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2화(2/109)
시모어 마우솔레움 (1)
세 시간 뒤.
그 이후 들이닥친 기사들에게 연행되다시피 모셔진 나는 영주성의 욕실에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욕실의 전신 거울 앞에.
“착해 보이는 얼굴……. 착한 생각 하는 것 같은 얼굴……. 절대 흑막처럼 안 보이는 얼굴…….”
내가 얼굴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거울 속의 남자도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일평생 미소라고는 짓지 않은 건지 미소에 쓰이는 근육 자체가 발달이 안 된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어색한 표정마저 심히 잘생겼다.
“누가 디자인했는지 기깔난다, 진짜.”
나는 내가 디자인한 인물이 되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싶었지만 이게 꿈 같은 게 아니라 현실임은 지난 세 시간 동안 마차에서 진행한 각종 고통 실험이 증명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제는 이게 꿈이면 영원히 깨지 말아 달라 빌고 싶을 지경이야.’
나는 거대한 욕조에 걸터앉아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바라봤다.
시모어 마우솔레움.
흑막이라는 이름답게 서늘하고 냉정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특히나 검은 머리칼에 황금색 눈동자는 그림자 속에서 목덜미를 노리는 표범을 연상케 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잘생겼다는 이야기다.
어떤 표정을 짓든 잘 어울린다는 소리다.
밤하늘을 보며 멍 때리고 있기만 해도 ‘우수에 젖은 눈빛이 밤하늘의 별을 세고 있었다. 저 빛나는 샛별은 그의 금안(金眼)인가 하늘 위의 금성인가’ 따위의 묘사가 붙겠지.
“고생한 보람이 있어.”
수십 번이나 수정안을 받아 가면서 공들여 작업한 보람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때는 자꾸만 반려시키는 아트 디렉터를 욕했지만, 지금에서는 큰절이라도 할 수 있다. 그 얼굴이 내 얼굴이 되었으니까.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거울 속 내 얼굴을 감상하다가 중얼거렸다.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거울을 볼 때마다 늘 새롭고 짜릿하잖아.”
지구에 있을 때의 내 얼굴도 봐줄 만하다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게임 속 등장인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거기서 살짝 눈을 내리자 이번에는 야근과 야식에 찌든 몹쓸 몸이 아니라 잔근육이 꽉꽉 들어찬 흡족한 몸이 보였다.
“크…….”
거울을 보며, 나는 지난 세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떠올린 문장을 직접 발음해 봤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주어진 잘생긴 외모와 완벽한 몸.”
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인가.
문학에도 꽤 조예가 깊은 나지만 그 어느 책에도 이것보다 아름다운 문장은 없었다.
더 아름다운 사실은, 이 문장에는 2절이 있다는 것이다.
“한 방울의 피땀조차 흘리지 않고 주어진 어마어마한 돈과 권력.”
발음하는 것만으로 혀끝이 달았다. 첫사랑이 내 귓가에 속삭였던 사랑의 말들보다도 달콤했다.
이러다 당뇨에 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크흐흐흐……!”
나는 자꾸만 터져 나오는 흑막스런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 어떻게 게임 속 세계에 빙의했는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 큰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세상에는 나는 모르는 섭리며 법칙이 즐비하니 그중 하나가 작동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 그렇다면 왜 게임 속 세계에 빙의했는가?
그래. 정말로 중요한 건 ‘왜?’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지구에서 죽기 직전 유언처럼 올렸던 내 기도. 그것을 신께서 들어주신 것이다.
– 다음 생에는 건물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나는 되었다.
이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내가.
그것도 젊고 잘생기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사내가!
“후후후후……!”
지구에서는 박봉 일벌레였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상위 0.001% 훈남 플래티넘 수저가 되었다?
소설 제목과도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다.
“아하하하하!”
흑막질? 암약? 주인공과 대립? 그런 걸 왜 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안온하게 늙어 죽을 거다.
경★축.
흑막인데 아무것도 안 함.
사상 초유의 흑막 파업 선언.
이로써 나는 물론 이 세계 역시 평화로운 해피 엔딩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 * *
목욕이 끝난 나는 침실로 나와 루시스를 기다렸다.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루시스도 목욕을 위해 하녀 몇과 목욕탕에 들어가 있었다.
