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3화(3/109)
시모어 마우솔레움 (2)
드래곤 피어 사건은 무난히 마무리가 되었다.
애초에 크게 번질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먼저 무례를 저지른 게 방계 측이었으니까.’
아무리 그쪽이 집안 어른들이라고 해도 남의 침실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방을 여러 개 쓰는 이 세계 귀족들에게 침실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었으니까.
‘나중에 공적인 자리에서 또 시끄럽게 굴면 이걸 들먹이면서 조용히 시키면 되겠지.’
그저 그 정도의 해프닝이었다.
내 쪽에서도 루시스가 드래곤 피어를 조절 못 해서 민폐 끼치는 아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루시스. 아까 그거는 함부로 쓰면 안 돼.”
방계들을 모두 물리고 나는 루시스를 무릎 위에 앉히고 훈육 타임을 가졌다.
“안 대?”
루시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혀짤배기소리로 되물었다. 기울어지는 고개의 각도가 예술적으로 귀여웠다.
직격은 아니지만 드래곤 피어의 영향 범위 안에 있었기에 생긴 아주 옅은 공포심마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귀여움이었다.
“응. 인간은 약해서 그런 걸 자주 보면 죽을지도 모르거든.”
루시스가 혹시라도 살인자, 아니 살인룡 소리를 듣는 건 막고 싶었다.
“대신 내가 인간을 퇴치하기 좋은 주문을 알려 줄게.”
“오.”
“자, 따라 해 봐.”
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가능한 낮게 깐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 주제에.”
“인간 쥬제에.”
“천한 것.”
“쳐난 것.”
“분수를 알아라, 잡종.”
“분수를 아라라, 쟙……콩?”
“잡종.”
“쟙죵.”
잘 따라 하는 게 귀여워서 칭찬의 의미로 볼을 쓸어 주자 킥킥거리며 목을 움츠렸다.
“……대체 뭘 가르치고 계신 겁니까, 도련님.”
언제 들어온 건지 집사장이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잘 왔어. 자, 루시스. 실습해 봐.”
루시스는 눈을 반짝이며 집사에게 말을 쏟아 냈다.
“인간 쥬제에 쳐난 것. 분수를 알아라, 땅콩.”
“잡종.”
“쟙죵.”
천사 같은 아이에게 악마 같은 매도를 당한 집사의 표정이 참담해졌다.
“……그게 대체 뭡니까?”
“뭐긴 뭐야. 인간이 드래곤에게 들으면 가장 주눅 드는 문장이지.”
“…….”
참고로 이건 원작 게임에서 시모어가 루시스의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고서 반쯤 드래곤이 되는 2페이즈의 시작을 여는 문장이기도 했다.
집사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고개를 젓고는 용건을 꺼냈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배가 고픈 시간이었다.
나는 루시스를 품에 안고서 식당으로 향했다.
바닥에 내려 주려 했지만 내 품에 꼭 매달리는 게 직접 걷는 것보다 안겨서 가는 게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귀족식 식사라……. 기대되는데. 루시스는 어떤 음식이 좋아?”
“음식?”
또 한 번의 갸웃.
“루시스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응……?”
루시스는 지난 천 년간 봉인되어 있었다.
어쩌면 탄생 직후에 봉인된 것인지도 몰랐다.
‘나뿐 아니라 루시스도 이 세계의 식사가 처음인 거네.’
나는 큰 기대감을 품고 걸음을 재촉했다.
* * *
마우솔레움 가문은 돈이 많다.
대귀족인 백작가인 덕도 있지만 조상 대대로 나쁜 짓으로 돈을 모으던 악덕 가문이었던 이유가 더 컸다.
‘백작이지만 영지가 어지간한 공작령만큼 넓을 지경이니.’
돈도 돈이지만 그 넓은 백작령에 드넓은 평원, 깊은 숲, 바다가 모두 있으니 신선하고 맛있는 식재료를 구하기도 수월했다.
‘아침상에 스테이크만 몇 개야?’
