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4화(14/109)
다 날아가라 (3)
마우솔레움 가문은 흑룡의 혈통을 이었다.
이에 흑룡들은 마우솔레움 가문과 교류를 하기 위해, 도움을 주거나 관리를 하기 위한 기관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이 흑룡회였다.
‘설정에서나 존재하는 기관인 줄 알았는데.’
드래곤들은 천 년 전 마우솔레움이 일으킨 사태 이후로 인간계에 간섭하지 않고 은둔하며 지내기로 했기에 흑룡회 역시 거의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천 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 원작이 시작되기 불과 1년 전인 이 시간대에 흑룡회가 열렸다는 설정은 없었다.
‘아이고야…….’
흑룡회의 소집일은 일주일 뒤였다.
그 소식에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어야 했다.
‘드래곤은 게을러서 동네 마실 나가는 데에도 몇 달씩 걸리고 그러는 거 아니었어?’
일주일이면 뭘 준비하고 할 겨를도 없었다.
애초에 지고의 존재인 드래곤들을 상대로 뭘 준비한들 충분하겠냐마는.
흑룡회 소집 소식 덕에 수도로 올라가는 일정도 덩달아 뒤로 밀렸다.
그 대신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었다.
“더 세심하게 청소를 해라! 한 톨의 먼지도 용납되지 않는다!”
“천장 청소 담당 누구야? 세 번째 대들보 가장 안쪽 구석에 먼지가 손톱만큼이나 쌓여 있잖아!”
바로 저택을 청소하고 가꾸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동안 마우솔레움 가문의 하인들은 참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내 생각이 바뀌었다.
‘이게 서커스야 청소야…….’
수많은 사다리들과 밧줄들을 동원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다시피 하며 청소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집사장. 나도 마법으로 좀 도울까?”
“아뇨. 아랫것들 버릇만 나빠집니다. 이 일은 저희가 책임질 테니 도련님은 도련님의 일을 보시죠.”
청소의 총감독을 맡은 집사장의 대답이었다.
내 역할은 가문 실록에 기록된 역대 흑룡회 소집을 조사해 갖춰야 할 예의와 진행해야 할 식순, 드래곤들이 선호하는 메뉴와 선물 목록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정리하며 틈틈이 마르코의 교육도 살폈다. 원래라면 집사장 몫의 일이었지만 청소로 바빠진 탓이었다.
한데……. 내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생각보다 시원찮은데?’
마르코의 공부가 그다지 빠르게 진행되지를 않은 것이다.
“모르겠어?”
나는 내가 내준 수학 문제를 한참이나 붙들고 있는 마르코에게 물었다.
중학교 수준의 공식을 적용하면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심지어, 그 공식을 가르쳐 준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었다.
“예? 아, 아뇨. 조금만 더 보겠습니다.”
“그래라.”
나는 책을 펼치고 마저 읽기 시작했다. 마법 수련의 일환으로 몸 주변으로 사과 한 알을 공전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채 한 장도 넘기기 전에 책을 다시 내렸다.
“…….”
마르코는 끙끙대며 종이를 붙잡고 있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주변을 힐끔거리기까지 했다.
‘뭐 저리 산만해?’
분명 원작에서는 차분하고 침착한 데다가 머리도 잘 돌아가는 천재로 묘사되었었다.
특히 수학과 통계, 계산 쪽에는 시모어도 뛰어넘을 정도였다고.
‘설마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천재로 각성하는 그런 설정이었나?’
나는 마르코를 잠시 바라보다가 책을 다시 들었다.
‘뭐, 아쉬운 건 저놈이지.’
나야 크게 아쉬울 게 없었다.
정말 쓸모가 없다면 하인 일을 시키면 그만이었으니까.
* * *
마르코는 좀처럼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기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생활이 며칠째 펼쳐지고 있는 탓이었다.
‘나는 정부가 아니었나? 어째서 공부를 시키는 거지?’
마르코는 왜 자신이 으리으리한 서재의 소파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혼란스러움을 부추기는 존재들도 여럿 있었다.
“빠-안.”
첫 번째는 시모어가 어딜 가든 품에 안겨서 따라다니는 아기님의 존재였다.
“지긋-.”
새로운 얼굴이 신기하다는 듯 아기님은 가끔씩 마르코를 빤히 바라봤다.
