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0)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0화(40/109)
대공방 (2)
랄프는 대공방 제일의 실력을 가진 엔지니어였다.
랄프만 만들 수 있는 사기적인 성능의 아티팩트들도 있기에 그의 호감을 따기 위한 퀘스트 라인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사실 게임에서도 드래곤과 관련된 장비를 착용하고 가면 퀘스트 라인이 모두 스킵되고 아티팩트를 공짜로 얻어 낼 수 있긴 했지.’
고렙 유저들을 위한 편의성으로 퀘스트를 스킵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종족 고증인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루시스를 이용해 드워프들을 무보수로 부려 먹을 생각은 없었다.
회사의 부품으로 살다가 과로사로 죽은 내가 누군가를 착취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내가 그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라스가 내게 협조하지도 않았으리라.
‘드워프들은 장인 종족이야.’
기능미가 넘치는 물건을 만들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종족.
내가 가진 현대 지식을 통해 새로운 아티팩트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드워프들은 내게 충분히 협력을 할 터였다.
‘윈윈인 거지.’
당장 치킨 튀김기만 봐도 내가 저들에게 잘해 주려 한다는 게 보이지 않는가.
루시스를 이용한 채찍은 드워프 특유의 배타성과 랄프 특유의 오만함을 찍어 누르기 위한 기 싸움의 일환일 뿐이었다.
“그러면 나는 다음 주쯤 다시 오기로 하지. 그때까지 튀김기는 완성시켜 둬. 전설적인 동방의 안주를 맛보여 줄 테니까.”
나는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지금 너무 많은 걸 보여 주는 것보다 치킨이라도 입에 물리고 다음 단계를 보여 주는 것이 미래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좋을 터였다.
“아. 혹시 도망치면……. 알지?”
나는 협박 아닌 협박도 잊지 않았다.
내 무릎 위에서는 루시스가 주먹을 쥐어서 내밀었다.
그것을 보는 랄프의 눈에 체념의 감정이 깃들었다.
도망에 대한 체념이 아닌 삶에 대한 체념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이리라.
* * *
나는 마법사지만 육체의 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지론도 있긴 했지만…….
‘옷발이 살아야 하니까.’
단단한 근육에 아름다운 옷 선이 깃든다. 보기 좋은 몸이 입히기도 좋다.
지난 30년간 내가 신조처럼 삼아 온 문장이었다.
“핫!”
“하앗!”
그것이 내가 매일 아침 기사단과 함께 훈련을 하는 이유였다.
“다시 열 번!”
“하앗!”
헬라의 구령에 맞춰 검을 휘두른다.
물론 나는 검을 쓰지 않는 마법사지만 이 훈련용 검이 덤벨 대용으로도 꽤 괜찮았다.
검을 수백 번 휘두르고 연병장을 수십 바퀴 달린다.
헬라는 꽤 혹독한 교관이었기에 아침에 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하루 치 운동을 모두 끝낼 수 있었다.
거기에 가끔은 마법 단련 이벤트도 있었다.
“가주님. 대련 어떠십니까?”
다른 기사단원들의 앞이기에 헬라가 내게 극존칭을 사용하며 물었다.
“좋지.”
기사단원들과의 대련은 나와의 합을 맞춰 보는 것에도 좋았고 충성심을 기르는 것에도 좋았다.
내 상대를 위해 앞으로 나선 건 흑룡 기사단의 평기사 둘이었다.
“시작!”
헬라의 신호와 함께 평기사 둘이 좌우로 찢어져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둘 중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기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특이점.’
중력의 손아귀가 기사의 발등을 노렸다.
기사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그 손아귀를 피했지만 나는 이미 두 개의 특이점을 더 날린 뒤였다.
쿠당탕-!
종아리와 무릎에 달라붙은 중력의 집중을 이기지 못한 기사가 바닥에 넘어지는 사이 다른 기사는 내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부웅-!
내 정수리를 노리고 떨어지는 목검. 나는 전신에서 마력을 방출했다.
내 마력은 중력의 성질을 띠고 있었기에 기사를 밀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카가가각-!
바닥에 훈련용 검을 꽂아 넣으며 힘으로 버티는 기사.
