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86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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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내가 회귀 전, HY엔터에 있을 당시.
남유진과 함께 몇 번이고 함께 작업을 한 적 있는 댄서였다.
뭐 실력은… 그냥저냥 했던 걸로 기억한다.
딱히 눈에 띄게 잘 하지도 않고, 잘 못 추지도 않고.
적어도 남유진보다는 답답했다.
내가 추지 못하고 머리에 그리던 춤을 몸으로 옮겨내는 것을 원했는데.
김규원의 경우엔 항상 힘을 주는 부분이나, 동작의 포인트를 자기 마음대로 바꾸곤 했으니까.
심지어 그것 때문에 안무가 형편없어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지만 내가 김규원이란 이름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그와 함께 했던 작업들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도 한참 전. Lidit Sinne 안무팀에서 퇴출을 당한 댄서였으니까.
아니, 단순히 우리 안무팀이 아닌.
우리나라 안무 업계에서 퇴출을 당한 댄서였다.
물론…
그가 퇴출을 당한 이유는, 그가 댄서나 안무가로서 실력이 부족한 것 때문이 아니었다.
정확히 언제였더라.
그가 한 번, 나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내게도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끔찍한 외모, 춤을 추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안무를 만들어내기만 하는 기계에 불과했던 나에게.
‘대마를 입에 문 동안에는, 그런 것들을 모두 잊을 수 있다.’
…라고.
뜬금없는 얘기에 나는 당황했고, 그는 자신의 제안을 내가 거절하자 픽 웃으며 ‘기회를 날려버렸다’ 라며 비웃었지.
‘…약쟁이 녀석.’
그러니까, 저 녀석을 지금 당장에 비유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거라고 해 둘까.
실눈을 뜬 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녀석.
어째 이 곳에서 그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최대한 엮이지 말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쳐다봤다.
엮이지 말자고 생각은 하는데…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걸 삼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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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새로운 댄서 게스트들의 등장에 스튜디오가 북적거릴 쯤.
내 옆에 서 있던 화이언이 슬쩍 물어온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 있었나보다.
“어…”
…그런데 뭐라고 답하지?
막상 질문에 대답을 하려니 입이 턱 막힌다.
“아는 사람이야?”
내 시선을 따라가더니, 흘깃 김규원을 쳐다보는 화이언.
딱히 내가 좋은 감정이 아닌 걸 눈치 챈 건지, 화이언의 눈빛도 곱지 않다.
…아니, 네가 그럴 필요 없는데.
당장 화이언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이유인데, 그가 그렇게 바라보니 난감하다.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없고, 저 자식이 미래에 마약을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아냐. 내가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말을 돌리는 수밖에.
그래.
사실 모르는 사이라는 건 상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잖아?
내가 특별히 나서지 않으면, 상대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거다.
가볍게 생각해야지.
“반갑습니다.”
이번 미션을 위해 초청된 댄서들.
방수연과 이대경, 그리고 김규원이 차례차례 출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나와 안면이 있는 방수연과 이대경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슬쩍 눈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에요.”
“오늘 기대 좀 하고 왔습니다.”
한 마디씩 건네며 인사를 하는 게스트들.
고정 출연자 8명에 한 명 한 명 안부를 물을 수도 없는 일. 돌아가며 간단히 악수만 나누다보니, 당연히 내 앞에도 김규원이 오게 됐다.
“잘 부탁합니다.”
“…”
꿀꺽.
밍숭맹숭한 기분을 감추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그래, 이번 생의 김규원은 나를 모른다, 모른다.
“후.”
그런 내 마인드 컨트롤이 최고조가 되어갈 무렵.
“아, 맞다.”
나와 인사를 나누던 김규원.
그가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더니,
내게 귓속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최연우 댄서님. 오늘 촬영이 끝나고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요?”
…아니,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
.
.
“무슨 일로…?”
“그건 지금 당장 얘기를 하긴 좀…”
내 말투가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신경을 쓰며 대답했더니, 김규원이 눈동자를 굴리면서 주변을 돌아본다.
하긴 지금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당장 무슨 일인가 하고 MC를 비롯한 다른 출연자들이 의문을 가질 거다.
적어도 프로그램과 관련된 건 아닌, 다른 용건이 있다는 건데.
‘문제는 그 용건이 무엇인지 상상도 안 된다는 거지.’
최소한 HY엔터와 관련되어 있다는 건 확실한 일이다.
무시하고 싶긴 한데…
HY엔터와 관련되어 있다고 무조건 나쁘게 생각하는 것도 내 선입견이겠지?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용건일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춤과 관련된 거라거나.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용건들…
‘젠장.’
…이라고 생각을 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았다.
어째 회귀 후에 내가 HY와 엮일 때마다,
그게 딱히 좋은 일로 연결되지는 않던데 말이야.
“자, 그럼!”
그렇게 내가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 사이.
MC의 진행으로 인해 ‘거리의 댄서들’의 촬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규원의 용건이 뭘까.
의심하는 마음에, 손톱을 깨물며 초조한 얼굴로 촬영에 임하고 있으려니.
매의 눈으로 그런 내 모습을 캐치한 MC가 내게 휙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제 곧 게스트 댄서들에게 네 팀의 30초 영상을 보여드릴 텐데요. 지금 엄청 긴장하고 계신 분이 한 분 있는 것 같아요. 최연우 댄서!”
“아, 네.”
MC가 웃으며 말해왔다.
“이번 미션에 자신이 없으신가 봐요? 엄청 초조한 모습으로 계시던데.”
“어? 자신이 없어?”
화이언이 장난스럽게 대사를 치며 MC의 멘트를 받는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내젓고 말했다.
