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화(4/109)
시모어 마우솔레움 (3)
나는 말없이 시아를 바라봤다.
“…….”
“…….”
잠시의 침묵.
“……앗.”
시아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눈동자부터 흔들리더니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아하하.”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 그게…….”
“너 말이야.”
내가 손을 뻗자 시아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내 손은 곁에 앉은 루시스를 번쩍 들어 품에 안았을 뿐이었다.
“애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네.”
“……어?”
시아는 놀란 목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나는 루시스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들어 시아와 시몬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인사해. 너희 조카님이자 대고모님 되시는 분이야.”
나는 고개를 내려 루시스와도 눈을 마주치고서 말했다.
“인사하렴. 네 삼촌, 고모이자 먼 조카뻘 되는 사람들이란다.”
“오…….”
내 말에 루시스는 둘을 살피듯 구석구석 훑어봤다. 자신의 혈족이라는 말에 반가운 모양이었다.
루시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짧게 말했다.
“안녕.”
시몬과 시아는 당황한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더니 헛기침과 함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
동시에 루시스에게 인사를 한 두 사람은 홱 고개를 돌려 서로를 미친 사람 보듯 바라봤다.
나는 그 눈빛에 깃든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 고모님에게 반말?
– 조카에게 존댓말?
서로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둘은 다시 루시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서로가 바뀌었다.
다시 한번 서로를 홱 돌아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루시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킥킥킥.”
정말로 즐겁다는 듯 목을 움츠리고 해맑게 웃는 루시스.
감정 표현이 적은 아이였기에 그 웃음은 더욱 눈부셨다.
“아…….”
서로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두 동생도 어느새 루시스의 미소에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에 루시스는 또 한 번의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는 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콧대에 깃든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나를 좀 더 귀여워해도 좋다. 나는 응당 찬탄받아 마땅한 위대한 존재이니.
어린 드래곤일수록 프라이드가 강하다더니 정말 말 그대로였다.
물론 루시스에게는 그런 모습이 잘 어울렸다.
자그마치 드래곤님이시고, 무엇보다 정말 귀여웠으니까.
“…….”
하지만 나는 그 귀여움을 즐기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는 까닭이었다.
– 숙부님도 죽일 셈이야?
숙부님‘도’.
그건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 * *
마우솔레움 가문의 둘째, 시몬은 살면서 가족의 사랑을 받아 본 기억이 없었다.
어머니는 셋째인 시아를 낳고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가족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형님인 시모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었다.
그렇기에 시몬은 셋째인 시아에게 사랑을 쏟았다.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아버지. 그 둘의 자리를 대신 채워 주고 싶었다.
마우솔레움 가문답지 않은 유약함을 타고났다고 질타도 많이 받았지만 그 덕에 시아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면 기쁠 뿐이었다.
– 많은 걸 바라지 말자.
이 가족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아버지에게, 형님에게서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사랑받기를 바라지 말자.
가족이 되어 주길 바라지 말자.
그저 살아남는 것만을 바라자.
하지만.
– 인사해. 너희 조카님이자 대고모 되시는 분이다.
– 안녕.
그런 모습을 보면 기대할 수밖에 없어진다.
형님의 평범한, 따뜻한 일면을 보면 혹시나 싶어질 수밖에 없다.
기껏 쌓아 둔 마음의 벽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운 장벽이 흔들린다.
“……오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시몬은 고개를 들었다.
남매의 비밀 장소인 지붕 아래 다락방. 시아는 한쪽의 낡은 소파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 눈빛은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는 것도 같았고 계산이 아무런 의미 없어지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도 같았다.
“시모어 오빠를 믿어?”
그렇게 묻는 질문 자체가 시아 자신은 믿고 싶다는 말임을 시몬은 모르지 않았다.
평소라면 빈말로라도 자신도 그러하다고, 너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을 시몬이었다.
시모어의 앞에서만 아니라면 언제나 시아의 편을 들어주는 시몬이었으니까.
“…….”
