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97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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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가 직접 안무 오디션을 볼 거라고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라고 안무팀에서 이런 오디션을 돌아다녀 봤을 리가 없었다.
보통은 회사에서 보내는 안무를 담당해, 만들 뿐이니까.
덕분에 오디션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평가 기준이 뭔지. 모두 추측으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략적인 예상으로는 A&R팀 사원들이 오디션을 진행하고, 그래서 회사에서 생각한 앨범 컨셉과 맞는 안무라는 게 중요하지 않을 까. 생각했는데…
“네, 아시겠지만 여기는 퍼플링크 멤버들. 오늘 오디션은 퍼플링크와 함께 진행할 거고, 최종 결정은 저희 직원들과 멤버들의 상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예정입니다.”
심사위원석에는 예상했던 회사의 직원들과 함께,
퍼플링크 멤버들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한텐 더 이득인 것 같은데.”
넓은 오디션 장.
멈칫거리는 발걸음으로 들어서는 내게 선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해온다. 순간 그녀가 말한 의도를 파악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물론 그녀가 말하는 이득이라는 건, 우리가 퍼플링크와 친분이 있어서 안무 외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게 아닐 거다.
애초에 그럴 수 있었다면 오디션을 열 이유도 없는 거고.
멤버들이 자신들이 출 안무 직접 보고 심사한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에게 이득이야.’
그건 단순히 춤 난이도가 높다거나, 멋있는 안무가 선택된다는 게 아니라는 소리였으니까.
“이번 안무가님은 익숙한 얼굴이네요.”
“선아 언니!”
평가를 위해 참가한 A&R팀의 직원. 그의 기계같은 설명이 끝나자마자, 현진과 유원이 선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선아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하긴. 세 사람은 활동 휴식기에 따로 만나서 놀 정도로 친했으니까.
그런 막내 둘의 곁에서,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는 있는 두 사람.
하지만 나와 눈을 몇 번이고 마주치면서, 반갑다는 신호를 주고 있는 시현과 서은아가 있었다.
피식.
막내 둘은 거리의 댄서들의 경연 때 봤고. 시현은 R-ade의 지수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있었는데.
서은아는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첫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요즘 퍼플링크의 인기 멤버로 사랑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
표정에 독기가 빠진 것 같은데.
물론 좋은 느낌으로 말이다.
‘부들부들해졌네.’
뭔가 예전에는 네모난 곽얼음이었던 사람이, 푹신한 마시멜로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화사한 걸그룹이 오디션 장에 있으니, 여타 다른 오디션보다 훨씬 밝게 느껴졌다.
나 역시 익숙한 모습에 긴장하고 있던 것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고.
“그럼 최연우 안무가가 준비해 온 안무 설명부터 한 번 들어볼까요?”
“…”
어쨌든 오디션은 절차대로 진행을 해야하니까.
사원의 말에, 자연스럽게 가운데 서 있던 선아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침을 꿀꺽 삼킨 내가 말을 꺼냈다.
“제가 생각한 이번 키워드는 ‘예쁜 척’입니다.”
“예쁜 척?”
“저희 이번 곡 제목이 「커피」인데.”
뜬금없이 나온 키워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 사람들.
“첫 번째 앨범, 「나른한 오후」의 컨셉이 ‘휴식’이었고, 키워드는 ‘리모컨’이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아아. 맞다!”
조금은 부족한 듯한 설명에, 보충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나와 한 번 작업을 한 적 있는 퍼플링크 멤버들은 곧바로 내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시현이 짝! 하고 박수를 치고는 말한다.
“우리 저번 제~~일 처음 레슨 시간에. 동작에 대해서 설명을 다 해주셨잖아.”
“맞아. 처음부터 최 안무가님은 키워드를 정하고 안무를 만든다고 했지.”
“첫 앨범엔 리모컨을 키워드로 눕춤이 나왔으니까…”
멤버들이 서로서로 맞장구를 치더니, 이내 숨을 죽이고 나를 쳐다본다.
