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17화(17/109)
흔적 (1)
흑룡회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드래곤들은 모두 떠났고 루시스는 시모어의 곁에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문의 분위기는 한동안 얼음장 같아졌다.
멋대로 흑룡회를 소집시킨 리차드 마우솔레움이 그 책임을 지고 귀양을 갔기 때문이다.
“죽었겠지.”
마우솔레움 영주성의 구석진 방.
시모어의 눈을 피해 한자리에 모인 방계들 중 한 명이 툭 내뱉은 말이었다.
“…….”
“…….”
그 말에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마우솔레움 백작가는 광룡의 핏줄을 타고난 이들답게 손속이 잔혹한 곳이었다.
‘용서’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귀양’은 곧 ‘비명횡사’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자리에 모인 방계들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형제를, 사촌을, 고용인들을 숱하게 귀양 보내왔으니까.
“그래도 알프레드 집사라면 고통은 없이 갔겠군요.”
“그게 유일한 위안입니다.”
집사장 알프레드.
선대 백작의 명이라면 직계 혈족의 귀양길을 ‘배웅’하는 것에 서슴없던 충견. 가문의 피의 역사를 쓰는 데 일조한 이였다.
방계들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 방계 하나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냈다.
“저희가 평화롭게 살려던 사자의 코털을 뽑은 것 같군요.”
“우리가 아니라 리차드가 깨운 거지.”
“리차드 놈. 젊었을 적부터 사고를 치리라 예상은 했네만.”
리차드의 복수를 하자거나 시모어를 원망하는 이는 없었다.
방계라는 말로 뭉뚱그려져 있을 뿐 이들도 언제나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하는 이들인 탓이었다.
잠시 고인을 향한 투덜거림이 이어지고, 화제는 다시 현재와 미래로 바뀌었다.
“앞으로는 조용히 살도록 합세. 시모어는 선대 백작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날뛸 수 있는 놈이니까.”
“그럽시다. 애초에 엘더 님께서 어여삐 여기는 놈을 건드릴 수도 없겠지만요.”
“오히려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사실이 수도에 퍼지면 저희 가문은 더 이름이 드높아질 테니까요. 게다가…….”
방계는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드래곤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모습, 다들 보셨지 않습니까.”
잠시 방계들 사이에 침묵이 퍼졌다.
모두들 곱씹고 있었다. 루시스를 위해 앞으로 나서던 시모어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드래곤 피어에 정면으로 얻어맞고도 버티던 강인한 모습을.
“그 정도면 가주로 모실 만하지.”
가장 나이 많은 방계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루시스의 드래곤 피어에 실례를 저질렀던 이였다.
“배짱만은 선대보다 낫더군.”
“어디 배짱뿐이겠습니까. 평민들의 속된 말을 좀 빌리자면, 원래 미친개가 우리 편이 되면 든든한 법이죠.”
방계들 중 몇몇은 후련한 미소까지 지었다.
사업체에 대한 욕심이 아닌, 가문의 미래를 위해 시모어를 몰아내려고 했던 이들이었다.
“근래에는 시몬이나 시아와도 잘 지내더군요.”
“고용인들에게도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루시스 님과 지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 종일 서재에서 책과 서류만 본다지?”
“이쯤 되면 선대가 생전에 시모어에게 저주라도 걸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난폭화 저주 같은 거 말입니다. 선대가 죽으면서 해주된 거죠.”
어느새 방계들은 모두 화기애애하기까지 한 분위기로 희망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난폭하고 언제 나를 해칠지 모르는 미친놈이 아니라,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나눠 줄 든든한 이가 가주로 앉는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벽보를 통해 ‘굽히고 들어오면 지난 죄는 잊어 준다’는 약속까지 받아 낸 셈이었으니 말이다.
리차드야 벽보를 보고도 흑룡회를 추진했으니 귀양당했지만 그건 리차드가 혼자서 추진한 일이었다.