하지만 기사가 다시 한번 몸을 추스르기 전에 내 마법이 기사의 신체를 장악하는 것이 더 빨랐다.
꽈아악-!
중력이 기사의 몸을 짓눌렀다.
“크윽……!”
잠시 버텨 보려던 기사는 이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좋아, 종료! 가주님 승리!”
박수 소리가 쏟아지고 쓰러졌던 두 기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허리를 숙였다.
둘의 눈동자에서 빛나는 빛은 한층 짙어져 있었다.
“그럼 이제 제 차례입니다!”
신이 나서 앞으로 나서는 헬라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 봐. 그냥 네가 나랑 대련하고 싶어서 기사단 핑계 대는 거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게 다 가주님 실력 향상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눈동자에는 욕망이 가득하다.
지구에 있을 때 성인병 안 걸리려고 가끔 찾던 헬스장에서 몸 좋은 형님들이 ‘오늘은 어느 부위에 부하를 먹여 볼까?’ 하던 것과 같은 눈빛이었다.
‘이러다 항마력도 마스터해서 3성이 되겠어.’
물론 그렇게 되면 내게도 좋은 일이었다.
마법사를 상대로는 무적이나 다름없는 기사를 얻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내가 먼저 움직이도록 하지.”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근처 훈련 무구 거치대에 걸려 있는 검과 방패 따위를 모두 들어 올렸다.
“에헤이. 저는 저한테 직접 마법 써 주시는 게 더 좋지 말입니다.”
“그랬다가 저번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지라고?”
나는 들어 올린 무구들을 헬라를 향해 쏘아 냈다.
어지간한 기사들이라도 몸 성히 피하지는 못할 십수 발의 탄환들.
하지만 눈 주위의 마력 회로를 점멸시킨 헬라는 그것들을 간단히 피해 냈다.
‘어떻게 저 덩치로 저렇게 날렵하게 움직이는지…….’
아군이라 다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럼, 저도 갑니다!”
바닥을 박차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헬라. ‘육체 단련’ 계열 스킬을 마스터한 것답게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부웅-.
나는 빠르게 내 몸의 중력을 조종해 공중으로 떠올랐다.
“흐읍!”
그리고 마력을 모아 대련장의 모래들을 떠오르게 하고 격렬하게 회전시켜 국소 모래폭풍을 만들어 냈다.
거기에 다시 한번 무구들을 이용한 무기 투척을 이어 나갔다.
쐐애액-!
내가 던진 무구를 거꾸로 잡아서 던지는 헬라. 모래폭풍 속에서도 귀신같이 내 위치를 정확히 노렸다.
그 무구의 궤도를 뒤트는 사이 헬라가 바닥에서 뛰어올라 내 다리를 붙잡았다.
이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치려는 상황.
“……어림없어!”
나는 아껴 두고 있던 마력을 사용해 나 자신을 하늘을 향해 당겼다.
‘항마력’으로 헬라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대신 다른 것에 마법을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콰아아아-!
삽시간에 나와 헬라는 허공으로 솟구쳤다.
지상으로부터 족히 수십 미터는 떨어진 상공, 아무리 헬라라고 해도 몸 성히 떨어지기는 힘든 높이였다.
감탄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헬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이러면 무승부인가?”
“정확히 따지자면 네 승리지. 실전이었다면 마법사가 이렇게 솟구치기 전에 쳐 죽이고 뛰어내렸을 거잖아?”
“그건 맞지. 으하하하하!”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는 대련이었다.
항마력을 지닌 데다가 2성이나 되는 헬라를 내가 이길 수는 없었다. 그저 조금이나마 저항을 해 볼 뿐.
“시모어. 마법 실력이랑 전투 센스가 점점 느는데?”
“좋은 스승을 둔 덕분이지.”
“아하하! 내가 좀 뛰어난 단장이긴 하지.”
내가 말한 스승은 루시스지만 굳이 말하지는 않기로 했다.
헬라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오자 나를 바라보는 흑룡 기사단원들의 눈동자에 충성심이 가득 차 있었다.
‘리차드 마우솔레움 일로 마음 졸였던 건 방계들뿐이 아니었으니.’
