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88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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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퍼플링크의 타이틀곡이 정해졌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헬리의 곡일 줄이야.
“왜 그래?”
허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으려니, 남궁수가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다.
“…말 전달은 다 끝냈어?”
“그거야 뭐, 착각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 이제 익숙해.”
“그런 것치고는 열변을 토해내던데.”
내 말에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는 남궁수.
그녀는 방금까지 이유라에게 자신은 궁수가 아니라는 설명을 두 번 세 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이름을 착각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그녀의 말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뭐 하고 있었어?”
남궁수가 말을 돌리듯 다시금 물어온다.
“이번에 퍼플링크 컴백 타이틀곡이 나와서 들어보는 중이었어.”
여전히 화면에 떠 있는 메일함과, 재생 중인 헬리의 노래.
“어?”
그런데, 남궁수가 내 말을 들으며 화면을 쳐다보다가 가만히 한 마디를 내뱉는 것이었다.
“왜?”
“이 노래…”
노랫소리는 헤드셋을 끼고 있어 남궁수에게 들리지 않겠지만,
화면 노래의 제목은 보이고 있었다.
「커피」
“헬리 노래 아니야? 제목도 그대로네?”
남궁수가 놀랍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오히려 나였다.
어떻게 이 노래를 알지?
내가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이유는, 회귀 전 들은 적 있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노래를 부른 아이돌은 퍼플링크가 아니었고, 그 시기도 지금보다 한참은 뒤였다.
이 노래가 벌써부터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남궁수가 알고 있는 것도 신기하네.
“어떻게 알아?”
“이거, 이 제목으로 헬리가 만드는 거 뒤에서 본 적 있어. 만들자마자 나한테 어떠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걸.”
혹시 한참 전부터 퍼플링크의 타이틀으로 확정이 되어 있었나?
잠깐 고민했지만, 나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이번 곡은 내가 알고 있는 노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노래였으니까.
만약 미리 확정되어서 MW와 수정 작업을 많이 거친 곡이라면, 내 기억 속의 노래와 많이 달라졌을 거다.
“이거 퍼플링크의 데뷔곡을 듣고 영감을 받아서 만든 노래라던데. 와, 이게 다음 앨범 타이틀이 됐구나.”
“…아!”
하지만, 그 다음 들리는 남궁수의 말에 의문이 풀렸다.
퍼플링크의 데뷔곡이라면 「나른한 오후」다.
그리고 그 노래는 원래 내가 아니었다면 퍼플링크의 데뷔곡이 아니었을 노래.
그런데 내가 서은아를 붙잡아 퍼플링크로 데뷔하게 되고 노래가 훨씬 빨리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래서 헬리가 이 노래를 빨리 알게 됐고, 이 노래 때문에 「커피」를 만들게 된 건가?’
한참 뒤에나 만들어져야 되는 이 노래가 벌써부터 세상에 나오게 된 셈이다.
“이거 안무 담당해?”
“어… 그럴 수도?”
음…
일단 다른 안무팀들과 경쟁을 해서 쟁취하는 거니까.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하진 않다.
“헬리는 그럼 오디션으로 안무를 정한다는 걸 알고 있었나보네.”
그런 일련의 과정을 남궁수에게 설명했더니,
그녀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왜 헬리가 내게 미리 언질을 안 했는지 알겠네.
“미리 곡을 듣고 안무를 준비하면 불공정하니까?”
“그런 것 같은데.”
평소 헬리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
본인이 지금껏 누구의 인맥이 아닌 노래로만 작업을 해왔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하게 실력으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다.
“…그냥 네가 잘 나가는 걸 꼴 보기 싫어하는 걸 수도?”
…남궁수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피식 웃고 있으려니, 남궁수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네 입장이선 좀 아쉽겠다. 퍼플링크랑 계속 작업하면 좋잖아?”
물론,
첫 번째 앨범 성적도 잘 나오고, 떠오르는 아이돌인 퍼플링크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은 맞지만.
나는 남궁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뭐, 난 오히려 더 좋아.”
만약 헬리가 나를 배려한다고 미리 노래를 알려줬으면 실망했을 거다.
애초에 다른 안무가들과 공정하게 경쟁해, 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특히 이번 노래, 「커피」는 더더욱 미리 알았으면 재미없었을 노래거든.
