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7화(107/109)
쿼터 (3)
나는 전시장에 진열된 보석을 보는 듯한 탐욕과 아쉬움의 눈빛을 받으며 복도 끝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정확히는 엘리베이터의 역할을 하는 마법 아티팩트였다.
목적지는 10층, 마탑주의 집무실이었다.
“어서 오세요, 백작!”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 주는 쿠린이었다.
마탑의 10층은 여러 가지 연구실과 실험실, 창고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 전체가 마탑주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나는 쿠린의 책상을 향해 걸어갔다.
쿠린의 책상은 무척이나 거대해 그 위로 수많은 책과 서류, 빈 잔과 쟁반 따위가 굴러다녔다.
그중에는 수정구슬도 하나 있었는데 그 너머로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의 창고 천장이 보였다.
“…….”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은근슬쩍 말을 돌리며 서류로 수정구를 덮는 쿠린.
나는 넘어가 주기로 했다.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받아야 했으니까.
“그러지.”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쿠린이 보좌관에게 어서 다과상을 내오라 일렀다.
마법으로 끓인 것인지 순식간에 차가 나오고 우리는 잠시 그것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죄송합니다, 백작.”
먼저 입을 연 건 쿠린이었다.
“제 존재 탓에 두 번째 유디시움이 열리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건 마탑주의 잘못이 아니야. 솔라다르는 그대가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이끌었을 테니까.”
“그야 그렇지만 이번에는 제가 원인인 것도 맞으니까요.”
마탑주는 드물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대신에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쿠린은 내가 다음 청문회를 대비해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만일 유디시움이 열리게 된다면 마탑주는 이제까지 하던 대로만 해 주면 돼.”
“그 말씀은……?”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일이야.”
“그게 무엇입니까?”
나는 찻잔을 내려 뒀다.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이라고 알고 있어?”
“예. 알고 있습니다.”
마탑주야 워낙 유능하고 발이 넓은 사람이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았다.
“내 드래곤 하트는 그 기술을 통해 이식된 거야.”
“과연, 그렇군요.”
“그 기술의 소유자를 소개해 줄 테니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은 혼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아닌 전투용 장치를 몸에 이식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다듬어 줬으면 좋겠어.”
“아하. 마력 회로를 새겼다고 전부 마법사가 아니듯이 마수의 신체를 이식했다고 해서 전부 혼혈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 달라는 거군요?”
“바로 그거야.”
“곧바로 착수하겠습니다!”
내가 준비한 방책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혼혈 드래곤이 아니라, 그저 ‘드래곤 하트를 심장에 박은 인간’일 뿐이라면 마우솔레움 조약의 구속 대상이 아니게 되니까.
“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뭐든 물어보시죠.”
“마탑주에게 마우솔레움 조약은 어떤 의미의 조약인가?”
“구시대적이고 지리멸렬한, 마법의 발전을 저해하고 막아서는 멍청한 조약이죠.”
쿠린의 말에는 잠시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마법과 드래곤에 대한 사랑으로 나서서 드래곤의 가디언이 되기도 하는 마법사들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만일 그 조약을 파기시킬 수 있다면 그대는 무엇을 내놓을 거지?”
“전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
쿠린의 눈빛은 열망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루시스를 볼 때와 같은 눈빛이었다.
“저뿐이 아닙니다. 이 마탑의 모든 이들이 기꺼이 협조할 겁니다. 마우솔레움 조약이 없는 세계, 드래곤들을 연구하고 그들과 함께 마법을 연구할 수 있는 세계는 마법사들에게 유토피아나 다름없습니다.”
쿠린은 가빠진 숨을 고르고 재차 물었다.
“조약을 이 기회에 파기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죠. 제가 무엇을 내놓으면 되겠습니까? 제 영혼이라도 드리겠습니다!”
“아니. 지금은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해.”
조약 파기와 마탑주를 위한 계획은 아직 조금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 * *
마차가 럭스에 도착하자 치프 디자이너인 안드레가 나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백작님.”
3층의 디자인실에 발을 들이자 안드레는 곧바로 옷에 대한 이야기들만을 늘어놓았다.
세간의 소식이나 뉴스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외골수다운 모습에 나는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 디자이너들에게 가을 시즌을 대비한 디자인들을 받아 봤습니다. 어찌 보시는지요?”
나는 안드레가 내민 수십 장의 스케치들을 확인했다.
과연 반년 가까이 내 밑에서 일을 한 이들이라 그런지 이제는 퍽 괜찮은 디자인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럭스의 이름을 내걸기에는 조금 아쉬워.”
“역시 그렇습니까.”
“하위 브랜드를 하나 차려서 적정한 가격에 파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네.”
나는 안드레와 잠시 하위 브랜드 창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본 주제로 돌아갔다.
“가을 시즌은 벨벳으로 가자.”
흔히들 봄옷과 가을옷은 차이가 없다고 한다. 춘추복이라고 묶어서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패션 계열에 종사하는 이들은 그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해서는 안 된다.
‘굶어 죽으니까.’
나는 벨벳 슈트의 디자인 몇 장을 안드레에게 건넸다.
부드럽고 가벼운 벨벳의 이미지에 맞게 대부분이 싱글버튼 슈트였다.
내 디자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안드레가 물었다.
“벨벳인 것치고는 밝은색 계열의 옷이 적군요.”
그 말대로 내가 건넨 디자인에서 지칭하는 색들은 와인색과 네이비와 같이 가을 하면 떠오르는 색감보다 조금 더 짙은 계열이었다.