“예쁜 척이 키워드라니.”
“설명만 들었는데 기대된다.”
아니, 애초에 설명도 다 안했어.
“그럼, 곧바로 시작해볼까요?”
하지만 굳이 말로 설명을 길게 하는 것보다.
직접 춤으로 이번 ‘예쁜 척’이라는 키워드를 보여주는 게 낫겠지.
‘멤버 개개인의 외모를 부각하는 포인트들.’
그 부분들의 동작을 구분동작으로 잘 포현하는 게 중요했다.
퍼플링크 멤버들이 모두 참석한 이 자리.
각자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이 자리에서 만약 인기 멤버인 서은아 한 명을 메인으로 두는 안무를 짜왔다면.
멋지고, 화려한 안무라도 큰 반응이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
[커피. 잠 못 들게 만들어서 떠나는 새벽녘의 여행.]노래와 함께, 퍼플링크 멤버들의 목소리가 오디션 장에 울려 퍼진다.
“…”
나는 어느덧 편안해진 마음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xxx
아티스트 1팀.
퍼플링크의 A&R을 담당하는 홍 팀장은 최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은 채 안무를 판단하려 했다.
퍼플링크의 첫 번째 앨범의 성공 요인에 안무가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
덕분에 걸그룹 안무를 담당하는 안무가들을 상대로, 데뷔 앨범보다 더 나은 안무를 구하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던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하하. 귀여워.”
“귀엽다고 해야 하나? 쌤 잘 생겼어.”
“…진짜 자기 노래 같애.”
호들갑을 떨며 구경하고 있는 퍼플링크의 멤버들.
그리고 서은아가 만족스러우면서도, 어이없다는 미소를 띤 채 최연우의 안무에 대해 평가를 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홍 팀장 역시 비슷한 평이었다.
원래 퍼플링크의 안무를 담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봐도 이보다 더 나은 안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내숭을 짓는 듯한 느낌의 안무나, 턱에 V자를 받치고 귀여운 척을 하는 안무.
남자가 하면 조금은 어색할 수 있을 안무들이 최연우가 하니 너무 자연스럽게 보였다.
‘잘 생긴 안무가는 저런 것도 도움이 되네.’
홍 팀장이 허탈하게 웃는다.
당연히 외모를 제외하고 안무만을 봐야 하는 건 맞지만.
실제로 추는 춤이 본인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팩트까지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니까.
‘예쁜 척이 잘 어울리는 안무가.’
어째서 기획팀의 박 팀장이 최연우를 단순히 안무가로만 이용하기 아깝다고 했는 지를 알 것 같다.
“저게 나…인가?”
“응. 시현 언니 같은데.”
“마지막에 선아 언니가 추는 부분이 유원이 파트 맞지?”
“100퍼센트지. 맨날 애늙은이처럼 행동하는 거. 딱 유원이네.”
멤버들이 연우의 춤을 보며 신나서 얘기를 나눴다.
10명이 넘는 아이돌. 프로원 같은 대규모 아이돌의 경우에는 단체 군무로 화려하게 무대를 채울 수 있지만. 단점도 있었다.
멤버 개개인 한 명 한 명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는 거.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4명인 퍼플링크의 안무는 춤에 멤버들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었다.
‘춤만 보고도 어떤 멤버를 대상으로 만든 춤인지 알 정도라니.’
홍 팀장이 다시 한 번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데뷔 앨범을 멤버들과 함께 했다는 것.
그래서 멤버들을 더더욱 잘 알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이번 컴백 앨범에서 멋진 안무를 만들어내는 건 다른 문제였다.
‘어디서 저런 안무가가 나와서.’
홍 팀장도 A&R 팀에 있으면서, 지금껏 많은 안무가들을 봐왔다.
함께 작업을 해왔고, 당장 회사 소속인 임성준만 해도 나라에 손꼽히는 안무가다.
