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23화(23/109)
종탑 (2)
“도련님!”
종탑을 내려가다가 마주 올라오는 호위기사들과 마주쳤다.
기사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살피며 물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없다.”
심호흡을 내쉰 두 호위기사는 이내 허리를 꼿꼿이 펴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호위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한 처벌은 돌아가는 대로 달게 받도록……!”
“그만.”
나는 호위기사의 말을 끊었다.
“내가 유도한 싸움이었다.”
“……예?”
“신경 쓸 것 없다.”
나는 발을 돌려 종탑 밖을 향했다.
잠시 후, 뒤에서 나를 쫓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종탑을 빠져나오자 광장은 소란에 휩싸여 있었다.
백주 대낮에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저기!”
“종탑에서 사람이 나왔다!”
“저놈이 살인자야!”
나를 향해 삿대질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몹시도 불쾌했다.
시체를 조사하고 있던 경비대 중 한 명이 재빨리 내게 다가오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우솔레움 백작님……?”
경비대원은 내게 다가오는 것조차 부담된다는 듯 쭈뼛거렸다.
결국 뒤쪽에 있던 경비대장이 그 대신 내게 다가왔다.
“마우솔레움 백작님.”
경비대장은 내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물었다.
그레니엄의 수많은 경비대장들은 보통 젠트리 계급이 맡았다. 한적한 가문의 방계 중의 방계라는 소리였다.
“어찌 된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습격을 받았다.”
“암흑가의 자객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경비대장은 침음성을 흘렸다.
사망자는 누가 봐도 암흑가의 인물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고 나는 고위 귀족이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도 없었을 터였다.
마차로 돌아가고자 발을 옮기려는데 경비대장이 물었다.
“그……. 한 가지만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대답 대신 눈썹을 추켜올렸다.
무례함을 지적하는 행위였지만 그것을 읽어 낼 교양조차 없는지, 경비대장은 내가 긍정했다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백작님 정도의 힘을 가지신 분이라면 조용하게 처리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이런 공공연한 방식으로 적을 처리하신 겁니까? 광장에는 아이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미약하게나마 질책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경비대장은 치안과 공공질서를 유지한다는 본인의 직책에 자부심이 강한 이인 모양이었다.
“당연한 걸 묻는군.”
나는 입고 있는 코트 자락을 여미며 답했다.
“내 앞에서 죽으면 내게 피가 튀지 않나.”
“…….”
경비대장은 벙찐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게다가, 이건 경고다.”
“경고……. 말씀이십니까.”
“나를 섣불리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발을 돌렸다.
어째선지 루시스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 * *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로 돌아온 나는 가장 먼저 루시스를 찾았다.
“오?”
저택의 복도를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던 루시스는 나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나는 루시스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어디 가따 와?”
“일을 좀 하고 왔어.”
“응. 장해.”
루시스는 통통한 손가락을 들어 칭찬하듯 내 볼을 어루만졌다.
그 손길에 굳어 있던 내 얼굴 근육이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루시스를 꼭 끌어안았다.
루시스는 갑작스러운 포옹에도 킥킥 웃으며 내게 편안히 몸을 맡겼다.
내 품에서 조막만 하게 숨 쉬고 있는 루시스의 온기를 나는 가슴 깊이 받아들였다.
그제야 내 몸을 잠식하고 있던 ‘시모어’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하아…….”
나도 모르게 입에서 긴 숨이 새어 나왔다.
한겨울에 바깥에서 발발 떨다가 간신히 발견한 핫팩을 끌어안은 기분이었다.
“고생해써.”
루시스는 내 품 안에서 작은 손으로 나를 토닥여 줬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루시스가 있는 곳에서만 나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음을.
어느새 루시스가 있는 곳이 내 집이 되어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
“아앙.”
루시스는 오늘도 내가 잘게 썰어 준 스테이크를 해치우고 있었다.
숟가락을 이용해 큐브 스테이크를 입 안에 떠넣자 안 그래도 빵빵한 볼이 두 배는 빵빵해졌다.
시몬과 시아는 포크와 나이프도 들지 않고 신문 하나를 함께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식사에 집중하라고 한마디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둘이 읽고 있는 신문 기사 탓이었다.
시아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읽었다.
