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1화(11/109)
그놈 목소리 (3)
내게 마법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자 기분 탓인지 마법 발현이 한결 쉬워졌다.
‘외부 세계의 빙의자인데 이 정도 특혜는 있어야지.’
나는 30분 만에 완벽히 익숙해진 마법 수련을 계속했다.
붕-.
열매를 내 손 주위로 빙글빙글 돌게 하는 수련이었다.
나는 이를 지구와 달의 모습을 따 공전 수련이라 부르기로 했다.
‘매번 중력 마법을 작용시켜야 하는 방향이 달라지니 꽤나 효과적인 수련법이지.’
나는 스킬창을 확인했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기초 중력 마법 (2%)
┃ 기초 마력 친화 (0%)
┃ 고학력자 (17%)
┃ 단단한 육체 (67%)
┃ 우월한 정신력 (32%)
┗━━━━━━
‘와, 저것 봐! 벌써 1%나 올랐다고!’
왜, 뭐.
이 정도면 충분히 효과적인 거다.
1성을 달성하는 데 천재들을 기준으로 1년이 걸린다고 했던가? 30분에 1%면 천재 중에서도 꽤나 빠른 속도였다.
물론 기초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성장 속도는 더욱 느려지겠지만.
“……어휴.”
솔직히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싶다. 천재니 어쩌니 결국 다 설정일 뿐이고.
지금 내가 이 더딘 성장에 답답해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시모어보다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야 미래를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을 터인데.’
루시스와의 편안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직도 정리가 안 된 집안 문제는 물론 암흑가도 정리해야 했다.
이슈타르 가문처럼 나와 악연이 있는 이들의 견제와 방해도 이겨 내야 하고 주인공 파티도 충분히 성장시켜야 했다.
‘다 어려운 것들뿐인데, 마법 수련 정도는 그냥 손쉽게 끝나면 안 되나?’
안다.
쉬운 길은 결국 잊기 쉬운 길이라는 걸.
처음으로 웹툰 작가를 꿈꿨던 적부터 거의 20년 가까이 펜을 놓지 않았던 나다.
노력의 가치니 만 시간의 법칙이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판타지 세계잖아. 어디 치트키 같은 방법 안 떨어지나?’
내가 작게 한탄하며 열매의 공전 속도를 조금 더 높이던 때였다.
우뚝, 열매의 움직임이 멈췄다.
“……응?”
그리고 내 의도와 반대로,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킥킥킥.”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내리자 루시스가 두 눈에 장난기를 담고 나를 올려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루시스가 내 마법 사용에 간섭한 모양이었다.
“이거 봐라?”
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감정 표현이 희박한 루시스가 내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기뻤다.
이제 내가 그만큼 편하고 익숙해졌다는 걸까?
‘뭐, 그냥 그만큼 심심했다는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사람이다. 내게 걸어온 장난은 결코 거부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나는 마력과 의지를 끌어올리며 루시스의 마법에 대항했다.
“오?”
루시스도 눈을 반짝이며 열매에 조금 더 집중했다.
부들부들-.
열매는 내 마법과 루시스의 마법이 이루는 힘의 길항에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진동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루시스는 진심으로 마력을 쏟아붓고 있는 게 아니었다.
드래곤인 루시스가 진심을 쓰면 나는 상대도 안 될 터, 루시스는 정말로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이었다.
‘……응?’
그런 내 눈에 이상한 것들이 보였다.
루시스의 주변으로 무언가 반짝거리는 가루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보석을 아주 잘게 갈아 하늘에서 뿌린 것 같았다.
그것을 인식한 순간, 나는 그게 루시스가 사용한 마법에서 쪼개져 나온 마력 파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마나 필드.’
마나 필드란 드래곤의 주변에 자연스레 생기는 마력 영역을 일컫는 말이다.
보유 마력량이 적은 인간과 달리 존재 자체가 마력의 화수분인 드래곤은 마력을 ‘절약’하거나 ‘절제’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다.
간단한 마법을 쓸 때도 과도하게 마력을 사용하니 그 잔여 마력들이 마법으로 소모되지 못하고 저렇게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지구식으로 예를 들자면 미사용 중에도 꺼 두지 않은 모니터와 컴퓨터에서 나온 잔열이 방의 온도를 높이는 느낌이지.’
루시스도 드래곤이니 마법을 사용할 때 마나 필드가 생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을 보며, 나는 마나 필드에 따른 추가 설정을 한 가지 더 떠올렸다.
‘마나 필드에 서 있는 마법사들은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주인 없는 마력은 주워다 쓰는 사람이 임자였으니까.
나는 본능적으로 그 마력 파편들을 빨아들였다.
“오?”
열매가 조금씩 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루시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그 눈에 약간의 호승심이 생겨났다.
루시스는 조금 더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마나 필드의 농도 역시 짙어졌다.
‘마나 필드의 마력을 다시 한번 받아들여서…….’
나는 명상을 하듯 차분하게 심호흡을 했다.
체내의 마력을 사용하는 것에 강렬한 의지의 기원이 필요했다면, 마나 필드의 마력을 사용하는 것에는 거꾸로 냉철한 침착함이 필요했다.
쿠구구구-.
마력이 충돌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열매는 당장이라도 두 쪽으로 찢길 것처럼 떨려 왔고, 바닥의 풀들은 나와 루시스의 방향으로 일제히 누웠다.
“후우…….”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 길항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내부의 마력과 외부의 마력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정신력이 어마어마하게 소모되는 일이었다.
서로 다른 감정을 공존시켜야 했으니까.
