모르겠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나는 뭐 돈 받고 해주는 일이니까.”
프리랜서 영상 편집자로 오래 일 해왔던 남궁수는 이런 작업에 익숙한 듯 보였다.
“그런데 너는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죽상이야?”
“나?”
그러던 중.
남궁수가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묻는다.
“…뭐, 딱히?”
“딱히는 무슨. 딱 봐도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던데.”
“스읍.”
꿀꺽꿀꺽.
헬리가 물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 마시라고 준비해놓고는.”
본인이 준비하고는 본인이 마셔버린 헬리.
그가 모른 척 남궁수의 눈을 피하고는 말했다.
“이번에 HY엔터에서 작업 연락이 들어온 거 알지.”
“…알지. 전화 받을 때 같이 있었잖아.”
HY엔터로부터 작업을 제안하는 전화를 받을 때.
남궁수는 그와 같이 있었다.
“후. 그걸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
헬리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남궁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헬리 같은 무소속 작곡가에게 5대 기획사에서 아이돌의 곡을 담당해달라고 하면 기뻐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 5대 기획사 중 HY라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운 좋게도, 내가 담당한 노래들이 다 잘 되고 있잖아?”
“상승세지.”
남궁수가 그의 말에 못을 박았다.
가장 대표적인 건 음원 차트 최고 순위 1위를 기록한 하울 보이즈의 「Like Waterfall」일거고.
그것뿐만 아니라 이번 ‘거리의 댄서들’의 「바람 따라 벗 따라의」 편곡.
심지어는 음원 발매가 되지 않고 유튜브에만 올라온 「구름 정원」까지…
누가 뭐라 해도 헬리라는 작곡가는 이쪽 업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더라도 이름을 알 수 있을 작곡가였다.
“그리고 HY엔터에서 곡을 내면 상승세는 이어나갈 수 있을 테고.”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회사니까.”
대형 기획사의 힘이란 기존에 데뷔해 온 여러 유명 아이돌들의 팬덤도 있지만.
그것을 극대화시켜줄 만한 회사의 홍보팀. 그리고 자본이 가장 큰 힘이다.
“하지만 그게 길게 봤을 때 내게 좋은 일일까, 그게 걱정이야.”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끼익-.
남궁수가 의자 등받이를 뒤로 눕힌다.
“지금 상황에선 HY엔터랑 작업한다는 것만으로 물어뜯길 수도 있을 테니까.”
“…응.”
헬리가 주저하는 이유.
그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현재 HY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였다.
– 조작 기획사
지금 프로듀스 101로 데뷔해, 새로운 걸그룹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프로원.
그들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프로그램에 공동 연출 PD와 뒷배가 있던 HY엔터의 이미지는 나락에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근본은 아티스트.
HY의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건재하게 이름값을 올리고 있었지만…
회사 자체의 이미지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조금씩 헬리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데… HY와 작업한 작곡가라고 하면, 장기적으론 안 좋긴 하겠네.”
남궁수가 중얼거린다.
더군다나 헬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입장이다.
이름 없는 작곡가.
말 그대로 회사에 노래만 넘기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
“게다가 HY에서 네 노래를 보고 연락을 준 것도 아니잖아?”
“그치.”
사운드 벌룬 같은 곳에서 헬리의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연락이 온 것도 아닌.
HY엔터는 헬리라는 작곡가를 알고 연락했다.
H&C Gallery 채널을 알고 연락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
“연우한테는 말 해봤어?”
“…연우?”
그러던 도중, 남궁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런 걸 내가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어. 나는 기껏 영상 편집쟁이인데. 나한테 의논하는 것보다 연우한테 한 번 말해 봐.”
“음…”
헬리가 얕은 신음을 내뱉는다.
“그럴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심쩍은 기분이 풀리는 건 아니었다.
연우라고 HY엔터에 대해서 더 알고 있는 게 있으려나, 해서.
xxx
연고대학교의 앞, 작은 카페.
더운 날씨 때문인지, 오늘도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휴. 죽겠다, 죽겠어. 그때 그 촬영 때문인가? 요즘 왜 이렇게 손님이 많지.”
한차례 휩쓸고 간 손님 웨이브를 쳐낸 알바.
단아하면서도 청초한 느낌의 여자, 민아인의 언니인 민서연이었다.
“언니.”
“깜짝이야!”
그런 그녀에게, 장난기 섞인 미소를 띠고는 말을 거는 손님이 있었다.
손님을 본 민서연의 얼굴에 햇살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인이 너 언제 왔어?”
“방금.”
일반적인 자매들과는 달리, 돈독해 보이는 민 자매였다.
“뭐 마시고 싶어?”
“나 그냥 커피.”
한창 주문을 받다가 조금 쉬는 시간에도 불평 없이 서연이 커피를 내린다.
그 때.
