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9)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39화(39/109)
대공방 (1)
그날 오후.
나는 루시스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바깥으로 나가는 게 즐거운지 루시스는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제 가슴팍의 브로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루시스의 솜사탕 같은 볼을 간지럽히며 물었다.
“과외 중에 이리나한테 혹시 이상한 말 했어?”
“응?”
“나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던데.”
과외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리나는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힐난하는 것 같은 눈빛.
마치 배신자를 찾아낸 것 같은 눈이었달까. ‘네놈이 원흉이었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눈이었다.
루시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절레절레 저었다.
“몰라.”
“그래?”
잠시 생각해 본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당장 이리나한테 칼 맞을 정도로 큰일도 아닌 것 같고, 뭔가 불만이 있다면 직접 말하겠지 싶어서였다.
“과외는 재밌어?”
“응.”
“이리나는 잘 가르치고?”
“응.”
“혹시 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응?”
“음악이나 미술이나……. 승마나 사냥도 좋고.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 줄 테니까.”
“응. 알게써.”
루시스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한참을 마차를 타고 달리자 목적지가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오…….”
루시스는 창밖으로 하늘을 보며 입을 동그랗게 말았다.
우리의 목적지, 대공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매연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대공방. 아티팩트를 만드는 공방이 몰려 있는 곳.’
현대 지구식으로 표현하자면 산업 지구 혹은 공장 지대와 같은 곳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수많은 귀족들이 사업체와 공장을 가지고 있는 곳.
실드 아티팩트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걷는 마우솔레움 공방도 이곳에 속해 있었다.
“오오오.”
대공방에 처음 오는 루시스는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많은 공방들의 집합체답게 대공방은 도로가 난잡하게 나 있는 데다가 폭도 들쭉날쭉했다.
거기에 공방에 쓰일 마석이며 금속재들을 실은 마차들도 가득해서 길이 중간중간 막히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도착한 곳은 드워프들의 공방이 모여 있는 드워프 지구였다.
“백작님! 오셨군요!”
내가 내리자 드워프 하나가 나를 반겼다.
럭스 건물의 공사부터 해서 그 이후 가문 내의 모든 공사를 맡기고 있는 드워프 장인 길드의 간부, ‘그라스’였다.
“내가 온다는 말은 전했고?”
“예. 말은 전했습니다. 한데 그…….”
“걱정 마. 드워프들의 배타성은 익히 알고 있으니까.”
그 배타성을 조금이라도 뛰어넘어 보기 위해 가문의 공사는 모두 그라스를 통해 드워프에게 맡겼던 것이다.
물론 손재주가 좋고 장인 정신이 투철한 드워프들의 작업이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는 루시스를 안고서 그라스의 안내를 따라 가장 큰 드워프 공방의 문을 열었다.
까앙-! 까앙-!
공방 안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열기와 마력이 훅 끼쳐 왔다.
제조공장과도 같은 느낌의 마우솔레움 공방과 달리 거대한 대장간 같은 공방을 보니 내가 드워프 공방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랄프!”
그라스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누구를 찾았다.
“랄프! 어디 있나! 이리 오게!”
그러자 저 안쪽에서 한 드워프가 두꺼운 솜 장갑을 벗으며 휘적휘적 걸어왔다.
안 그래도 짧은 다리로 저렇게 걸으니 내 앞에 도달하기까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라스는 내 눈치를 보더니 랄프가 가까이 오자 목청을 높였다.
“랄프! 이게 무슨 불손한 태도인가! 내가 귀한 손님이 온다 말하지 않았는가!”
“귀한 손님은 얼어 죽을, 귀찮은 손놈이겠지.”
“랄프!”
“그래서 댁은 뉘쇼?”
그라스의 말대로 불손한 태도였지만 나는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다.
이종족에게 있어 인간들의 계급은 배려 차원에서 예우해 줘야 할 귀찮은 허례허식일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실력만 좋다면 어느 정도의 불손함은 장인 정신으로 포장되는 곳이 이 대공방이었다.
“시모어 마우솔레움. 마우솔레움 가문의 가주를 맡고 있지.”
“마우솔레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뭐. 반갑소.”
