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1화(101/109)
유디시움 (1)
유디시움의 준비는 대대적으로 준비되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준비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교회에서는 마치 성전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총력을 다했다.
주말마다 하는 예배를 제외하고는 모든 성직자들을 풀타임으로 동원하고 신도들의 봉사까지 북돋아 교회 광장 전체를 거대한 신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역시 종교의 힘은 어마어마하네.’
마차를 타고 교회 광장에 도착한 나는 불과 몇 주 만에 완벽하게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 광장의 모습에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몇 주 만에 이 많은 대리석과 장인들을 구할 수 있는 제국이 대단한 건가.’
교회 광장은 원래 이름 그대로 텅 비어 있는 공간이었다. 열두 신들을 조각한 중심의 조각상을 제외하고는 분수대도 벤치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몇 주 사이에 광장의 중앙에는 고대 그리스가 떠오르는 야외 신전이 지어져 있었다.
음각과 양각이 도드라지는 도리스식 기둥 144개가 광장의 중심부를 아우르고 그 위에는 길쭉하게 옆으로 누운 석재 상인방(上引枋), ‘엔타블러처’가 올려져 있었다.
신이 앉을 재판관석의 뒤로는 엔타블러처 위에 삼각형 모양의 마감 장식인 페디먼트가 올려져 신을 향한 경외심까지 표현해 냈다.
심지어 페디먼트의 꼭대기에는 원래 이 광장에 있었던 열두 신의 조각상까지 올려져 있었다.
‘유디시움이 천 년 전에 마지막으로 열렸으니 일부러 그때의 양식으로 지은 거구나.’
내가 알기로 이 세계의 천 년 전 양식은 고대 그리스의 양식과 몹시 흡사했다.
그 탓인지 건축물은 신전처럼도 야외 토론장처럼도 보였다.
하얀 대리석 기둥들 아래로 준비되어 있는 좌석들을 보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신화 속 철학자들이 토론을 벌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모여 있는 인파들이었다.
“…….”
“…….”
교회 광장에 모인 이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재판 때는 기자며 구경꾼들이며 모두 몰려와 질문과 환호성을 쏟아 댔었는데.’
귀족, 성직자, 평민들.
계급과 지위에 따라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리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깔끔하고 정갈한 옷을 입고서 기도를 올리거나 경건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디시움은 신이 참석하는 재판의 이름이다.
신앙심이 아무리 희박한 사람일지라도 이 자리에 서 있는 한 경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계의 신들이 그럴 가치가 있는 놈들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지.’
마차에서 내린 나는 엄숙한 분위기를 뚫고 아고라, 아니 재판장 내에 준비된 방청석의 가장 앞줄에 앉았다.
“오.”
품에 안긴 루시스는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뭐가 그리 웃긴지 혼자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재판장의 좌석 배치는 황실 재판소의 배치와 비슷했다.
재판관이 가장 높은 상석에 앉고 그 아래에 다섯 명의 배심원단이 앉는다.
그들과 마주 보는 느낌으로 방청석이 있고 그사이에 피고인이 앉아 있는 방식이었다.
‘방청석은 귀족과 성직자들용이고 평민들은 기둥 바깥, 재판장의 아래에 서서 재판을 구경하는 거지.’
어찌 보면 유디시움은 거대한 연극이나 마찬가지였다.
교회 입장에서야 자신들의 권위가 가장 빛날 날이니 어떻게든 화려하게 선보이고 싶었으리라.
잠시 후 모든 배심원단과 피고인들, 방청객들이 자리에 앉았다.
곧 시작될 기적에 모두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즈음 성자가 배심원단의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의 중심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 곧 유디시움이 시작됩니다.”
성자의 목소리가 기대와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성자 요하네스 역시 신과 육체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터였다.
아니, 사실 나와 가문원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이 그랬다.
“모두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유디시움은 신들께서 참여하고 주관하는 재판을 일컫는 말로…….”
성자는 잠시 유디시움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유디시움이 천 년 전 마우솔레움 사태 이후로는 열린 적이 없다는 것으로 말을 마무리한 성자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양팔을 벌렸다.
“그러면 이제, 이 자리를 주관하고 이끌어 주실 위대하신 분께서 내려와 주시길 기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자는 양손을 쥐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어깨에서 신성력이 은은히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방청객은 물론 광장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로 경건하고 엄숙한 광경이었다.
