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6)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6화(106/109)
쿼터 (2)
마우솔레움 가문에서 사교 이벤트를 주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교회와 이슈타르 가문에서 같은 날에 더욱 큰 파티를 개최하는 등의 행위로 매번 번번이 훼방을 놓았던 탓이다.
하지만 유디시움이 끝난 바로 다음 날 마우솔레움 백작가에서 열린 파티는 막을 수 없었다.
이슈타르 가문은 몰락하다시피 해 버렸고 유디시움 준비에 너무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교회도 여력이 남지 않았던 탓이다.
“마우솔레움 백작님!”
“유디시움 승소, 축하드립니다!”
초대받은 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선물을 하나씩 들고서 마우솔레움 가문을 찾았다.
심지어 초대를 받지 않은 이들도 어찌 소문을 들었는지 뻔뻔히 발을 들였다. 물론, 되돌려 보내는 이 없이 모두 환영해 줬다.
“파티 주최자, 시모어 마우솔레움 백작님 드십니다!”
나는 고작 하루 동안 꾸몄다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고 품위 있는 파티 홀에 발을 들였다.
마우솔레움 가문의 역사와 권위, 재력을 자랑하는 거대한 파티 홀에는 20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모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레니엄의 거의 모든 귀족들이 다 모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었다.
이슈타르 가문같이 마우솔레움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공작가와 같이 섣불리 움직이기 힘든 이들을 제외하면 그레니엄의 거의 모든 귀족들이 참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러 가지 계산이 있었겠지.’
다음 유디시움도 내가 이길 거라 계산했든가, 내가 진다 해도 ‘쿼터 드래곤’과 안면을 익혀 두는 게 중요할 것이라든가, 어찌 되었든 마우솔레움 가문은 실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든가.
‘그냥 커다란 파티가 열린다니 흥미 위주로 찾아온 걸 수도 있고.’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수많은 의문과 궁금증이 들어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은 승리 파티에 참석한 참여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 역시 그에 맞춘 행동을 보였다.
“승소 파티에 참여해 주신 귀빈 여러분들께 모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는 샴페인 잔을 손에 들고 단상에 올라 파티 개최사를 읊었다.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지 덕에 이렇게 무사히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모든 사건은 끝났고 솔라다르의 추가 제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백작위 계승 반년 만에 멋진 호칭까지 얻었죠. 누가 그랬던가요, 가장 명예로운 호칭은 적이 지어 준 호칭이라고요.”
쿼터 드래곤이라는 호칭 역시 재밌는 농담이라는 듯이 넘겼다.
오만하게도 드래곤을 내 ‘적’이라 칭한 것은 덤이었다.
“그러니 여러분. 오늘은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즐기도록 합시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이에나들이 몰려 들어왔다.
“이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백작님!”
“재판도 유디시움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습니다! 믿고야 있었지만 그리 화끈하게 역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이슈타르도 백룡들도 마우솔레움을 막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귀족들은 적당히 내 얼굴에 금칠을 해 주더니 헛기침을 하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정말로 드래곤 하트가 박혀 있는 겁니까?”
그 말에는 모두가 꿀꺽 침을 삼키며 내 가슴께를 바라봤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예. 그렇게 됐습니다.”
“허허…….”
“마침 잘되었죠. 안 그래도 레스터와 싸운 뒤에 일신의 무력이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었거든요.”
“안식의 신……. 그와 싸웠다는 것도 진실입니까?”
“제가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을 고했겠습니까? 재판장과 유디시움에서 했던 말은 모두 진실이었습니다.”
“역시 위대한 드래곤의 후손은 저희와 뭔가 달라도 다르군요!”
“아하하! 역시 혈통은 어디 안 가는 모양입니다!”
귀족들은 웃는 낯으로 내게 금칠을 계속하면서도 쉴 새 없이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슈타르 가문을 몰락시킨 내가 이대로 그레니엄의 실세가 될지 어떨지.
지금 나와의 관계를 두터이 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발판을 확대하는 것에 도움이 될지 말이다.
‘계속해서 계산을 해라. 머리가 아플 때까지.’