속세의 소문이나 뉴스에 관심 없는 모습 또한 충분히 장인 정신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랑 같이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귀를 후비는 랄프. 어찌나 열심히 일하는 건지 귀지마저 새카맣다.
‘드워프들하고 일하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야 넘쳐났겠지.’
좀 틱틱대고 불손하다 해도 드워프들의 손재주는 다른 종족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공방이 드워프의 공방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거대 공방이 드워프들의 소유라는 점에서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드워프들은 돈에 큰 관심이 있지도 않아.’
그런 내가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까.
“선물의 표시로 아티팩트 설계도를 하나 가져왔는데.”
“음?”
랄프는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내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 펼쳤다. 그러고는 대번에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이 허섭스레기는?”
내가 보여 준 설계도는 바닥과 벽면에 발열 아티팩트를 달고 있는 거대한 냄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석의 출력에 따른 성능 효율을 전혀 계산 안 했잖아. 이 정도의 고성능 발열 아티팩트에 이만한 출력의 마석을 집어넣으면 물이 끓다 못해 순식간에 증기가 되어 날아가 버릴 거다.”
“흐음.”
“이딴 걸 선물이라고 들고 와? 어이가 없군.”
랄프는 내 설계도를 곁의 그라스에게 던지듯이 건네고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 발을 돌렸다.
“이보게, 랄프!”
그라스가 화들짝 놀라 랄프를 붙잡았다. 랄프는 그 손을 탁 쳐 냈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드워프의 자존심은 지키라고 했지, 내가!”
“아니, 이 양반아! 저분이 어떤 분인 줄 알고!”
“어떤 분이든 말든 아티팩트에 대한 이해도 존중도 없는 인간은 사양이야! 차라리 광산으로 돌아가면 돌아……!”
“이건 의도된 출력이다.”
내 말에 랄프가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뭐야?”
“이건 애초에 물을 끓이기 위한 아티팩트가 아니니까.”
“……뭐?”
“이 안에는 물 대신 기름이 들어갈 거다.”
나는 그라스의 손에서 설계도를 받아 마력을 이용해 구겨진 부분을 깔끔하게 펼쳤다.
랄프는 내가 건네는 설계도를 다시 받아 들고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설계도로 눈을 돌렸다.
“기름을 넣는다고? 수성용 기구라도 만들려는 건가?”
“아니. 요리기구다.”
“요리?”
“튀김기라고 부르지.”
“……튀김기?”
이 세계에는 튀김 요리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요리에 쓸 만한 양질의 기름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탓이다. 비누나 양초와 같은 생활필수품들에 기름이 들어가기에 더욱 그랬다.
부유한 귀족들 중에는 가끔씩 별식 삼아 튀김 요리를 해 먹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 반죽을 묻혀서 튀기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통째로 튀기는 것이 전부였다.
“대체 무슨 요리를 하길래 이렇게 많은 기름이 필요한 거야?”
“먼 동방에서 유행한다는 안주를 요리하기 위한 도구지.”
이 세계의 드워프들은 지구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드워프들과 특징이 일치한다.
미적 감각과 손재주가 뛰어나고 보석을 좋아하며……. 맥주에 환장한다.
술꾼에게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맥주랑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안주지.”
나는 드워프들을 치킨으로 회유할 생각이었다.
꿀꺽. 랄프는 침을 삼켰다.
드워프는 손재주로 정평이 나 있고 엘프들은 지식과 지혜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인간들은 문화적인 면으로 정평이 나 있다.
드워프는 인간들은 무시해도 인간들의 식문화는 무시하지 않는다.
“동방의 안주인가…….”
랄프는 조금 전과 달리 내 설계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티팩트의 완성된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거기서 탄생할 요리가 무엇일지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탓이리라.
호기심과 욕망에 반짝이는 랄프의 눈을 보며 나는 ‘드워프 회유 작전’의 2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당근을 줬으니 이제 채찍을 휘두를 차례였다.
“루시스.”
“우웅……?”
내 부름에 길 막힘의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내 품에서 잠들었던 루시스가 꿈지럭거리며 눈을 떴다.
“저기 봐. 드워프야.”
“드워프?”
우리의 대화에 랄프가 불쾌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동물원의 동물 취급하는 이종족의 귀족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루시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랄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천천히, 눈과 입이 커다래졌다.