“그래서, 예상 수익 증대가 얼마나 됩니까? 정말 3배입니까?”
“그야 사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최소 50%씩은…….”
방계들은 돈을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 * *
모든 드래곤 일족들에게는 무덤이 있다.
수명이 다한 드래곤이 제 몸을 누이는 곳으로 선조들의 몸과 영혼이 깃든 곳이기에 드래곤들은 목숨을 다해 무덤을 수호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인간들이 관리하는 드래곤의 무덤이 있었다.
‘마우솔레움의 영묘.’
마우솔레움은 드래곤의 무덤에서 죽지 못했다.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기에 흑룡들은 그 사체와 영혼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누군가 신들의 눈을 피해 마우솔레움의 영혼만은 거둬 후손들의 영지 깊숙한 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영묘(靈廟).’
마우솔레움의 영혼만이 잠들어 있는 무덤이었다.
‘루시스도 그곳에 함께 봉인되어 있다는 건 아무도 몰랐었지만.’
수도로 향하기 이틀 전.
나는 마우솔레움의 영묘로 향했다.
– 대체 무슨 계약을 한 거야? 설마 가족을 제물로 바치겠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시아의 걱정도 있었고.
– 그래서 내 아들의 영혼과는 어떤 계약을 했는가? ……기억이 안 난다고? 내 아들이지만 여전한 짓을 하는군.
인피니움의 질문도 있어서였다.
물론 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궁금함 이상으로 어떤 의무감까지 느꼈다. 루시스가 걸린 계약이었으니까.
어떤 계약을 했고 대가가 무엇인지 알아 둬야만 했다.
영묘로 향하는 인원은 나와 시몬, 알프레드 세 사람이었다.
루시스는 제 아버지의 무덤이자 천 년간 봉인되어 있던 곳에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기에 시아와 함께 영주성에 두고 왔다.
“언제 봐도 삼엄한 경계네요.”
시몬이 중얼거렸다.
“우리 가문의 양대 최정예 기사단이 지키는 곳이니까.”
깊은 계곡임에도 다섯 층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영묘는 가문의 최정예 병력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삼백 명의 영묘 기사단.’
가문 내에 이들과 맞수를 이룰 수 있는 이들은 직계 혈족의 그림자나 다름없는 흑룡 기사단뿐이었다.
이런 최정예들이 산간 깊숙한 곳의 묘지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마우솔레움 가문의 위세와 직결되는 곳이 여기니까.’
허무룡 마우솔레움의 사망에는 신들이 관여했고 이는 경전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교회와 마우솔레움 가문의 관계는 최악이며 교회는 언제나 ‘악의 성지’나 다름없는 이 영묘를 무너뜨리고자 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교회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실패만을 거듭해 온 일이라는 거지.’
판타지 세계이니 교회가 가지고 있는 힘과 권력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다만 이 세계의 인간들은 신에 대한 신앙만큼이나 돈에 대한 신앙 역시 열렬했다. 아니, 그 무엇보다 돈을 신앙하고 숭배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업체를 소유한 마우솔레움 가문은 교회를 무시하고 배척하면서도 수백 년이나 가세를 이어 가는 것이다.
‘이 영묘는 교회가 마우솔레움 가문에 패배했다는 증거. 영묘가 반듯이 서 있는 한 마우솔레움 가문의 위세와 영광도 오롯할 거야.’
우리는 성문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초소와 해자들을 지났다.
내가 지난번 사고 아닌 사고를 저질렀음에도 우리를 막아서거나 붙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절대 충성.
이들은 황제나 교황보다도 마우솔레움 가문의 직계들을 더욱 따르는 이들이었다.
마차는 영묘의 앞에 멈춰 섰다.
신전과도 같은 양식의 건물. 그 가장 안쪽에는 복잡한 문양의 석문이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영묘로군요.”
시몬은 감탄하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영묘에 접근하는 것에는 가주 혹은 가주 대리의 허가가 필요했다.