귀여운 모습에 넋이 나가 무심코 그 황금색 눈동자와 마주할 때면 마르코는 영혼의 내부까지 속속들이 보여지는 기분이었다.
“후우…….”
한 번의 시선 교환에 심호흡까지 해야 할 지경이었다.
두 번째는 주기적으로 서재를 찾아오는 다른 백작가의 일원들이었고.
“오빠! 흑룡회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혀, 형님. 드래곤님들이 오시는 거야……?”
세 번째는 그 대화의 주제였다.
시모어가 마르코를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탓에 가문원들은 필터링을 거치지 않았다.
‘드래곤……? 드래곤이 이 저택을 찾아온다고?’
마르코는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도망을 가야 하나? 최소한 동생들이라도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마르코로서는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으윽…….”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집중하려고 애쓰는 마르코.
그런 마르코를 쓸모없어지면 버려야겠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 시모어.
“…….”
그 상황을 보며 가슴을 움켜쥐는 이가 있었다.
“허억…….”
바로 시몬이었다.
“오빠가 영묘에 들어가서 루시스를 데려온 일 때문에 흑룡들이 찾아오는 거 아니야?”
“글쎄. 그것 때문은 아닐 것 같은데. 방계들 반응은 어때?”
“그쪽도 엄청 당황해하고 있어. 혹시 오빠, 방계 쪽에서 손을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
남매의 대화를 뒤로하고 시몬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서재를 빠져나갔다.
“…….”
그 뒷모습을 루시스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 *
“허억, 허억…….”
간신히 서재가 있는 복도를 벗어난 시몬은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주르륵-.
힘이 빠진 몸이 무너져 내렸지만 시몬은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후욱, 후욱…….”
시몬은 노력했다.
시아의 말대로 시모어가 변화하고 있음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이제는 시몬도 알고 있었다.
시모어는 정말로 변했다는 걸. 옛날 생각을 하며 혼자서 겁에 질리는 건 스스로를 가두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흐윽.”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이다.
시모어의 눈빛을 본 것만으로, 그 눈빛이 과거의 한 장면을 닮은 것만으로 시몬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떠올리지 마.”
시몬은 필사적으로 호흡과 생각을 억눌렀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
시몬은 잊고 싶었다.
이만, 과거는 과거로 두고 나아가고 싶었다.
시아와 시모어가 있는 곳으로, 이제는 변화한 가족들이 향하는 곳으로 함께 가고 싶었다.
“그러니 제발…….”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마음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 우리 둘째가 아주 영특하구나!
언제였을까. 7년 전이었나.
아버지가 유독 자신을 자주 칭찬하던 시기가 있었다.
– 아하하! 이러다 백작위를 우리 시몬이 가져가겠어!
처음에는 아버지의 칭찬이 무작정 좋았다.
자신을 전혀 봐주지 않던 아버지의 칭찬이었으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그것이 형님인 시모어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연극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칭찬은 칭찬이었으니까.
– 형님. 나는 전혀 백작위에는 관심 없어. 알지?
– ……그래. 알고 있다.
물론 시모어와 어긋나고 싶지는 않았기에 몇 번이나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의 시모어는 시몬과 어느 정도 교류가 있었다. 아껴 주거나 챙겨 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동생을 밀어 내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다.
시몬은 그것을 형님 나름의 사랑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훗날 알기로 그날은 시모어가 특히나 아버지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한 날이었다. 아마 또 자신을 들먹이며 형님을 자극했을 터였다.
시모어가 주기적으로 학대당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던 시몬도 시모어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챌 정도로 말이다.
– 형님. 괜찮아?
– …….
시모어는 아무 말 없이 시몬을 바라봤다.
그 눈빛이 뭔가 불안했다. 이상했다. 그래서일까. 시몬은 형님의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
– 우리, 놀러 가자.
– …….
– 단풍이 이쁘게 져서 뱃놀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호수에라도 가자.
– ……호수.
– 응.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잖아.
가만히 시몬을 바라보던 시모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은 신이 나서 형님과 놀 준비를 했다.
하인들도 모두 물리고 둘이서 배를 타고 호수의 중앙으로 열심히 노를 저어 나아갔다.
– 시아가 말이야…….
– …….