‘이게 ‘MP가 소모되는 기분’인 건가.’
급격히 쌓이는 피로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루시스를 바라봤다.
“으음……!”
루시스는 잔뜩 집중한 얼굴로 열매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데 그 표정이 몹시나 귀여웠다.
볼은 빵빵하게 부풀리고 미간에는 주름을 잡고 있는 게, 꼭 찌그러진 살구처럼 보인 탓이었다.
“큽.”
터져 나오는 웃음에 나는 집중을 잃었고, 열매는 루시스가 조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팽팽 돌아가는 열매를 보며 루시스는 승리의 콧김을 흥 내뿜었다.
“흐흥!”
기분 좋음을 반영하듯 곡선을 그리는 눈썹, 자기 자신의 위대함에 스스로 감탄한 듯한 황금빛 눈동자. 거기에 양옆으로 씰룩이는 입술까지.
프라이드로 가득한 우쭐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하하. 역시 루시스는 위대한 드래곤이라니까.”
“오?”
루시스는 조금 놀란 얼굴로 목을 움츠렸다.
그러고 보니 루시스의 머리에 손을 대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
실수한 건가, 싶어서 나는 손을 멈췄다.
프라이드가 넘치는 종족의 머리에 손을 대는 것은 큰 실례인지도 몰랐으니까.
“응…….”
하지만 루시스는 곧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내 손에 살며시 고개를 기댔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루시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줬다.
시아가 제대로 관리를 해 준 건지 포슬거리고 보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손가락 아래에서 흩어졌다.
그 기분 좋은 감각을 한참 동안 느끼다가,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스킬창에 무슨 알람이 뜬 것 같았는데.’
나는 스킬창을 열어 봤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기초 중력 마법 (6%)
┃ 기초 마력 친화 (4%)
┃ 기초 마력 장악 (2%)
┃ 고학력자 (17%)
┃ 단단한 육체 (67%)
┃ 우월한 정신력 (32%)
┗━━━━━━
나는 조금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새로운 스킬이 생겼네?’
새로 생긴 [기초 마력 장악] 스킬은 마법사 간의 싸움에서 굉장히 중요시되는 스킬이었다.
저 스킬을 마스터하면 상대 마법사의 주문과 마력을 그대로 강탈할 수도 있었으니까.
‘거기에 [중력 마법]이랑 [마력 친화]의 퍼센티지도 크게 올랐어.’
혼자 30분간 훈련했을 때는 1%씩밖에 안 올랐던 두 스킬이 잠깐 사이에 도합 10% 가까이 상승했다.
아이와의 놀이는 아이의 정서적 능력을 성장시켜 준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루시스와의 놀이에서 더욱 성장하는 건 나인 모양이었다.
‘아마 마나 필드의 영향이 크겠지.’
내가 가진 마력량을 뛰어넘는 마력으로 고도의 훈련을 진행했으니 성장치가 커지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그놈 목소리도 안 들렸고.’
나는 꽤나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했다. 며칠 전 비둘기를 추락시켰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시모어의 특성도 생각도 내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역시 루시스와 함께 있을 때는 그놈의 영향이 줄어드는구나.’
비둘기 사건 때 놈의 영향력이 사그라든 건 루시스가 나를 잡아당겼을 때였다.
만찬장 사건은 루시스가 없을 때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혹시나 하고 있었는데, 루시스가 내 이성을 온전히 지켜 주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나는 내 손길에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는 루시스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
‘내가 루시스를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루시스가 나를 지켜 주는 건지도 모르겠어.’
나를 성장시켜 주는 데다가 지켜 주기까지 한다니.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루시스를 더 소중히 쓰다듬었다.
“으응…….”
루시스의 미소를 보며 나는 다짐했다. 가능한 더 빨리, 더 많이 강해지기로.
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언제까지나 아이의 보호를 받는 못난 어른으로 남을 수는 없으니까.
* * *
저녁 식사는 언제나 그렇듯 직계 가족들과 먹었다.
“곧 제도로 올라가는 거지?”
시아의 질문에 나는 루시스의 고기를 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계승식 일정에는 맞춰서 올라가야 하니까.”
“시모어 오빠는 곧 업무 지옥 시작이겠네.”
제도로 올라간다는 건 곧 일상 업무로의 복귀를 의미했다.
지금이야 장례식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별로 없지만 곧 가주로서의 업무가 쏟아질 터였다.
‘물론 나는 안 할 거지만.’
가주의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면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러 댔다.
과로사한 전생의 영혼이었다.
‘내가 직접 일을 왜 해? 머리 좋은 놈 하나 잡아다가 대리 경영시켜야지.’
그게 빙의자의 혜택 아닌가?
어차피 주인공에게 죽을 운명인 놈 하나 잡아다가 요직에 앉히는 것 말이다.
“뭐, 그렇지.”
물론 그런 이야기까지 동생들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적당히 수긍했다.
무엇보다, 이런 거 배워다가 자기들 백작 되었을 때 써먹으면 곤란하기도 하고.
‘백작이 동생이면 편하게 용돈 타 쓸 수 있지만 전문 경영인이면 좀 불편하잖아.’
나는 루시스의 고기를 다 썰어 주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은 뒤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시몬이 입을 열었다.
“그, 형님.”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시몬을 바라봤다. 시몬은 언제나 나와의 대화를 피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 내일 있잖아.”
시몬은 떨리는 목소리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혹시, 시간 좀……. 내어 줄 수 있어?”
시아가 그런 제 작은오빠를 장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