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0화(100/109)
술이 원수다 (4)
이리나는 시내의 카페에 나와 있었다.
과외 때 루시스를 집중시킬 미끼로 쓸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였다.
‘루시스 님은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시려나?’
잠시 고민하던 이리나는 이내 작게 웃고 말았다.
불경하게도, 작은 대식가께서 케이크를 가리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힘들었던 탓이다.
생크림 케이크를 고른 이리나의 눈이 누군가의 옷을 닮은 까만 초콜릿케이크에 닿았다.
‘백작의 것도 사 갈까?’
시모어가 케이크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사 간다면 분명 먹으리라. 그것도 아마 함께 먹자고 하겠지.
이리나는 초콜릿케이크와 자신 몫의 딸기케이크까지 골랐다.
그러고서 주문을 하려는데 카페의 점원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위층에 기사님을 기다리고 계신 손님이 있습니다.”
“…….”
이리나는 케이크의 포장을 맡기고 위층을 올랐다.
점원의 안내를 따라 가장 구석진 룸으로 향하니 그녀가 예상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즐거워 보이는구나, 이리나.”
이리나 이슈타르의 어머니, 모이나 이슈타르였다.
모이나의 앞에는 꽤나 독한 술 한 병이 텅 비어 있었다.
“어머니는 무척 고되어 보이네요.”
자리에 앉으면 건넨 이리나의 인사에 모이나의 보랏빛 눈동자에 노기가 깃들었다.
“고되어 보인다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니? 너 때문에 이슈타르 가문은 엉망이 되었어! 방계들도 사업체도 모조리 엉망이 되어서는 하나같이 내 탓만 하고 있다고!”
언제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윤기마저 흐르던 모이나의 백발은 푸석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네 아비는 나를 질타까지 하더구나!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쓸모라고는 없던 씨싸개 주제에 말이다!”
“어머니는 변함없네요.”
“뭐?”
“언제나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바깥에서만 찾잖아요.”
“…….”
제가 지금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해 있던 모이나는 짧게 웃었다.
“감히 네 주제에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
“…….”
“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를 이기니 내가 네 아랫사람처럼 여겨지는 모양이구나!”
이리나는 대답 대신 자신 몫으로 준비되어 있던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린 건지 커피는 식다 못해 향마저 모두 날아가 있었다.
“네가 옳다는 생각은 말거라. 결국 네가 몸을 의탁하고 있는 마우솔레움 가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그릇된 족속들이니!”
타앙.
이리나는 커피 잔을 세차게 내려 뒀다.
“함부로 말씀 마세요. 어머니가 그에 대해 무엇을 아나요?”
“너보다 오랜 세월 그들을 지켜본 게 나다! 그자들의 악행에 대해 말하라면 사흘 밤낮을 새워도……!”
“아뇨. 시모어 백작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 물었어요!”
“그자라고 해서 무엇이 다를까, 어차피 똑같은 핏줄인데!”
“달라요. 그의 가문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를 조사했지만 백작은 아무런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그가 죽인 이들은 모두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뿐이었고요.”
모이나는 이를 악물었다가 반박했다.
“그렇다 한들 그의 혈통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도 그의 악한 상징과 이미지만을 볼 거다!”
“어머니 같은 분들이야 항상 그것을 신경 쓰시죠. 겉보기와 위신을요.”
“세상은 그게 전부다. 그게 곧 돈이고 권력이야!”
“아뇨. 중요한 건 인간의 본성과 신념이에요.”
“신념? 하! 황제 폐하께 칭호를 받았기로서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으냐?”
모이나는 확신했다.
이어지는 말이 분명 이리나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
“너의 그 반쪽짜리 신념에 황제 폐하가 칭호를 내린 것도 오랜 친우인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서였다! 이슈타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걸 막아 주기 위해 내려 주신 거란 말이다!”
말을 마친 모이나는 숨을 몰아쉬며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 드러날 상처받은 얼굴, 그럼에도 애써 상처를 숨기려는 얼굴을 보며 환희에 젖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리나의 얼굴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덤덤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 신념은 황제 폐하께서 내려 주신 칭호와는 관계없어요.”
“……뭐?”
“제 신념은 저만의 것이에요.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고 세운 신념이 아니죠. 그렇기에 신념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거예요.”
