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30화(30/109)
암흑가 (1)
그레니엄의 가장 번화한 상점가.
그 안쪽 골목에는 버려진 교회가 하나 있다.
사제들이 일컫기를, 열세 번째 교회.
주민들이 부르기를, 암흑가의 교회.
이곳은 암흑가의 기둥들이 주기적인 회의를 갖는 장소였다.
“다들 그 뉴스 봤지? 시모어가 광대의 부하를 죽인 거.”
가면을 쓴 ‘마녀’가 와인 잔을 손안에서 굴리며 말했다. 와인은 빛을 받아 핏빛으로 반짝였다.
“백주 대낮에 시체를 전시도 아니고 투척을 하다니……. 어지간히도 미친놈이더군.”
다른 이들보다 덩치가 2배 가까이 되는 사내가 중얼거리자 마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우리 백작님이 미친 건지 정치적인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정치적?”
“단순히 미친놈이라 깽판을 치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일부러 하는 짓거리라면?”
“그게 놈에게 무슨 도움이 되지?”
“영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어차피 그 가문은 선행을 해도 의미가 없으니 말이야.”
“흐음…….”
“생각해 봐. 선대 마우솔레움 백작이 얼마나 무서운 인간이었는지. 하지만 사람들은 이 한 사건만으로 선대를 완전히 잊었어. 이제 마우솔레움의 광룡은 리암이 아니라 시모어잖아.”
마녀의 말에 기둥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쓸었다.
“부친의 후광을 벗어나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지.”
“어찌 되었든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 어이, 광대. 그 죽은 놈은 얼마나 강했지?”
“하! 그놈은 내 부하 중 가장 약한 놈이었어!”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어쨌든 또다시 손을 대기는 이르니 한동안 지켜봐야겠군.”
기둥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던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자신의 자리 없이 테이블 끝에 홀로 서 있던 사내였다.
“그자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 저는 기둥이 될 수 없는 겁니까?”
“그렇지. 기둥의 수는 일곱. 그건 변할 수 없으니.”
대답에 사내의 입매가 불만스레 뒤틀렸다.
기둥들은 그 모습이 세상 무엇보다 재밌는 안줏거리라는 듯, 흥미를 숨기지 않고 그 반응을 즐겼다.
자신이 구경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내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자는 제 아비의 후광 말고는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아시잖습니까?”
그 말에 마녀가 사내의 옷차림을 훑었다.
“그놈의 옷을 어쭙잖게 따라 입고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마녀의 말대로 사내는 시모어가 몇 번 선보였던 슈트를 흉내 내어 입고 있었다.
사내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확 붉혔다.
“게다가 시모어는 잘생겼잖아? 솔직히 걔가 있으면 우리 암흑가의 평균 외모 레벨이 올라간다고. 하지만 너는……. 흠…….”
마녀는 가면 아래에 드러난 붉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사내를 평가하듯 훑었다.
그 시선에 사내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졌다.
그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무엇보다 맛있는 안주라는 듯 마녀는 붉은 입술로 미소를 지으며 와인을 홀짝였다.
그때였다.
“내 잠재 고객을 괴롭히지 말고 너나 제대로 된 옷을 좀 입는 게 어떠냐, 마녀.”
초대받지 않은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둥들의 시선이 교회의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시모어가 걸어오고 있었다.
“흠…….”
“호오?”
기둥들은 갑작스러운 침입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시모어를 느긋이 훑어봤다.
버려진 폐교회에 시모어의 정갈한 슈트 차림이 퍽 잘 어울렸다.
이교도의 사제복을 보는 것도 같았고, 머나먼 미래의 사제복을 보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장소와의 어울림 여부를 떠나서도 시모어의 옷차림은 그 자체로 훌륭했다.
“과연, 저것인가…….”
“귀족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겠군.”
긴 다리가 돋보이도록 세로 선이 잡혀 있는 바지, 날렵하면서도 단단한 허리를 강조하는 베스트의 허리 라인. 느슨하게 풀린 셔츠의 앞섶 사이로 언뜻 보이는 쇄골.