어찌 보면 이 많은 이들이 동시에 기도를 올리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라 불려야 할지도 몰랐다.
언제나 소란스러운 그레니엄에, 그것도 이 교회 광장에 잠시나마 완벽한 정적이 찾아온 것은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겠지.
성자의 능숙한 쇼맨십을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기도를 올리지 않아도 신은 저 혼자 알아서 강림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이편이 극적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극적인 경험이 곧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것까지 말이다.
내 곁에 앉은 시몬과 시아, 헬라와 이리나. 배심원단석의 황제와 마탑주도 모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흥.”
오직 드래곤들과 나만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볼 수 있었다.
재판장에 준비되어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부드러운 빛줄기 하나가 드리워지는 모습을.
그리고 그 자리에, 어느새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 히히히!
– 까르르!
귓가에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스쳤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재판관으로 강림한 신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의 신, 푸에리.’
푸에리는 갈색 머리의 갈색 눈동자를 가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다섯 살 꼬마 아이의 외양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외양을 관찰하는 사이 푸에리 역시 나를 바라봤다.
아니, 푸에리는 나보다 먼저 나를, 정확히 말하자면 내 품의 루시스를 보고 있었다.
강림 직후부터 성자도 다른 누구도 아닌 루시스를 먼저 찾은 것이다. 그에 내가 반사적으로 루시스를 품에 숨기려는 순간…….
푸에리가 루시스에게 작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내가 당황해 있는 사이 어느새 루시스도 푸에리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 인사를 마쳤다.
그 순간, 나는 봤다.
푸에리의 눈동자에 거대한 반가움과, 그만큼이나 거대한 죄책감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 * *
모두가 고개를 든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환희와 실망감.
대다수의 반응은 후자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신도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얼굴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한데 열두 교회 중 가장 교인이 적은 곳의 신이 강림했으니 그 실망감이 더욱 가시적으로 보일 수밖에.’
진체(眞體)로 강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신을 내려보내는 화신의 형태였기에 위압감이 적은 탓도 있었다.
“아아…….”
“신이시여…….”
물론 신을 육안으로 봤다는 사실만으로 감격하고 환희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성직자들의 경우가 대개 그랬지만 주교급 성직자들과 성자는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모든 인원들이 참석을 끝낸 것 같네요.”
푸에리는 앳된 목소리로, 하지만 아이들 특유의 혀짤배기소리나 발음을 저는 일 없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면 이제 유디시움을 시작하도록 할게요.”
푸에리는 빠르게 유디시움의 첫 번째 쟁점을 입에 담았다.
“이번에 다뤄야 할 문제는 이거예요. 흑룡 로카리움과 백룡 데메테르 둘 중 누가 먼저 마우솔레움 조약을 어겼으며 이에 대한 처벌은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유디시움이 시작되고 로카리움과 데메테르는 곧바로 자신이 결백하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인간만큼 신을 숭배하지도 경외하지도 않는 드래곤들답게, 그 주장이 향하는 대상은 오직 자신들의 엘더뿐이었다.
‘저게 백룡들의 엘더인 솔라다르인가.’
나는 그제야 인피니움의 정반대에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외면적인 나이대는 모이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귀부인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사제복에 가까운 민무늬 로브를 걸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곁에 앉아 있는 성자와 함께 당장이라도 신의 말씀을 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과연 광휘룡의 어머니라는 건가.’
드래곤치고는 굉장히 다산한 솔라다르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피고인인 데메테르와 광휘룡인 이슈타르였다.
내가 잠시 솔라다르에게 시선이 뺏긴 사이 로카리움과 데메테르의 진실 공방은 가속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슈타르 후작의 백룡회 소집에 제가 마우솔레움 조약을 어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로카리움이 먼저 인간 세계에 머무르고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중한 헤츨링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인세에 개입한 겁니다. 고작 백룡회 따위에 참석하려고 기어들어 온 저 하얀 뱀이랑은 다릅니다.”
“하얀 뱀? 입조심해라, 이 까만 악어가!”
“응. 그 늙은 까만 악어 하나한테 너희 뱀 세 마리가 와도 못 이겨~.”
“네놈은 본체로도 우리를 못 이겼잖느냐!”
