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8)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8화(108/109)
쿼터 (4)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헛기침을 하며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루, 많이 기다렸어?”
“거짓말쟁이.”
루시스의 커다란 눈동자에 분노와 배신감, 서러움이 가득 차올랐다.
“일찍 온다면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오래 걸릴 것 같으면 꼭 중간에 사람을 보내서 알리도록 할게.”
“…….”
내 말에도 여전히 볼을 빵빵히 하는 루시스.
그 모습에 불현듯, 어쩌면 루시스는 화를 푸는 법을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착한 아이라 이제까지 제대로 화를 낸 적이 없었으니까.
쪽-.
그래서 나는 루시스의 터질 것 같은 볼에 입술 도장을 찍었다.
“음……!”
하지 말라는 듯 눈썹을 모으는 루시스.
하지만 이어지는 뽀뽀 폭격에 결국 풍선에 공기 빠지듯 볼에서 바람이 빠졌다.
“킥킥킥.”
간지럽다는 듯 목을 움츠리며 웃는 루시스.
나는 이리나가 건네주는 루시스를 부드럽게 품에 안아 이번에는 이마에 입을 맞췄다.
“미안해. 정말 잘못했어.”
“응.”
그제야 화가 완전히 풀린 듯 내 품에서 축 늘어지는 루시스였다.
“히유유.”
루시스를 부드럽게 다독이며 이리나와 함께 저택으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킁킁.”
이리나가 내 가슴팍에 대고 냄새를 맡더니 한마디를 툭 뱉었다.
“마탑주 냄새.”
“…….”
어째서일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이리나를 힐끗 봤다.
“흐응.”
이리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흘겨봤다.
“그러셨군요. 제가 여기서 홀로 루시스 님을 달래고 있는 사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오신 겁니까.”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 냉기가 풀풀 날렸다.
“일 때문에 잠시 나가야 한다더니 전부 거짓말이었군요.”
나는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가장했다.
“마탑도 일 때문에 들렀던 거야.”
“그런 것치고는 가슴 단추가 흐트러져 있습니다만.”
“……드래곤 하트에 관련된 일이었어서.”
“흐응. 그렇습니까.”
목소리의 차갑기가 남극점 수준이다.
가시관의 기사가 아니라 냉동실의 기사였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침묵만 지키고 있자 이리나는 작게 웃었다.
“농담입니다, 백작.”
“아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는 수밖에 없었다.
루시스를 품에 안고 저택으로 향하는데 이리나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저를 원망하지는 않으십니까?”
고개를 돌리니 이번에는 어딘가 의기소침한 얼굴의 이리나가 있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여인이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이유가 제 어머니지 않습니까.”
유디시움의 원인이 된 사건을 모이나가 일으켰음에 이리나는 자책감을 품은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을 고른 후에 입을 열었다.
“경의 말대로야.”
이리나는 내가 자신을 질책한다 생각했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경의 어머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경은 아니잖아.”
“…….”
잠시 나를 말없이 보던 이리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백작이라면 그리 말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가?”
“백작은 부모와 자식의, 선조와 후손의 업적과 죄를 늘 따로 보니까요. 하지만.”
이리나는 좀 더 깊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상상하던 것과 직접 듣는 건 역시 다릅니다.”
“많이 다른가?”
“예. 훨씬 기분이 좋습니다.”
환한 미소를 선보인 이리나는 앞장서 저택으로 향했다.
부모의 죄는 자식의 죄인가.
선조의 죄는 후손의 죄인가.
물론 나라고 해서 그 문장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진짜 가해자와 똑같은 죗값을 물려서는 안 되는 거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선대의 죄를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그것만으로 후대는 죗값을 충분히 치르는 것이라고.
‘루시스와 이리나가 그렇지.’
루시스는 마우솔레움을 사랑한다. 하지만 ‘죄는 죄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리나는 말할 것도 없다.
나 역시 그렇다.
누군가 물으면 나는 ‘마우솔레움이 끼친 피해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늘 말하니까.
‘그러니 내게 있어 루시스와 이리나는 죄인이 아니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 둘의 적이 된다 해도 나만은 영원히 이들의 편에 설 것이다.
* * *
쫘아악-.
거친 마력이 공간을 좌우로 잡아 찢었다.
자신의 수족인 마력에 대해, 세상의 법칙에 대해 아무런 배려도 없는 패도적인 공간 이동 마법이었다.
