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5)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35화(35/109)
패션쇼 (2)
꿀꺽, 성자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마우솔레움은 씨익 웃으며 나른히 말했다.
“전 그래도 상관없습니다만.”
상관이 없을 리가 없었다.
교회와 마우솔레움 가문이 전면전을 벌이면 단연코 멸망하는 것은 마우솔레움 가문이다.
하지만 교회 역시 큰 피해를 입고 황실의 그늘 아래로 기어 들어가야 하겠지.
저자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저런 여유로움을 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불경한 자가……!”
성자가 나직한 중얼거림으로 분노를 토로한 순간이었다.
저벅.
시모어의 뒤에 있던 헬라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
헬라는 아무 말 없이 성자를 내려다봤다.
말총머리로 묶어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 적에 대한 필살의 의지를 상징하는 눈가의 마력 회로.
심지어 성자보다 위로는 머리 하나가 크고 옆으로는 두 배 가까운 덩치를 자랑하는 거구였다.
“……꿀꺽.”
성자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침묵이야말로 가장 강한 압박이 되는 무기였다.
“……저희가 파티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군요.”
성자는 이를 갈면서도 일단은 물러나기로 했다.
“마우솔레움 가문의 새로운 도약을 축하하고자 왔던 것인데 자리가 마땅치 않았나 봅니다.”
시모어는 아무 말 없이 나른한 미소로 성자를 바라봤다.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백작.”
“살펴 가시길, 성자님.”
성자는 그대로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시모어. 참으로 위험한 자다.’
요하네스가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시모어는 흑룡 기사단의 단장인 헬라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그럼에도 헬라는 누구보다 시모어에게 충성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모어는 마우솔레움 가문 전체를 손에 넣었다. 암흑가의 기둥 중 하나인 데다가 이제는 헤츨링까지 손에 넣었다.’
듣기로는 황자가 그 헤츨링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했다.
‘만일 헤츨링과 황자의 결혼, 아니 약혼이라도 성사된다면 시모어는 이 제도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분립되어 있는 제도의 권력.
교회의 권력, 황제의 권력, 귀족의 권력, 암흑가의 권력.
그중 셋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 도시가, 사람들의 사상이 악인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했다.
“교회에 돌아가는 대로 폐관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성자의 말에 조용히 그를 시중들던 사제들이 하나같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성자님!”
“당장 오늘 오후부터 수많은 일정들이 있습니다!”
“폐관 기도라뇨……!”
하지만 성자는 사제들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성자는 고개를 돌려 조금 전 떠나온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아한 짐승의 후손이라…….’
성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마왕성이라도 보는 것처럼 그 눈에 진득한 혐오가 묻어 나왔다.
* * *
나는 품속의 루시스를 쓰다듬으며 성자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루시스를 향한 적개심이 강해.’
성자는 원작 게임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마우솔레움 가문을 향한 증오심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증오가 루시스에게도 향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성자의 생각과 열두 교회의 생각이 같지야 않겠지만.’
성자는 교회의 부품 같은 존재였다.
성녀가 쓸모없어지자 금세 도려내진 것처럼 성자 역시 교회에게 그 정도 쓸모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지.’
어찌 되었든 상징적인 인물인 만큼 추종자들이 꽤 되었다. 교회 안팎으로 말이다.
저자를 어떻게 요리할까, 루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하던 때였다.
“그레니엄의 태양, 그랜달 둑스 그레니엄 2세 황제 폐하와 그분의 반려 되시는 베네피 둑스 그레니엄 황후 드십니다!”
갑작스레 등장한 궁중백의 외침에 모두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단상 위의 모델들도 모두, 유일한 예외는 내가 품에서 내려 둔 루시스였다.
저벅거리고 사박거리는 발걸음. 그리고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라.”
고개를 든 나는, 잠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초대에 응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폐하.”
“음. 기대가 많소, 마우솔레움 백작.”
“감사합니다. 제가 진상했던 옷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황제는 내가 일전에 진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슈트와 하얀 와이셔츠가 그의 황금색 머리카락과 꽤나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무골을 타고난 황제의 육체가 슈트 아래에서 터질 듯 빵빵한 것이 보기 좋았다.
‘황제도 생각보다 훌륭한 모델인데.’
내가 슈트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바로 ‘절제된 야성미’와 ‘은근한 섹시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초남 그 자체인 황제는 내 디자인에 딱 어울리는 모델이라 할 수 있었다.
“오호…….”
“흐음…….”
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황제에게 쏟아지는 귀족들의 시선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아직 럭스제 슈트를 입을 수 있는 이는 마우솔레움 가문원과 모델이 아니면 황제뿐이었다.
평소라면 자신을 재는 듯 보는 시선에 불쾌함을 드러냈을 황제도 아무 말 없이, 오히려 아닌 척 옷깃을 매만지며 옷매를 더욱 강조했다.
아무래도 내가 진상한 옷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때, 황제의 뒤에서 황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등장은 조금 의외였지만 나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황자 전하.”
“또 뵙는군요, 마우솔레움 백작.”
어린 나이임에도 영특하다는 소리를 듣는 에라드 황자다운 의젓한 인사였다.
한데, 그 얼굴이 조금 이상했다. 내 옆의 루시스를 향해 붉어진 볼로 더듬거리며 묻는 것이 아닌가.
“그……. 루시스 양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
루시스 ‘양’?
나도 모르게 얼굴을 구겼다.
‘이놈 봐라?’
