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화(10/109)
그놈 목소리 (2)
머리 아픈 작문 작업을 끝낸 나는 루시스와 함께 말을 타고 영주성을 나왔다.
승마는 처음이었기에 꽤나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간단했다.
‘시모어의 몸이 승마에 익숙한 모양이야.’
이 세계의 언어도 그렇고, 시모어가 몸에 익혀 둔 것은 나도 자연스레 체득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같은 몸이니.’
말도 명마였는지 내가 크게 의도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알아서 움직였다.
‘아니지. 루시스의 덕이 가장 큰가?’
루시스는 처음으로 말을 타 본 게 재밌는지 한 손으로는 말의 갈기를 꼭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신 말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히힝!
“다그닥?”
– 푸르릉!
대화라도 나누고 있는 건지 말을 주고받는 둘이었다.
루시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말은 몹시도 기뻐하며 가능한 루시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동물들은 드래곤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인간을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하기야 같은 동물이니 인간보다 친근할지도.’
나 같아도 엄청 큰 거인이 온순하게 굴어 온다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것 같았다.
“드래곤은 사실상 마법 친화적으로 진화한 거대 도마뱀이나 다름없으니…….”
나도 모르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중얼거린 모양이었다.
“?!”
루시스가 깜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올려다봤으니 말이다.
커다란 눈동자에 깃든 통렬한 배신감,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느냐’고 묻는 듯한 눈빛에 본능적으로 말실수를 했음을 직감한 나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내 말은, 엄청나게 위대한, 신에 가까운 도마뱀이지만…….”
“?!”
아무래도 도마뱀이라는 말이 NG 워드인 모양이었다.
“아니, 도마뱀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마’법에 완벽한 힘을 발휘하는 ‘뱀’을 닮은 종족, 이라는 줄임말로…….”
“?!”
“아니, 아니지. 뱀이 드래곤을 닮은 거지. 드래곤은 태초부터 존재해 온 위대한 이들이니까.”
“…….”
어서 더 말해 보라는 듯 나를 가만히 바라보시는 위대한 드래곤님.
“거기에 날개도 달렸고……. 그, 꼬리도 아름답고……. 음, 또……. 아무튼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지.”
“……흠.”
그 정도로 만족해 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돌리는 루시스였다.
그 자그마한 뒤통수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 말 한마디에 이렇게 커다란 반응이라니…….’
확실히 아이 앞에서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나는 말을 몰고 영주성 인근의 자그마한 동산을 올랐다.
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영지의 아가씨들이 가끔 꽃놀이를 할 때면 오르곤 하는 언덕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아무도 없군.’
나는 루시스와 함께 말에서 내렸다.
“오…….”
루시스는 입을 동그랗게 말고 주변을 열심히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루시스와 이렇게까지 자연이 가득한 곳에 온 건 처음이었다.
“꽃.”
루시스는 나무 밑에 피어 있는 꽃에 관심을 보였다.
그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더니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은 것이다.
‘시아가 보면 비명을 지르겠군.’
루시스의 보모 역할을 하고 있는 시아는 최근 루시스를 꾸며 주는 것에 재미가 들렸는지 날이 갈수록 화려한 드레스를 입히고 있었다.
화려하다는 의미는 옷에 주름이나 장식이 많다는 의미고, 흙바닥에 주저앉으면 엉망이 된다는 의미였다.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게다가 시아가 비명을 지를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응……!”
루시스는 꽃을 구경하다 말고 눈을 꼭 감고 힘을 모았다.
“흥……!”
꼭 무언가를 밀어 내려고 용을 쓰는 것 같은 모습.
그럴수록 루시스의 등과 엉덩이 쪽이 불룩해지더니-.
쫘악-!
드레스의 등 자락을 찢으며 새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허리춤에는 구멍이 뚫리며 꼬리가 불쑥 솟아났다.
루시스는 날개와 꼬리를 몇 번 움직여 보더니 만족스런 얼굴을 해 보였다.
“흥.”
그러고는 잔디에 그대로 엎드렸다.
오랜만에 날개와 꼬리에 햇빛을 쬐어 줄 생각인 모양이었다.
“……응?”