가구들을 구경하며 잠시 기다리자 목욕이 끝난 루시스가 침실로 들어왔다.
한데 어째서인지 그 곁의 하녀장은 온몸이 땀과 목욕물로 젖어 있었다.
마우솔레움 가문은 부유한 가문일 텐데 목욕 시중을 혼자 들었나 싶어 의아하게 보고 있자 집사가 작게 귓속말을 했다.
“다른 하녀들은 겁을 내서 목욕 시중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아하…….”
하기야 그럴 만했다.
갑자기 드래곤의, 그것도 이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어린 드래곤의 목욕 시중을 들라 그러면 공포심부터 들겠지.
“그마저도 손이 닿는 것을 완강히 거부해서 시중을 드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건 아마 드래곤이 완강한 프라이드를 가진 종족이라는 설정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나이가 들어서 유해지기 전까지는 마음을 허락한 극소수에게만 곁을 허락한다는 설정이었으니까.
‘포악한 헤츨링이었다면 인간이 자신을 씻기려 든다는 것만으로도 분노했을지 모르지.’
루시스를 침실로 안내한 것으로 자신의 업무를 마친 하녀장은 허리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방을 나섰다.
내가 다가가자 루시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씻으니까 더 귀여워졌네.’
안 그래도 귀여움과 고귀함이 공존하는 성스러운 느낌의 아이였는데 깨끗이 씻고 오니 더 새하얘서 눈부실 지경이었다.
나는 아이의 앞에 쪼그려 앉고서 물었다.
“루시스. 혹시 내가 너를 좀 안아 들어도 되겠니?”
“…….”
“침대에 앉아서 편히 이야기하는 게 너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아이는 말없이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커다란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 보고 있자니 내 영혼까지 엿보이는 기분이었다.
‘이것도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가진 힘인 건가.’
아마 그 누구도 이 아이의 눈을 보면서 거짓말은 하지 못하겠구나 싶은 눈동자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아이를 이용하다가 결국에는 살해하기까지 하는 시모어는 다른 의미로 대단한 놈인지도 몰랐다.
그때, 아이가 내게 양팔을 뻗었다.
나는 잠시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몰랐다.
“……아!”
뒤늦게야 나는 그것이 내 물음에 대한 긍정의 대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조심스레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부드럽게 들어 품에 안았다.
아이가 가벼운 건지 시모어가 튼튼한 건지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를 품에 안고 침대에 앉은 나는 아이를 곁에 내려 주려 했다.
“응?”
하지만 아이는 내 품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는지 내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하녀장은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는 것과 달리 아이는 내 품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내게 흐르는 마우솔레움의 피 때문인가.’
마우솔레움 가문은 같은 이름의 드래곤에게서 시작된 가문이었다.
허무룡 마우솔레움이 인간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정을 통한 여인에게서 시작된 가문.
그리고 눈앞의 아이는 바로 그 마우솔레움의 딸이었다.
‘우리는 아주 먼 친척인 셈이지.’
나는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자니 집사가 작게 웃었다.
“두 분은 정말 많이 닮으셨군요.”
뭐, 그럴 것이다.
친척이라는 설정도 있고 무엇보다 그렇게 보이도록 디자인했으니까.
‘특히 마우솔레움 가문의 상징 중 하나인 이 황금색 눈동자가 말이야.’
아이도 내 눈동자가 마음에 드는지 내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팔이 움직였다. 소시지처럼 통통한 팔이었다.
아이의 손이 천천히 내 얼굴로 올라오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내 눈매와 볼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조심스레 집게손가락을 구부려 아이의 볼을 부드럽게 쓸어 봤다.
“와…….”
절로 감탄이 나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솜사탕을 만진 줄 알았다. 당장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보드라운 솜사탕 말이다.
그 중독되는 감촉에 내가 멍하니 아이의 볼을 쓰다듬고 웃자 아이는 간지러운지 작게 웃었다.
목을 움츠리고 킥킥킥 웃는 모습마저도 천사같이 귀여웠다.
아이는 조금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빠?”
아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콱 막혔다.
아이의 아빠, 마우솔레움은 천 년 전에 죽었다. 자신이 죽으며 제 딸인 루시스도 자신의 영묘에 봉인했다.
아이의 새로운 아빠. 시모어 마우솔레움은 원작에서 이 아이를 살해한다.
