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4화(104/109)
유디시움 (4)
헤츨링은 드래곤들에게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루시스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드래곤은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룡들조차도 루시스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몰랐지.’
인피니움이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에 기거하게 된 이후로 나는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특히나 루시스의 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싶어 백룡들에 대해 많이 물었다.
– 내가 알기로 루시스의 탄생 시기 즈음에 알을 낳은 백룡은 없네.
일족은 다를지라도 엘더인 인피니움이었다. 개체 수도 적은 드래곤들의 일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거기에 덧붙여 지난 천 년간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어 정보가 빈 백룡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천한 광휘룡 이슈타르를 제외하면 말이다.
‘마우솔레움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
마우솔레움의 레어에는 ‘취미를 공유하라’고 조언하는 연애 참고 서적과 ‘연기의 정석’이라는 서적이 꽂혀 있었다.
암호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마우솔레움은 연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이슈타르는 배우였다고 했지.’
마우솔레움이 구애에 성공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둘의 활동 시기와 활동 장소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많은 증거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둘 있었다.
‘광휘룡은 케인을 통해 우리를 도우려 했고.’
허무룡을 죽인 광휘룡이 그 허무룡의 자식을 도울 이유가 하등 없었다.
하지만 루시스가 광휘룡의 자식이라면 이유가 충분했다.
‘정신세계 속의 마우솔레움은 바다에 서서 하염없이 별빛을 바라보고 있었어.’
샛별(이슈타르)의 빛(루시스).
루시스의 어머니는 다름 아닌 광휘룡, 이슈타르였다.
“——!”
그 순간, 말로 옮길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소란과 소음이 터져 나왔다.
방청석에서, 아래의 광장에서, 성직자와 귀족, 평민들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외치고 성토하고 경악하고 있었다.
“오.”
하지만 내 말에 가장 놀란 것은 누가 뭐래도 루시스 본인일 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흐흥!”
역시 나는 굉장해, 라며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가슴을 쭉 내밀며 제 프라이드 주머니를 빵빵하게 채웠다.
방청석의 가장 앞줄에 앉아 있는 마우솔레움 일가와 이리나도 입을 떡 벌렸다.
다만 인피니움은 반쯤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푸에리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내게 물었다.
“증거가 있을까요?”
“백룡 측에서 루시스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의장은 솔라다르를 돌아봤다.
솔라다르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는데 정말 놀란 것인지 연기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거짓입니다!”
방청석에서 누군가 목이 찢어져라 외치기에 봤더니 광휘 기사단의 단장, 케인이었다.
“광휘룡님에게 딸은 한 명뿐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지금 광휘 교단에……!”
하지만 이내 다른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루시스 님이 허무룡과 광휘룡의 자식이라고?”
“하지만 허무룡은 광휘룡에게 죽지 않았습니까?”
“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었다면 루시스 님의 탄생 직후에 허무룡이 죽었다는……?”
단상 아래의 평민들 중에서는 무릎을 꿇고 루시스에게 기도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아아아……. 아기 광휘룡님……!”
“광휘룡님!”
성자는 증인석에 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입가가 미친 듯이 경련하고 있었다.
* * *
배심원단이 투표를 진행하는 사이 푸에리는 잠시의 휴정 시간을 선포했다.
마우솔레움 일가에게 배정된 휴게 장소는 광장의 열두 교회 중 하나인 죽음의 교회였다.
무언가 악의가 느껴지는 선정이었지만 그것에 불만을 표시할 새도 없었다.
“루시스의 어머니가 광휘룡이었다고?”
시아를 비롯한 모두가 충격과 의문을 품고서 내게 묻고 있는 탓이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단순히 흑룡과 백룡의 혼혈이라 해도 놀라운데…….”
이리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형님. 그 추측, 확실한 거야?”
시몬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90% 이상 확실해. 그리고 설령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게 중요해.”
인피니움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서 일을 벌인 것인지 알겠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카리움은 5초에 한 번씩 고개를 젓더니 인피니움에게 물었다.
“인피니움 님.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약간의 짐작만 하고 있었지. 마우솔레움 그놈이 내게 다른 혈통의 드래곤과 후사를 봐도 괜찮겠느냐 물은 적이 있었거든.”
“그게 누군지는 안 물어보셨습니까?”
“때가 되면 알려 주겠거니 했다. 그 이후로는 한가히 연애 이야기나 할 기회가 없었지만 말이다.”
아마 그 이후부터 마우솔레움이 재앙이라 불리며 여러 사건을 일으키고 다녔으리라.
씁쓸한 분위기인 인피니움과 달리 루시스는 아주 신이 나 있었다.
