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7)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37화(37/109)
과외 (1)
그 후 몇 주간 그레니엄은 열병을 앓았다.
럭스 신드롬이었다.
“자네, 그 옷은 럭스의 옷이 아닌가!”
“간신히 구했지 뭔가. 어때, 폼이 좀 나는가?”
“음……! 과연 훌륭한 퀄리티로군……! 허 참, 내 차례는 언제쯤 되려는지.”
“그 이야기 못 들었나? 마우솔레움 가문과 계약을 체결하면 순서를 앞당겨 준다던데?”
“그래? 당장 알아봐야겠구만!”
어디를 가던 사람들의 주된 대화 주제는 옷, 그것도 럭스의 슈트였다.
“이야, 마침내 자네도 럭스의 슈트를 구했군!”
“하하하. 구했다 뿐이겠는가? 이걸 보게!”
“넥타이 색이……. 파란색?”
“오늘부터 새로 판매한다는 컬러 넥타이라네! 단순히 까맣기만 한 기존의 슈트들과는 어마어마한 차별점을 줄 수 있지!”
“이런……! 당장 럭스의 예약 줄에 다시 이름을 올려야겠군! 집사! 우리 가문의 사업체 중에 마우솔레움 쪽과 연결될 만한 것이 뭐가 있지?”
귀족들은 럭스의 새로운 패션을 따라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이제 럭스의 새로운 패션을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가 재력과 교양의 수준을 논하는 하나의 척도가 된 지 오래였다.
“아버지! 이번에 새로 나왔다는 럭스 슈트는 언제 사 주시는 겁니까!”
“좀 기다려라, 이 철없는 것아! 그깟 옷 몇 벌에 가문이 사업에서 손해를 봐야겠느냐!”
“그게 없으면 요새는 사교계에 발도 못 들인다니까요! 그깟 사업 손해가 제 결혼 사업보다 중요해요?!”
그레니엄의 귀족들 중에서 기존의 패션을 고수하는 이들은 소수밖에 남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은 럭스의 슈트가 없으면 부끄러움에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거대한 신드롬의 결과, 당연하게도 수많은 양복점들이 럭스의 슈트를 따라 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비슷한 퀄리티의 작품이 나오지 못했다. 정확히는, 원단조차 따라 하지 못했다.
“아니, 연구하라고 기껏 비싼 슈트까지 사다 줬는데 왜 흉내도 못 내는 것이냐!”
“애초에 저놈들이 양모를 모조리 쓸어 갔습니다. 모직 원단이 씨가 말랐다구요!”
다른 원단을 쓰거나 어찌어찌 모직을 구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그레니엄에서 손꼽히는 재단사들은 전부 마우솔레움 가문에서 업계 최고 대우로 스카우트해 간 탓이었다.
“제 실력으로는 이런 박음질을 따라 하는 건 무리입니다……! 따라 한다 해도 도저히 작업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물론 제도는 넓었고 마우솔레움의 마수를 피해 간 장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 끊임없이 쏟아지는 럭스의 패션 아이템을 전부 따라가기란 불가능했다.
그들에게는 시모어가 없었으니까.
“이번에 럭스에서 넥타이에 가문의 이름을 박아 준다더군!”
“단추에는 가문의 문양도 박아 준다던데!”
“이것 보게! 재킷에 뒤트임이 들어갔네!”
“넥타이를 매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 준다던데, 들었는가?”
말 그대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떡밥.
럭스의 패션 떡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재력과 권력이 되는 이들은 아예 럭스 근처에 전속 시종을 배치해 두고 패션계에 두고두고 회자될 역사의 몇 주를 즐겼다.
* * *
이리나가 과외를 위해 저택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마우솔레움 백작.”
“어서 와, 이슈타르 경. 케인 단장도 오랜만이군.”
이리나의 곁에는 이슈타르 가문의 기사단인 광휘 기사단의 단장, 케인도 함께 있었다.
‘케인 이슈타르. 평민 출신의 실력자라는 설정이었지.’
어릴 적부터 떡잎이 심상치 않았던 케인을 이슈타르 후작이 양자로 들이며 단장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단장과 부단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런 식으로 이리나의 호위 아닌 호위 역할을 하기도 하는 무뚝뚝한 남자였다.
케인은 내게 말없이 고개만 숙여 보였다.
말이 별로 없는 묵직한 미남자라는 설정은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슈타르 경. 루시스의 선생을 해 달라는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어린아이를 위하는 것 역시 기사도니까요.”
