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6)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26화(26/109)
계승식 (3)
데엥-. 데엥-.
종소리를 배경으로 하늘에서 루시스가 날개를 펼치고 천천히 내려왔다.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떠오른 태양 빛을 후광처럼 두른 그 모습은 정말 천사와도 같았다.
“아아…….”
“오오오…….”
단상 위의 귀족들은 물론 아래의 평민들도 모두 넋을 잃고 루시스의 성스럽고 장엄한 모습을 지켜봤다.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온 루시스는 내 품으로 부드럽게 안착했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새하얀 드레스에는 날개와 꼬리를 위한 구멍까지 나 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은지 날개와 꼬리를 살랑이는 루시스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고생했어. 아주 화려한 제도 데뷔였어.”
“킥킥킥.”
루시스는 즐겁게 웃고는 시선을 돌려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마주 봤다.
“잠깐. 날개가……?”
“……가죽 날개?”
사람들은 조금 전보다 더 놀란 눈으로 루시스의 날개와 꼬리, 머리카락과 눈 색을 번갈아 확인했다.
“드래곤……?”
“드래곤이라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마우솔레움 조약에 의거해 천 년간 모습을 보인 적 없던 드래곤의 등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가장 커다란 감정은 바로 경외심이었다.
“광휘룡……!”
“아기 광휘룡님……!”
아무리 황금의 빛이 신앙의 빛을 퇴색시키는 시대라지만 아직 이 세계의 인간들에겐 믿음이 남아 있었다.
경전에서 가장 중요히 다루는 사건 중 하나, 천 년 전에 일어난 마우솔레움의 재앙.
그것을 끝낸 광휘룡에 대한 신앙 역시 민간에는 숱하게 퍼져 있었다.
검은색의 허무룡과 대비되는 광휘룡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눈부신 백발.
그와 같은 색을 태양 빛 아래 뽐내며 하늘에서 내려온 드래곤.
사람들을 종교적 고양감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광휘룡님!”
“광휘룡님……!”
단상 아래의 평민들 중에서는 넘쳐흐르는 감격에 바닥에 무릎을 꿇는 이들도 있었다.
단상에 등을 보여야 하는 황궁 기사들 중에서도 넋을 잃고 루시스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귀족들은 차마 무릎은 꿇지 못하고 떡 벌어진 입을 부채로 손으로 가리고 멍하니 루시스를 바라봤다.
그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루시스는…….
“흐흥!”
콧대를 드높이 세웠다.
스스로도 스스로의 위대함을 잘 안다는 듯이.
아무리 칭송받고 찬양받아도 모자란다는 듯이.
감탄과 탄식이 들려올 때마다 루시스의 콧대는 1mm씩 높아졌다.
종내에는 드높아지다 못해 턱과 목이 이루는 각도가 직각에 가까워질 정도였다.
“크크크크…….”
나는 루시스가 자신의 프라이드를 만끽하는 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기실, 나야말로 이 장면을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이 중 하나였으니까.
원작의 루시스는 이런 것을 누리지 못했다.
위대한 존재로서 응당히 받아야 마땅한 찬양을, 어린아이로서 응당히 받아야 마땅한 애정을, 루시스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제 양아버지에 의해 꽁꽁 숨겨지다가 종내에는 빛 한 줄기 보지 못하고 사라졌을 뿐이었다.
‘이번은 다를 거야. 나는 너를 숨길 생각이 없으니까.’
나는 루시스를 이 거대한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로 만들 생각이었다.
“흐흥!”
루시스는 그 정도로 사랑스럽고 또 위대한 아이였으니까.
* * *
계승식이 진행된 것은 족히 십 분은 흐른 뒤였다.
갑작스런 드래곤의 등장으로 빚어진 혼란은 가라앉을 줄 모르고 크기를 키워 황제가 등장하고서도 이어졌다.
“황제 폐하의 앞입니다! 모두 정숙하시오!”
결국 궁정백이 황제를 들먹이고서야 사람들은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여전히 황제가 아닌 시모어의 품에 안겨 있는 루시스에게 향해 있었다.
“끙…….”
그것을 눈치챈 황제는 앓는 소리를 냈다.