하지만 시몬은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하기에는, 그는 시모어가 너무나 두려웠다.
시아는 양손에 얼굴을 묻는 제 오빠를 본다. 그 손끝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본다.
시아에게는 부모님이나 다름없는 시몬이다.
다른 귀족들의 앞에서나 사용인들의 앞에서나 언제나 멋지고 당당한 오빠였다.
하지만 큰오빠 앞에서만은 한없이 작아진다. 거인을 목도한 일곱 살 소년처럼 자그마해진다.
작은오빠와 큰오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두려워하는지는 모른다.
그게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할 만한 문제가 아님도 안다.
하지만 시아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었다.
큰오빠가 변했다.
귀여운 조카도 생겼다.
어쩌면 지금 이것이 이 가족이 변화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조금이나마 정상적인 가족이 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시몬 오빠.”
시아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시모어 오빠가 웃어 줬잖아.”
“…….”
“시모어 오빠가 한 번이라도 우리에게 비웃음 이외에 웃음을 보여 준 적이 있었어?”
없었다.
“조카니 대고모니……. 농담을 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시모어 오빠도 변하는 게 아닐까? 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시몬도 알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시아의 말이 맞는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모르겠어.”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변하는 건 상상이 가지 않아.”
지금도 시모어를 떠올리면 귓가에 소리가 들려온다.
차가운 호수 표면을 스치던 바람 소리가.
발아래에서 삐걱거리던 조각배 소리가.
– …….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의 삶과 죽음을 저울질하던 시모어의 감정 없는 눈빛이.
* * *
“……응?”
서재에서 책을 읽던 나는 문득 손을 들어 배에 올려놨다.
“그새 소화가 다 됐네?”
나는 점심 식사로 나왔던 스테이크들을 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전부 해치웠다.
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숨 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깔끔히 소화되었다.
‘역시 젊음은 아름다워……!’
나이도 나이지만 시모어의 육체가 튼튼한 덕도 있을 것이다. 혈통이 혈통이니 말이다.
점심에 고기를 먹으면 퇴근할 때까지 속이 더부룩하던 지구에서의 낡은 몸을 떠올린 나는 다시 한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책 페이지를 넘겼다.
점심을 먹은 후 나는 서재에 틀어박혀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알아보고 싶은 게 있던 까닭이다.
‘기왕 게임 속 세계에 떨어진 거 마법도 써 봐야지.’
내 개인적인 흥미도 있었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데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은 필수였다.
‘마법 사용 여부, 좀 더 정확히는 마력 감응 여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니까.’
이 세계에서는 계급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자본과 마력이었다.
마력 빼고 모든 것을 가진 시모어가 목숨을 걸고 마우솔레움의 영묘에 들어갔던 이유다.
나는 책을 한 페이지 더 넘겼다. 다행히 처음 보는 언어임에도 술술 읽혔기에 언어부터 다시 배워야 할 필요는 없었다.
‘음……. 과연. 게임과 달리 마법명을 외치는 것만으로 마법이 발동되지는 않는군.’
이 세계에서 마법을 쓰는 것에는 또렷한 발성보다는 마력에 대한 감응력과 정신력, 의지가 중요했다.
게임으로 비교하자면 액티브 스킬은 없고 스텟과 패시브 스킬만 있는 셈이었다.
‘패시브 스킬이라.’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내가 마법에 대한 생각을 하자마자 떠오른 ‘창’이 하나 있었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기초 중력 마법 (0%)
┃ 기초 마력 친화 (0%)
┃ 고학력자 (17%)
┃ 단단한 육체 (67%)
┃ 우월한 정신력 (32%)
┗━━━━━━
처음엔 뭔지 몰라 당황했지만 자세히 보니 설정 단계에서부터 시모어에게 적용되어 있던 스킬들의 목록이었다.
‘스킬창인가. 하지만 정작 게임 인터페이스와는 다르게 생겼는데.’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생긴 창이 아니라 검은 불길이 이글거리며 글씨를 만들어 내고 있는 느낌의 창이었다.