아니꼬운 시선으로 에라드 황자를 빤히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옆얼굴이 따가워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황제가 나를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이놈 봐라?’ 황제의 얼굴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저 근육질 몸으로 슈트를 입고 얼굴을 구기니 황제가 아니라 어느 조직의 보스 같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암흑가에서 기둥들이 헬라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알 수 있었다.
이 남자, 황제인 주제에 헬라와 병풍력이 막상막하다.
내가 황제의 눈총을 긴급 회피하고 있을 무렵, 루시스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응?”
그 몸짓에 에라드의 눈동자에 절망감이 깃들었다.
“혹시……. 기억 못 하시는 겁니까?”
시무룩해지며 땅에 삽질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고개가 땅을 파고든다.
“그, 저번에……. 보석을 닮아 마음에 드신다고…….”
그 애절하다시피 한 목소리에 루시스는 떠오른 게 있는 모양이었다.
“오, 반짝반짝.”
“마, 맞습니다! 저 반짝반짝입니다!”
루시스가 저를 알아보자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기뻐하는 에라드.
사랑 앞에서는 황자로서의 체면도 없는 건지 황자님은커녕 이름도 아닌 별명으로 불렸음에도 세상 모든 것을 가진 표정이었다.
황후가 탄식을 흘리고 황제가 작게 웃는 동안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권력 구도상 교회의 가장 큰 라이벌은 황실이야.’
성자가 증오하지만 황자가 애정한다면.
혹시라도 마우솔레움과 교회 간에 싸움이 터졌을 때 황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최고의 상황이라면, 그 싸움 자체를 황실과 교회의 싸움으로 번지게 할 수도 있었다.
“특등석으로 모시죠, 황자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런웨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 루시스가 저 위에 설 예정이니까요.”
화려한 조명이 루시스가 걸어갈 길을 비추고 있었다.
* * *
대부분의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성체(成體)가 새끼를 아끼고 보호한다.
그것이 종의 보존에 유용하기에 그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성체는 새끼들을 보면 귀여워하도록, 새끼들은 성체에게 귀엽게 보이도록 진화한 거지.’
그렇다면 인간의 입장에서 아이가 가장 귀여워 보이는 순간은 언제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어른 흉내를 낼 때가 순위권에 들지 않을까 싶다.
‘엄마 화장품을 얼굴에 발라 본다든가, 아빠 옷을 입는다든가 하는 상황 말이야.’
어른들에겐 일상인 것이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아이와 만났을 때의 언밸런스한 오묘함.
또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갖는 동경심에서 보이는 동심. 그것이 귀여운 것이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루시스가 베이비 슈트를 입고 런웨이에 선 순간 쇼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흐흥.”
루시스는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왔다는 듯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런웨이를 밟기 시작했다.
때맞춰 악단의 연주도 바뀌었다. 부드러운 발라드풍의 음악에서 위풍당당한 행진가로.
사람들은 하나둘 고개를 돌려 런웨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두 번 다시 눈을 떼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을 위해 정말 공들여서 만들었지.’
루시스는 슈트를 아이용으로 줄인 베이비 슈트를 입고 있었다.
아이 특유의 체형 탓에 통통한 몸통과 짧은 팔다리가 부각되어 보였지만, 그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짧뚱함이 귀여웠다.
심지어 루시스의 슈트는 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흑백 반전 슈트였다.
와이셔츠만 검은색이고 그 외의 모든 부위들, 재킷이며 바지, 베스트, 넥타이, 구두까지 전부 흰색이었다.
‘어른들은 쉽게 소화 못 하는 색 조합이지만 아이들이라면 다르지.’
찰랑이는 루시스의 하얀 머리카락과 무척 잘 어울리는 색 조합이기도 했다.
“유아용 슈트라니……. 백작이 정말로 장사할 줄 아는군요.”
“아이들 패션에도 한바탕 소란이 일겠어요.”
“그나저나 아기 광휘룡님은 오늘도 천사처럼 귀여우십니다.”
귀족들은 루시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조용히 말을 주고받았다.
입조차 떼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에라드 황자가 그랬다.
런웨이를 아장아장 걷는 루시스의 좌우 뒤편으로는 마르코의 동생, 마렉과 마리도 서 있었다.
둘은 루시스와 정반대로 평범한 색상의 베이비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리 좋은 옷을 입어 본 것도, 이리 많은 귀족들의 앞에 나선 것도 처음인 남매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흐흥.”
런웨이의 끝에 도달한 루시스는 걸음을 멈췄다.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이들을 훑는 눈빛에서 단단한 자기애와 프라이드가 느껴졌다.
루시스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콧대를 세웠다.
그 환상적인 포징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루시스는 아예 콘서트의 가수처럼 양팔을 벌리고 그 갈채를 즐겼다.
– 날 찬양해라!
루시스는 온몸으로 그리 외치고 있었다.
– 이리 위대한 내가 이쁜 꼬까옷까지 입었다! 시급히 찬양하고 찬미해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베이비 슈트는 일반 슈트의 3배 가격에 팔아도 되겠어.’
자기 자식에게 입히고 먹이는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건 지구나 여기나 똑같았다.
거기에 돈 많은 귀족들은 자식에게 얼마나 비싼 것을 사 줬느냐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려는 경향이 컸다.
‘황족 일가에게는 자수 몇 개 추가하고 10배로 팔아야지.’
아마 20배를 부른대도 선뜻 지불할 게 분명했다.
저 호구……. 아니, 황자는 루시스와 같은 옷을 입을 수만 있다면 부모님의 다리라도 붙잡고 늘어질 테니까.
“후후후…….”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금화가 짤그랑거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내 착각이 아닐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