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3화(13/109)
다 날아가라 (2)
마우솔레움 백작령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영지 중 하나다.
대귀족이 다스린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영지들에 비해 유달리 혹독한 처벌이 또 다른 이유였다.
악덕 가문인 마우솔레움이 영지민들의, 그것도 범죄자들의 인권을 신경 쓸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범죄 조직은 쉽사리 뿌리 뽑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와장창!
마르코는 집 안의 가구가 부서지는 소리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품 안의 두 동생을 더 꼭 끌어안았다.
“아니, 돈을 갚아야 할 것 아냐!”
“너희 부모 어디 갔어?!”
거대한 덩치의 사내 둘이 집 안을 모두 때려 부수고 있었다.
마르코의 부모는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렸다는 것 같았다.
문제라면 마르코도 부모님을 못 본 지 거의 반년이 다 되었다는 것.
현 제국에서는 그다지 보기 드문 일도 아니었다.
무책임한 부모가 돈에 눈이 멀어 자식을 버리고, 버림받은 자식이 노예가 되는 일은 말이다.
우지끈!
또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에 마르코는 몸을 움츠리며 생각을 토해 냈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
안 그래도 매일같이 공방에 출근해 온몸이 부서질 것같이 일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단 하루 있는 휴일에 이런 일까지 당하니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형아…….”
“무서어…….”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두 동생들 때문이었다.
동생들은 죄가 없었다. 물론 자신도 죄가 없긴 매한가지였지만, 동생들은 더더욱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자신이야 끌려간다 해도 다 자란 몸이니 기껏해야 노동을 시키겠지만 어린 동생들은 어떤 꼴을 당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제발.’
마르코는 가까이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동생들을 더 가까이 끌어안으며 기도했다.
‘신이든 악마든, 제발 도와주세요……!’
그 기도가 통한 걸까,
건달들의 욕설과 파괴음이 멎었다.
“뭐야?”
“어이, 구경났냐?”
건달들은 문밖의 누군가를 향해 삿대질하고 있었다.
아마도 주변 주민이 소란에 잠시 나와 본 모양이었다.
“도……!”
도와달라고 외치려던 마르코는 입을 다물었다.
마르코의 안에는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과 저 사람이라도 안 다치게 달아났으면 하는 마음이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흠. 실전은 처음인데.”
하지만 주민은 달아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니, 자세히 보니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인근 주민도 아니었다.
두 건달은 눈빛을 교환하며 소매를 걷었다. 소매 아래에 새겨진 마력 회로가 반짝였다.
“여행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가는 게 좋을 거다.”
“뒈지기 싫으면…….”
로브의 사내는 건달들의 말을 무시하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 순간, 왼쪽 건달의 팔에서 마력 회로가 번쩍였다.
마력이 회로를 달리며 술식을 짜 올렸다.
회로가 완성해 낸 술식은 ‘사출.’ 염동력 마법의 기초 술식으로 쓰이는, 1서클 마법의 축에도 못 드는 간단한 술식이었다.
하지만 뒷동네 건달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그리고 효율적인 주문이었다.
부웅-!
건달의 손에 들려 있던 손도끼가 건달의 근력과 회로의 힘으로 순식간에 로브의 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마르코는 손도끼가 사내의 머리를 반으로 쪼갤 거라 생각했다.
콰악-!
하지만 도끼는 전혀 다른 것을 쪼갰다.
날아가던 궤적이 갑자기 뒤틀리더니 로브의 사내로부터 다섯 발짝은 족히 떨어진 바닥에 박힌 것이다.
건달들은 긴장한 얼굴로 로브의 사내를 봤다. 사내는 한 발짝 더 다가오며 한 손을 뻗었다.
“……!”
오른쪽의 건달은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왼쪽의 건달은 그렇게 재빠르지 못했다.
“뭐……?!”
건달은 저도 모르게 바닥에 쿵 무릎을 찧었다.
“크으으……?!”
어마어마한 힘이 그의 양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일어나기는커녕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콰당-!
사내는 결국 바닥에 대자로 엎어졌다.
“커헉!”
“너 이 새X!”
중력 마법을 회피한 건달의 팔뚝에서 마력 회로가 번쩍였다.
엎어져 있는 건달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 회로였다. 마력이 그 위를 달리며 짜낸 마법은 1서클 주문, 매직 미사일이었다.
“뒈져!”
건달은 로브의 사내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쏘아 냈다.
“흠.”
로브의 사내는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뭐……?!”
분명 로브의 사내를 꿰뚫기 위해 달려들던 매직 미사일이, 꽃 주위를 맴도는 나비처럼 사내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실전에서도 되네.”
“……!”
건달은 그제야 상대가 자신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로브의 사내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 역시 깨달았다.
그의 주위를 요정처럼 빙글빙글 돌던 매직 미사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음 역시.
퍼억-!
머리가 터진 건달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꼴을 본 바닥의 건달은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가만히 누워 있었다.
로브의 사내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마르코에게 다가갔다.
“마르코. 맞지?”
“아……. 아, 예.”
사내는 후드를 벗었다.
그 아래로 밤하늘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샛별처럼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우와…….”
마르코의 품에 안겨 있던 여동생, 마리가 그 얼굴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당신은!”
그 얼굴을 보고 마르코는 상대가 누군지 깨달았다.