♬♩♪
타이밍 좋게 카페에 흘러나오는 민아인의 노래에, 그녀의 얼굴이 부끄럽다는 듯이 달아오른다.
“아니, 이 노래 왜 계속 틀어!”
“뭐 어때. 홍보되면 좋지. 이거 연우 안무가님한테도 허락 받은 거야.”
서연의 말에 민아인의 눈이 커다랗게 커진다.
“연우 님한테? 어떻게?”
“우리 카페 한 번 찾아왔었어. 전에 촬영팀이랑.”
“촬영?”
탁.
어느새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민아인이 물었다.
“응. 게릴라 콘서트로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 같던데. 아, 잠깐.”
서연이 카운터의 한쪽 구석에 놨던 전단지를 꺼내들어 보여준다.
“이거.”
전단지를 집어 들고 쳐다보는 민아인.
거리의 댄서들의 프로그램 설명과, 날짜와 장소가 안내되어있었다.
“아, 이거 봤어! SNS에서. 언니 카페에 홍보를 왔었구나.”
“너랑 같이 오라고 했었는데, 이 때 당시에는 시간도 안 돼서 못 갔지.”
“아깝다. 연우 님 춤추는 거 보고 싶었는데.”
“그치. 나도. 그렇게 잘 생긴 사람이 춤도 잘 춘다던데.”
아쉽다는 듯 말하는 민아인과 서연.
그러던 중 아인이 말했다.
“그런데 언니 전에 뮤직비디오에 캐스팅 됐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 어떻게 됐어?”
“아, 아! 그거 됐어! 하기로 했어.”
“정말?”
민아인의 질문에 생각났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서연이 말했다.
“잠깐 등장하는 카페 알바 역할이긴 한데… 춤도 춰야 된다더라.”
서연이 어색하게 웃었다.
“어떡해, 우리 완전 몸치잖아.”
“연습 해야지 뭐.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래도 알바 역할 연기는 잘 할 수 있겠다.”
“아니 무슨. 연기는 뭘 해도 잘 하지!”
“아~ 네~.”
아인이 혀를 낼름 내밀고 언니를 놀렸다.
“그래도 나도 이번에 처음 헬리 작곡가님 노래 불렀는데, 언니도 드디어 첫 작품 들어가는 거네. 우리 진짜 올해에 대박 날건가 봐.”
그러다가 감회가 새로운 듯 손을 모으고 말했다.
가수 지망생인 민아인.
배우 지망생인 서연.
두 자매가 처음으로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가 어떤 내용이라고 했지?”
“아, 그거… 아직 촬영 일정은 안 잡혔는데, 컨셉은 나왔어. 판타지 같은 느낌?”
“가수, 가수는 누구야?”
“그, 그 분들 있잖아. 노래 잘 부르시는 걸그룹.”
“…요즘 걸그룹은 다 노래 잘 불러 언니.”
“하, 하하.”
어색한 웃음을 남기며 서연이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
“아!”
마침내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퍼플링크. 걸그룹 퍼플링크의 뮤직비디오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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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링크 타이틀곡이 결정 됐어요.]“흠…”
터벅터벅.
헬리의 작업실로 걸어가는 길.
내 핸드폰으로 MW엔터테인먼트, 박 팀장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이번에도 퍼플링크의 기획을 담당한 박 팀장.
퍼플링크의 컴백 타이틀곡이 확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저번에 말했던 안무팀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문자였다.
“약 다섯 개의 안무가들을 우선 선발 해, 최종 평가를 할 예정…?”
이렇게 됐으니, 남자 그룹을 담당해 온 Free Plus에게는 기회가 가지 않을 거고.
외부 안무팀들 중에서도 회사에 소속도지 않은, 안무가들이 소식을 듣고 몰려들 텐데…
“재밌겠네.”
아마 나 혼자 남자 안무가이지 않을까 싶었다.
걸리쉬 댄스를 출 수 있는 남자 댄서야 많은데,
그것의 타이틀곡을 담당할 수 있는 남자 안무가는 여성 안무가들에 비해 많지 않아서.
“그만큼 나도 경쟁력을 생각해야겠지.”
쉽게 생각했다간 담당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끼익-.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헬리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어…?”
뭐, 남궁수가 헬리의 작업실에 있는 거야 익숙하니 놀랄 게 아니었는데.
그녀의 표정이 이상했다.
잔뜩 굳은 표정.
뭔가 문제라도 있나?
“뭐야, 헬리는 어디가고 너만 있어?”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고 들어서려는데.
타다닥!
남궁수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달려와서는 내 얼굴에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이거, 이거 봤어?”
…뭐야.
남궁수의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띄어져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엔 유튜브의 영상 「구름 광장」 그 댓글 중 하나가 켜져 있었다.
[이 노래는 제 곡을 표절했습니다.]자신의 노래를 올린 유튜브 영상의 링크와 함께 상단에 떠 있는 댓글.
「구름 광장」이 표절 곡이라고?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