‘이 노래에 안무를 만들다니.’
벌써부터 설레네.
과연 이 노래에 제대로 된 안무가 입히면, 어떤 성적이 나올지 궁금해서.
.
.
.
회귀 전.
퍼플링크가 아니라, 이 노래를 부른 아이돌은 참담한 성적을 금치 못했다.
당시 헬리는 꽤 이름 있는 작곡가였음에도, 노래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이돌이 매력이 없어서라거나, 노래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이 노래에 대한 평가는 하나였다.
– 안무가 노래를 망쳤다.
라는 것.
어지간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그 경우가 바로 이 노래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회귀 전 「커피」를 담당했던 안무는 다소 걸그룹 치고는 파격적인 안무였다.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 다리를 쩍벌로 벌리면서 임팩트를 주는 안무.
‘쩍벌로 벌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물론 그때 그런 동작으로 안무를 만드는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노래가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의 노래라는 게 문제였을 뿐.
무대의 임팩트가 커도 그렇게 클 수가 없었고, 뮤직비디오에는 사람들의 경악하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노래는 좋았지만…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안무가 생각난다며 진저리를 치게 됐으니까.
그 이후에 곧바로 소속사는 안무를 수정했지만, 이미 영상으로 남아버린 ‘레전드 안무’는 고이고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반면교사가 됐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안무가들은 다시 한 번 안무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러니까,
역사에 길이 남을 ‘안무가 망쳐버린 노래’에 새로운 안무를 입힐 수 있다는 거다.
만약 이 노래가 좋은 안무를 만나 퍼플링크의 노래로 발매된다면.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내가 만든 안무를 입혀야지.’
더더욱 욕심이 났다.
헬리의 노래에 안무를 입히는 것.
우리의 유튜브 내에서 이루어지는 콜라보가 아니라,
다른 아이돌의 노래에 작업하게 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드르륵.
“어디가?”
그 사이.
내가 듣고 있던 헤드셋을 뺏어들고 「커피」를 듣고 있던 남궁수.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녀가 돌아보며 물어온다.
나는 모자를 챙겨 쓰고는 말했다.
“안무 만들러 가야지.”
몸이 근질거려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있나.
후.
노래를 듣기 전 내가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분명, 딱 들었을 때 느낌이 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나?
‘오네.’
알고 있는 노래이기도 했지만.
그 노래에 내가 춤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에 몽실몽실 아이디어가 피어오른다.
퍼플링크의 데뷔곡 안무와 비슷한 느낌의 곡.
심지어 그 안무를 내가 만들었으니, 어떤 방식으로 변형을 주고 ‘역시 퍼플링크’ 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춤을 만들 수 있을까.
“…갔다 와.”
신나서 헬리의 작업실을 떠나는 나를 바라보던 남궁수.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배웅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거리의 댄서들’ 선공개 영상 올라갔다고 하던데.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상관없으려나.”
xxx
‘거리의 댄서들’의 첫 방송을 앞둔 전날 저녁.
“프로그램의 이름은 확실히 알려졌네요.”
CTBC의 휴게실.
앉아서 기사를 살피던 ‘거리의 댄서들’의 조연출이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방송을 하기도 전인데, 미리 게릴라 경연을 본 사람들이 남긴 감상들이 이미 온라인으로 퍼져나갔고.
그것이 홍보 아닌 홍보가 되어, 첫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더더욱 올라간 상태였다.
“그치. 댄서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기도 했고. 아이돌 팬덤의 힘도 있으니까.”
조연출의 말에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유 PD가 받는다.
“일단 무대를 본 사람들은 입이 근질근질할 테니까.”
사실, 유 PD에게 이러한 화제성 정도는 예상한 순위 내였다.
거리로 나가는 포맷. 이른바 현장 직캠.
게다가 아이돌이 엮여있는 이상, 언급이 계속 올라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경연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거나, ‘특정 아이돌의 팬’과 같은 특정 표본이 아닌,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후우… 방송 후에는 화제성 1위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사를 보고 있다가, 걱정된다는 듯 말을 줄이는 유 PD.
“예?”