잠시 잔디에 턱을 대고 누워 있던 루시스는 자세가 불편한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반짝 뜨고 나를 바라봤다.
“응, 응.”
그러면서 자기 앞의 바닥을 손으로 팡팡 내리쳤다.
나는 루시스가 내리친 위치에 앉았다. 마침 기대기 좋은 위치에 나무 둥치가 있어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자 루시스가 냉큼 내 다리 위로 제 몸을 반쯤 올려놨다. 어디 지붕에 올려 두고 말리는 빨래, 내지는 고양이처럼 축 늘어진 자세였다.
고개와 상체만 올린 자세가 편안한지 루시스는 숨을 폭 내쉬었다.
“히유.”
나는 살며시 손을 들어 루시스의 이마를 덮는 머리칼을 치웠다.
아이의 황금색 눈동자와 내 눈이 마주쳤다.
잠시 아이의 눈을 보던 나는 고개를 들어 언덕 아래로 펼쳐진 경치를 눈에 담았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기분 좋은 바람. 멀리 보이는 영지. 무릎 위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무게와 온기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적인 순간이었다.
‘이게 행복이라는 건가.’
그러고 보면 참 오랜만의 휴식이었다.
이 세계에 떨어진 직후에도 적응하랴 방계들과 씨름하랴 바빴으니까.
‘쉬니까 좋네.’
과로사하기 전의 내가 그토록 원하던 해외여행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나는 루시스의 등을 토닥이며 한참이나 그 경치를 즐겼다.
* * *
휴식을 즐긴 후, 나는 이곳을 찾은 이유를 시행할 준비를 했다.
내가 영주성을 벗어나 동산을 오른 이유는 마법 수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마법 수련을 굳이 보는 눈 적은 곳에서 할 필요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뭐랄까.
사람들이 내 마력으로 수준을 가늠해 보는 것 자체가 싫었다. 아직은 남에게 보여 줄 만한 수준이 못 됐으니까 말이다.
‘우선은 스킬창을 확인해 볼까.’
내가 떠올리자 반응이라도 하듯 눈앞에 이글거리는 마력의 창이 떠올랐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기초 중력 마법 (1%)
┃ 기초 마력 친화 (0%)
┃ 고학력자 (17%)
┃ 단단한 육체 (67%)
┃ 우월한 정신력 (32%)
┗━━━━━━
[기초 중력 마법] 스킬의 퍼센티지가 1% 상승해 있었다.만찬장 사건 때문인가 싶어 나는 피식 웃었다.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마법 수련은 필수겠지.’
마법을 쓸 때마다 다른 인격처럼 사람이 변하는 건 더 이상 사양이었다. 내가 원하지 않을 때 감정이 격해진 것만으로 마법이 튀어나오는 것도 사양이었다.
그러니 수련을 통해 완벽하게 내 힘으로 체화시켜야 했다.
‘시모어는 계약 덕에 힘의 성장이 빠르기도 하니까.’
시모어는 계약을 하고 1년 만에 ‘3성(星)’에 등극했다.
‘성(星)’이라는 것은 이 게임 세계에서 강함을 나타내는 레벨이었다.
핸드폰 게임에서 캐릭터를 키우는 것을 ‘성작(星作)’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따온 시스템으로, ‘몇 개의 스킬을 마스터했느냐’는 지표였다.
‘스킬을 마스터할 때마다 육체 능력치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시스템이지.’
핸드폰 게임의 캐릭터들을 ‘한계 돌파’ 내지는 ‘초월’시켜서 별의 개수를 늘릴 때마다 전체 스텟도 함께 상승하지 않는가. 그 시스템을 따온 것이었다.
성을 하나 올릴 때마다 경지가 한 단계씩 올라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모어가 마스터한 스킬은 [중력 마법], [인체 실험], [아티팩트 효율]이었던가.’
소위 천재라 불리는 이들도 하나의 스킬을 마스터하기에는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10년은 족히 걸린다.
시모어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한 것에는 그만이 가능했던 여러 이유가 있어서였다.
‘첫 번째가 마우솔레움과의 계약.’
설정에서는 막연히 ‘계약’이라고만 적혀 있지만 시모어가 된 나는 그 계약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 계약 중 가장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스킬창이었다.
