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24화(24/109)
계승식 (1)
그런 말이 있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한 것이라고.
‘이 세계의 귀족들은 그 정반대야.’
이 세계는 농업 기술, 마법 회로, 마도 공학 그리고 화폐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장원과 영지 중심의 시대가 아닌 시장과 도시 중심으로 향하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귀족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드래곤의 피를 잇던 수많은 가문들도 그때 대부분이 몰락했지.’
살아남은 귀족들은 미래를 내다본 이들뿐이었고, 그중에서도 마우솔레움 가문과 같이 머리가 비상한 가주를 둔 몇몇 가문은 뒤에서 그 변화를 주도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대를 이끄는 데 성공한 대귀족들은 이전 시대의 국왕들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부를 손에 넣었다.
‘단순한 저택을 가진 정도로는 대귀족이라는 이름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자그마한 동산의 가제보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동산 아래로는 높은 담에 둘러싸인 거대한 저택 단지가 보였다.
본관을 중심으로 십수 채의 저택이 지어져 있는 저택 단지. 본관의 앞에는 연못 딸린 거대한 정원까지 있었다.
작은 나라의 왕궁, 혹은 현대 지구의 대학 캠퍼스와 비슷한 정경이었다.
‘마우솔레움 타운하우스.’
이것이 이 세계 대귀족들의 주거 형태였다.
수많은 저택들의 집합체. 돈이 넘쳐나다 보니 직계와 방계들이 한 채씩 저택을 소유한 형태의 저택 단지.
나는 동산의 가제보에 앉아 타운하우스를 내려다보며 그 정경을 스케치북에 담고 있었다.
사각사각-.
커다란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려진 흑백의 타운하우스가 채워졌다.
스케치를 다 끝내면 낱장을 부욱 찢어 루시스에게 건넸다.
“오.”
루시스는 반가운 목소리를 내며 잡고 있던 종이를 밀어 내고 새로운 스케치를 받았다.
“으으음…….”
그러고는 이 그림은 어떤 색으로 어떻게 칠할까 고민하는 듯 팔짱을 끼고 고민하더니 이윽고 크레파스를 쥐었다.
바각바각-.
루시스는 콧노래를 그리며 내 스케치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체구가 작은 루시스는 테이블 위에서 스케치북을 몸으로 반쯤 깔고 누워 있었다.
하얀 드레스의 소맷자락이며 손이 흑연으로 검게 물들었지만 나도 루시스도 개의치 않았다.
“흐흐흥~.”
사각사각-.
바각바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림을 그린다.
귓가로는 루시스의 콧노래 소리와 연필, 크레파스의 소리만이 들린다.
코에는 희미한 아기 냄새와 흑연 냄새, 향긋한 차 냄새가 풍겨 온다.
심신이 평화로워지다 못해 정화되는 것 같았다.
‘이게 휴식이고 힐링이지.’
그렇게 한참을 힐링하는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이 동산을 올랐다.
동생, 시몬이었다.
“형님. 불렀어?”
“어. 잠시 앉아.”
“안녕하세요, 고모님.”
“응, 조카.”
루시스도 시몬을 반기며 흑연이 가득 묻은 손을 쭉 뻗었다.
시몬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 손에 머리를 가까이했다.
“응, 응.”
루시스는 시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만족스런 얼굴을 했다.
제 조카이니 이뻐해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라, 고모님. 새 브로치를 하셨네요.”
시몬의 말대로 루시스의 머리에는 오늘 오전에 새로 만든 브로치가 걸려 있었다.
“아, 이거 혹시…….”
시몬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로카리움의 보석으로 만든 거야.”
영지에서 있었던 흑룡회.
그곳에서 선조룡인 인피니움은 로카리움에게 주기적으로 마우솔레움 가문을 방문해 살피라는 명을 내렸다.
게으른 드래곤답게 그 명령이 몹시도 싫었던 로카리움은 인피니움 몰래 내게 보석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 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이 보석에 마력을 불어넣어.
아마도 로카리움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의 일종일 터였다.
인피니움의 명령을 이런 방식으로 대신하려는 로카리움이 고깝긴 했지만 나로서도 놈을 자주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군말 없이 받았다.
“놀랄 정도로 새까만 보석이네.”
로카리움의 보석, 블랙 다이아몬드는 루시스가 가진 어떤 보석보다도 짙은 검은색을 자랑했다.
그 탓에 루시스가 토파즈와 자수정 다음으로 좋아하는 보석이기도 했다.
마침 계승식 때 입을 드레스 코드와도 잘 맞기에 이렇게 브로치로 만든 것이다.
“잘 어울리지?”
“응. 잘 어울려.”
“흐흥.”
루시스는 허리에 주먹을 올리고 콧대를 드높였다. 마치, 보석이 잘 어울리는 게 제 덕이라는 듯이.
“아하하. 도저히 어떻게 되어 먹은 프라이드야?”
이러다 제가 태어난 것도 제 덕이라고 할 기세였다.
웃으며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이 시녀가 다가와 시몬의 앞에 차를 내렸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시몬이 물었다.
“형님.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 들었어.”
시몬에게 부탁이 있으니 이곳으로 찾아오라 이른 건 나였다.
나는 손수건으로 루시스의 손에 묻은 흑연을 닦아 주며 답했다.
“내게 마력 회로를 새겨 줬으면 해.”
“마력 회로를?”
시몬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력 회로는 획기적인 발명으로 제국의 마도화에 크게 일조했다.
기사들은 물론 모험가들도 여유가 될 때마다 새기며, 부유한 평민들도 ‘발화’나 ‘송풍’같이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회로를 새길 정도였다.
그렇기에 귀족들은 마력 회로를 천시했다.