이 세계의 드워프들은 지구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드워프들과 특징이 일치한다.
손재주와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보석을 좋아하며 맥주에 환장한다. 그리고…….
세상 무엇보다 드래곤을 두려워한다.
“드, 드래곤……!”
랄프의 비명에 대공방의 모든 드워프들이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히이이이익!”
“꺄아아아악!”
“금은보화와 아이들을 숨겨!”
“그라스가 우리를 드래곤에게 팔아넘겼다!”
“모두 도망쳐!”
헤츨링이 아니라 마왕이 강림한 것처럼 드워프들이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 * *
랄프.
드워프 공방의 2인자이자 치프 엔지니어.
마탑 공방에서 만든 영상석이 그의 조언으로 완성되었다 일컬어지는 실력자.
그런 만큼 깐깐하고 신경질적이며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괴팍한 드워프였다. 좋게 말하자면 장인 정신이 뛰어난 드워프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드래곤 앞에선 피식자일 뿐이었다.
“으, 으으으…….”
나와 함께 엔지니어 룸에 마주 보고 앉은 랄프는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둘 사이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루시스 때문이었다.
“흥…….”
루시스는 덜덜 떠는 랄프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쭉 뻗어 랄프의 수염을 움켜쥐었다.
주욱-.
드워프들의 자랑거리이자 자존심 그 자체인 수염이 당겨지는데도 랄프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덜덜 떨었다.
“킥킥킥.”
그 반응이 재밌다는 듯 랄프의 수염을 가지고 노는 루시스.
나는 리본 모양으로 묶여 가는 랄프의 수염을 보며 생각했다.
드워프가 본능적으로 드래곤을 두려워하듯이, 어쩌면 드래곤도 본능적으로 드워프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루시스를 말릴까 싶었지만 드워프를 괴롭히는 루시스의 소악마 같은 모습도 귀여워서 그냥 놔뒀다.
“저, 시모어 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그라스가 나를 불렀다.
그라스는 드워프 장인 길드의 간부로 루시스를 몇 번 본 적 있기에 랄프만큼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희번덕, 그라스의 목소리가 들리자 랄프가 눈을 살벌하게 치뜨고 그를 노려봤다.
저 배신자를 반드시 쳐 죽이리라, 그런 장대한 뜻을 품고 이글거리던 눈빛은.
“응?”
루시스의 한 음절에 바로 정리되었다.
그라스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
“그……. 시모어 님. 랄프를 그만 괴롭히시는 게 어떨지요.”
루시스에게 직접 말하기는 무서우니 나를 거쳐서 말하는 그라스였다.
잠시 나도 이 드워프를 괴롭혀 볼까 싶었지만 착한 마음을 먹기로 했다.
“자, 루시스. 이제 그만.”
나는 루시스를 부드럽게 안아 들어 내 품에 앉혔다.
루시스는 랄프에게 또 금방 놀자는 듯 손을 작게 흔들었고 랄프는 눈을 꾹 감으며 그것을 못 본 척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인사하지. 나는 시모어 마우솔레움. 마우솔레움 백작가의 가주이자 마우솔레움 공방의 주인이다. 내가 이곳에 직접 찾아온 이유는 앞으로의 협업을 제의하기 전에 첫인사나 제대로 나눠 보고 싶어서고.”
“첫인사……?”
내 말에 랄프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미안하지만 리본 모양 수염으로 그래 봐야 깜찍할 뿐이다.
“아까 선물도 줬잖아. 앞으로 잘 나아가 보자는 뇌물 같은 거지.”
“선물? 뇌물이라고?! 그게 어딜 봐서! 오히려 드래곤으로 나를 협박……!”
“응?”
분노가 폭발한 듯 미쳐 날뛰려는 랄프였으나, 루시스의 ‘응?’ 한 음절에 바로 눈을 내리깔고 침묵한다.
뭐랄까, 내게는 지X견인 치와와가 제 임자 앞에서는 한낱 부들견에 지나지 않음을 실시간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게임에서는 어마어마한 지위를 자랑하는 NPC인데…….’
그래 봐야 본능 앞에서는 한낱 드워프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