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27화(27/109)
계승식 (4)
“너 내 거 해.”
그 폭탄선언 이후 루시스는 파티 내내 황자, 에라드를 곁에 끼고 다녔다.
에라드는 저보다 덩치가 작은 루시스에게 손을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황자님과 드래곤님이라니…….”
“제국에 광휘룡의 축복이 내리려나 보군요.”
귀족들은 흐뭇한 얼굴로 둘의 모습을 지켜봤다.
황실의 권력이 강해질지도 모른다며 인상을 찌푸린 이도 있었지만 그건 소수였다.
아이들이 서로를 좋아하는 건 결국 소꿉장난일 뿐이니까.
물론, 그 부모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
루시스에게 손을 잡힌 아드님의 모습에 황후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는 건 곁에 있던 이리나만이 알지 못했다.
에라드의 볼이 붉어진 모습에는 목까지 시뻘게졌다는 것 역시, 이리나만이 알지 못했다.
“자네, 잠깐 나 좀 보지.”
그리고 시모어는 황제에게 끌려갔다.
* * *
무도회장의 뒤편, 원래라면 화장이나 복장이 흐트러진 이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휴게실.
그 소파에 앉은 황제는 굉장히 탐탁지 않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 눈치껏 입을 닫고 황제의 앞에 앉았다.
“…….”
황제의 눈썹이 불쾌하다는 듯 조금 구겨졌다.
앉으라는 말도 안 했는데 앉느냐는 의미였다. 나는 그것을 못 본 척, 눈치 없는 사람인 척 굴었다.
“후우…….”
황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의 황제라고는 하지만 그랜달 2세에게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릴 만한 힘은 없었다.
황제에게 절대적인 힘이 있던 시기는 이미 수백 년 전에 사라졌고 지금의 황제는 거꾸로 과거의 왕국들처럼 ‘가장 힘이 센 귀족’ 정도의 대우밖에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이리 뻔뻔히 나가도 되는 거지.’
그리고 솔직히, 억울하기도 했다.
내가 왜 저런 눈빛을 받아야 하는가?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딸 가진 아빠가 더 불쾌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느새 나와 황제는 서로를 탐탁지 않아 하는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자네. 표정이 몹시 안 좋군?”
황제가 띠꺼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대귀족이어도 황제 앞에서 눈치 없는 척 불손함을 보일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답했다.
“아하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도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심려를 끼치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하하하.”
황제의 얼굴 근육이 씰룩였다.
“안 좋은 일이 뭐 있겠나. 자식이 드래곤에게 간택을 받았는데.”
“간택이라뇨. 그저 어린 드래곤의 변덕일 뿐이죠.”
조금 전 루시스의 행동은 당황스럽긴 했지만 루시스의 습성을 아는 나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냈다.
금은보화를 좋아하는 드래곤들 중에서도 특히나 욕망에 솔직한 루시스였다.
황가 특유의 찬란한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보석과도 같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얼굴도 황제보다는 황후를 닮아서 귀엽기도 했고 말이다.
“……변덕?”
“물론 변덕이죠. 설마 진심으로 받아들이신 건 아니시겠죠? 아하하.”
내 말에 황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조금 격의 없이 묘사하자면, ‘이 새X 봐라?’ 하는 표정이었다.
황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글쎄. 생각해 보면 퍽 잘 어울리지 않는가. 드래곤과 황족이라니, 정상급 커플 아닌가.”
“그러니 소꿉장난에 어울리는 것이죠. 아마 두 분은 좋은 친구 사이가 될 겁니다.”
“친구 이상은 어림도 없다?”
“아하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종족의 차이, 무엇보다 수명의 차이가…….”
황제는 어딘가 발끈한 얼굴로 내 말을 잘랐다.
“지금 짐의 아들이 까인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닌데? 까인 것 같은데? 고백도 하기 전에, 아니 오히려 고백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까이기까지 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폐하.”
“아주 대단한 가문이시군, 안 그래? 드래곤은 황제를 까고 자네는 황자를 까고 말이지?”
“아하하. 오해십니다.”
오해가 아니고 정확한 이해였다.
지리멸렬한 딸 바보처럼 굴 생각은 없었다.
나는 언제라도 루시스에게 어울리는 존재가 등장한다면 박수를 치며 맞아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간은 아니지.’
황족이 아니라 황족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
수명 차이가 100배가 넘는데 루시스더러 남은 9,900년을 상실감 속에서 살게 두라는 말인가?
‘같은 드래곤, 최소한 엘프는 되어야…….’
잠시 이어지려는 상념을 황제가 끊었다.
“자네. 드래곤에게 간택받은 사람은 혼삿길이 꼬이는 거 알지?”
“알지요.”
“그런데 이리 뻔뻔하게 나오는가?”
“그야…….”
제 알 바 아니잖습니까?
‘닥쳐. 내 안의 시모어.’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헛기침을 했다.
“그러니 더욱 그저 해프닝으로, 애들 소꿉장난으로 넘기셔야죠. 설마 진심으로 드래곤을 며느리 삼으시겠다는 건 아니시겠죠?”
“진심이라면 문제 될 것 있나?”
“루시스는 헤츨링인 데다가 드래곤 사회를 전혀 모른다는 특성 때문에 잠시 마우솔레움 조약에서 예외적 존재로 여겨지고 있을 뿐, 언제 다시 인세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흠……. 드래곤들에게 잠시는 인간들에게 수십 년이 아니던가?”
“황가의 일원과 같이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지금만 해도 루시스를 예의주시하는 드래곤들이 있으니까요.”