“응. 세 명이서 다굴 쳐 놓고, 그것도 추하게 인간 도움까지 받아 놓고도 나 하나 잡는 데 한참 걸렸죠? 아줌마 이제 퇴물이죠?”
“퇴, 퇴물?!”
“동생인 광휘룡에 비해 너무 못났죠? 하늘에서 광휘룡이 내 말 듣고 무릎 치면서 완전 인정, 이러고 있을 듯.”
갑작스럽게 너무나 추해지는 두 드래곤의 공방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루시스가 보고 배우면 어쩌나 싶어 아래를 살짝 확인했다.
“교육을 잘못 시켜써.”
루시스는 경멸 어린 표정을 숨기지 않고 고개를 젓고 있었다.
나는 안심하며 다시 두 드래곤의 추한 모습을 지켜봤다.
‘로카리움……. 확실히 드래곤들 사이에서는 어린 티가 많이 나네.’
생각해 보면 로카리움은 아직 천 살도 못 됐다.
만 년을 사는 드래곤들의 나이에서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것이다.
‘잼민이 드래곤…….’
재판장에서 다툼이 일어났다면 재판관이 이를 말려야 했다.
하지만 잼민이들의 신…… 아니, 어린아이들의 신답게 푸에리는 흥미롭게 둘의 공방을 지켜볼 뿐이었다.
“로카리움. 그만하거라.”
결국 인피니움이 개입하고서야 입을 다무는 로카리움이었다.
자긴 하고 싶은 말 다 했다는 듯 휘파람을 부는 로카리움과 부글부글 끓는 얼굴의 데메테르를 번갈아 보던 푸에리가 물었다.
“로카리움. ‘소중한 헤츨링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인세에 개입했다’는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 주겠어요?”
이에 로카리움은 허락을 받듯 인피니움을 바라봤다.
인피니움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카리움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증인을 부르지. 나와라, 시모어.”
모두의 시선 속에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증인석에 선 나는 증언을 시작했다.
“가족 여행으로 레스팅 호수를 찾았을 때 안식의 신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이 사실에 대해 아는 이들은 가문 관계자를 제외하면 그레니엄 전체에 10명을 넘지 않았다.
“루시스와 직계들, 흑룡 기사단과 이에 맞서 싸우던 도중 목숨의 위기를 느껴 로카리움을 소환했습니다.”
성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을 마주 보며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내뱉었다.
“이에 안식의 신 레스터, 그의 강신체를 무사히 격퇴시켜 천상으로 추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교회와 나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선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내 심장에 드래곤 하트가 박혀 있는 이상 두려울 것은 없었다.
“지금 뭐라고……?”
“신의 강신체를 쓰러뜨렸다고?”
방청석의 귀족들은 물론 단상 아래의 평민들도 제가 들은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성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황제의 입가에 언뜻 미소가 스쳤다.
“모두 조용히 해 주세요.”
푸에리의 목소리는 언성이 높지 않았음에도 귀에 똑똑히 들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수군거림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시모어. 그 말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나요?”
“레스팅 호수에 가 보시면 전투의 흔적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천 년 전의 것과 달리 새로 생긴 흔적을요.”
나는 로카리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로카리움은 그 이후 혹시 모를 교회의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 저희 곁을 지켜 줬습니다.”
위증은 아니었다.
갑작스레 사라진 안식의 성기사단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 역시 로카리움을 곁에 둔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데메테르가 노렸던 것은 백룡회의 소집 사실 자체가 알려지기 전에 저를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슈타르 가문에는 마력 차단 마법도 걸려 있었으니 꽤 훌륭한 작전이었죠. 마침 그 자리에 로카리움이 있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방청석을 향해 물었다.
“마우솔레움 조약이 처음 체결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단순히 ‘드래곤들의 인세 개입을 막는다’가 아니라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한다’입니다.”
나는 양손을 펼쳐 좌우로 뻗었다.
“자, 여기 두 드래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의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인세에 개입했고, 다른 하나는 그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인세에 개입했습니다.”
나는 몸을 반쯤 돌려 데메테르를 바라봤다. 자연히, 방청석의 모두가 그 방향을 바라봤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마우솔레움 조약을 어긴 것은 어느 측입니까?”
데메테르는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데메테르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하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
만일 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