“…….”
모이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 정도만 해도, 아니 이것의 반의반만 해도 언제나 꼬리를 내리고 죄송하다 말하던 딸이었다.
“한쪽은 위선자고 한쪽은 위악자라면 저는 아이를 울리지 않는 쪽을 택하겠어요. 아이가 악인을 좋아할 리 없으니까요.”
모이나는 그제야 자신의 딸이 기사임을 기억해 냈다.
그것도 원탁의 기사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기사임을.
“……변했구나.”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모이나는 끝까지 손톱을 세웠다.
“네가 진즉 이랬다면 나도 너를 아꼈을 텐데.”
하지만 기사의 갑옷은 손톱으로 할퀴기에는 너무나 단단했다.
“아뇨. 어머니의 곁에 있었다면 저는 영영 어머니에게 아낌받는 딸이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네가 성장을 못 한 게 내 탓이라는 거니?”
“그럴 리가요. 결국 제 신념을 일깨워 주신 건 어머니인걸요. 단지, 서로를 떠나는 것으로 완성되는 관계도 있는 거니까요.”
떠난다.
어째서일까, 모이나는 그 단어가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문득 모이나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이리나가 조금 전부터 자신과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마치, 이제는 영영 보지 않을 사람처럼.
마치, 마지막 인사를 건네러 온 사람처럼.
“이리나. 재판에서 내가 했던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다.”
어느새 모이나는 저도 모르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
술 때문이라고, 술기운에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기도 전에 이리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제 더는 어머니의 말에 크게 개의치 않으니까요.”
“…….”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인가요? 그러면 저는 이만 일어날게요.”
이리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모이나의 말은 자신에게 어떤 영향도 의미도 갖지 않는다는 그 행동에, 모이나라는 사람 자체가 이제 자신에게 큰 무게가 아니라는 듯한 행동에.
모이나의 눈동자 위로 재판 날 자신을 배신했던 케인이 스쳤다.
“이리나!”
모이나는 저도 모르게 딸을 불러 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모이나라 한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언제나 남들을 조종하고 버리는 입장에서 살아왔던 모이나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버림받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한 가지만 알아 다오.”
결국 그 입에서 나온 것은 자신이 일평생 가장 경멸하고 우습게 여겼던 말.
아버지의 유언이었던 말.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했단다.”
자식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말이었다.
“알고 있어요. 최소한 어머니께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는 자각은 없으니까요.”
“……언제든 돌아오렴. 네 자리는 비워 둘 테니.”
그 말에 이리나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아니, 답하지 않았다.
이리나는 고개를 숙여 작별을 고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디 언젠가 광휘의 정원에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후작님.”
이리나는 등을 돌려 떠나갔다.
모이나는 이리나가 룸을 나서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희미해져 가던 소리가 마침내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자식의 발소리만을 들었다.
“……하.”
그제야 모이나는 깨달았다.
자신의 작은 새가 더 이상 자신만의 새가 아님을.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작은 새는 자신의 새장을 떠나 날아가 버렸음을.
초라하게 버려진 것은 이리나가 아니라 자신임을.
“하하하…….”
오랫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모이나를 텅 빈 술병만이 위로하고 있었다.
* * *
이튿날.
간신히 저 멀리서 동이 터 오는 아주 이른 새벽.
나는 헬라와 함께 말을 타고 그레니엄 인근의 숲으로 향했다.
연이어 하품을 하며 숲길을 어느 정도 걷자 앞에 한적한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갑옷의 기사 둘이 등장했다.
“정지. 귀하는 현재 황제 폐하의 소유지에 침입하고 계십니다.”
“신속히 숲을 빠져나가지 않으시면 제국법에 의해 엄중히 다스려질 것입니다.”
이 숲은 로열패밀리들의 사냥을 위해 특별히 관리 중인 숲이었다.
헬라는 앞으로 말을 몰고 나아가 기사들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어제 황자가 건넸던 서신에 들어 있던 황실 숲으로의 초대장이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마우솔레움 백작님.”
나는 헬라를 남겨 두고 홀로 숲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하자 이미 사냥을 마쳤는지 피 묻은 손을 씻고 있는 황제가 있었다.
