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87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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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리버티.
HY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걸그룹이자, ‘연기돌’이라고 불리는 아이돌이었다.
보통 연기돌이란 연기를 잘 하는 아이돌에게 붙는 별명.
하지만 리버티는 멤버들이 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런 별명이 붙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왜 연기도 하기 전에 뜬금없이 연기돌이라는 별명이 붙었냐, 하면…
바로 다섯 멤버들의 비주얼 때문.
보통 걸그룹 아이돌이라고 하면, 아무리 예뻐도 배우에게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리버티의 멤버들은 달랐다.
데뷔 직후 HY엔터의 푸쉬로 올라간 연말 시상식.
배우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비주얼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리버티의 5명 멤버 모두 비주얼 담당이라도 해도 될 만큼, 개성 있으면서도 화려한 외모.
덕분에 배우를 해도 되겠다. 라는 뜻의 연기돌이 별명이 된 셈이다.
“어…”
나는 갑작스러운 김규원의 말에 멍하니 서서 있을 뿐이었다.
한세나가 갑자기 왜 나와 연락을 하고 싶다고 하는 거지?
물론 건너건너 들은 적 있긴 했다.
연예인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연락을 할 때,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혹은 최대한 회사 몰래 연락을 취해서 만난다고.
김규원은 리버티의 안무를 담당하는 댄서.
댄서인 김규원을 통해, 댄서인 내 연락처를 묻는 건 이상하지 않긴 한데…
정말 개인적으로 내가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한 거라고?
“왜요? 너무 놀라서 답도 못하시네.”
툭툭.
김규원이 물고 있던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그의 행동이며 말투가 하나 같이 삼류 양아치 같은 느낌이다.
나야 원래 그런 녀석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거지만.
만약 정말 여기서 김규원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면, 꽤나 당황했을 지도 모른다.
“리버티를 본 적 있으면 그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죠. 특히나 한세나 걔가 제일 예쁘잖아요. 아이돌 같은 느낌도 아니고.”
말하며 피식 웃는 김규원.
뭐, 그의 예상이 맞다면 맞나?
놀라서 답을 못하고 있었던 것도 맞고. 내가 한세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맞으니까.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이성적인 감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다른 이유라는 거지.
‘주혜린과 조가빈.’
그리고 한세나.
같이 연습생을 보냈던, HY 엔터테인먼트 ‘클로저스’ 연습생들.
그토록 실력 있는 아이돌인 주혜린과 조가빈이 어째서 HY에서 데뷔하는 것을 포기했을까.
그때를 알고 있던 프로원의 혜정의 말에 따르면, 그 이유가 분명 한세나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대체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들은 적이 없었다.
덕분에 그 궁금증은 항상 내 머릿속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말이다.
“지금 당장 통화가 부담스러우면, 번호 알려 드릴 테니 문자로라도 연락 주고받아 보시던가.”
실실 웃으며 김규원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달라는 손짓인 것 같다.
스윽.
나는 호주머니에서 내 핸드폰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봤다.
이걸 어떻게 할까.
‘…일단.’
저 김규원의 재수 없는 미소가 신경 쓰이긴 한데.
주혜린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힘들었던 연습생의 사건.
그런 한세나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더욱 컸다.
씨익.
김규원의 미소가 더욱 짖어지더니, 내 핸드폰을 받아가서는 번호 하나를 입력했다.
그리고 ‘한세나’라는 이름까지 확실히 적고, 번호 저장까지 해서 넘겨준다.
“그럼 다음에 뵐 일이 있기를 바라죠.”
툭.
다 피고 남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며 말하는 김규원.
그러더니, 그는 자기 할 일은 끝났다는 듯 곧바로 자리를 떴다.
‘다시 볼 일이 있기는.’
하.
저 약쟁이랑 얽히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네.
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김규원이 찍어 준 한세나의 번호를 가만히 바라봤다.
.
.
.
김규원과의 짧은 대화를 끝마치고.
다시 CTBC 건물의 입구 쪽으로 가니, 손을 번쩍 들고 흔들고 있는 화이언이 보였다.