그 너머에서 인피니움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염을 깔끔하게 깎은 인피니움에게서는 더 이상 사람 좋은 할아버지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기사단장, 혹은 이단 심판관에게서나 볼 수 있는 날카롭게 정제된 분노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인피니움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엘더 화이트 드래곤, 솔라다르의 레어 안으로 들어갔다.
“…….”
갑작스럽고 무례한 방문.
이에 몇몇 백룡들이 인피니움을 불만스레 흘겨봤다.
우뚝. 인피니움이 발걸음을 멈췄다.
“감히.”
인피니움은 이를 드러냈다.
“네깟 놈들이 나를 그리 보는구나.”
구구구궁-.
어마어마한 마력이 레어 전체를 짓눌렀다.
당황한 백룡들이 마법을 사용해 저항하려 했지만 마력은 더 이상 백룡들의 부름을 듣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잊은 게냐?”
인피니움의 마력이 백룡들의 목을 좼다.
“혹은, 부모가 말해 주지 않더냐? 마우솔레움 이전에도 광룡이라 불린 이가 있다고 말이다.”
백룡들은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목을 쥐고 있는 마력의 손아귀는 풀리지 않았다.
하나둘, 백룡들이 게거품을 흘리며 정신을 잃어 가던 때였다.
“그만해라, 인피.”
레어의 안쪽에서 한 중년의 여인이 천천히 다가왔다.
“……솔라다르.”
솔라다르는 제 일족이 공격당하고 있음에도 평안한 얼굴이었다.
“뭣도 모르는 젊은 애들한테 화풀이하면 쓰나. 이제 더 이상 철없던 시절의 우리도 아닌데.”
“…….”
“무한룡이라 불리는 너와 진심으로 싸울 정도로 간 큰 녀석은 우리 일족에는 없어.”
그것으로 할 말은 끝이라는 듯, 선처를 바란다는 듯 아무런 말도 행동도 않는 솔라다르.
“후우…….”
결국 인피니움은 마력을 장악하던 것을 풀었다.
간신히 손아귀에서 벗어난 백룡들은 숨을 몰아쉬고 기침을 뱉으며,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차라도 한잔하겠나?”
솔라다르는 손가락을 튕겨 땅바닥에서 흙으로 된 의자와 테이블을 소환했다.
하지만 인피니움은 쳐다도 보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재밌는 안건을 냈더군.”
“하여간에 교양 없기는.”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거냐. 시모어가 인세에서 쫓겨난다 한들 루시스가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거다.”
“나는 처음부터 그 아이를 이곳에 부를 생각은 없었어, 인피.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곳에 있어야지.”
솔라다르의 얼굴에 손녀를 향한 애정이 싹텄다.
하지만 다음 순간, 보랏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반짝였다.
“하지만 그 인간은 아니야.”
“처음부터 시모어가 목적이었나?”
“그래. 하나뿐인 손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단숨에 조약이고 유디시움이고 신경 쓰지 않고 그 인간을 물어 죽이고 가문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을 거다.”
솔라다르는 힐난하는 눈으로 인피니움을 봤다.
“너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젊은 시절의 총명했던 너라면 말이다.”
“…….”
인피니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긍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저놈의 존재가 긍정된다면 가장 먼저 우리 선조들의 무덤이 도굴될 거다. 제 심장에 드래곤 하트를 박은 인간들이 늘어나겠지.”
솔라다르의 가디언이 홍차가 담긴 찻잔을 두 잔 내어왔다.
“하지만 욕망에는 끝이 없어. 언젠가 인간들은 무덤의 드래곤 하트를 모조리 가져갈 거다. 그러면 이제 그들의 목표가 어디가 될까?”
솔라다르는 대답을 기다리듯 천천히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인피니움은 침묵할 뿐이었다.
솔라다르는 그 침묵에 내심 섭섭하다는 얼굴을 했다.
“문답에도 어울려 주지 않겠다는 건가? 어지간히 화가 나셨나 보군. 그래도 한때는 우정을 나누던 친우였는데 말이야.”
솔라다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의 소중한 손녀 역시 ‘사냥’당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신화 속의 호칭이 아닌 세상이 오겠지.”
“그러니”, 솔라다르는 말을 이었다.
“놈은 몰락해야 한다, 인피. 놈은 물론 놈에게 그런 기술을 전수한 인간들 모두 처절하고 잔혹하게 몰락해야 해.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공포로서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인피니움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입을 열었다.
“핑퐁이라는 게임기를 아나?”
“뭐?”
“시모어가 얼마 전 개발해 낸 게임이다. 무척이나 재밌지.”
“갑자기 무슨 소리를…….”
“치킨이라는 음식은 먹어 봤나?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근사한 옷은 어찌 생각하나?”