하지만…
최연우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단순히 회사에서 런칭하는 노래에 안무를 담당하는 갑/을 관계가 아닌…
안무, 그리고 연예계 업계를 뒤바꿀 변화의 핵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xxx
연고대학교.
점심이 지난 14시 수업. 더운 여름날과 대비되게 기원한 에어컨이 빵빵한 강의실엔 나른한 분위기가 만연하게 퍼져 있었다.
“자, 그래서 구조주의적으로 본 건 끝났고. 다음이… 형식주의. 이 작품을 비역사적으로 비평하는 대표적인 건데…”
비평론 강의가 한창.
나른한 분위기는 점심이 지난 시간이기도 했지만, 나이 많은 교수의 유인물 위주의 설명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수업의 가장 맨 뒷좌석에 앉아있는 여자.
민서연이 몰래 교재를 방패삼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친구.
예정이 힐끔 그런 모습을 보더니, 작게 속삭인다.
“쿠쿡, 넌 진짜 외모만 보면 수업 다 챙겨듣고 과탑 먹을 것 같은데. 공부 하나도 안 하는 거 보면 배신감이 느껴진다니까.”
“뭐래. 과탑 맞거든? …작년까지. 이제는 공부 안 해서 그렇지.”
그녀의 말에 민서연이 혓바닥을 빼꼼 내밀고는 장난스레 답했다.
예정의 말대로, 민서연은 외모만 봐서는 태어나서 엄마 속 한 번 안 썩였을 것 같은 외모였다.
한 갈래로 땋아 묶어 등어리까지 내린 머리. 단아하면서도 귀티가 나는 외모에 청초한 목소리까지.
하지만 실상을 보면, 동생과 함께 이보다 더 부모님 속을 썩인 자매가 없을 정도일 거다.
뜬금없이 가수가 되겠다며, 학교 때려치고 음악 학원을 다니고 보컬을 연습하는 게 동생 민아인이었고.
언니라고 있는 녀석이, 장학생으로 들어간 연고대학교에서 뜬금없이 배우가 될거라고 연기자를 준비하고 있었으니.
“잘 나가던 두 딸이 갑자기 연예인이 된다고 나섰으니. 어휴 어머니, 어머니.”
“야, 그래도 나중엔 다들 자랑스러워 하신대. TV에 나온 연예인들 부모님이 다들 그랬어. 처음엔 반대하는 거 당연한 거야.”
“그래. 사람 일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나중에 유명해지고 나서 나 무시하지 마라?”
“흥. 너 하는 거 보고.”
민서연이 말하고는, 힐끔 교수의 눈치를 살피며 핸드폰으로 다시 시선을 옮긴다.
예정이 그런 민서연을 보고, 그녀가 보는 화면을 쳐다봤다.
‘…뭐야?’
수업 시간에 민서연이 딴짓을 하는 거야 이제 익숙한데. 오늘 보는 영상은 평소와 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 오늘은 왜 춤 영상을 보고 있어?”
“아아, 이거.”
민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뮤직비디오 캐스팅 됐어.”
“뭐어?”
“쉿!”
깜짝 놀라 큰 소리를 내뱉는 예정에게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말리는 서연.
“너 회사 있어? 학교 다니면서 어떻게?”
“운이 좋았어. 그런데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춰야 한다고 하더라고. 나 몸치인데에…”
한숨을 폭 내쉬며 서연이 고개를 숙인다.
“가수, 가수는 누구인데?”
“그건 못 알려주지. 나 큰일 나.”
민서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쉽다.”
“나중에 나오게 되면 알려줄게.”
“어, 그런데… 영상에 이 춤 추는 사람, 어디서 봤는데?”
그러던 순간, 예정이 안무 영상을 추고 있는 남자를 보고 물었다.
“이건 말해도 되겠지?”
민서연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최연우 안무가. 그 있잖아. 얼마 전에 우리 학교 와서, ‘거리의 댄서들’ 길거리 공연 홍보 왔던…”
“아, 그 존잘 댄서!”