시모어는 단 세 개의 선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끄응…….”
그 모습에 시모어의 옷차림을 흉내 냈던 사내는 제 모습을 숨기려는 것인지 한 발짝 물러났다.
테이블 앞에 선 시모어가 마력을 뿜어 손짓을 한번 하자 구석으로 치워 뒀던 의자가 자연스레 그의 아래로 빨려 들어왔다.
시모어는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로 깍지를 꼈다.
“모든 기둥들이 모였으니, 이제 회의를 시작해 볼까?”
시모어의 머리 위로 깨진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반짝이는 빛이 쏟아졌다.
그것은 참으로 절묘했고, 그렇기에 무척이나 불경스러운 장면이었다.
* * *
나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기둥 하나가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여기엔 왜 온 거지? 우리는 너를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
같은 기둥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같은 레벨의 존재가 아니다, 그리 말하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마법사가 여긴 왜 왔겠어. 마법을 보여 주려고 왔지.”
“마법?”
“만년필 마법. 들어 봤어?”
나는 품에서 만년필을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콱, 박았다.
“이 만년필을 삽시간에 사라지게 해 주지.”
기둥들 중 몇몇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가 내려놓은 만년필을 알아본 것이었다.
‘대공방의 만년필.’
수많은 기사단에 납품되는 이 만년필은 철을 섞어 만든 탓에 코끼리가 밟아도 멀쩡한 괴물 같은 만년필이었다.
나는 뒤에 서 있는 호위, 헬라에게 고갯짓을 했다.
헬라는 내가 안드레에게 따로 디자인 안을 보낸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베스트, 넥타이, 가죽 장갑.
재킷이 없는 대신 베스트에는 흑룡 기사단의 인장이 패턴처럼 박혀 빛의 반사 방향에 따라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잘 어울려.’
헬라 본인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며 똑같은 걸로 10벌을 만들어 달라며 안드레를 협박했다.
잘 어울리는 만큼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특히나 베스트 옆으로 셔츠가 터질 듯 부풀어 있는 팔뚝의 근육들이 헬라의 강함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저벅. 헬라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자 기둥들의 호위들이 동시에 몸을 흠칫했다.
안 그래도 등장부터 헬라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끗거리고 있던 호위들이었다.
내 곁에 선 헬라는 만년필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올렸다.
“…….”
허리를 숙인 채로, 헬라는 고개만 들어 기둥들의 면면을 훑어봤다.
헬라 정도의 키와 덩치를 가진 이가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꾸우욱-.
헬라는 손바닥에 천천히 힘을 가했다.
쿠직, 쿠지직-!
만년필은 비틀리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헬라가 손을 뗐을 때 만년필은 테이블 깊이 파고들어 보이지조차 않게 되었다.
“짜잔.”
나는 장난스레 양손을 펼쳐 보였다.
헬라의 괴력에 기둥들은 눈썹을 추켜올렸다.
“크크크……. 어마어마한 힘이군.”
“과연 원탁의 기사는 다르네.”
“그런데 이게 마법인가? 차력쇼 아니야?”
“흠. 고도로 발달된 근육은 마법과 다를 바가 없지.”
마지막 말은 헬라보다도 키와 덩치가 큰 기둥, ‘오거’의 말이었다.
과연 기둥들이라고 해야 할까, 기예나 다름없는 헬라의 실력 행사에도 눈 하나 깜짝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과 귀는 모두 내게 향했다.
마법 한 번으로 자리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한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다들 오랜만이군. 좀 섭섭한데? 선대의 장례식에 한 명은 올 줄 알았는데.”
“크크크…….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그렇지. 웃기는 소리지.”
나는 피식 웃으며 기둥들을 훑은 뒤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제도 바깥으로 기어 나오기엔 너무나 겁쟁이니까.”
“호오?”