아까는 그리 질색을 하더니 막상 절대로 안 된다니까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황제.
‘어딜 감히 루시스를 며느리로 들이려 들어? 확 반란 일으켜 버릴까 보다.’
황제는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마뜩잖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말았다.
“좋네. 오늘은 일단 다른 주제로 넘어가지.”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자네가 입는 그런 옷. 나도 몇 벌 진상받고 싶은데.”
불만 쏟기에 이어 선물 요구라니.
정말 진상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황제가 우리 브랜드를 입는다면 그만한 홍보도 없지.’
나는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사이즈가 어찌 되십니까, 폐하?”
* * *
한참을 무도회장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던 루시스는 문득 다리가 아파졌다. 에라드는 황후의 부름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루시스는 늘 자신을 안아 주는 품을 떠올리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시모어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소파에 앉을까 했지만 제 키로 앉기에는 너무나 높았다.
잠시 고민한 루시스는 그냥 바닥에 주저앉기로 했다.
하지만 그 엉덩이가 바닥에 닿기 직전, 루시스를 안아 드는 손길이 있었다.
“고귀하신 분이 이리 아무 곳에나 앉으시면 안 되죠.”
하얀 머리칼이 루시스의 얼굴 위로 쏟아지며 간지럽혔다.
루시스는 작게 키득거리며 보라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제가 뭘 가르쳐 드려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기사단의 정복을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이리나였다.
이리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루시스가 편한 자세를 잡을 수 있게끔 안아 든 팔의 각도를 몇 번이고 조정했다.
“혹시 절 기억하시나요?”
“응. 선생.”
“기억해 주시는군요.”
이리나는 순수한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어린 루시스마저 조금 멍하니 바라보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루시스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리나의 볼을 만졌다.
“이뻐.”
“……예?”
“너도 내 거 해.”
“……예?”
당황한 이리나의 뒤에서 누군가 대답을 대신했다.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제 여식은 저의 것이라 말입니다.”
이리나의 모친이자 이슈타르 후작가의 가주인 모이라 이슈타르였다.
모이라는 루시스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여식이 스승 노릇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고지식한 만큼 타협이 없는 아이이니 좋은 스승이 되어 드릴 겁니다.”
모이라는 고개를 들어 루시스의 얼굴을 살폈다.
제 말을 듣고는 있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무심한 눈빛이었다.
“……다음에 한번 저희 타운하우스도 찾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모이라는 그리 말을 덧붙이고는 걸음을 돌렸다.
그 멀어지는 등을 보며 이리나는 생각했다.
마우솔레움 가문에 백룡의 혼혈룡이 있다는 이야기에 어머니는 곧바로 원로 회의를 소집했었다.
가주와 장로들만 참석이 가능한 원로 회의였기에 이리나는 그곳에 참석하지 못했다.
과연, 원로 회의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어떤 것이 결정되었을까.
“…….”
이리나는 저도 모르게 품 안의 루시스를 꼭 끌어안았다.
그에 반응하는 것인지 아이는 잠시 몸을 꼬물거리더니 말했다.
“배고파.”
“그러신가요? 뭘 좀 먹을까요?”
이리나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루시스를 안고 가는 이리나의 뒤로 귀족들의 수군거림이 따라붙었다.
“이슈타르 경과 아기 광휘룡님이라……. 정말로 가족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슈타르 가문은 광휘룡님의 직계 혈통이니 당연한 일이겠죠.”
“마우솔레움 백작보다 이쪽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군요. 모녀 사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수군거림이 들리지 않는 건지 루시스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테이블을 둘러볼 뿐이었다.
사실, 한참 전부터 궁금했지만 키가 작아 못 보고 있던 테이블이었다.
“저거.”
루시스는 카나페를 가리켰다.
한 손과 한입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게 크래커 위에 다진 고기와 올리브를 올려 둔 요리였다.
“아앙.”
루시스는 입을 벌렸다.
그 의미를 눈치챈 이리나는 작게 웃으며 카나페를 들어 루시스의 입에 넣어 줬다.
“오물오물.”
카나페를 한입에 야무지게 넣은 루시스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입을 오물거렸다.
이리나의 몸에는 품 안의 아이가 열심히 입을 놀리는 진동이 그대로 느껴졌다.
“후후훗…….”
이리나는 품 안의 아이를 조금 힘을 줘서 끌어안았다.
이 아이가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행복하길, 이리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 * *
계승식 파티가 끝나고 타운하우스로 들어오자 2차 파티가 시작되었다.
“축하해, 오빠!”
“축하드립니다, 형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주님!”
타운하우스 본관에는 이미 파티 음식과 술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금 전의 파티와는 달리 직계와 방계들이 한데 뒤섞여 격의 없이 파티를 즐겼다.
“루시스가 내려올 때 사람들 표정 봤어?”
“귀족들 얼굴? 아주 그냥 넋이 나갔던데!”
“이 옷을 보는 얼굴들은 또 어떻고!”
특히나 젊은 방계들은 오늘의 화려한 데뷔에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앞으로 나와 함께 열어 갈 미래에 대한 흥분과 기대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새로운 마우솔레움 백작님, 만세!”
“위대한 드래곤 루시스 님, 만세!”
만세 연호에 루시스가 또 한 번 콧대를 드높이는 사이, 알프레드가 내게 다가와 서신 한 장을 건넸다.
서신에는 자물쇠의 밀랍 봉인이 찍혀 있었다. 프롬 교회의 인장이었다.
서신은 단 한 줄의 내용을 싣고 있었다.
– 나흘 뒤, 해 질 녘. 프롬 대교회.
계약의 신이 나의 알현 요청을 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