“흐흥. 흐흥, 흐흥.”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콧소리를 내며 우쭐거리는 것이다.
결국 헬라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요놈 보게? 누가 보면 자기가 광휘룡인 줄 알겠네.”
“절반은 광휘룡이야.”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루시스였다.
나는 그런 루시스를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그러면 루시스는 이미 광휘룡이네.”
“응?”
“시작이 절반이니 그 꿈을 가진 순간 이미 절반은 광휘룡인데 엄마 피를 물려받아 나머지 절반도 광휘룡이니 말이야.”
“오.”
눈을 동그랗게 뜬 루시스는 새로운 사실에 오오 소리를 내더니 이내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킥킥킥.”
루시스의 솜사탕 같은 볼을 쓸어 주고 있자니 이리나가 다가와 루시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축하드립니다. 꿈을 이루셨군요.”
“흐흥!”
두 눈동자 가득 프라이드를 담은 루시스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마우솔레움은 루시스가 태어난 것을 알고서 재앙을 일으킨 것일까. 아니면 그 사실을 모르고 일으킨 것일까.’
마우솔레움이 허무룡이라 불리게 된 이유에는 루시스가 있을까? 아니면 광휘룡 이슈타르가 있을까?
루시스를 자신의 영묘에 천 년간 봉인시켜 두고 무엇인가를 기다려 왔던 마우솔레움.
‘혹시 마우솔레움은 천 년간 이슈타르를 기다렸던 걸까.’
진실이라는 것은 갈증과도 같은 모양이었다.
일부가 밝혀질수록 더욱 갈급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 * *
마지막 휴정 시간이 끝나고 유디시움이 재개되었다.
“제 손에는 배심원단의 투표 결과가 들려 있어요.”
어린아이들의 신, 푸에리는 손에 들린 봉투를 팔랑이며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부디 여러분들이 더 이상의 싸움을 멈추고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굉장히 어린아이다우면서도 신다운 말이었다.
‘푸에리는 좀 다른 것 같네.’
미치광이나 다름없는 다른 신들과는 말이다.
아이다운 순수함과 신다운 위엄, 인간을 향한 존엄성을 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순수와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건가. 아니면 영겁의 세월 동안 오염이나 타락을 견딜 수 있는 건 깨끗한 순수뿐이라는 걸지도.’
내가 푸에리에 대한 감상을 되뇌는 사이 어느새 솔라다르가 제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삽시간에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재판관님. 투표 결과를 발표하시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투표 결과가 담긴 봉투를 개봉하기 직전에 붙들린 푸에리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이 속상하다는 듯 솔라다르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인피니움 측의 사전 고지 없는 증인 요청은 받아 주시면서 제 질문은 받지 않으시는 겁니까?”
누가 듣더라도 ‘재판관이 일방적으로 한쪽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해석될 문장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편하게 발언하세요.”
푸에리는 솔라다르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솔라다르는 치켜들었던 손을 그대로 내려 마탑주를 가리켰다.
“저자는 온전한 엘프가 아닌데 이종족 대표를 맡는 것이 가능합니까?”
“예? 저, 저 말씀입니까?”
마탑주, 쿠린 아니마는 드래곤의 공격 대상이 됐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묘한 얼굴이 되었다.
쿠린은 엘프와 인간의 피가 반씩 섞인 하프 엘프였다.
솔라다르의 지적은 어쩌면 유디시움의 진행 자체를 동결시킬 수도 있는 지적이었으나 푸에리는 이를 영리하게 회피했다.
“마탑주의 지적은 타당해요. 하지만 그건 유디시움이 시작되기 전에 문제 삼았어야 할 내용이지 지금 문제 삼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에요.”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닙니다, 재판관님. 정말로 궁금할 뿐이에요.”
솔라다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레 시선을 모았다.
“저희 드래곤들은 애초에 혼혈이라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죠. 제가 알기로 엘프들은 성문법이 없고요. 그러니 인간들에게 묻는 수밖에 없겠네요.”
푸에리는 솔라다르를 막지 못했다.
정말로 그저 질문일 뿐이라면, 그건 예정에도 없던 증인을 소환한 것에 비해 너무나도 사소한 일이었으니까.
“인간들은 혼혈을 어떻게 분류하나요? 어느 정도로 피가 섞여야 그 종족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나요?”
솔라다르가 황제를 향해 물었다. 이에 황제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귀족 하나를 증인석으로 불러냈다.
몇 대에 걸쳐 제국의 최고 법문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문의 귀족이었다.
귀족은 신과 드래곤들이 집중하는 자리에 선 것이 긴장되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
“제국법에서는 쿼터 이상의 혈통이면 해당 종족으로 치부해도 좋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혈통이라 함은 피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정확히는 부계 혹은 모계의 종족에 따른 구분입니다!”