“오, 백작. 왔군.”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폐하.”
“그래. 강녕했으니 그만 일어나게.”
언제나처럼 허례허식을 빠르게 넘긴 황제는 자신의 말에 오르며 말했다.
“잠시 근처 산책이나 하지.”
나는 말에 올라 황제의 뒤를 따랐다. 황제를 지키는 기사들이 우리의 좌우와 뒤로 따라붙었다.
근위 기사들의 훈련 상태에 감탄하기도 잠시, 황제가 나를 불렀다.
“뒤 말고 옆에 서게. 대화가 안 되지 않는가.”
“예. 폐하.”
나는 공손히 답하며 황제의 옆에서 말을 몰았다.
물론 두 발짝 정도는 미묘하게 황제의 뒤에 있도록 세심하게 말을 몰았다.
“황자가 어제의 과외가 무척 즐거웠다 그러더군.”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황자님의 학식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염려하고 있었는지라.”
황실 도서관에서 벌써부터 제국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황자였다.
“애초에 헤츨링의 과외는 학식을 쌓기 위한 과외가 아니지 않은가?”
“황자 전하가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바른 인성과 가치관을 심어 주기 위한 도덕 및 윤리 과외라 하던데.”
“과연 수재입니다. 한 번의 과외로 거기까지 내다볼 줄은 몰랐습니다.”
반은 진짜 감탄이었고 반은 아부였다.
자식 칭찬에 황제의 입가가 히죽거렸다. 나는 황제에 대한 찬양으로 추가타를 넣었다.
“황제 폐하께서 손수 칭호를 내리신 기사의 과외가 아닙니까. 훌륭할 수밖에 없지요.”
“아하하. 오늘따라 아주 내 입 안의 혀처럼 구는군, 백작.”
그렇게 잠시 아부의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는 한결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본론에 들어갔다.
“유디시움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군.”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내가 아주 고민이 많네.”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 편을 들어줄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었다.
‘현재 배심원단은 황실, 교회, 마탑주, 흑룡회와 백룡회 다섯.’
교회와 백룡회는 내 반대편에 서 있고 마탑주와 흑룡회는 내 편에 서 있다.
‘마탑주가 스스로 참전 의사를 밝힐 줄은 몰랐지.’
안 그래도 내 표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 싶어 여러 후보들 중에서 계산하던 중이었다.
갑작스레 추가된 배심원단의 소식과 마탑주가 직접 보내온 편지에 어찌나 놀랐는지 몰랐다.
‘부담스러운 사람이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마탑주는 내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결국 표가 둘둘로 나눠진 상황에서 다섯 번째 표인 황실의 표가 열쇠였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황제가 잘 알고 있었다.
“나야 물론 내 가신인 그대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황제라는 자리가 사적인 정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묻는 것이다.
뭐 좀 내놓을 것 없냐고. 어서 내게 로비해 보라고.
그 꼴이 몹시도 아니꼬웠지만 결국 이 자리에서 유리한 자리에 있는 건 황제였다.
마침 내게 그의 입맛에 알맞은 패도 있고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 유디시움이 끝나면 교회와 본격적으로 척을 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황제는 얻는 것이 많았다.
교회의 권력과 두 번째 대귀족의 권력이 줄어든다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황제였으니까.
“아무래도 둘 중 하나가 영락할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게 되겠지요.”
황제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계속 말하라는 제스처였다.
“제 가문이야 영락한다 해도 그 자리를 대체할 가문들이 많지요. 그레니엄에는 하늘의 별자리보다 많은 귀족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교회는 아니었다.
“교회가 영락한다면 누가 백성들의 마음속 길잡이가 되어 줄지, 영혼의 지침이 되어 줄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황제.
아무래도 이 세계에는 없던 개념이다 보니 감이 잘 안 잡히는 모양이다.
나는 말을 조금 빠르게 몰아 황제와 보조를 맞췄다. 그리고 그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가는 교회의 우두머리가 되어야지 않겠습니까.”
“……!”
황제이며 교황. 교황이며 황제.
천상의 권력과 지상의 권력을 동시에 쥐는 절대군주.
그랜달 2세의 푸른 눈동자에 욕망이 일었다.
* * *
며칠 후.
유디시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