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34화(34/109)
패션쇼 (1)
리차드 마우솔레움이 귀양당한 이후, 마우솔레움 가문의 패션 사업체는 럭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일각에서는 젊은 가주의 무자비한 독재를 긍정해서는 안 된다며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 주장하기도 했지만, 럭스의 론칭 파티에 참석한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이야……. 이게 다 무슨 사람들이야? 축제라도 열린 줄 알았네.”
3층 건물인 럭스의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초대장을 들고 입장을 기다리는 귀빈들, 초대장은 없지만 인맥과 억지로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는 귀족들, 대기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눈에 띄어 통성명이라도 해 보려는 야심가들.
물론 그냥 구경하러 나온 이들도 많았다. 귀족들은 언제나 관심과 구설수의 대상이니까.
“저기 봐. 마탑주의 마차야!”
“대공방의 엔지니어들도 왔는데?”
“위대한 네 가문도 다 모였네. 마우솔레움 가문, 이슈타르 가문, 샤클라카 가문, 쿠르셰 가문…….”
“저기, 원탁의 기사들이다!”
“황제 폐하가 타신 마차다! 엎드려!”
구경꾼들에게는 속속들이 모여드는 이들의 면면만으로도 별세계였다.
하지만 파티에 참석해 실내에 들어선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야말로 진정한 별세계였다.
“저게 대체……?”
방문객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런웨이를 바라봤다.
길쭉하니 드높은 단상 위를 선남선녀들이 체형에 딱 맞게 재단된 옷을 입고 당당히 거닌다.
단상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옷의 매력을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시그니처 포즈를 취한 뒤 다시 단상을 걸어 사라진다.
“저게 대체 뭡니까? 연극도 아닌 것이 무도회장도 아닌 것이……?”
“패션쇼라고 하더군요.”
“패션…… 쇼?”
방문객들은 입을 벌리고 화려한 쇼를 바라봤다.
거대한 샹들리에 아티팩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조명이 모델들을 감싼다.
기나긴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은 매번 조금씩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니 지루할 새도 없었다.
다음엔 무슨 옷일까 반쯤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칵테일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방문객들 사이를 붉은 조끼를 입은 웨이터가 돌며 음료를 권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스탠딩 파티의 분위기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거기서 눈치 빠른 이들은 깨달았다.
“마우솔레움 백작이 이곳을 사교계의 중심지로 만들려 하는구나.”
그레니엄에 거주하는 귀족들에게 사교계 참석은 교양이 아닌 필수였다.
그 악명 높은 선대 마우솔레움 백작마저 사냥 대회에는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작 마우솔레움 일가에서 주최하는 파티나 사냥 대회는 참여율이 저조하기로 유명했다.
마우솔레움 가문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이슈타르 가문과 교회에서 그때를 노려 파티나 자선 행사를 겹쳐 잡는 탓이었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달랐다. 눈 가리고 아웅일지라도, 이곳은 기본적으로 옷을 사고파는 곳이었으니까.
“수완이 좋은데?”
짙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마녀가 중얼거렸다.
마녀를 포함한 몇몇 기둥들은 시모어의 초대를 사양 않고 패션쇼에 참석했다.
정체를 숨기고 쇼를 즐기거나 귀족들과의 인맥 다지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녀의 관심은 오직 시모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이라……. 이미 넘어선 것도 같은데.”
마녀는 저 멀리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시모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 잘생긴 얼굴 아래에 어떤 표정과 생각이 있는 걸까, 마녀는 그것이 몹시도 궁금했다.
‘다른 도시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
사실 마녀는 영역을 넓히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레니엄에서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든지 시모어의 편이 되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일 거짓말이라면.
자신들을 속이는 것이라면.
시모어는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마녀는 시모어를 향해 건배하듯 손에 든 칵테일을 들었다.
반투명한 칵테일 잔 안에 시모어가 들어왔다. 마녀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 * *
“축하드립니다, 마우솔레움 백작.”
“역시나 패션은 마우솔레움 가문이군요!”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축하 인사를 가볍게 웃으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도노반 자작. 장례식 이후 처음 뵙는군요.”