계승식은 그 어느 행사보다도 황제의 권위를 잘 보일 수 있는 행사였다.
평민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거대한 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귀족들이 아무리 황제와 기 싸움을 한다 해도, 결국 그 작위를 내리는 것은 황제임을 모든 제국민 앞에서 각인시킬 수 있는 자리니까.
지금은 역으로 루시스의 데뷔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줬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런 정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스는 황제를 보며 흐흥, 콧소리를 냈다.
황제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잠시 하더니 고개를 젓고는 손짓했다.
그 손짓에 궁정백이 큰 소리로 외쳤다.
“계승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승식의 진행 순서는 간단했다.
새로운 작위를 하사받거나 승계받는 이들이 작위가 낮은 순으로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이번 분기에 후작위나 공작위에 오르는 이는 없었기에 시모어는 자연스럽게 가장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발렌스 경, 후크 경! 앞으로 나오시오!”
계승식의 가장 첫 순서는 지방 영지에 있었던 몬스터들의 소란을 단 두 명이서 잠재워 수많은 영지민들을 구한 두 방랑 기사의 몫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둘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갖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암.”
벌써 지루해졌는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루시스.
그런 루시스가 귀엽다는 듯 통통한 볼을 어루만지는 시모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느라 귀족들도 평민들도 정신이 없었다.
“시모어 영식……. 아니, 마우솔레움 백작이 어떻게 백룡과 함께 있는 거죠?”
“자세히 보니 저 헤츨링, 눈이 황금색입니다.”
“설마, 백룡과 흑룡의 혼혈이라고요?”
“허무룡의 일족과 광휘룡의 일족의 혼혈이요?”
귀족들은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건 정말 빅뉴스군요.”
“생각보다 이슈타르 후작은 놀라지 않은 얼굴입니다?”
“사전에 언질을 받았겠죠. 마우솔레움 측에서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아니라면 멋대로 이런 자리에 혼혈 헤츨링을 데리고 등장했겠어요?”
“한데, 그러면 마우솔레움 조약은 어찌 되는 겁니까?”
“글쎄요. 그야 드래곤들과 황실, 교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죠.”
영지가 아닌 제국 수도에 사는 귀족들의 주 업무는 수다였다.
정치판에서 사교계에서 쉬지 않고 입을 놀리며 자신의 영향력과 역량을 키우는 것.
동시에, 상대의 영향력과 역량을 가늠해 협력하거나 배척하는 것.
“이번 대의 마우솔레움은 지난 대보다도 만만치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선대 백작인 리암이 죽고 나서 마우솔레움도 세가 줄겠다 여겼는데…….”
“오히려 더욱 커지겠군요. 헤츨링이 있으니까요.”
평민들의 관심은 아직도 루시스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귀족들의 관심은 서서히 시모어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
잠시 시모어를 관찰하던 귀부인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마우솔레움 백작이 저리 잘생겼던가요?”
그 말에 귀부인 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만 그리 생각한 게 아니었군요.”
“미치광이 선대가 죽고 나니 물이 오른 거 아니겠어요?”
“무엇보다 저 옷이 백작과 정말 잘 어울려요.”
마우솔레움 일가가 입은 옷은 어찌 보면 금욕적일 정도로 노출이 적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렇기에 더욱 색기가 강조되어 보였다.
베스트 옆으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어깨 근육이, 잘록하게 들어가 있는 허리 라인이, 소매의 커프스를 매만질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전완근이.
“디자인이 정말…….”
“사제복이나 수녀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느낌이었겠군요.”
금욕적인 옷이야말로 가장 욕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디자인한 것 같은 옷이었다.
그 배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용할 줄 아는 존재 말이다.
“정말이지, 악마적인 디자인이에요.”
귀부인들은 열기 띤 숨을 내쉬는 것으로 소감을 끝맺었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남편에게, 혹은 애인에게 저 옷을 입혀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시모어 마우솔레움! 앞으로 나오시오!”
마침내 계승식의 주인공 차례가 되었다.
시모어는 루시스를 시아에게 안기고 앞으로 나갔다.