‘퍼센티지가 오르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이니 가장 효율적인 방법만을 골라서 수행할 수 있었겠지.’
성장의 시각적인 수치화는 어마어마한 이점일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시모어 본인이 가진 특성,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 자기도착애.
쉽게 말해 자뻑이 심한 성격이라는 특성이었다.
그 부분만 보면 그저 시모어의 퇴폐적이고 오만한 면을 살리기 위한 특성처럼 보이겠지만 이게 생각보다 마법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마법을 사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치는 마력과 의지.’
참고로 신의 힘을 빌리는 성법에서 중요한 수치는 신앙과 의지다.
마법과 성법 모두 ‘기원’에 근간을 둔 힘인 탓이다.
‘성법의 경우에는 신이 기적을 일으켜 주기를 기원하고, 마법의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가 이능을 행하기를 기원하는 거지.’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의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종종 해석되는데, 이는 프라이드가 강한 존재일수록 확고하다.
‘드래곤의 경우만 봐도 그렇지. 지성이나 지혜가 덜 발달한 헤츨링도 강력한 마법을 쓰는 건 선천적인 마력도 마력이지만 타고난 프라이드가 엄청나서니까.’
마법사들이 대부분 괴팍하거나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인 이유다. 나르시시즘의 화신인 시모어의 경우에야 말할 것도 없었다.
‘세 번째는 시모어가 이용했다는 특이한 수행법.’
이 세계에도 중력이라는 개념은 있고, ‘아래를 향해 끌어당기는 힘’ 정도로 통용된다.
하지만 시모어는 ‘끌어당긴다’는 말 자체에 주목해 아래뿐 아니라 상하좌우 거기에 전후로까지 밀고 당기며 중력 마법을 단련했다.
이는 주인공 플레이어를 사방으로 날려 버리는 시모어의 패턴 중 하나로도 구현되어 있는 설정이었다.
‘‘의지근’을 단련하는 데 최적화된 방법을 본능적으로 찾은 거지.’
그렇게 보면 시모어도 확실히 천재였다.
원작에서는 중력의 힘을 염동력처럼 사용해 날아드는 화살과 마법들을 모두 공중에 고정시킨 적도 있을 정도니까.
‘한번 해 볼까.’
나는 한 손으로는 루시스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다른 손은 나무의 열매를 향해 뻗었다.
‘날아가라.’
땅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저번에 비둘기를 상대로 해 봤기에 이번에는 반대로 열매를 하늘을 향해 당겨 봤다.
“…….”
살랑-.
열매의 위에 달린 나뭇잎이 흔들리긴 했지만 내 마법인지 바람의 여파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의지를 가지고 기원했다.
‘날아가라.’
하지만 열매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하기야 내가 시모어의 육체에 있다고 해서 완전히 시모어인 건 아니니…….’
시모어가 몸으로 익힌 것이야 같은 몸이니 체득되었다 해도 그 성격이나 사상까지 내가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천재성은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르시시즘은 노력으로 되나?’
잠시 고민해 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시모어가 잘생겼다고 해도 내 얼굴과 스스로 사랑에 빠지는 건 어렵지.’
물론 시모어가 제국 최고 미남이라는 부분은 반박이 불가능했다.
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고, 시모어가 아닌 다른 여인의 몸에 빙의했다면 분명 시모어에게 반했을 것이다.
그야, 다름 아닌 내가 몇 주나 공들여서 그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 세계에서 시모어가 가장 잘생겼고 루시스가 가장 귀여운 건 신들이 내려온대도 반박할 수 없어.’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이 둘의 미모에 신들이 역으로 천상으로 날아가 버릴…….’
그때였다.
파악!
슈웅-!
갑작스레 열매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더니 하늘을 향해 붕 하고 치솟아 날아갔다.
“…….”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근처에 툭 떨어진 열매를 멍하니 보던 나는 가만히 내 손을 내려다봤다.
……혹시?
아니, 정말로?
“나, 천재인가?”
“?!”
내 무릎 위에 늘어져 일광욕을 즐기던 루시스가 화들짝 놀라 나를 올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