평민들과는 같은 옷조차 입지 않는 이들이기에 평민과 똑같이 생긴 회로를 새긴다는 행위에 모욕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선민의식’ 특성을 지닌 시모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놈은 입막음을 위해 자신에게 마력 회로를 새겼던 기술자를 죽이기까지 했다.
“저번에 내가 내어 준 축성 회로를 새겨 줘.”
주사기 모양의 ‘마력 흡수와 응용’을 돕는 회로. 그 회로의 정식 명칭은 ‘축성 회로’로 결정되었다.
마력을 체내에 쌓는 것은 결국 전투에 사용될 성곽을 짓는 것과 비슷하니까.
원작에서는 ‘흡성 회로’라 불린 것을 조금 비튼 것이기도 했다.
“…….”
시몬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어디에 새기면 될까? 왼팔?”
“아니. 여기.”
나는 엄지로 심장을 가리켰다.
원작에서 시모어가 새긴 것과 같은 위치였다.
* * *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마침내 계승식 날이 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목욕이며 단장이며 환복을 마친 마우솔레움 일가는 마차에 올랐다.
그레니엄에 올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일족 전원에 시종, 호위기사들까지 하면 족히 백 명은 넘는 행렬이었다.
“코오-.”
루시스는 마차에 오르자마자 내 무릎 위에 앉아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 숨소리가 평소의 ‘도로롱’이 아니라 ‘코오’였다.
코골이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새벽부터 일어나 단장을 하는 건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는 루시스의 피곤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생각에 루시스의 양손을 마사지해 줬다.
조물조물-.
단풍잎같이 앙증맞고 통통한 손을 주무르고 있다 보니 새벽부터 일어나 있던 내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거, 루시스를 마사지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루시스 테라피를 받고 있는 거 아닌가?’
손 마사지를 마친 나는 외투를 벗어 루시스를 덮어 주고 그 위를 부드럽게 토닥였다.
그렇게 행렬이 출발하려는 찰나였다.
“도련님.”
호위기사 하나가 창가로 다가오더니 일렀다.
“황제 폐하께서 오고 계십니다.”
“……?”
너무나 갑작스러운 단어의 등장에 나는 잠시 눈만 깜빡였다.
“그 양반……. 아니, 폐하가 갑자기 여긴 왜?”
“이번 계승식의 주인공이신 도련님과 동행하고 싶으시다 하셨답니다.”
잠시 머리를 굴린 나는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금방 깨달았다.
‘기선 제압을 하려는 거구나.’
황실과 귀족들은 표면적으로는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든 상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독차지하려 하고 있다.
그런 중에 대귀족 중에서도 악명 높은 마우솔레움 가문에서 새로운 백작이 추대되는 날이다.
계승식이라는 것 자체가 군주의 권위를 보이는 자리인 만큼 황제는 내게 제대로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귀찮게 구네.’
나는 루시스가 깨지 않도록 소파에 내려 두려 했다.
“우웅……?”
하지만 루시스는 내 손이 떨어지자마자 귀신같이 눈을 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루시스를 품에 안고서 마차에서 내렸다.
이미 다른 이들은 모두 황제를 맞이하기 위해 하차한 뒤였다.
시선을 앞으로 두니 과연, 황제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황실 기사단이 행렬의 선두에 서 있었다.
“형님.”
“오빠.”
다른 마차에 타고 있던 시몬과 시아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다른 방계들도 하나둘 내 곁으로 모였다.
나는 루시스를 품에 안고서 행렬의 앞으로 나아갔다.
황실 기사단은 말에 오른 채로 내게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곧 행차하실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고개를 돌려 내 뒤의 인원들을 확인했다.
혈족을 포함한 모든 기사와 사용인들이 내 뒤로 줄지어 섰다.
오와 열이 완벽한 열병식과 같은 모습을 확인한 나는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일련의 인물들이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선두의 백마에 올라탄 사내가 바로 황제였다.
‘제국의 태양, 그랜달 둑스 그레니엄 2세.’
그 이명답게 찬란한 금발을 짧게 깎은 사내는 장대한 기골에 호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영웅상의 사내였다.
“으하하하! 이게 누군가, 차기 마우솔레움 백작 아닌가! 축하하네!”
쩌렁거리는 웃음소리에 멀리서부터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황실 예법에 따라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뒤의 이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달그락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내 앞에서 멈춰 섰다.
“제국의 무궁한 태양,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내 선창에 뒤의 인원들이 후창했다.
“끌끌끌……. ……음?”
황제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더니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꼬마야. 너는 왜 무릎을 안 꿇는 것이냐?”
황제의 앞에 무릎 꿇은 이들.
그중에 유일하게 꼿꼿이 서 있는 이가 있었으니, 두말할 것도 없이 루시스였다.
키가 워낙 작아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나름 위풍당당한 자세로 팔짱까지 끼고 있었다.
낮잠을 방해당한 것이 몹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까지 찡그리고서 말이다.
그런 루시스를 신기한 동물 보듯 하며 황제가 물었다.
“왜 나를 그런 불경한 눈으로 보는 것이지? 목숨이 아홉 개쯤 되는 것이야?”
“…….”
“대답도 않아? 허, 참. 당돌하긴. 누가 보면 네가 황제인 줄 알겠구나.”
황제는 결국 루시스에게서 대답을 듣는 걸 포기하고 내게 화살을 돌렸다.
“이봐, 시모어. 이 앙큼한 것은 무엇이냐?”
“외람된 말이오나, 폐하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는 아이입니다.”
“엄청나게 외람된 말이로군. 왜? 선대 황제의 숨겨진 손녀라도 되나?”
“드래곤입니다.”
“……아.”
황제의 짧은 탄식에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깃들어 있었다.
“흐흥.”
반면 루시스는 턱을 치켜들었다.
마치, 무릎 꿇을 사람은 너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