그렇게 계산을 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이 가문이 건재하고 영향력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우솔레움 가문은 고작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이미지를 여론과 귀족들에게 심어 줘야 했다.
“가시관의 기사님!”
“아, 후크 경이시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제 폐하께 칭호를 하사받으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실력이 아닌 언변으로 내려 받은 것 같아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 칭호에 어울리는 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아하하! 경다운 겸손이십니다!”
이리나에게도 수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황금의 유산을 걷어차고 가시밭길을 자처한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다가가 말을 거는 이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루시스 님!”
“아기 광휘룡님!”
“아기 허무룡님! ……아, 이건 좀 아닌가.”
“오늘도 귀여우십니다!”
나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단연코 루시스였다.
“흐흥.”
루시스는 언제나처럼 쏟아지는 찬양을 응당한 것이라는 양 받았다.
“신께서 주관하는 유디시움에서 당당히 승리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역시나야.”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드래곤을 부모로 두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역시 나야.”
오늘도 저를 찬양하는 신도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는 루시스였다.
걱정에 차 침울해하고 울적해하던 어제에 비하면 루시스는 완전히 회복한 모양이었다.
그날의 파티는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마우솔레움 가문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해 모든 식사와 주류는 최고급이 아닌 것이 없었고, 파티가 끝나고 돌아가는 이들의 품에도 값비싼 선물을 하나씩 들려 줬다. 럭스의 신상 슈트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떠나는 마차를 보다가 발을 돌렸다.
“음냐…….”
평소보다도 거센 찬양을 받은 루시스는 기분 좋은 얼굴로 내 품에 잠들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보드라운 볼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치자 눈도 뜨지 못하고 손만 휘적거렸다.
“우우웅…….”
졸리니까 하지 말라는 그 몸짓에 나는 작게 웃으며 루시스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 * *
“도로롱-.”
나는 침대에 앉아 곤히 자는 루시스를 바라봤다.
루시스는 침대에 누워 양팔을 니은(ㄴ) 자로 굽혀 천하장사 자세로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루시스의 앞머리를 쓸어 주자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부스스 흩어져 내렸다.
‘파티를 통해 마우솔레움 가문이 건재하다는 건 어느 정도 전해졌겠지.’
그것을 보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거대하고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
하지만 파티만으로는 부족했다.
‘유디시움의 제소 대상이 된 내가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야 해.’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유디시움의 제소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먼 미래를 계획하고 있음을 보여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본업에 신경을 써야지.’
나는 침대에 올려 둔 스케치북을 내려다봤다. 곧 바뀌는 계절에 대비해 여러 가지 디자인을 그려 둔 스케치북이었다.
‘럭스는 그레니엄 귀족들의 사교 장소 중 하나이자 수많은 이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곳이야.’
이미 그레니엄에서 패션과 유행의 상징이나 다름없게 되어 버린 럭스였다.
내가 럭스에 방문하기만 해도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또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구상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였다.
‘그 소문을 이용하자.’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가을용 패션을 새로이 디자인한다더라. 솔라다르의 제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더라.
그런 식의 여론이 조성되어야 앞으로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것에도, 싸움이 끝나고 바닥을 다질 때에도 유리했다.
‘슬슬 가을 패션 라인업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
재판과 유디시움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새 한여름도 꺾이고 정점을 찍었던 낮 기온도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차기 유디시움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러다 본업을 등한시해서야 주객전도였다.
팔랑-.
스케치북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패션들이 그려져 있었다.
‘가을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낙엽을 지그시 밟고 지나가는 베이지색 구두?
구두 굽 소리와 미묘한 화음을 일으키는 원목 지팡이?
페도라를 짚을 때 돋보이는 가죽 장갑?
그도 아니라면, 가을 타는 남자 특유의 그윽한 눈빛?
‘역시 얼굴……. 아니, 코트지.’
그래. 가을 패션의 정점은 코트다.
그것을 제국 얼굴의 정점인 나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입는 것이다.
나는 잠시 낙엽 지는 나무 아래에서 프록코트에 페도라를 쓰고 독서를 하는 내 모습을 떠올려 봤다.