“아니, 그것 때문에 초조한 게 아니라…”
하지만.
나는 말하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했다가, 뭐 때문에 초조해 했는지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해?
“…네.”
“네?”
순간.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말을 마무리 지어버렸다.
그러자 더더욱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뭐라도 말을 해야겠는데.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와우.”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어거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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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와, 거기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생각을 했어?”
‘거리의 댄서들’ 그 촬영이 마무리 되고난 뒤.
출연자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오늘의 최고의 장면을 꼽으며 내가 한 말을 들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와, 이걸 다른 사람이 했으면 완전 재수 없다고 했을텐데, 최 안무가가 하니까, 무슨 영화의 명대사인 줄 알았다니까?”
사람들이 나를 놀리는 것 반, 그리고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 반의 마음을 담아 말한다.
“하하.”
나야 갑작스러운 MC의 질문에 밀려, 당황스러운 와중에 내뱉은 말이었다.
게다가 사실 내가 처음 생각한 말도 아니었고.
‘아직 이 말이 유명해지지 않았을 때구나.’
–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내가 알기로, 이 말은 유명한 바둑 기사가 했던 말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한 말도 아니고, 사석에서 했다가 와전되어 퍼진 말이었고 말이다.
…근데 그걸 내가 공식 석상에서 말을 해버렸네.
“이 방송 나가면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 진짜 궁금한데.”
“그러니까요.”
“자신감의 아이콘이 되겠어요, 최연우 댄서.”
“딱히 자신감의 아이콘이 되길 원하지 않아요, 저는.”
“에이, 당당하게 말해놓고는 부끄러워하기는.”
…
뭐라고 말을 해도 안 될 것 같다.
“오늘 괜찮네요.”
“게스트들 인터뷰도 깔끔하게 분량 나오고, 30초 영상들도 임팩트 있었고.”
PD도 오늘 촬영분이 잘 뽑혀서 그런지, 싱글벙글한 모양새였다.
어찌됐던, 이번 촬영의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본의 아니게 ‘질 자신이 없다’라면서 당당하게 말을 내뱉은 것 치고는,
나와 화이언은 1등의 자리는 임성준에게 빼앗겨 버렸다.
‘소녀의 기도’에 맞춘 점심시간 컨셉의 30초 안무.
짧은 시간에 위트를 담아 깔끔하게 안무를 만든 것은 맞지만.
임성준과 켄은 이전 미션에 졌던 것 때문에 얼마나 칼을 갈고 준비했는지.
중간 미션이라고 생각이 안 될 만큼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음 화이언/최연우 팀 선곡은 임성준/켄 팀이 하는 걸로.”
1등의 자리를 차지한 임성준이 상대방 경연곡을 선택하는 룰이었는데.
그들이 나와 화이언을 선택하는 바람에, 2등인데도 불구하고 정해주는 곡으로 무대를 하게 생겼다.
‘어쩌다 보니 다음 경연도 임성준과 대결하는 모양새네.’
나 역시 마다할 것은 없었다.
그나저나.
그러면 선곡을 어떤 걸로 줄까?
‘…그러고 보니, 이거 헬리한테 부탁할 수가 없겠는데?’
편곡을 헬리에게 맡길 생각이었는데,
지금 고소 처리하느라 정신없을 헬리에게 맡길 수가 없잖아?
‘다른 작곡가를 생각해둬야 하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화이언을 쳐다봤다.
이번엔 화이언에게 편곡자를 구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해 볼까.
“상대팀의 선곡은 제작진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뭐,
일단 선곡이 뭔지 보고 생각을 해야 할 일이다.
“다음 촬영에 봬요.”
촬영이 끝난 스튜디오.
하나 둘 해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역시 퇴근을 하려는데…
나를 향해 눈치를 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 맞다.’
…그냥 모른 척 하고 나가버릴걸.
“잠깐, 얘기 좀…”
함께 스튜디오를 나가려는 화이언에게까지 양해를 구하더니, 내게 다가오는 사람.
김규원이 곧장 나를 이끌고, 둘 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에휴, 그래.
대체 무슨 얘기를 할지. 들어나 보자.
나는 화이언에게 잠깐만 기다리라는 싸인을 보내고는, 김규원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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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거를 전달해주고 그러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둘 만이 있을 수 있게 된 장소.
건물 밖의 뒷 공터.
김규원이 순간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깜짝이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계속 대마, 대마 생각하다보니 담배가 대마로 보일 지경이다.
“? 피실래요?”
놀란 나를 향해 담배를 건네는 김규원.
이 녀석에게 ‘피실래요?’ 따위의 말을 들으니 더 기분이 이상하다.
하지마, 새꺄.
“아뇨.”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녀석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날 힐끔 쳐다본다.
그래, 녀석의 눈엔 내가 더 이상하겠지.
김규원이 틱, 틱,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는 말한다.
“후. 그러니까. 이걸 전달하는 건 제 의지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 둬 주시고.”
순간, 잠깐 침묵을 지키던 김규원.
“쯧.”
생각을 거듭하던 그가 갑자기 혀를 차더니, 뜬금없는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최 안무가 님. 혹시 한세나라고 아세요?”
한세나?
“리버티의 한세나?”
“오, 알고 계시네.”
김규원이 다행이라는 듯 가볍게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이 안무가님과 연락을 하고 싶다고 해서요.”
“…연락이요?”
고개를 끄덕이는 김규원.
피식 웃은 그가 말을 이었다.
“연락처 좀 알아달라고 하도 지랄을 해서. 혹시, 괜찮으시면 통화 한 번 해볼래요?”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