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9)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09화(109/109)
테러 (1)
유디시움에는 재판 대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나 갈등 관계에 있는 이들은 배심원을 신청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과는 법 체계가 다른 고대에 세워진 규율답게 이 ‘직접적’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애매하지만 말이다.
‘최소한 흑룡회가 배심원으로 서지 못하게 하기에는 충분했지.’
만일 솔라다르의 제소가 받아들여진다면 흑룡회는 배심원을 보내지 못하게 된다.
내가 쿼터 드래곤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흑룡의 드래곤 하트인 이상 나와 흑룡회는 ‘직접적’ 이해관계에 속해 있다고 판단되는 탓이었다.
나는 그 수를 반대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내가 교회와 전쟁을 일으킨다면 교회 역시 배심원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배심원의 수는 셋. 양측의 배심원이 한 명씩 줄어드는 셈이니 투표는 이기게 된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승리 방도였다.
“…….”
교회를 공격하라는 이야기에 예배당 내부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녀는 환희에 젖은 얼굴을 숨기려 애쓰고 있었고 헤이든은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오거는 당황한 얼굴이었다가 이내 호승심이 끓어오르는지 히죽 웃었다.
“그런가……. 그게 강신체를 상대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겠군.”
반면 정보 길드의 마스터인 그림자는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 조용히 테이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회를 공격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이 있지?”
그렇게 물은 것은 까마귀, 그레니엄 유일의 암살 길드의 마스터였다.
“기억하나. 다른 도시로 영향력을 넓힐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
“교회를 공격하는 것이 그 수단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암흑가의 입지가 커진다.”
천상의 권력을 쥔 교회와 지하의 권력을 쥔 암흑가.
둘은 서로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사람들이 교회에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배에 참석하던 주말 시간이 비고 예배에 내던 돈이 남는다면? 무엇보다, 더럽고 어두운 것에 손대지 말라 설교하던 강설대가 빈다면?”
내 질문 아닌 질문에 답한 건 그림자였다.
“글쎄요. 그렇다 한들 암흑가에 손을 대기보다는 상점가에서 더 좋은 옷과 음식을 살 것 같습니다만.”
“상점가가 커지면 우리가 벌어들일 수익도 커질 수밖에 없어.”
현 암흑가는 결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다.
질서가 흔들리고 풀리는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파이도 늘어나는 것이다.
“확실히 보호비는 더 받아 낼 수 있겠군.”
오거가 내게 맞장구쳤다.
놈의 머릿속에는 성기사단이나 혹시 모를 신의 강신체와 싸울 생각이 가득한 것 같았다.
그레니엄에서 교회가 전쟁에 휘말린다 해도 강신체는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 않기로 했다.
“너희가 귀족들과 손을 잡으면서도 양지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지? 결국 세간의 도덕적 잣대 때문이 아닌가.”
한때는 금주령으로 술이 불법이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길가에 취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의 눈을 가리곤 했다.
“도덕의 등대인 교회가 무너진다면 너희도 공공연히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거지.”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던 까마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저 너의 원한 관계에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런 의도가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나는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나는 너희에게 내 손을 잡아 달라 부탁하는 것이 아니야. 내가 열어 갈 다음 세대에 너희를 초대해 주는 것이지.”
마녀의 입가에 또 한 번 미소가 번졌다. 마치, ‘언제나의 당신답네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희가 없다 해도 나는 교회와 전쟁을 벌일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함께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승자의 전리품을 나눠 줄 정도로 착해 빠진 사람은 아니야.”
나는 테이블의 면면을 훑어본 뒤 먼저 몸을 일으켰다.
“먼저 일어나도록 하지. 공사가 다망하신 몸인지라.”
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어쩌면 다시는 볼 일 없을 몇몇 얼굴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면서.
* * *
마차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헤이든과 마녀가 나를 따라 교회를 나왔다.
“잠시 이야기 좀 하죠.”
마녀와 헤이든은 완전히 내 편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기에 나는 기꺼이 둘에게 시간을 내주었다.
교회의 버려진 사제실로 들어가자 마녀가 상기된 얼굴로 질문을 쏟아 냈다.
“공격 시기는 언제인가요? 어느 교회를 먼저 치실 거죠? 혹시 각 교회의 성기사단 병력 편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신가요? 성자는 어떻게 상대하실 건가요? 혹시 이번에도 강신체가 내려올 거라 생각하…….”
“그만.”
나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마녀의 입을 닫았다.
마녀는 재빨리 제 입술을 물었다.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수많은 질문들이 그녀의 볼을 부풀렸다.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 가능한 모든 수를 준비하면서 대기하도록 해.”
“좋네요! 규모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거니까!”
제 인생 목표 달성의 근처에 와 있기 때문일까, 평소보다도 긍정적인 마녀였다.
나는 헤이든에게 물었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지?”
“알다시피 그리 많지는 않아. 내게 가용 병력은 암시장의 가드들 정도니까. 물론 정 급하면 노예상을 통해 노예를 구해 마수 신체를 이식시킬 수도 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성을 버리면서까지 싸울 정도로 당장의 상황이 급박하지는 않았다.
“병력 대신 자금이라면 마음껏 지원할 수 있어. 네가 돈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가능한 만큼 지원하도록 할게.”