‘정말 완벽하게 멋져.’
부르르, 몸을 한 번 떤 나는 또다시 떠오른 코트의 디자인을 스케치북에 그려 넣었다.
* * *
다음 날. 나는 헬라와 함께 마차를 타고 마탑으로 향했다. 럭스에 들르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였다.
마탑은 그 이름답게 굵고 거대하게 솟은 건물로 높이가 자그마치 10층에 다다랐다.
‘건축 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시계탑 같은 기능적 건물이 아닌 실거주가 가능한 건물이 10층이라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지.’
두말할 것도 없이 수많은 마법들이 위태위태하게 받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최근에 증축, 혹은 보강 공사라도 하는지 인부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마탑의 외벽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나마 제국의 건축법이 10층 이상으로 건물을 못 짓게 하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끝도 없이 올라갔을 거야.’
참고로 제국법에서 10층을 규제 높이로 삼은 이유는 황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10층인 탓이었다.
마차에서 내리고 있자니 마법사 하나가 안에서부터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쿼터 드래곤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
“아차! 마우솔레움 백작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래곤에 환장한 마법사들다운 환영 인사였다.
“들어가시죠! 마탑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자신을 마탑주의 보좌관이라 밝힌 사내를 따라 마탑에 발을 들였다.
내가 기억하는 원작 게임의 마탑은 현대 지구의 대학교 연구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창문 하나 없는 통로를 걷노라면 가끔 실패한 마법이 폭발하는 소리와 스트레스에 미쳐 가는 연구원들의 절규만이 들리는 적막한 공간 말이다.
“…….”
“…….”
한데 어째서인지 그 적막해야 할 통로가 마법사들로 꽉 차 있었다.
그것도 방금까지 연구실에 있다가 튀어나온 건지 약초 냄새, 피 냄새, 그을린 냄새로 복도가 가득했다.
“……우와.”
누군가의 감탄 어린 목소리를 듣고서야 저들이 나를 보기 위해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소리를 낸 마법사와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저, 마우솔레움 가문 전속 마법사로 받아 주십시오!”
발작이라도 일으키듯 마법사가 외쳤다.
나는 발을 멈췄다. 별 의미는 없었다. 그저 깜짝 놀란 탓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걸까, 마법사들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
“저도 받아 주십시오!”
“이 중에서 제가 제일 나아요! 뼈를 묻게 해 주세요!”
“제발 여기서 탈출하게 해 주세요! 미친 엘프가 괴롭혀요!”
“혹시 제 논문 봐 주실 수 없습니까악?!”
그러면서 무슨 아이돌을 만난 사생팬이라도 되는 양 사방에서 손아귀가 뻗어 나왔다.
헬라가 재빨리 내 앞을 막아서며 검집 위로 손을 올렸다.
하지만 불상사가 일어나기 직전, 헬라보다 먼저 마법을 일으킨 이가 있었다.
후우웅-.
복도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마력 파동에 나와 마탑주의 보좌관을 제외한 모든 마법사들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복도 전체에 마탑주의 목소리가 울렸다.
– 우리 마법사들이 손님들 앞에서 대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걸까요?
연구만 해서 근육이 약한 건지 바닥에 넘어져 한참을 낑낑대던 마법사들은 분노 어린 목소리로 하나 되어 외쳤다.
“폭력 마탑주 반대!”
“마탑주는 폭력을 줄이고 복지를 늘려라!”
“아니, 그보다 대체 언제까지 마탑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건데?! 이거야말로 수명에 따른 종족 차별이다!”
“마탑주 절대 탄핵해애애애!”
– 불만 있으면 언제든 마법 결투를 신청하세요.
그러자 조용해지는 마법사들이었다.
“마법사의 수준은 파괴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군가 소심하게 중얼거렸지만 이어지는 마탑주의 말에 곧바로 침묵했다.
– 그렉. 이번에 올린 논문 첨삭지를 마탑 전체에 공문으로 돌려 드릴까요?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마탑주의, 참으로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협박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