검은 머리가 마우솔레움 가문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흑발과 금안, 거기에 미모의 조합은 마우솔레움 가문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백작님을 뵙습니다!”
마르코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백작님이 어째서 이곳에? 시찰을 나왔다가 우연히 나를 구해 주신 건가?’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건 기회다!’
인생 역전의 기회.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가난한 공방 노동자에서, 부모의 빚을 대신 갚으라 위협당하는 뒷골목 고아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마르코는 고개를 숙인 채 외쳤다.
“시모어 백작님! 미천한 저희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에 걸쳐 갚고 싶습니다! 부디 저희 일가가 백작님께 봉사할 수 있도록 거두어 주십시오!”
보은에 대한 감사.
하지만 결국 자신을 고용해 달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마르코는 뒤늦게 자신의 말이 드높은 귀족의 심기를 건드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을 들이켰다.
“흐음.”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한 시모어의 숨소리. 그 잠깐의 시간이 마르코에게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좋아.”
시모어는 씨익 미소 지었다.
“그 은혜, 평생 동안 몸으로 갚아라.”
마르코는 참고 있던 숨을 토해 내며 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백작님! 정말 감사……!”
잠깐, 뭐라고?
마르코의 말이 덜컥, 멈췄다.
‘몸으로 갚으라고?’
그 말을 이해한 순간, 마르코는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급, 안나에게 들어 본 적 있었다.
고위 귀족들 중에는 변태들이 많다고 말이다.
‘평범한’ 것에는 질려 ‘색다른’ 것에 열중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이다.
‘아아, 신이시여.’
마르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닥쳐올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하지만, 귀족의 정부가 된다면 동생들은 편하게 살 수 있어.’
마우솔레움 백작령에는 수많은 귀족과 기사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애인 내지는 정부들이 얼마나 많은 선물과 용돈을 받는지 마르코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탓에 일부러 고위층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고, 제 자식을 술 취한 귀족의 침실에 밀어 넣는 이도 있었다.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마르코는 눈을 꼭 감고 동생들을 끌어안았다.
* * *
마르코는 원작에서 시모어의 아래에서 일하는 행정관 중 하나였다.
시모어의 수많은 업무들 중에서도 암흑가에 대한 일을 전담하는 이로, 시모어를 암흑가의 수장 자리에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건을 일으키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암흑가의 일원들을 제거했다고 한다.
‘피해자를 줄일 방법이 있음에도 오히려 피해자를 최대화시켰다지.’
범죄자나 암흑가의 인물에 한해서는 피도 눈물도 보이지 않는 대량 살인마가 마르코였다.
그것이 시모어의 악명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시모어는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해 더욱 그를 중용했다.
‘동생들을 범죄 조직에 잃었던 과거 탓이라던가.’
아마 지금 마르코의 품에 안겨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저 두 꼬맹이들일 것이다.
“얘들아. 백작님을 그리 빤히 보면 안 돼.”
“녜.”
“제성해여.”
마르코의 엄한 목소리에 그리 답하면서도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신기하기도 하겠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귀족일 테니. 게다가 시모어가 좀 잘생겼는가?
나는 마르코 일가를 태운 마차를 타고 영주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잠시 마르코와 동생들을 보던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생들도 멀쩡히 살아 있으니 마르코가 원작처럼 타락할 일도 없겠지.’
능력은 충분한 녀석이니 교육만 잘 시키면 나를 대신해서 충분히 여러 사업체를 운용할 수 있을 터였다.
‘몇 놈만 더 어디서 주워 오면 가주 몫의 사업체는 다 맡길 수 있을 거야.’
또 데려올 만한 녀석이 누가 있나 생각하며 한참 동안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친 마르코가 재빨리 눈길을 피했다.
한데 놈의 눈에서 어딘가 익숙한 감정이 보였다.
‘시몬이 나를 저런 눈으로 줄곧 보는데.’
그 눈동자에 깃들어 있는 감정은 다름 아닌 공포였다.
‘하기야 눈앞에서 사람을 죽였으니.’
나는 마르코에게 요 며칠간 거울을 보며 연습한 ‘흑막 같지 않은 미소’를 선보였다.
“히익!”
그러자 더 겁에 질리며 눈을 피했다.
왜 저래?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대?
나는 입맛을 다시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살아남은 건달은 수비대에게 신병을 양도했으니 알아서 처리할 터였다.
죽은 건달이야 귀족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점에서 어차피 사형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게 첫 살인이었는데 말이지.’
놀랍도록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이것도 시모어의 영향일까.
아니면 내가 아직도 이 세계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걸까.
‘루시스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애초에 마법을 쓸 거란 생각을 안 했기에 시아에게 맡기고 혼자 나왔었다.
결과적으로는 피를 봐야 했으니 루시스를 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시모어도 튀어나오지 않았고.’
지난 몇 번의 마법 수행 끝에 확인한 ‘선’을 지키며 마력을 사용한 탓이었다.
‘돌아가면 루시스랑 또 놀아야겠어.’
그 잠시 떨어져 있었다고 벌써 루시스가 보고 싶었다.
* * *
“……뭐?”
영주성에 돌아온 나를 집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반갑지 않은 소식을 가지고서.
“뭐가 열려?”
“흑룡회가 열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