나는 곧바로 시녀들에게 루시스를 데리고 오라 말했다. 이리나와 루시스의 수업을 곧바로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터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아기님이 사라지셨어요!”
“아기님! 루시스 님!”
루시스가 행방을 감춘 것이다.
기시감에 나와 이리나는 말없이 시선을 나눴다.
루시스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발견되었다.
타운하우스 구석의 창고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모양이었다.
“아기님!”
“아이고, 드레스 다 버렸네!”
하지만 시녀들은 뒷목을 잡았다.
창고 바닥을 아예 쓸고 다녔는지 온몸이 때와 먼지로 꼬질꼬질했던 것이다.
“이슈타르 경이 오신다고 저희가 말씀드렸었잖아요!”
“못 살아, 평소보다 훨씬 공들여서 꾸며 드렸었는데!”
나는 시녀들의 한탄 섞인 대사를 들으며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시녀들이 생각보다 루시스와 친해졌다는 것이다.
‘처음에만 해도 드래곤이라고 두려워했었는데 이제는 유모처럼 잔소리까지 하는구나.’
둘째. 루시스는 일부러 저렇게 꼬질꼬질해졌다는 것이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느냐마는 루시스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장례식 때도 계승식 때도 그랬다.
‘이리나가 올 때마다 자신을 공들여 치장시킬까 봐 아예 마음먹고 굴러 버린 거구나.’
내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루시스는 잔뜩 우쭐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표정에 담긴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일부러 나를 더럽혔다! 하지만 너흰 날 어찌할 수 없어! 그게 이 나라 계급제의 한계다!’라고 온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으으으……!”
시녀들은 그 얄미운 얼굴에 손톱을 뜯으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아하하하!”
반면 나는 유쾌하게 웃었다.
루시스의 우쭐한 얼굴이 너무나도 귀여웠던 탓이다.
* * *
결국 루시스는 시아와 함께 다시 한 번 목욕을 해야 했다.
그동안 이리나를 혼자 놀려 둘 수도 없었기에 손님의 응접은 내 몫이었다.
응접실에 이리나와 케인을 앉히고 잠시 차를 홀짝이고 있자니 이리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계승식에서도 패션쇼에서도 루시스 님의 존재를 문제 삼는 귀족들은 없더군요.”
“말했잖아. 굳이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마우솔레움 조약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일하게 문제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긴 교회 측에서도 광휘룡의 이름이 드높아지니 환영하고 있지.”
물론 성자는 예외지만, 생각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이제 정말로 루시스가 커다란 사고라도 치지 않는 한 조약이 발동될 일은 없어.”
“다행입니다. 기껏 얻은 선생 자리를 잃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이리나는 후후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암흑가의 일원에게 습격을 당하셨다고요.”
벌써 계승식 이전의 일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 이후로 이리나와 독대 아닌 독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랬지.”
“그런 것치고는 타운하우스에 호위 인원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군요.”
내가 타운하우스를 소개하는 잠깐 사이에 방어 및 호위 병력 편제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 역시 자신의 가문을 수호하는 기사단의 일원인 탓이었다.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으니까.”
그 싸움은 내가 일부러 유도한 싸움이기도 했으니 구태여 그것을 핑계로 호위 인원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암흑가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 가실 생각입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야?”
“물론입니다. 귀족들이 암흑가와 손을 잡는다면 평민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자라겠습니까.”
이리나다운 올바른 대답이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이슈타르 경. 암흑가가 아니어도 귀족들은 이미 충분히 자기 손을 더럽히고 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가문에는 가문마다 서로 다른 생존법이 있다는 이야기지.”
“음…….”
이리나는 반박하고 싶다는 듯 침음성을 흘렸지만, 토론을 벌이기에 마땅한 자리가 아님은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화제를 돌렸다.
“선생과 부모답게 과외 계획에 대해서나 이야기하지. 루시스에게는 뭘 가르칠 생각이야?”
“우선은 인간과 잘 지내는 법, 그리고 위대한 존재의 고귀함에 맞는 품위를 지키는 법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나가 제시한 방향은 봉인이 풀린 첫날, 방계들에게 드래곤 피어를 뿜어낸 이후 나 역시 늘 생각하고 있던 바였으니까.
“알겠지만 루시스는 평범한 아이들과는 달라. 무척이나 영특하고 영민하지만 동시에 놀랍도록 순수한 아이야.”