‘원작에서 시모어의 마력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었지.’
시모어의 마력이 마우솔레움과의 계약으로 얻어 낸 마력임을 떠올려 봤을 때, 이 ‘스킬창’ 역시 마우솔레움의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봐야 했다.
‘이것도 시모어와 마우솔레움이 나눈 계약의 일부인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그럴듯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을 다룰 줄도 모르던 시모어가 1년 만에 가문과 암흑가를 평정하고 주인공을 위협하는 흑막이 되려면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 가능할 터였다.
성장의 방향성과 진척도가 시각적으로 표시된다는 건 성장을 해야 하는 이에게는 어마어마한 효용성을 지닌 일이었으니까.
나는 다시 한번 스킬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기초 중력 마법 (0%)
┃ 기초 마력 친화 (0%)
┃ 고학력자 (17%)
┃ 단단한 육체 (67%)
┃ 우월한 정신력 (32%)
┗━━━━━━
다행히도 스킬창의 표기 방식 역시 게임 시스템과 같았다.
‘희미한’, ‘기초’, ‘단단한’ 따위의 접두사는 각 스킬의 레벨을 의미했고 퍼센트 숫자가 100까지 차면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형태였다.
혹시나 싶어 스킬 이름 하나를 터치해 보자 게임과 마찬가지로 세부 설명창이 떠올랐다.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당신은 고대 마법 생물의 피를 희미하게 물려받았습니다.
– 드래곤들이 당신에게 미약한 호의를 품습니다.
-> 당신의 마법이 7%만큼 강화됩니다.
━━━━━━
시모어의 혈통에 따른 패시브 스킬이었다.
이번에는 그 아래의 스킬을 터치해 봤다.
━━━━━━
당신의 혈통은 공간 마법을 다루는 데 능숙합니다.
<- ‘수준 높은 고학력자’ 스킬에서 15%의 조준 보정, 15%의 피해량 보정을 받습니다.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스킬에서 6%의 파괴력 보정, 6%의 마나 효율 보정, 6%의 마법 발동 속도 보정을 받습니다.
━━━━━━
중력 마법.
시모어 마우솔레움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마법이었다.
스킬의 가장 첫 레벨인 ‘기초’에 0%를 달고 있는 이유는 계약을 통해 마력을 다루게 된 직후에야 개안된 스킬인 탓이었다.
나는 턱을 쓸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시모어는 대체 마우솔레움과 무슨 계약을 한 걸까.’
목숨이 위태로웠던 후계자를 1년 만에 수도 제일의 거물로 바꿔 낼 정도의 기적의 계약.
중력 마법, 스킬창, 거기에 루시스까지 받았다.
주인공이 막지 않았더라면 시모어는 흑막을 넘어 제국 전체를 집어삼켰을지도 몰랐다.
‘대가로 뭘 바치기로 했길래 이 정도의 힘을 받은 걸까.’
계약의 대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시모어는, 나는 무엇을 이행해야 하는 걸까.
‘원작의 시모어는 그 계약의 대가를 지불하고 죽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지금의 내가 알아낼 수 없는 문제였다.
‘일단 마법이나 써 볼까.’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책으로 가득 찬 서재. 아무래도 여기서 마법을 쓸 수는 없었다.
“도로롱-.”
식곤증이 온 건지 소파에서 침까지 흘리며 곤히 자는 루시스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조용히 서재의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갔다.
하늘을 보니 마침 낮은 높이를 날고 있는 하얀 비둘기가 보였다.
‘중력 마법을 시험하기 딱 좋은 상대야.’
나는 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책에서 읽은 대로 의지와 정신력을 집중했다.
‘마법의 기본 골자는 기원. 강하게 바란다면 마력이 움직여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이 세계의 마법은 신에게 올리는 기도와도 닮아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기원을 이루어 주는 힘은 나 스스로에게서 나온다는 것뿐.
‘떨어져라.’
내 기원과 함께 심장에서 마력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마법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