“광룡이 돌아왔다.”
“…….”
나는 묵묵히 스테이크를 썰었다.
“전일인 16일, 마우솔레움 백작가의 제도 귀환 행렬이 있었다. 선대 백작인 리암 마우솔레움의 갑작스런 사망에 영지로 내려간 후 몇 주 만에 제도에 모습을 드러낸 행렬이었다. 그 직후,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광장의 종탑에서 신원불명자를 낙사시켰다.”
시아는 슬쩍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루시스의 입가를 닦아 줬다.
“……신원불명자는 암흑가의 일원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끔찍한 광경에 지나가는 행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이와 함께 광장을 찾았던 한 시민은 ‘어린아이들도 오가는 대낮의 광장에 사람을 낙사시키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이라며 성토했다. 경비대에서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시모어 마우솔레움은 ‘이는 경고를 위함이다’라며…….”
시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시몬이 기사의 다음 단락을 마저 읽었다.
“……시모어 마우솔레움이 선대 백작인 리암 마우솔레움보다 난폭하고 잔혹한 인물이라는 소문은 언제나 돌고 있었다. 아마 이번 사건이 그 소문의 방점을 찍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 추가되었다.
“……후우.”
결국 나는 항복의 의미로 한숨을 내쉬었다.
“암흑가 놈이 습격해 와서 응전해 온 거야. 그게 다야.”
“호위기사 말로는 그 싸움을 유도했다던데?”
참고로 호위기사들은 내 명령으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본인들이야 부족함을 실감했다며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지만 그것까지 내가 막을 수는 없었다.
“유도했지. 언젠가 맞부딪혀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굳이 혼자서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어?”
“그게 암흑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이야. 세력의 힘을 보이기 전에 우선 개인의 힘으로 증명할 것.”
“그렇게까지 암흑가에게 증명을 해야 해?”
“증명이 아니야. 경고지.”
나는 이 가문의 가주다. 루시스뿐만 아니라 소속원 모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 가문은 암흑가와 뗄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그러니 이런 경고와 증명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반드시 치러야 하는 홍역과 같은 거야.”
물론, 내 대까지의 이야기였다.
나는 은퇴하기 전에 암흑가의 중심에 시모어 마우솔레움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박아 둘 것이다.
내가 은퇴해 영지로 들어가더라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누구도 마우솔레움 가문에 재증명을 요구할 수 없도록.
“굳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낙사시킨 것도 암흑가에 경고하기 위함이었고?”
“그래. 조용하게 혼자서 처리했으면 알게 될 사람이 줄어들 테니까.”
나는 잠시 망설였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죽을 만한 놈이었어.”
암흑가의 기둥 중 하나, 광대는 ‘서커스단’이라는 이름의 마약 조직을 운영한다.
그곳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가 마약을 유통하는 범죄자이며 나디브는 살인자이기까지 했다. 나도 진심으로 죽이려 했고 말이다.
“그건 걱정 안 해. 오빠를 믿으니까.”
“그보다 사람들이 이 기사만 믿고 형님을 두려워할까 그게 걱정이야.”
내가 애먼 사람을 죽였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두 사람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알게 모르게 조금 감동받으며 말했다.
“겁내게 둬.”
지구의 격언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사랑의 대상이 되느니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지배에 유리하다는 말.
“사람들이 우리를 겁낼수록 우리는 안전해져.”
비단 암흑가뿐만이 아니었다.
귀족 사회에서도 공포의 대상이 되면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 그게 뒷배라는 것이다.
나는 저 기사를 쓴 기자를 후원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시모어 마우솔레움이라는 존재를 사람들의 손은 물론 생각조차 닿지 않는 더더욱 두려운 존재로 만들도록 말이다.
나는 그레니엄 제일의 악당으로 불려도 상관없었다. 원래 시모어는 그런 놈이니까.
가족들과 주인공에게만 무해한 사람으로 보이면 그만이었다.
“더 죠.”
그사이 접시를 깔끔하게 비운 루시스가 내게 말했다.
“아하하. 다 먹었어?”
나는 루시스의 곁으로 자리를 옮겨 시종이 새로 서빙한 스테이크를 잘게 자르기 시작했다.