– 거기서 하녀장이……!
– …….
평소에도 말이 없던 형님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시몬은 조금 날이 춥다고 느꼈다.
– 다음에 승마장 갈 때 나도 같이 데려가 줘.
– …….
– 나는 아직도 말이랑 친해지는 법을 모르겠어서…….
시몬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 나가려 했다. 그래야만 한다는 이상한 강박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독백에도 끝이 찾아왔다.
– …….
– …….
바람 소리가 차가운 호수 표면을 스쳤다.
발아래에서 조각배가 삐걱거렸다.
그 소리가 마치, 당장이라도 달아나라고 비명 지르는 그의 본능의 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제야 시몬은 깨달았다.
아니, 사실은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그저 외면하고 있었다.
– …….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형님의 눈빛이, 지금 자신의 목숨을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런 감정도 없는, 애정도 증오도 분노도 없는 차갑고 무기질적인 눈으로.
눈앞의 존재를 죽이면 무엇이 변화할지, 자신에게 얼마나 득이 될지만을 가늠하고 있다는 사실을.
– ……시몬.
시모어의 입이 열란 순간, 시몬은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 뒤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저 살려 달라고, 죽이지 말아 달라고, 그저 그렇게 애원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울며 애걸하던 시몬은 어느 순간 기절했고, 눈을 떴을 때는 영주성에 돌아와 있었다.
그 이후로 시몬은 시모어의 곁에 가지 않았다. 식사를 할 때도 가능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허억…….”
시몬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마, 자신은 이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 자신은 죽을 때까지 시모어를 두려워할 것이다.
분명. 자신은 영원히 변하지 못할 것이다.
“미안해, 시아. 나는…….”
그때였다.
자박.
작은 발소리에 시몬은 고개를 들었다.
“……고모님?”
눈앞에 루시스가 서 있었다.
루시스는 시몬이 심장 쪽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파?”
“예? 아……. 예.”
시몬은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잠시 시몬을 바라보던 루시스는 시몬을 척 가리키며 말했다.
“일어서.”
“예?”
“서.”
시몬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루시스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큰 시몬이었기에 자리에서 일어서자 루시스는 무슨 작은 동물의 털 뭉치처럼 작게 보였다.
루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몬에게 양팔을 쭉 내밀었다.
시몬은 한참이나 내려 보고서야 그 자세가 루시스가 시모어에게 ‘안아 달라’고 표현할 때의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 어…….”
루시스가 시몬에게 안아 달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시몬은 머뭇거리면서도 조심스레 루시스를 안아 들었다.
“음.”
루시스는 시몬의 품이 불편하다는 듯 품에서 몇 번이나 바르작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고모님. 아이를 안아 보는 게 처음인지라…….”
“흥.”
루시스는 ‘내가 이해해 줘야지 어쩌겠어’ 하는 표정으로 시몬을 바라봤다.
시몬은 뭔지 모를 억울함을 느끼면서도 공손히 물었다.
“그……. 어디 가시고 싶은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그럼 왜 안아 달라 그런 거냐, 차마 그것을 물을 수 없어 우물쭈물거리는 시몬의 가슴을 루시스가 가리켰다.
“아프댔찌?”
“예? 아, 예…….”
루시스는 시몬의 심장 위로 양손을 모았다.
“아픈 거…….”
그러고는 번쩍, 양손을 들며 외쳤다.
“다 나라가라!”
“……예?”
시몬은 잠시 벙쪘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시스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번 시몬의 심장 위에 양손을 모았다.
“아픈 거……. 다 나라가라!”
시몬은 멍하니 루시스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언제나 무표정해서 애늙은이처럼 보이던 루시스였는데, 이럴 때 보니 어린아이가 맞는 모양이었다.
시몬은 배가 아플 정도로 한참을 웃고서야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루시스가 물었다.
“이제 안 아파?”
“예. 덕분입니다.”
정말이었다.
어느새 시모어에 대한 공포나 옛 기억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후련하게 웃는 시몬을 보며, 루시스는 평소의 감정 없는 얼굴로 덧붙였다.
“그러면 이제 무서운 것도, 싫은 것도 다 같이 날려 보내.”
“…….”
갑작스레 깊숙한 곳을 찔러 오는 그 문장에, 시몬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