“…….”
솔라다르는 잠시 대화의 흐름을 놓치고 멍한 얼굴이 되었다.
“인간의 발전은 운명이다, 솔라다르. 저들이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 역시 운명이다. 그게 싫었다면 내 아들과 함께 저들을 멸종시켰어야 했어.”
“미친 소리를.”
“발전 혹은 멸망.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내 손녀가 좋아하는 인간계를 멸망시킬 생각은 없어.”
솔라다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인피니움의 말에서 진의를 가늠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우리 드래곤들에게는 선택지가 한 가지 더 있다. 저들과 함께 발전하는 것이지. 사냥당하거나 멸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화합의 길을 걷는 것이다.”
하, 솔라다르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인피. 우리는 이미 그런 시대를 살았던 적이 있어. 우리를 구속하는 이 조약이 누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닫혀 버린 길을 그 딸과 후손이 다시금 열겠다는 것 아닌가. 늙은이가 되어 젊은것들의 앞길을 막기만 할 셈인가?”
솔라다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 과격했던 인피니움이 저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네가 늙어 판단력이 흐려진 건지 내가 늙어 보수적이 된 건지 모르겠군. 아니면 우리 둘 모두 노망이 난 건가?”
“조약이 우리의 눈을 천 년 전에 묶어 뒀음이야. 시모어의 말이 맞다. 마우솔레움 조약은 깨져야만 해.”
“그건 신들이 조인한 조약이야. 그들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인피니움은 무척이나 하찮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나는 무한의 인피니움이다. 재앙이라 불리던 내 아들조차 나를 이기지 못했거늘 그 누가 나를 벌한단 말인가?”
“…….”
“그러니, 솔라다르. 그대도 주의하도록 해라.”
인피니움은 차가운 경고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내 손에 또 한 번 동족의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으니까.”
인피니움이 사라지고서도 백룡들의 레어에는 오랜 시간 침묵만이 감돌았다.
* * *
다음 날. 나는 헬라와 함께 슬럼가의 열세 번째 교회에 발을 들였다.
물론 오늘은 절대로 늦지 않겠다고 루시스와 손가락까지 걸고 꼭꼭 약속한 뒤였다.
“시모어!”
오늘따라 유달리 격하게 나를 반기는 이가 있었다.
콰앙-!
내가 문을 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내게 덤벼드는 건 뒷골목의 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오거’였다.
나는 내 앞으로 나서려는 헬라를 한 손을 들어 말리고 그대로 오거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콰드드득-!
나는 단숨에 내 최고 전력을 끌어냈다.
드래곤 하트의 힘으로 600% 강화된 중력이 오거의 몸을 찍어 눌렀다.
“커허억-!”
쩌저적-!
내게 달려들던 그대로 바닥에 짓눌린 오거. 그를 중심으로 교회의 바닥에도 방사형으로 금이 갔다.
“후우……!”
나는 빠르게 드래곤 하트의 마력을 끊어 냈다.
루시스가 있어도 제어가 힘든 힘이었다.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는 가능한 짧고 빠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폭주하려 들기 십상이었다.
나는 기절한 오거의 몸을 중력 마법으로 잡고서 뒤흔들었다.
격한 숨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린 놈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큭큭큭 웃기 시작했다.
“과연……! 이것이 드래곤 하트인가……!”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었다는 이야기에 호승심이 끓어올랐나, 오거?”
강자와의 싸움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인 오거였다.
지난번 내가 레스터의 강신체를 쓰러뜨렸다는 소식에도 간신히 절제하던 놈의 전투 욕구가 기어이 터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항마력도 없는 오거는 내게 있어 단순한 멧돼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폭력 정도로는 이제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
“크크크. 과연……! 네놈,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군!”
나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려 암흑가의 기둥들을 훑었다.
개중에는 나를 흥미롭게 보는 이도, 두려움에 찬 눈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나는 오거를 장악한 중력 마법을 해제하고 기둥들에게 말했다.
“나를 경계할 필요는 없다. 힘을 얻었다고 해서 너희를 지배하거나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최소한 지금 당장은 말이다.
암흑가는 아직 내게 유용한 패였다.
“우린 모두 타고난 분야가 있으니 협업을 해야 하는 관계다. 나는 이제 마법 분야에 특화되었다, 그저 그 정도의 결론이다.”
그 말에 마수 신체 이식 기술의 소유자인 헤이든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첫 번째 협업을 제시하고 싶다.”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열두 교회를 공격할 준비를 해라.”
옛 성녀, 벨라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