아무 걱정 없이 싱글벙글하던 조연출이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 쏟아지는 기사들 보면 지금 현재 동시간대 방송 중인 예능들과도 비교가 안 되는데요?”
“그건 이제 곧 런칭 될 프로그램이니 당연한 거고.”
“그렇다고 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연출. 그가 보기엔 그 어떤 새 예능이라도, 이 정도의 관심은 꽤나 유의미했기 때문이다.
유 PD가 그런 그를 타박하며 설명했다.
“쯧, 원래 어떤 프로그램에 화제성 1위에 올랐다느니, 어떤 연령대가 가장 즐겨보는 프로라느니. 그런 기사가 나는 건 전부 빛 좋은 개살구야.”
“왜요? 전부 프로그램이 잘 나간다는 소리잖아요.”
“그런 기사 하나도 안 내보내도, 더 입소문이 나는 게 있어. 그게 뭔지 알아?”
유 PD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잇는다.
“시청률.”
“…”
조연출이 그제야 입을 꾹 다물었다.
“결국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 전부 시청률이 안 나오면 그걸 숨기려고 내는 기사들이란 말이야.”
그제야 조연출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PD 말마따나.
이런 기사들, 화제성이 뛰어나도 결국 방송 제작팀 입장에선 시청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던 조연출이 핸드폰으로 CTBC 채널에 올라온 선공개 영상을 슬쩍 확인하며 말한다.
“그래서 이번 선공개 영상을 헬리의 편곡 과정 영상으로 하셨구나.”
“음.”
유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공개로 관심을 이끌어내려면, ‘거리의 댄서들’의 아이돌 위주의 영상을 올리는 게 맞았다.
아니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최연우 댄서를 집중 조명하던가.
일단 잘생긴 얼굴을 영상에 담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테니까.
하지만 PD는 뜬금없이 작곡가 헬리의 편곡 과정 영상을 선공개로 올렸다.
심지어 편곡 노래가 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 부분은 조금 더 신나는 느낌으로 바꿔볼까요.’ 따위의 말을 하는 영상.
당연히 그 선공개 영상의 댓글엔 수많은 물음표들이 달렸다.
왜 선공개 영상이 이런 거냐는 댓글들이었다.
“첫 방송이 되면 사람들은 무조건 이 영상을 다시 찾아오게 될 거야.“
하지만 조연출의 말마따나…
PD는 자신의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첫 방송이 공개되고.
첫 무대가 영상클립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그 무엇보다 이 노래를 편곡하는 선공개 영상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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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
“으으…”
어제 안무실에서 새벽까지 연습을 하느라, 알람을 틀어놓은 핸드폰.
전화가 오자, 진동이 아닌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아, 피곤해.”
기지개를 켜고 나갈 준비를 마친 뒤, 전화를 받으니, 전화 너머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어디쯤이에요? 같이 맞춰 들어가요.]화이언이었다.
오늘 드디어 ‘거리의 댄서들’의 첫 방송을 하는 날.
나는 약속 장소인 식당의 근처에서 화이언과 합류했다.
“하~암.”
“피곤해 보이네요.”
“아, 하하. 조금?”
화이언의 말에 머쓱하게 대답했다.
어젯밤 늦게까지 안무를 만드느라, 온 몸이 비명을 질러댄다.
‘아이고.’
아무리 젊은 몸이라도, 밤새고 2시간 채 안자고 움직이는 건 힘드네.
더군다나, 오늘 회식이라면 술을 마실 수도 있다는 건데…
‘그건 힘들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슬쩍.
저 멀리 보이는 식당을 쳐다보니, 벌써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이잉-.
버튼을 눌리자 열리는 자동문.
화이언과, 오늘도 따라온 하울 보이즈의 치프 매니저.
강선우 매니저라는 그와 함께 식당에 들어섰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직원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묻지도 않고 안 쪽 자리로 안내했다.
“형, 그래도 우리 얼굴만 봐도 연예인인 것 같나봐.”
그리고 그게 기쁜지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화이언.
…나는 연예인이 아니란다.
화이언의 푼수 같은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들어선 회식자리.
“어어~.”
그곳엔 미리 도착한 출연진들과.
이미 취기가 살짝 올라온 것 같은 유 PD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우리를 반겼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