“…….”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 갑작스러운 침묵에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였다.
벌컥!
노크도 없이 침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 * *
갑작스레 쏟아지는 고성에 나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시모어!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허락도 없이 가문의 성역에 들어가다니!”
“아무리 백작위에 눈이 멀었다 한들 감히 가문의 전통을 깨뜨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흑룡회에서는 더더욱 문제 삼을 것이고!”
아무래도 나를 찾아온 건 가문의 구성원들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영묘에서 나를 다그치던 동생이 방계들이 난리를 칠 거라고 했었지.’
시모어의 설정에도 방계들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하지만 곁가지 설정인 데다 그다지 중요한 부분도 아니었기에 짤막하게만 적혀 있었다.
–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백작이 되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방계를 모조리 숙청한 것이었다.
시모어의 잔혹함을 보여 주기 위한 설정이었는데…….
내 면전에 대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보니 좀 이해가 갔다.
‘애초에 이 인간들, 내 백작위 뺏어가려고 이러는 거잖아?’
선대 백작, 그러니까 시모어의 아버지는 열흘 전에 죽었다.
차기 백작은 법도대로라면 시모어가 되어야 했지만 그걸 그대로 놔둘 방계들이 아니었다.
‘괜히 악당 가문이겠어.’
광룡, 허무룡, 배신룡, 학살룡.
이 세계에 존재하는 드래곤을 향한 악칭(惡稱)은 모두 마우솔레움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 존재를 시조룡으로 모시는 가문답게 역사적으로 무수한 흑막질과 배후 짓을 일삼아 온 마우솔레움 가문이었다.
그런 집안에서 마법 하나 쓰지 못하는 시모어에게 곱게 백작위를 넘길 리 없었다.
‘시모어가 영묘에 무단으로 침입해서라도 마우솔레움과 계약을 한 건 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였겠지.’
가문의 성역, 마우솔레움의 영묘.
드래곤들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그곳에 시모어는 홀로 걸어 들어가는 도박을 한 것이다.
‘방계들에게 문제가 되는 점이 있다면 그 도박이 성공했다는 것.’
시모어는 마력을 손에 넣었을 뿐 아니라 마우솔레움의 딸을 깨우는 것에도 성공했다.
이대로라면 백작위는 시모어의 것이 된다. 그러니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 보고자 이리 짖어 대는 것이다.
“시모어. 지금이라도 그 헤츨링을 우리에게 넘기렴. 그러면 우리가 상황이 무마되도록 힘을 써 보마.”
“내가 드래곤님들과 친분이 있는 것을 알지? 편지 한 통이면 흑룡회도 이 일을 그냥 넘어갈 거란다.”
“그러니 우리 말만 들으렴. 넌 아직 젊어서 아무것도 모른단다.”
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방계들의 말을 들었다.
우스워서였다.
‘사람은 절박해지면 이렇게까지 감정이 투명하게 보이는구나.’
내게 되지도 않는 소리를 늘어놓는 방계 어른들의 눈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읽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연륜과 처세술마저 작동을 않는지 입으로는 회유를 말하면서도 눈에서는 절박한 욕망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손아귀에 거의 다 들어온 것을 놓친 사람들은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그건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천애고아로 유산 한 푼 못 받아 본 내가 어디서 이런 꼴을 겪어 보겠는가?
나는 흥미롭게 이 대화가 어디까지 가나 지켜볼 생각이었다.
“……으응.”
하지만 아이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시끄러.”
단 한 마디.
그것에 침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
“…….”
“…….”
나는 침을 삼키려 했다.
차갑게 굳어 버린 목은 몇 번이나 움직이고서야 간신히 침을 삼켰다.
……꿀꺽.
그렇게 간신히 넘긴 것이 침이 아니라 산성 약품이었다는 듯, 얼어붙어서 메말라 버린 목구멍에서는 고통만이 느껴졌다.
‘대체 뭐였지?’
우주 공간에 떨어진 것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정적.
심지어 방계들의 얼굴은 공포스러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털썩.
귀부인 하나가 기절해서 쓰러졌다.
조르르…….
노신사 하나는 선 채로 실례를 저지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드래곤 피어.’
아무리 여리고, 작고, 귀여워도.
내 품의 아이는 엄연한 지고의 생명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