선대 백작은 그 누구도 이곳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었다.
‘내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눈을 뜬 곳이 여기였지.’
저 안쪽의 문에서 튕겨 나오던 게 빙의의 시작이었다.
나는 신전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풍화되고 바스러진 석재 신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거대한 석문을 밀어 봤다.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력을 끌어올려 보기도 하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마우솔레움의 이름을 불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영묘의 문은 미동도 없었다.
‘혹시나 마우솔레움과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계약의 대가를 알아내는 것에 당사자에게 묻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쉬운 길이 사라진 것은 아쉬웠지만 계약에 대해 알아낼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시몬.”
“예, 형님.”
시몬은 내 부름에 곧장 마차에서 아티팩트 하나를 꺼냈다. 끝에 둥그런 고리가 달린 지팡이였다.
시몬이 그 지팡이를 석문에 가까이하자…….
파스슥-.
불이 꺼지는 듯한 희미한 소리와 함께 고리의 안에 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시몬과 알프레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반응이 오네.”
저 아티팩트는 신성력을 감지하는 지팡이였다. 교회와 적대하고 있는 마우솔레움 가문에게는 창고에 쌓여 있다시피 한 아티팩트였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알프레드가 물었다.
영묘는 직계가 아니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신성력이, 그것도 열흘 가까이 지났음에도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의 강한 신성력이 발휘되었을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신이 이곳을 다녀갔어.”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신들은, 그중에서도 계약에 관여하는 신은 재밌어 보이는 일에는 발을 걸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니까.
“언약과 계약의 신, 프롬.”
마침 제국의 수도에 프롬을 모시는 교회가 있었다.
그곳을 찾아가면 계약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터, 제도에 올라가면 해야 하는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이제 영지에서 할 일은 다 끝냈어.’
가문 내의 내 입지와 세력은 충분히 다졌고 동생들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빠른 성장의 원동력도 찾았고 마우솔레움과 시모어의 계약을 알아낼 근거도 찾았다.
‘이제 주 무대로 옮겨 갈 차례야.’
원작 게임의 주 무대는 제국의 수도 그레니엄이다.
그곳에는 내가 해야 할 일도, 나를 위협하는 일들도 마우솔레움 영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았다.
‘백작위 계승식, 암흑가 서열 정리, 교회의 견제와 압박…….’
귀족 사회에서의 이권 다툼과 정치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중에서도 이슈타르 가문을 주시해야 했다.
안 그래도 마우솔레움 가문과는 사이가 안 좋은데 루시스에게 백룡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으니 필시 움직임이 있을 터였다.
“…….”
나는 고개를 들어 영묘의 거대한 석문을 바라봤다.
고요함 속에 잠겨 있는 영묘의 석문은 내게 무언가 말을 걸려는 것처럼 보였다.
당장이라도 저 문이 열리고 마우솔레움이 나를 부를 것만 같았다.
“……돌아가자.”
나는 등을 돌렸다.
* * *
영주성에 돌아오니 루시스가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꽃으로 된 화관이며 팔찌를 두르고 머리카락에도 꽃들이 꽃꽂이처럼 꽂혀 있었다.
‘진짜 꽃단장이네.’
정원에 나와 있는 루시스는 마르코의 동생인 마렉과 마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니, 거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공주님! 너무 예뻐요!”
“역시 공주님이야!”
“공주님 너무 귀여워요!”
“공주님 최고예요!”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공주님?”
“쿠키 더 드세요!”
드래곤은 짐승들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만점인 모양이었다.
아니, 그냥 고귀한 아가씨가 무척 귀여우니 저절로 따르고 싶어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루시스는…….
“흐흥.”
몹시도 흡족해 보였다.
시아의 품에 안겨 있는 루시스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끊임없이 주억거렸다.
“음, 음.”
마치 이제야 인간들이 자신에게 걸맞은 대접을 하고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