입구 근처에 차를 대고, 나만 도착하면 금방이라도 출발할 수 있게 준비를 끝마쳐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하울 보이즈의 매니저도 보인다.
명백히 따지면 나를 데려갈 이유는 없는데.
매니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러자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사과를 받아주는 매니저.
‘전에 봤던 사람이 아니네.’
첫 번째 촬영 날.
화이언을 픽업해주던 매니저는 덩치 크고 순박해 보이는 매니저였는데.
반면 오늘 스케줄에 참석한 매니저는 왜소한 덩치에, 까치집이 가득한 머리를 모자로 푹 눌러쓰고 감춘 매니저였다.
그래서인지, 더 대하기가 힘들다.
…이 매니저는 눈매가 너무 예민해 보이기도 하고.
“이동하죠.”
단답으로 짧게 답한 매니저가 곧바로 운전석의 문을 열었고,
덜컹.
뒤이어 나와 화이언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6인승 벤에 둘이서 올라타려니 뒷좌석이 널널하다.
“…한 명 앞에 타야 하는 것 아냐?”
“아냐, 저 매니저 형은 차라리 옆자리 비어있는 거 좋아해. 예민 보스거든.”
화이언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왔다.
“작년까지 로드였는데, 올해 우리 매니저 담당으로 넘어오면서 치프 매니저로 승진했대. 근데 로드 때보다 더 정신없어 보이더라.”
치프 매니저였구나.
한창 활동기의 매니저는 아티스트를 픽업해서 운전을 하고, 밥을 챙기는 등 체력적으로 힘들다면.
치프 매니저는 거기에 더해 홍보, 섭외, 계약 관리. 스케줄을 관리하느라 정신적인 피곤함까지 더해진다고 했다.
‘보기만 해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
그리고 그 피곤에 쩔어 있는 좀비 같은 얼굴을 실제로 보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다음 스케줄 있어?”
“아니, 매니저 형이 빼줬어.”
부우웅-.
그렇게, 차에 타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화이언에게 물었더니, 그가 기지개를 쭉 펴며 답해준다.
“지금 나를 제외한 멤버들 전부 ‘퀴즈의 방’이라는 웹 예능에 출연중이거든. 원래는 뒤늦게 합류하는 걸로 하려고 했는데, 그쪽이랑 잘 얘기가 되서, 안 가도 된대.”
“다행이네, 좀 쉬겠다.”
“그러게. 내일 회식 참석하려면 푹 쉬어야 되는데. 잘 됐다.”
“회식?”
“어. 형도 참석하잖아. 몰라?”
내가 모르는 내가 참석하는 회식이라니.
화이언과 함께 참석을 하는 거라면, MW엔터의 회식인가?
기획사에서 보통 회식을 열어준다고 하면, 활동 마무리에 아이돌과담당 아티스트 팀이 회식하긴 하던데.
나는 팀도 아닌데?
“내일 우리 ‘거리의 댄서들’ 첫 방 기념 단체 관람하기로 했잖아.”
“아아!”
그게 아니었구나.
그러고 보니 드디어 내일이 한창 촬영 진행 중인 CTBC의 프로그램 첫 방송일이었다.
다 같이 모여서 함께 관람한자는 말이 나온 것 정도야 들은 적 있었다.
“그런데 그거 단체 관람이 회식이야?”
“원래 첫 방송은 식당 대관해서 다 같이 보는데. 술은 마셔도 되고 안 마셔도 되고.”
어떻게 보면 회식이라고 할 법도 하다.
“그런데 거기 너 참석할 수 있어?”
“해야지, 참석. 못해도 해야지.”
내 질문에 화이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어쩌면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게, 촬영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화이언의 말에.
앞좌석에서 운전을 하며 듣고 있었는지,
치프 매니저의 고개 역시 끄덕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이 아니겠지?
xxx
[‘표절시비 작곡가‘ 헬리의 앨범 프로젝트. 그 두 번째 곡 발표. 보컬은?] [H&C Gallery, 두 번째 음원「Husky」공개.] [‘표절 논란’에서 결백을 증명한 헬리 작곡가. 활동 청신호 이어가…]매스매치와의 인터뷰 이후.