“아하하. 그때는 저도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선대 백작이 봐도 안심하겠군요!”
“과찬이십니다. 아, 듣자 하니 곧 사냥 대회를 여신다고요?”
“마우솔레움 가문은 언제나 훌륭한 사냥꾼들이셨죠. 백작님도 초대할 테니 꼭 오십시오!”
“반드시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수많은 귀족들의 축하 인사, 안부 인사, 사교적 인사가 쏟아졌다.
“아기 광휘룡님도 축하드립니다.”
“응.”
“아하하. 오늘도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군요.”
“흥.”
내게 인사를 건넨 이들은 루시스에게도 한마디씩 인사를 건넸다.
루시스는 제가 이곳의 주인이라도 된다는 양 거만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 줬다.
“아, 백작님. 혹시 헤츨링님께 제 아들을 소개시켜 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내 주변으로 어린 도련님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모두의 눈동자는 루시스에게 향해 있었다.
‘루시스 하나 보겠다고 이 지루한 어른들의 행사에 구태여 참여한 건가?’
계승식에서 루시스의 정체를 밝혔던 순간부터 언젠가 권력자들이 루시스와의 인연을 욕심낼 거라 생각은 했다.
한데 의아한 점이 있었다.
‘왜 도련님들뿐이지?’
이 성별 치우침은 뭐란 말인가.
같은 성별의 친구가 인연을 만들기는 더 좋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나는 스스로 해답을 깨달았다.
‘설마, 루시스의 ‘내 거 해라’ 선언 이후에 루시스가 찬양의 대상에서 포섭의 대상이 된 건가?’
나는 잠시 울컥하려는 걸 참았다.
1,003살도 안 된 애를 상대로 혼테크 각을 본다고?
아무리 귀족 사회에서는 아이들의 약혼마저 정치의 도구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루시스는 자신을 둘러싼 귀부인이나 도련님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응?”
그저 갑작스런 시선 집중에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내게 눈을 돌릴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의 무관심. 행동만 보면 백작가 아가씨가 아니라 오만한 황녀에 버금갔다.
바람맞은 도련님들이야 시무룩한 얼굴을 해 보였지만 내 알 바 아니었다.
“백작님.”
“아, 이슈타르 경.”
때마침 구원 투수도 등장했다.
후작가 영애인 이리나 이슈타르가 다가오자 귀족들은 헛기침을 하며 발을 물렸다.
이리나는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 어색한 얼굴로 루시스와 인사를 나눴다.
‘후작은……. 오지 않았군.’
대귀족인 이슈타르 가문에는 진작에 초대장을 보내 뒀지만 솔직히 후작의 참석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서로의 사업체 론칭까지 챙겨 줄 정도로 두 가문의 관계가 살뜰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대신 딸인 이리나를 대표로 참석시킨 건가.’
이리나는 자신의 소속 기사단인 광휘 기사단의 정복을 입고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하얀 제복 위로 그녀의 눈동자 색과 같은 보라색 서코트를 두르고 있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패션쇼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돌아볼 정도였다.
“오……. 예뻐.”
“아하하. 감사합니다.”
루시스의 가감 없는 칭찬에 이리나는 멋쩍게 웃었다.
나는 루시스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선생님께 양복점 내부 안내라도 해 드릴까?”
“응!”
우리의 말에 이리나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리나의 첫 과외는 럭스의 론칭이 일단락된 이후로 잡혀 있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나는 이 성능 좋은 귀족 퇴치제를 조금 더 이용하기로 했다.
* * *
오늘의 패션쇼에는 계급이 높거나 재력, 영향력이 뛰어난 이들만 초청을 했다.
일종의 ‘셀럽’들만 모인 비공개 파티라는 의미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역시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파티의 수준은 무도회장의 위치나 준비된 음식의 질이 아니라 참석자들의 수준으로 정해지니까.’
그렇기에 초대받지 않고 찾아온 어중이떠중이들은 단호하게 쫓아내라고 문지기 역을 맡은 기사단원들에게 이야기를 해 뒀다.
하지만 아무리 대마우솔레움 가문의 기사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는 있기 마련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마우솔레움 백작. 오랜만에 뵙는군요.”