“응. 그 댄서가 이번 안무 담당이더라.”
민서연이 아련한 모습으로 영상 속 최연우를 쳐다본다.
“신기하지. 진짜.”
카페에서 알바하고 있었는데 딱 민서연을 만났던 것도 모자라.
자신의 동생, 민아인의 공식적인 첫 보컬 데뷔곡을 쓴 ‘헬리’와 같은 팀.
게다가 첫 출연을 하게 되는 뮤직비디오의 걸그룹 안무를 담당한 사람이라니.
“야, 우연이 겹쳐서 인연이라고 할 생각 하지마. 그런 사람은 공공재로 둬야한다고.”
“무, 무슨 소리야!”
민서연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정했다.
“그냥. 동생 일도 있고. 고맙다는 말만 전하고 싶을 뿐이지. 인연은 무슨…”
“그래 그래. 야, 역시 잘 생겼네.”
예정이 금세 관심을 접고는 영상 속 최연우를 보고 감탄했다.
“휴.”
서연이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땋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내다본다.
‘그러고 보면.’
거리의 댄서들 첫 경연을 하고, 첫 방송을 한지도 꽤 됐는데.
이제 다음 경연을 할 시기이지 싶은데…
‘구경을 가 볼까.’
민아인과 함께 놀러나 가볼까, 싶은 민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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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엄청 빨리 왔네.”
“그러니까.”
퍼플링크의 안무 오디션. 그곳에서 내 안무가 당첨이 됐다는 연락은 생각보다 빨리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다른 안무들 보다 괜찮았다는 소리겠지.
“다른 안무들은 어떤지 보고 싶은데.”
“그러게. 내 노래에 어떤 춤을 출지 궁금하다. 네 안무는 너무 컨셉이 심해.”
“…그렇게 볼 수도 있지.”
헬리의 말에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 퍼플링크의 춤이 당장 화려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건 아니었으니까.
“야, 그럼 그거 어때? 이번 「커피」노래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을 모아서, 그 안무들을 유튜브에…”
“되겠냐? 그 사람들이 나오겠어?”
허탈하게 웃으며 그런 헬리의 제안에 내가 답하려는 순간.
“그 전에. 그것까지 할거면 너네들이 해. 아이디어만 던지고 나한테 떠넘기지 말구.”
그런 내 말을 끊으며, 반 좀비가 된 상태로 다가오는 여자.
이제는 그런 좀비 같은 모습이 조금은 익숙한 사람. 남궁수가 털썩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해브잇… 이 아니라, 정확히는 멤버 중 한 명인 이결 님이랑 촬영 날짜 잡혔어.”
“아, 미안.”
그러고 보니, 이결과 인터뷰 하는 컨셉은 내가 먼저 제안했는데.
거리의 댄서들과 퍼플링크의 안무. 두 춤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쓰질 못했다.
“역시, 수야.”
그런데도 인터뷰 날짜를 정하고, 세부 컨텐츠 기획까지 다 해낸 남궁수.
엄지를 치켜올려 칭찬을 건네니, 남궁수가 쑥쓰럽게 뒷머리를 긁적인다.
날짜는…
“‘거리의 댄서들’ 길거리 공연 다음날이네.”
오히려 좋았다.
이번 ‘거리의 댄서들’의 무대에 올릴 춤은, H&C Gallery에 이전에 올린 3부작 춤을 어레인지한 춤.
공연이 끝나면, 흥미가 생긴 사람들이 유튜브에 찾아올 수도 있으니, 그 사람들을 팬으로 사로잡으면 되겠네.
퍼플링크의 안무를 성공적으로 담당했고,
유튜브 컨텐츠 일정까지 나왔으니.
이제 내가 해야 하는 건…
‘임성준과 정면 대결.’
같은 노래로 하는 길거리 공연.
그 경연 준비만 완벽히 하면 되는 것이었다.
끝
ⓒ 원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