얼핏 보기에도 서로 다른 부위의 스테이크 덩어리가 세 개는 있었다. 심지어 생선 스테이크에 커다란 새우구이까지 있었다.
‘이게 장례식 직후라 약식으로 치러지는 식사라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어마어마한 아침상. 나는 사양 않고 스테이크를 큼지막하게 썰어 입에 넣었다.
따끈하고 촉촉한 고기를 한 입 씹자 고소한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으으음……!”
말 그대로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맛.
지구에서였다면 1인분에 수십만 원은 우습게 깨졌을 품질의 스테이크였다.
나는 정신없이 식사를 하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역시 흑막질도 돈이 있어야 한다니까.’
그리고 그게 다 내 돈이 될 예정이었다.
이 돈을 애먼 데 안 쓰고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서만 쓴다면.
거기에 미래를 알고 있는 내 정보까지 합쳐진다면 대체 몇 대가 놀고먹을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뿌듯했다.
‘돈 많은 백수 인생 최고!’
그렇게 정신없이 식사를 하다 고개를 들어 루시스는 잘 먹고 있나 확인했다.
“다 잘랐습니다, 드래곤 님.”
집사장이 마침 루시스의 고기 손질을 끝냈다. 루시스의 작은 입 크기에 맞게 잘게 자른 것이다.
루시스는 자신의 그릇에 놓인 큐브 스테이크의 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여기, 포크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루시스는 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먹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왜 그러지?’
드래곤은 알에서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치고서 태어난다.
탄생 직후에 부모와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날고기를 뜯어 먹어 소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흑룡들은 소문난 육식 애호가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오크를 통째로 구워서 먹인다고까지 하니 말이다.
실제로 루시스의 눈동자에도 식욕이 맴돌고 있었다. 눈동자가 커다래서 그런지 욕망이 투명하게 잘 보였다.
‘그런데 왜 안 먹는 거지?’
잠시 머릿속을 뒤지던 나는 금세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의자를 들어 루시스의 곁으로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
“알프레드. 새로운 스테이크를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즉시 나온 따끈한 스테이크를 이번엔 내가 직접 잘라 줬다. 집사장과 똑같이 루시스가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크기로.
“…….”
여전히 말은 없었지만, 아이의 짧은 다리가 테이블 아래에서 동당거리며 움직이는 게 보였다.
목욕 때와 같았다.
드래곤의 프라이드가 아무나 내어 준 음식을 먹도록 허락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자그마한데 속은 프라이드로 꽉꽉 차 있다니…….’
고귀한 왕녀님을 보는 것만 같아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고기를 다 썰고 루시스의 고사리 같은 손에 포크까지 쥐여 줬다.
포크가 어색한지 그것을 역수로 쥐고 몇 번 고기를 빗맞힌 루시스는 세 번의 시도 만에 포크로 고기를 제대로 찍었다.
“흐흥.”
얼굴에 가득 차오르는 자부심.
세 번 만에 성공한 자신이 무척이나 대견하다는 얼굴이었다.
“큭큭큭…….”
내가 몰래 숨죽여 웃는 사이 루시스는 포크를 움직여 고기를 입에 넣었다.
통통한 볼을 불룩하게 만들고 잠시 오물거리던 루시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
아이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맛있는 건지 제 손을 볼에 가져다 대고 입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정도였다.
“오와……!”
아이는 곧 제 드높은 프라이드도 잊고 허겁지겁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도중부터는 포크질이 귀찮았는지 아예 양손으로 고기를 집어서 말 그대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머리칼이 흰색이라 혹시나 했지만, 고기를 이리 좋아하는 걸 보면 확실히 흑룡의 피가 흐르고 있는 모양이야.’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내가 집사장에게 작게 말했다.
“앞으로 루시스의 식사에는 늘 스테이크가 포함되도록 해 줘. 아침이든 점심이든 말이야.”
“예.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후, 루시스는 볼록해진 배와 함께 만족스레 식사를 마쳤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손수건으로 루시스의 손에 묻은 기름을 닦아 줬다.