“만일 부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면요?”
그렇게 말하며 루시스를 힐끗 바라보는 솔라다르였다.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귀족의 대답을 들었다.
“그 경우 신체적 특징을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쿼터, 그러니까 신체의 2할 5푼 이상에서 특정 종족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경우 해당 종족으로 인정됩니다!”
“신체라 한들 중요도가 다른 곳들이 있을 텐데요. 왜, 눈동자는 머리카락에 비해 면적이 좁지만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지 않습니까.”
루시스의 머리카락은 백룡의 것이었지만 눈동자는 흑룡의 것이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 모호한 건에 대해서는 제국의 행정관들이 따로 배치되어 진행됩니다!”
“그렇군요. 어찌 되었든 신체 부위의 중요도에 따라 면적 자체는 2할 5푼이 되지 않아도 쿼터로 인정될 수 있다는 거군요?”
“제국법의 판례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입을 다무는 솔라다르였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내가 다 김이 빠질 정도였다.
‘저 부분을 이용해 공격해 보려는 것인가? 하지만 유디시움은 금방이라도 끝날 텐데?’
나는 안일해지려는 생각의 끝을 부여잡으며 어떻게든 의문점을 밝혀내려 했다.
‘뭔가 불안해. 내가 뭘 놓치고 있지? 솔라다르가 무엇을 물었었지?’
인피니움에 따르면 솔라다르는 영특하다 못해 음험하기까지 한 존재였다.
그런 이가 유디시움이라는 신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행사에서 두 번이나 산통을 깨며 어설픈 질문들을 했을까?
‘그럴 리 없어.’
저 무해해 보이는 모습도, 인간 세상에 대해 잘 몰라서 질문을 하는 거니 봐달라는 수더분한 모습도 모두 계산된 것이라고 봐야 했다.
나는 솔라다르가 했던 질문들을 되짚어 봤다.
‘처음에 솔라다르는 루시스의 나이 계산 방식에 대해 물었었지.’
천 살이면 헤츨링이 아니지 않으냐. 인간식으로 계산하면 어느 연령부터가 성인이 되느냐.
‘두 번째로는 쿼터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고.’
마탑주의 투표권을 빼앗으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진짜 목표는 루시스였다.
……아니, 루시스였나?
‘나는 왜 루시스가 솔라다르의 목표였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머리를 회전시키는 동안 푸에리는 손에 들린 배심원단의 투표 결과를 선고하고 있었다.
“투표 결과를 발표할게요. 루시스의 인세 잔류는 마우솔레움 조약에 저촉되는가. 그렇다 2표, 아니다 3표. 이로써 루시스는 헤츨링의 나이를 벗어날 때까지 원하는 곳에 머무를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푸에리는 루시스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옆자리의 시아는 비명을 지르며 나를 끌어안았다. 시몬도 다행이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나는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솔라다르의 두 번째 질문. 쿼터의 기준이 무엇이냐. 부모의 혈통을 알 수 없다면 무엇으로 정하느냐. 신체 부위의 특징으로 정한다면 부위별 중요도는 어떻게 산정하느냐.’
신체 부위별 중요도.
그러고 보면 솔라다르는 여러 질문들을 통해 특정 신체 부위를 몇 차례 언급했었다.
– 눈동자는 머리카락에 비해 면적이 좁지만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지 않습니까.
눈동자, 머리카락.
– 뇌가 다 자라 스스로의 생각에 책임을 져야 한다든가 그런 거 말입니다.
뇌.
–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는 뇌와 심장이지만 육체 성장은 신체 전체로 가늠한다……. 그런 거군요.
심장.
……드래곤 하트.
두근.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고동 소리에 나는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흠, 흠.”
유디시움의 폐회를 선언하려는 푸에리의 말을 솔라다르의 헛기침 소리가 끊었다.
나는 부디 내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라며 고개를 들었다.
“……!”
솔라다르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보라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온몸에 독이 퍼지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유디시움을 제소하겠다.”
나는 몸이 마비되어 가는 듯한 기이한 감각 속에서 보라색 동공이 세로로 길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것은 기나긴 사냥 준비를 끝내고 마침내 먹잇감을 덮치는 포식자의 희열 어린 눈빛이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을 드래곤 하트로 교체해 제국법상 쿼터 드래곤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시모어 마우솔레움.”
더 이상 가식을 떨 필요 없다는 듯,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입꼬리가 찢어져라 입을 벌리고서.
“저자를 마우솔레움 조약에 의거해 인세에서 쫓아내야 한다.”
하얀 뱀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