“봄 시즌 옷이 어두운 계열이었지.”
슈트라는 패션 자체를 처음 선보인 시기였기에 블랙 앤 화이트가 주를 이뤘던 시기였다.
“반면 여름에는 쿨톤 계열이라 원색이 많았고. 그러면 가을에는 무겁고 진중한 색이 잘 나갈 거야.”
사람들은, 특히나 돈이 많은 귀족들은 공작새와 같다.
자신을 치장하고 뽐내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이며 과감한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수많은 매력을 뽐내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분기에서 가장 중요한 패션 아이템은 이거야.”
나는 추가적으로 몇 장의 디자인을 더 안드레에게 건넸다.
“이건……!”
내 디자인을 확인한 안드레의 눈이 동그래졌다.
“처음 보는 형태의 코트로군요!”
안드레는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운 잡다한 서류며 책, 옷감 따위를 전부 다 쓸어내고 내 코트 디자인들을 한 장 한 장 늘어놨다.
여러 가지 디자인들의 테일 코트와 프록코트. 슈트 패션을 넥스트 레벨로 끌어 올려 줄 45억 년 지구 패션 역사의 최종 진화체들이었다.
‘이 세계의 주류 코트는 지구에서 ‘주스토코르’라 불리던 녀석과 유사하지.’
주스토코르는 웨이스트를 조이고 무릎 길이까지 내려오는 옷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코트라기보다는 축 늘어지는 웃옷에 더 가까운 옷이었다.
‘몇 년 전부터 인버네스 코트가 조금씩 유행을 타려는 것 같지만……. 아름답지 않아.’
인버네스 코트는 영국의 저명한 명탐정이 입었던 케이프 달린 오버코트로 멋보다는 실용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우비 비슷하게 생긴 코트였다.
반면 내가 선보인 코트들은 패션성과 실용성 둘 모두를 확실하게 잡은 녀석들이었다.
“이 테일 코트는 승마용 코트로군요!”
“그러고 보니 가을에는 사냥 대회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죠!”
어느새 안드레의 곁으로 모인 다른 럭스의 디자이너들이 내 디자인을 보며 한마디씩 보탰다.
지구에서는 연미복이라고도 불리는 테일 코트는 이름 그대로 앞단은 허리 위에서 끝나지만 뒷단은 제비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코트였다.
기원 자체가 편하게 승마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트이니만큼 사냥 대회가 자주 열리는 가을철에 큰 매출을 기록할 터였다.
그리고 프록코트는…….
“와, 이건……. 럭스의 슈트와 정말로 잘 어울리겠는데요?”
“제 눈이 고장 났나 봅니다. 이 코트를 본 순간 기존의 재킷은 뭔가 2%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요.”
그저 감탄만을 멈추지 못하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안드레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었다.
“이 코트, 언제부터 구상하고 계셨습니까? 혹시 럭스의 슈트는 처음부터 이 코트와 세트로 존재했던 것입니까?”
지구의 패션 발전 역사를 절반 정도는 제대로 짚어내는 그 발언에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프록코트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신사의 상징? 영원한 클래식?
미대를 다니던 시절 나와 취향을 공유했던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영국이 프록코트를 만들고 그것을 자랑하기 위해 대영제국을 세웠다.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은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부정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옷을 제국 최고의 미남인 시모어가 입는다면?
“후우…….”
나는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내쉬었다.
곧 가을이 온다.
내 평생 이토록 가을을 고대해 본 건 처음이었다.
프록코트를 입기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승리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 * *
타운하우스로 돌아오니 루시스와 이리나가 정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 뙤약볕이 뜨겁지도 않은지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는 꽃밭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내 가슴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두 사람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하얀 양산 아래에서 한 쌍의 황금색 눈동자와 보라색 눈동자가 오직 나를 향하고 있는 그 모습은 어딘가 몹시 비현실적이면서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으으음!”
그런 내 감상은 루시스의 볼이 풍선처럼 부푸는 것을 본 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솔라다르의 제소 때문인지 나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던 루시스였다.
그런 루시스에게 금방 돌아오겠노라 약속하고 타운하우스를 떠났던 나였다.
‘생각보다 패션쇼 회의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어.’
나는 재빨리 이리나에게 다가가 루시스를 건네받으려 했다.
“으음!”
하지만 루시는 성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 내게 건너오지는 않았다.
붕- 붕-.
드레스 아래로 돋아난 꼬리가 루시스의 기분을 설명해 주기라도 하듯 좌우로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 꼬리 끝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내 팔뚝을 때렸다.
찰싹, 찰싹.
“아야. 아야.”
루시스의 꼬리는 비늘로 덮여 있지만 무척이나 보드라웠다.
그래도 아픈 척이라도 해야 루시스가 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풀 것 같아 나는 혼신의 연기를 다 했다.
그런 내가 안쓰럽다는 듯 이리나가 내 머리 위로 양산을 씌워 주며 말했다.
“백작이 돌아오면 함께 점심을 먹겠다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점심을?”
나는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피고인인 유디시움이 코앞이어도 스테이크를 두 그릇씩 해치우던 루시스였다.
“배고파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나도 모르게 그 문장을 입에서 꺼낸 순간, 나는 내가 실수했음을 직감했다.
“으으으으음!”
자신을 돼지로 생각하는 거냐는 듯, 루시스의 볼이 더욱 빵빵하게 부풀었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복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