“귀족인 나와 달리 이 도시 바깥에 아무 영향력이 없으니, 언제 어디서 뒤통수에 칼을 맞을까 겁나겠지.”
나는 오거를 향해 턱짓하며 물었다.
“말해 봐, 오거. 밖에 마지막으로 나간 게 언제지?”
오거는 대답 대신 크크큭 웃음소리만을 흘렸다.
나는 그 옆의 광대에게 눈을 돌렸다.
“직접 나를 암살할 용기조차 없는 광대야 말할 것도 없고.”
“네놈……!”
광대 공포증이 모티브인 놈답게 얼굴 가득 하얗고 빨간색으로 분칠한 놈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는 별 감흥 없이 말을 이었다. 드래곤 피어도 맞아 본 마당에 인간의 분노야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했다.
“서로에게 배신당할까 봐. 귀족들에게, 기사들에게 죽을까 봐. 이 도시의 뒷골목에만 고개를 처박고 살고 있는 겁쟁이. 그게 네놈들이야.”
기둥들은 대답 없이 나를 바라봤다. 얼핏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눈동자들이었지만, 그 안에 깃든 분노를 쉬이 알아볼 수 있었다.
유일한 예외는 오거였다.
“크하하……. 도발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라.”
암흑가의 2인자답게 오거는 내 도발에 걸려들지 않았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본론을 꺼냈다.
“언제까지 이 좁은 도시에서 만족할 셈이지?”
그레니엄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았다.
“제국은 점차 좁아지고 있고 시장은 점차 넓어지고 있어. 그런데도 너희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이 자그마한 도시 하나에 틀어박혀서 살 셈인가?”
“너에게 좋은 수가 있다는 건가?”
“있지. 하지만 아직 그걸 너희와 나눠야 할지는 모르겠는걸. 너희는 나한테 좀……. 모자라거든.”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리는군.”
오거는 제 손아귀 크기에 비하면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와인 잔을 우그러뜨리며 내게 몸을 기울였다.
“말해 봐라. 우리에게 뭐가 부족하지? 힘? 세력? 잔혹함?”
오거는 특유의 두꺼운 근육을 위협적으로 과시하며 내게 물었다.
나도 놈에게 몸을 기울이며 속삭이듯 답했다.
“품위.”
오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나는 몸을 뒤로 빼며 앞섶을 쥐고 옷자락을 한번 털었다.
“네놈들에게는 품위와 품격이 부족해.”
오거뿐이 아니다. 모든 기둥들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이.
“…….”
“…….”
하지만 그 누구도 소리 내어 내게 반박하지 못했다.
기둥들의 눈은 나와 내 뒤에 그림처럼 도열해 있는 헬라를 몇 차례 왕복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 비하면 저들의 옷은 넝마주이에 지나지 않았다.
“아하하하!”
마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테이블의 반대편, 나를 흉내 낸 옷을 입은 사내와 나를 비교하듯 힐끗 봤다.
“확실히 누가 있어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겠네.”
사내의 얼굴이 불이라도 붙은 듯 붉어졌다. 마녀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백작? 인성 교육 교실이라도 열 셈이야?”
“전혀. 품위라는 것은 내면보다는 외면에서 나오는 것이거든.”
“흠?”
“너희들을 위엄과 기품의 산실로 초대하지.”
내가 손짓하자 헬라가 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냈다.
곧 열릴 패션쇼의 초대장이었다.
“이제 어중이떠중이 악당들의 시대는 지나갔어.”
기둥들은 내 초대장을 받아 들고는 놀란 얼굴로,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시대는 품격 있는 빌런을 원한다.”
나는 암흑가의 첫 번째 기둥으로 설 것이다.
이들은 모두 내 적이 되어 스러지거나 내 아래에서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내 적이든 아군이든, 나는 옷 한 벌 제대로 입을 줄 모르는 녀석과 어울려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 *
한 시간 뒤.
터엉-!
헬라는 날아드는 손도끼를 거칠게 쳐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