세간에서는 내가 심장에 드래곤 하트를 박아 넣었다는 말에 경악은 했지만 그 원리를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마법으로 했겠거니, 드래곤의 혈통이니 뭔가 특별한 방법을 썼겠거니 할 뿐.
하지만 알 만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기술이 어디서 나왔는지 말이다.
그 덕인지 평소보다 지갑이 후해진 헤이든이었다.
“재정적 지원은 필요 없다.”
돈이라면 나도 많았다. 헤이든보다 몇십 배는 많았다.
“추후 추가적인 시술이나 부탁하지.”
“추가 시술?”
헤이든은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한 조각으로 끝낼 생각은 없어.”
마우솔레움의 조각난 드래곤 하트는 그레니엄 전역에 흩뿌려져 있다.
“나는 그 모든 조각들을 모아서 집어삼킬 거다.”
“…….”
헤이든은 물론 마녀까지도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시모어. 너는 정말…….”
헤이든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광기의 신을 모시는 사도도 네 앞에선 한 수 접을 거야.”
나는 작게 웃었다.
이 세계에서 광기와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 바로 나였다. 현대 지구의 지성인이었으니까.
나는 그저 딸과의 행복한 은퇴 라이프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 * *
나는 마차에 올라 귀갓길에 올랐다.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자니 헬라가 물어 왔다.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는.”
마탑을 이용해 나는 혼혈 드래곤이 아닌 그저 ‘마도 엔진’을 장착한 인간이라 주장하는 것.
암흑가를 이용해 교회와 전쟁을 벌여 교회가 가진 배심원 자격을 상실시키는 것.
유디시움에서 이길 수 있는 두 가지 방책은 물밑에서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솔라다르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전혀 모른다는 거지. 내 계획을 어떻게 망가뜨릴지 전혀 예상이 안 돼.”
“하얀 뱀들의 엘더 말이지. 무시무시하긴 하더라.”
솔라다르가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을 못 하고 있을까?
내가 준비한 수에 순순히 얻어맞고 침몰할까?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토의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지만.’
내 비서진 중 일부는 매일같이 황실의 귀족 회의장에 출석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매일같이 ‘시모어 마우솔레움을 쿼터 드래곤으로 봐야 하는가, 그 경우 마우솔레움 조약의 적용 대상이 되는가’ 하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토론에서 솔라다르 측이 이겨야 유디시움의 제소가 확정되기에 솔라다르는 매일 그곳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유디시움에서 이길 방도를 찾는 것도 좋지만 아예 유디시움이 열리지 않게 하는 것도 좋겠지.’
내게는 유디시움 개최를 저지할 수 있는 방책도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 그레니엄에 위기를 가져오는 것.
‘이건 가능한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 두고.’
다른 하나는 황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황제에게 혼혈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제창해 달라 요청하는 거야.’
유디시움은 수많은 종족들을 아우르는 초종족적인 재판 기관이다.
배심원 제도로 판결을 내리는 이유 역시 각 종족마다 법과 규율, 관습이 다른 탓이었다.
‘솔라다르가 내가 드래곤 혼혈임을 주장할 때도 인간들의 법을 인용했지.’
정확히는 제국법을 인용했고 황제는 그 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이였다.
유디시움의 제소가 확정된 상태라면 모를까, 그 전에 법을 바꾸거나 만든다면 나를 제소한 주장 자체를 망가뜨려 버릴 수도 있었다.
‘문제는 황제가 내 요청을 순순히 들어주느냐 하는 것인데.’
교회의 권력을 앗아 오는 것에는 욕심이 큰 황제지만 본인이 먼저 나서서 교회와 척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이슈타르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나까지 몰락한다면 귀족 세력의 가장 큰 기둥 중 두 개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제로서는 잘만 하면 귀족의 권력과 교회의 권력을 동시에 앗아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황제가 나를 그리 쉽게 버릴까 싶기도 하지만…….’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패션은 물론 여러 아티팩트들을 이용해 제국 귀족들의 삶을, 황제 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가 갈려 죽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설령 배를 가르지 않는다 해도 이 기회에 내게 이런저런 제약이나 목줄을 걸어 두려 할지도 몰랐다.
‘정치에서, 그것도 귀족과 황실 사이에 영원한 동맹은 없는 거니까.’
그 영악하고 머리 잘 굴리는 황제가 내 부탁에 대체 어떤 조건을 걸까.
어떤 식으로 말하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생각에 잠겨 있자니 문득 창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헬라가 커튼을 살짝 걷어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가문 상징을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아.”
유디시움 결과와 신문의 기사를 보고 내게 흥미를 갖는 건 귀족들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평민들이니 계급의 차이 때문이라도 일정 이상 접근은 안 하겠다만 좋은 구경거리 삼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으리라.
그때였다.
“……!”
헬라의 눈가, 마력 회로가 점멸했다.
그러고는 마차의 문을 벌컥 열더니 바깥으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열린 문 너머로 헬라의 검이 무언가를 베어 내는 것이 보였다.
‘폭발 아티팩트?’
아티팩트는 반으로 갈라졌지만 이미 마법 신관이 작동된 아티팩트는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저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루시스였다.
‘늦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루시스의 환한 미소에, 나는 반사적으로 마력을 뿜어냈다.
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