나는 초대장도 없이 회장까지 뚫고 들어온 이를 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성자님.”
열두 교회의 성자.
이슈타르 가문이 마우솔레움 가문의 역사적인 숙적이라면 열두 교회는 종교적인 숙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마우솔레움의 가주인 나와 열두 교회의 대표인 성자가 어떤 관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내가 몰랐던 관계 하나가 추가된 모양이었다.
루시스를 보는 성자의 입꼬리가 뒤틀리는 걸 보면 말이다.
그 호전적이고 도전적인 눈빛을 보며 루시스는…….
“흥.”
코웃음을 쳤다.
별 같잖은 것을 다 보겠다는 듯이.
“……!”
성자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 * *
열두 교회의 성자, 요하네스는 독실한 인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하고 영리한 인간임은 확실했다.
‘사람들에게는 교회가 필요하다.’
대중들에게는 믿고 따를 마음의 법이 필요했다.
마음의 안식처이자 영혼의 쉼터, 도덕적 법전이자 양심의 울타리. 그것이 필요했다.
‘교회는 필요하다. 성자 역시 그렇다.’
그것이 신을 향한 믿음도, 교회를 향한 애정도 없는 요하네스가 오직 사람들을 위한 의무감과 동정심만으로 성자 노릇을 해 온 이유였다.
‘그렇기에 마우솔레움 가문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저 악이었다.
불요악.
사람들의 양심과 도덕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가문.
‘너희들은 부유하고 평안하게 살아서는 안 돼.’
악인들이, 악한 존재의 후손들이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선한 길에 의문을 품게 된다.
‘선한 자는 보답받고 악한 이들은 징벌받는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
교회에서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요하네스가 마우솔레움 가문을 적대하는 것에 한해서는 언제나 앞장서 왔던 이유였다.
하지만 마우솔레움 가문에 드래곤이 내려왔다.
그것도 교회의 교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성스러운 광휘룡의 핏줄에 저주받은 흑룡의 핏줄이 섞인 백발 금안이라는 경악스러운 형태로.
‘저것은 백해무익한 존재다.’
교회는 혼란에 빠졌다. 교인들도 길을 잃었다. 눈앞의 이 자그마한 존재 때문에 말이다.
성자는 루시스를 보며 입꼬리를 뒤틀었다.
“응?”
시모어의 가슴팍에 볼을 짓누르고 있던 루시스는 저를 향해 튀는 불꽃에 눈을 떴다.
잠시 성자와 시선을 나누던 루시스는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별 같잖은 것을 다 보겠다는 듯이.
“……!”
성자는 눈을 부릅떴다. 눈빛으로라도 저것을 태워 죽이고 싶었다.
스윽.
그런 성자의 눈빛을 시모어가 어깨를 돌려 차단했다.
성자의 눈동자가 절로 시모어를 향했다. 무엇 하나 불태울 것 같은 시선은 그대로였다.
“!!!”
하지만 시모어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마주한 성자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반걸음 물러나야 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성자님?”
성자보다 머리가 반 개는 큰 시모어가 샛노란 눈으로 내려다보며 물었다.
제 새끼를 지키려는 짐승의 눈빛 그 자체였다.
나른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라도 돌변해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을지 모르는 그런 짐승.
그 짐승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선전 포고라도 하러 오신 겁니까?”
“……선전 포고요?”
“저희 가문의 차기 가주를 찢어 죽일 듯 보고 계시기에.”
차기 가주? 저 헤츨링이?
그 문장에 당황이나 분노를 토해 내기도 전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그의 몸에 내려앉았다.
그건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었다.
“……!”
성자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바라봤다.
어느새 홀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자신에게 집중된 수십 쌍의 노란 눈동자들에 성자는 등에 소름이 돋았다.
어두운 조명의 실내 패션쇼장, 그중에서도 검은 머리에 검은 슈트를 입은 마우솔레움들이 모두 성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 숨은 표범의, 혹은 뱀의 것과도 같이 샛노란 빛으로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이다.
“…….”
꿀꺽, 성자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시모어는 씨익 웃으며 나른히 말했다.
“전 그래도 상관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