당당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선 시모어는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회색 털 코트가 둥글게 퍼지며 바닥을 덮었다.
잠시 시모어를 내려다보던 황제는 검을 들어 시모어의 양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시모어 마우솔레움. 그대를 리암 마우솔레움의 뒤를 이을 마우솔레움 백작으로 봉하겠다.”
“영광입니다, 폐하.”
“그대가 앞으로도 영지를 현명하게 다스리고 제국의 수도를 무궁히 발전시키기를 명하겠노라.”
“예, 폐하. 명심하겠습니다.”
하늘에서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꽃가루가 흩날리고.
루시스가 눈을 반짝이며 시모어의 등을 바라보던 날.
시모어 마우솔레움은 백작이 되었다.
* * *
계승식이 끝난 뒤의 파티는 황궁의 무도회장에서 열렸다.
계승식 파티의 표면적 주인공은 작위를 받은 이들이었고, 실질적 주인공은 황제였다.
평소의 계승식 파티였다면 말이다.
“헤츨링님!”
“작은 백룡님!”
“아기 광휘룡님!”
오늘의 주인공은 루시스였다.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었지만 그 목소리에 깃든 경외감만은 진짜였다.
무도회장의 중심에 선 루시스는 저보다 세 배 가까이 키가 큰 이들 사이에서도 주눅 드는 법 없이 콧대를 드높였다.
“아기 광휘룡님.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루시스.”
“드래곤님. 저는 마탑의 마법사입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연구를……!”
“시러.”
“저는 대공방의 엔지니어입니다. 혹시 저희 아티팩트에 대해 고견을……!”
“몰라.”
루시스는 쏟아지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 주며 짧은 다리를 바삐 놀려 무도회장 곳곳을 쏘다녔다.
그럴 때마다 루시스를 따라다니는 인파 역시 불어났다.
“흐흥.”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인파 늘리기를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황제와 마주쳤다. 황제의 등장에 루시스를 따라다니던 이들 몇몇이 황제의 곁에 섰다.
“음…….”
루시스는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살을 찡그렸다.
“아하하. 우리 헤츨링께서 또 뭐가 심기에…….”
루시스는 황제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발을 돌려 떠나갔다.
“……거슬리셨을까 했더니 내가 거슬렸던 거로군.”
황제는 떠나가는 루시스의 등을 보며 허망히 중얼거렸다.
귀족들은 황제의 눈치를 보며 일부는 루시스를 따랐고 일부는 그 곁에 남았다. 황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허허……. 평생을 살면서 여인에게 까인 것은 처음인데.”
곁에 서 있던 이슈타르 후작이 표정을 굳혔다.
“폐하. 단어를 골라서 사용해 주시길.”
“그럼 뭐라고 할까? 뒷골목 똥개 보듯 개무시당한 건 처음이라고 할까?”
“폐하.”
“알겠네, 알겠어. 거참 재미없긴.”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우솔레움 백작! 계승을 마친 것을 축하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윈체스터 자작.”
“이번에 선보인 패션이 훌륭하던데 혹시 어느 양복점에서 장만하셨소?”
“어디긴요. 저희 양복점이죠.”
쏟아지는 질문에 적당히 답하며 루시스를 곁눈질하고 있는데, 루시스가 우뚝 발걸음을 멈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
루시스의 앞에는 한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태양과도 같은 금발에 바다와도 같은 푸른 눈을 하고 있었다.
“앗!”
부티 나는 옷을 차려입은 아이는 루시스와 마주칠 줄 몰랐다는 듯 놀란 목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다.
‘저 아이가 황자인가.’
황제와 황후의 하나뿐인 아들.
큰 이변이 없다면 이 제국을 이끌어 갈 다음 태양이 될 아이.
“오……!”
그 아이를 보는 루시스의 눈이 이상할 정도로 빛났다.
“반짝반짝…….”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든 나는 재빨리 루시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황제도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헛기침을 해 루시스의 시선을 끌기 직전, 루시스가 먼저 움직였다.
꼬옥-.
왕자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그리고 폭탄선언을 했다.
“너 내 거 해.”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
나와 황제는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서로를 마주 봤다.
‘……사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이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