전화위복이라고, 장재원이 걸고 넘어졌던 표절 시비가 더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다.
처음으로 프로젝트의 음원을 발매했던 「구름 광장」보다 훨씬 많은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후, 떨린다.”
업로드를 끝마치고,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리던 남궁수가 손을 모아 쥐고는 중얼거렸다.
이번 「Husky」에 작사가로 참여한 남궁수.
처음으로 음악적인 부분에서, 영상 편집 이외의 자신의 지분이 포함 된 노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남궁수의 기대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댓글은 예상대로, 노래와 보컬의 조화로움에 감탄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댓글들의 공통점이라면,
이 노래가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라는 것.
지금껏 나오지 않은 보컬, 없었던 느낌의 노래였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었다.
지이잉-.
징-.
지이이잉.
그리고 그 순간.
호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쉬지 않고 진동을 울려댔다.
뭔가 해서 봤더니.
[연우 오빠!] [아니, 선생님!] [저 영상 올라온 거 봤어요. ㅠㅠㅠㅠ] [궁수 언니! 영상 색감 너무 예뻐요!]이유라가 보낸 메세지들이었다.
그것만 봐도 민아인과 비교가 된다.
깔끔하게 전화 한 통으로 진심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했던 민아인과.
짧은 문장으로 여러 개, 그것도 메세지로 보내는 이유라.
뭐, 그 방법이 어쨌든, 감사 인사를 듣는 게 나쁘진 않았다.
사실 나보다는 헬리에게 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나도 함께 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지분은 좀 있으니까.
“궁수 언니는 또 뭐야.”
남궁수 역시 자신의 핸드폰에 보내 온 메세지를 보더니, 허탈하다는 듯 말했다.
“성이 남궁에 이름이 수라니까. 남-궁수가 아니라고. 사람 이름이 궁수겠냐? 활 쏘게?”
그리고는 손가락이 불나도록 핸드폰에 뭔가를 입력하는 게.
단단히 이유라에게 설명을 하는 모양이었다.
“에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비어있는 헬리의 자리를 바라봤다.
이 녀석은 고소 처리를 하루종일 하는지.
연락도 안 되고, 자리에도 없고.
어디를 간 건지.
“으쌰.”
나는 헬리의 행방에 대해서는 뒤로하고,
컴퓨터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일단, 헬리와 H&C Gallery의 다음 작업을 신경 쓰기에 앞서.
내가 먼저 담당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가 나왔다고 했지.’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함에 들어갔다.
MW엔터테인먼트.
퍼플링크의 컴백 앨범.
그 타이틀곡이 마침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MW엔터의 TF 1팀.
퍼플링크를 담당하는 팀에선, 걸그룹 안무를 담당할 수 있는 여러 안무가. 안무팀에게 미리 연락과 함께 참가여부를 물었다.
이번 컴백 타이틀곡의 안무를 두고, 오디션을 통해 더 나은 안무를 선정한다는 얘기를 말이다.
“…들어보자.”
MW엔터 A&R팀으로부터 도착해 있는 한 통의 메일.
나는 헤드셋을 끼고, 첨부되어 있는 곡을 다운 받았다.
지금껏 내가 만든 안무로, 다른 안무팀과 경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이 된다.
‘처음 바로 느낌이 왔으면 좋겠는데.’
안무를 만들 때 베스트는, 노래를 듣자마자 그 노래에 어울리는 컨셉과 안무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러니저러니 안무에 수정이 들어간다곤 하지만.
결국 첫 느낌이 마지막까지 영향을 끼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누르니, 마침내 재생되는 퍼플링크의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
“…”
그리고.
나는 그 노래를 듣고는, 얼굴을 굳힌 채 멍하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 또 이 노래가 여기서 나오는 거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노래의 작곡가는 분명…
“헬리, 이 녀석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헬리가 만든 노래.
그 노래가 헤드셋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