이리나는 대답 없이 내 말을 경청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놀라지 말고 가능하면 많이 이뻐하고 귀여워해 줘. 칭찬도 빼먹지 말고. 그걸 즐기는 아이니까.”
“후훗.”
“왜 웃지?”
이리나는 찻잔을 들어 입가의 미소를 가리며 답했다.
“평범한 아버지처럼 보여서요.”
평범한 아버지.
그 단어만큼 시모어와 안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사실 이 자리부터가 시모어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리나와 한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시모어라니.
‘원작이었으면 벌써부터 시모어는 이슈타르 가문을 엿 먹일 계획들을 짜고 있었겠지.’
마땅히 대답할 거리가 없던 나는 말을 돌렸다.
“후작께서는 이 과외 활동에 대해 별말씀 않으시던가?”
“예. 가문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제대로 가르치고 오라더군요.”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분명 무언가 꿍꿍이를 부리고 있을 텐데.’
이슈타르 후작은 전형적인 대귀족이었다.
적당히 훌륭하고 적당히 음흉하고 적당히 잔혹한 자.
거기에 마우솔레움 가문에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결코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됐다.
만일 이리나를 핑계로 후작이 직접 마우솔레움 가문에 방문하려 했다면 거절했을 터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후작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리라.
똑똑.
“아기님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시녀의 말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관하시겠어요?”
“아니, 굳이.”
이리나는 허튼짓을 할 인물이 아니었다. 이상한 걸 가르칠 인물은 더더욱 아니었고.
무엇보다, 고용주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잘할 일도 못하는 법이었다.
* * *
이리나가 손님용 별관에서 잠시 기다리자 시아가 루시스를 품에 안고 나타났다.
“안녕.”
시아에게 안겨 있던 루시스는 이리나를 보자 반갑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반해 시아는 한껏 경계하는 눈으로 이리나를 바라봤다.
이리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문 간의 역사와 관계를 생각하면 저게 정상이었다. 자신만 해도 장례식 때와 레티샤에서 시모어에게 날 선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나도 아직은 백작을 완벽하게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어머니의 ‘케인 단장도 함께 가라’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루시스의 존재만 아니었다면 시모어의 변화 자체에 큰 의의를 두지도 이렇게 직접 타운하우스를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아는 이리나의 맞은편, 방석을 높게 쌓은 의자 위에 루시스를 앉혔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부루퉁한 얼굴로 이리나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 시간 뒤에 오겠습니다. 문밖에 시녀들이 서 있을 테니 필요하면 부르시고요.”
시아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시모어와 루시스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침묵이었다.
“…….”
케인은 잠시 루시스를 빤히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문 앞에 나가 있도록 하지.”
편안한 과외가 될 수 있도록 둘뿐인 자리를 만들어 주려는 모양이었다.
문이 닫히고, 실내에는 이리나와 루시스 둘만이 남았다.
“흥흥~.”
루시스는 테이블 위의 다과를 향해 손을 뻗어 그것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뽀송뽀송해진 루시스는 아무런 치장도 안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게 몹시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루시스가 옴뇸뇸 입을 놀리는 것을 지켜보며 이리나는 생각했다.
‘마우솔레움 백작은 왜 갑자기 변한 걸까?’
아니, 그보다는.
‘왜 갑자기 나를 가까이하는 거지?’
심지어 가까이하는 것을 넘어 신뢰하는 친우처럼 대하는 것일까?
레티샤에서 돌아온 이후 며칠, 몇 주를 고민한 일이지만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리나는 자신이 신뢰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만한 짓은 한 번도 하지 않으며 살아왔으니까.
‘그럼에도 마우솔레움 일가는 나를 싫어했었는데.’
두 가문의 악연이 너무나 길었던 탓이다.
마우솔레움 가문과 이슈타르 가문은 언제나 서로를 증오해 왔고, 특히나 시모어는 자신을 경멸하기까지 했었다.
이리나는 아직도 올해 초, 황실 주최의 파티에서 시모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 위선의 백룡궁에 사는 눈먼 공주님 아니신가.
그 이후로 이리나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벌레에서 위선으로 바뀌었을 정도였다.
한데 왜 갑자기 변한 것일까.
“……백작이 나를 좋아하나?”
“?!”
홱, 하고 쿠키를 양껏 입에 넣던 루시스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리나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