“킥킥킥.”
루시스는 그 감촉이 간지러운지 자꾸만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조금만 참아. 옷이 더러워지니까.”
루시스의 손가락을 깨끗이 닦은 손수건을 적당히 접어 두고 있자니, 테이블 반대편에서 나와 루시스를 바라보고 있는 두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헉!”
“…….”
남동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겁에 질린 듯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보다 어린 여동생은 아니었다.
‘빙의하고 처음으로 마주한 게 여동생이었지.’
나는 저 둘의 설정을 떠올려 봤다. 사실, 떠올리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마우솔레움 가문 관련 등장인물은 모두 내가 디자인했지. 하지만 저 둘은 작업에 없었어.’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원작 시점에서는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이들이라는 의미였다.
백작위에 오르자마자 방계들을 숙청해 버리고 제 수양딸마저 도구로 해부해 버리는 사이코패스가 시모어였다.
저 둘이 원작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했을지 떠올리는 것에는 그다지 큰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몬이랑 시아였던가?’
남동생, 스물두 살의 시몬.
아버지가 물려준 사업체 하나를 맡아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시모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처진 눈꼬리며 좁은 어깨, 자꾸만 눈치를 보는 모습이 꽤나 유약해 보였다.
여동생, 열일곱 살의 시아.
삼 남매 중에서 마력 재능을 가장 짙게 물려받아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래 단 한 번도 수석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들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시모어의 얼굴을 그대로 가져다가 여성의 골격과 특징에 맞게 수정한, 나와 똑 닮은 페이스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분위기가 다르니 외모가 풍기는 느낌도 전혀 다르긴 하네.’
시모어의 흑발과 금안이 흑표범과 같은 인상을 준다면 시아의 것은 밤하늘에 떠 있는 샛별처럼 차가움 속에서 오묘하게 따스한 느낌을 줬다.
‘무슨 소리냐고?’
예쁘다는 소리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소리다.
이 가문은 얼굴 천재들만 모여 있다는 소리다.
‘아카데미에서 남자애들 꽤나 울리고 다니겠는걸.’
그러고 보면 시몬도 꽤나 좋은 페이스의 소유자였다.
다만 기가 센 외모의 형이나 여동생과 달리 눈꼬리가 축 처져서 조금 흐릿한 인상인 게 잘생겼다는 느낌보다는 훈훈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시모어 mk.2와 mk.3인가.’
시모어 오리지널의 디자이너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흐뭇할 뿐인 광경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시모어 오빠.”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제 둘째 오빠와 시선을 나누는 시아의 얼굴에는 망설임과 결단,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숙부 말인데.”
밥상에서 꺼내기에는 조금 뜬금없는 화제 전환.
그만큼 본인으로서는 간절한 주제라는 의미일 터였다.
“숙부가 왜?”
숙부. 혹은 삼촌.
얼핏 듣기로는 내게서 백작위를 빼앗아 가려는 방계 세력의 수장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시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랑 시몬 오빠는 정말로 백작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 그 사람이 뭐라고 한들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야.”
방계 측에서는 여러 가지 수를 염두에 두고 있던 모양이다.
자신들이 직접 백작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시모어보다 조종하기 쉬운 동생들을 앉히려는 생각이겠지.
나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걱정 마. 숙부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이미 여러 가지로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어차피 가문의 권력을 손에 쥐려면 방계들과는 다시 한번 부딪혀야 했다.
움찔.
“딸꾹!”
한데 동생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아의 눈빛에 공포가 섞였다. 시몬은 딸꾹질하며 물 잔을 엎기까지 했다.
심지어 시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쭉 뺐다가 시몬의 존재를 깨닫고 그 방향으로 한쪽 팔을 확 펼쳤다.
닿지도 않는 거리였지만, 나로부터 시몬을 지키겠다는 몸짓이었다.
“……처리하겠다고?”
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숙부님도 죽일 셈이야?”
“…….”
테이블에 침묵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