루시스는 언제 고기를 먹었냐는 듯 군침을 꼴깍 삼키며 내 칼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후후후…….”
시아와 시몬이 그런 우리를 보며 작게 웃고 있었다.
* * *
며칠 뒤.
나는 루시스와 마법 놀이를 하고 있었다.
“으으음……!”
구구구구-!
루시스와 나의 ‘공전 놀이’는 점점 더 스케일을 키워, 우리는 이제 빈 마차를 밀고 당기고 있었다.
끄는 말이 없다고 해도 바퀴가 달려 있기에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대 지구의 경차 정도는 되는 무게였다.
구구구-!
루시스는 드래곤답게 거침없이 마력을 사용했다.
마차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짓이기려는 걸까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양의 마력을 뿜어 댔다.
그에 반해 나는 내가 낼 수 있을 만큼의 마력, 거기에 루시스가 무의식 중에 형성한 마나 필드의 마력을 끌어다 사용했다.
“흐흥!”
언제나 그렇듯 놀이의 승자는 루시스였다.
루시스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보란 듯이 마차를 자그마한 장난감 자동차처럼 앞뒤로 움직였다.
“역시 루시스는 못 당하겠다니까.”
더 해 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루시스.
“드래곤들은 정말 강하고 위대한 존재야. 괜히 지고의 생명체가 아니지.”
내 칭찬과 아첨에 루시스의 콧대가 점점 더 드높아졌다. 마력을 쓰다가 돋아난 날개와 꼬리마저 기분 좋게 살랑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루시스 정도면 드래곤들 중에서도 상위 1% 아니야? 벌써부터 이 정도면 성룡이 되었을 때는 어마어마하겠는걸?”
나는 루시스가 만족할 때까지 떠받들었다. 내 마법 성장을 도와주는 루시스를 위해서 이 정도 봉사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킥킥킥!”
콧대가 드높아지다 못해 목이 꺾일 즈음이 되어서야 루시스는 성에 찼는지 킥킥 웃으며 내 무릎 위로 엎어졌다.
그러고는 날개가 햇빛을 잘 받도록 활짝 펼치고는 기분 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스킬창을 열었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하급 중력 마법 (12%)
┃ 기초 마력 친화 (69%)
┃ 기초 마력 장악 (55%)
┃ 고학력자 (19%)
┃ 단단한 육체 (69%)
┃ 우월한 정신력 (33%)
┗━━━━━━
며칠 사이 스킬 창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기초 중력 마법이 하급 중력 마법으로 레벨이 오른 게 그것이었다.
‘나디브를 죽인 덕이 크겠지.’
여타 게임에서 적을 죽이면 경험치가 쌓이듯이, 이 세계에서는 스킬 진척도가 쌓인다.
이 세계의 원작이었던 게임에서는 진척도로 스킬을 성장시키는 ‘성작’을 통해 캐릭터가 강해졌다.
‘실전을 자주 겪다 보면 더욱 성장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속도가 퍽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여러 일이 있어 마법 수련에 힘쓰지 못한 날이 많았다고는 해도 빙의하고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고작 하급 스킬 하나라니.
‘물론 이대로만 가도 시모어보다 빠른 시간 안에 삼성에 도달하겠지만…….’
원작의 시모어는 1년 만에 세 개의 스킬을 마스터하는 3성의 경지에 도달했다.
내 속도대로라면, 거기에 틈틈이 암흑가와 충돌한다면 그보다 빠른 속도로 3성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도 부족해. 더 빠르게 강해져야 해.’
이 세계가 원작대로 흘러갈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나라는 존재의 나비 효과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몰랐으니까.
종탑에서 떨어져 죽은 나디브만 해도 본편 시작인 1년 뒤까지 살아 있던 인물이 아닌가.
지켜야 할 것이 생긴 이상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게 되었다.
“흥흐흥~.”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양다리를 동당거리는 루시스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쓸었다.
내 손길에 루시스의 다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다행히도 여기는 그레니엄이야.’
제국의 수도.
게임의 주 무대.
성장하는 방법이라면 넘치다 못해 포화 상태인 곳이었다.
‘이번에는 노력 없이 강해지는 길을 선택해 볼까?’
빙의자의 특권을 마음껏 사용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