헬라의 아버지가 나를 해하려 했다는 사실은 가문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흑룡 기사단원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의 충성심이 의심받을까 두려웠으리라.
하지만 가주인 나는 그런 것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함께 훈련을 하는 데다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대련도 주기적으로 진행했다.
“……!”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감동과 충성심이 깃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눈빛들을 한껏 받으며 나는 저택으로 발을 돌렸다.
“남은 훈련도 열심히 하도록.”
“예, 가주님!”
기사단원들의 목소리가 맑은 하늘에 울려 퍼졌다.
* * *
루시스에게는 전속 시녀가 있다.
루시스는 그녀들을 꽤 편리하게 여겼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집어 주거나, 간식을 가져다주거나 하니까.
하지만 루시스는 시녀보다 자유가 더 좋았다.
루시스는 혼자서도 뭐든지 잘 해낼 수 있는 위대한 드래곤이기 때문이었다.
“아기님!”
“루시스 님!”
“어디 가셨어요, 루시스 님!”
루시스는 제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시녀들을 외면하고 반쯤 열린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잠시 짧은 다리를 바동바동한 루시스는 창틀을 넘어 바깥 정원에 성공적으로 착지했다.
“흥.”
누굴 향한 것인지 모를 승리의 콧방귀를 한번 뀌고서 루시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정원을 가로질렀다.
아장거리는 걸음으로 정원을 반쯤 가로지르자 정원수에서 쉬고 있던 새들이 지저귀며 루시스의 주변을 맴돌았다.
“오. 짹째기.”
루시스가 한 손을 들자 새들은 우르르 루시스의 손 위에 내려앉아 맑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시스의 머릿속에는 점심으로 먹은 칠면조구이가 떠올랐다.
“……츄릅.”
파다닥!
새들은 본능적으로 흩어졌다.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꼴을 잠시 아쉽게 보던 루시스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타운하우스를 가로지르는 동안 수많은 일꾼, 정원사, 기사들이 루시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루시스 님, 안녕하십니까.”
“응.”
“아가님, 또 시녀들을 피해 달아나신 겁니까.”
“아냐.”
“헤츨링님, 오늘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흥.”
“아기 광휘룡님? 시녀도 없이 어딜 가십니까.”
“몰라도 대.”
루시스는 꼬박꼬박 대답해 주면서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일꾼들은 자신에게 허락된 것이 질문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루시스가 낯을 많이 가리는 헤츨링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타운하우스 전체에 파다했다.
그렇게 열심히 발을 놀려 도착한 곳은 처음 탈출한 본관의 바로 옆 건물이었다.
“휴!”
루시스는 만족스런 숨을 내쉬며 흐르지도 않은 땀을 훔쳤다.
그러고는 다시 발발거리며 창틀을 타고 실내로 들어갔다.
구관이라 불리는 이 건물은 지금은 하인들의 숙소로 쓰이는 오래된 건물로 다른 건물과 달리 목재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복도 끝의 창고에 들어선 루시스는 구석에 켜켜이 쌓여 있는 자루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우웅-.
단숨에 뿜어져 나온 마력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자루들을 한쪽으로 밀었다.
그 아래, 썩은 나무 바닥 아래로 들어가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며칠 전 타운하우스를 탐험하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다.
“흥!”
루시스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흙먼지에 하얀 드레스가 순식간에 더러워졌다.
시녀들의 비명 소리가 귀에 아른거렸지만 한낱 인간들의 감정이야 루시스의 알 바가 아니었다.
잠시 기어 들어가자 널찍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한 명이 몸을 누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너비의 공동이었다.
루시스가 다시 한번 손을 휘젓자 허공에 빛의 구가 떠올라 주변을 밝혔다.
그 아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드래곤의 레어였다.
보석들, 금화들, 반짝이는 은수저와 이리나가 준 드래곤 인형까지 차곡차곡 모여 있었다.
심지어 ‘새것이었던’ 드레스들도 이불처럼 바닥에 깔려 있었다.
– 루시스 니이이임!
– 어디 계세요오오?!
– 제발 대답하세요! 루시스 니이임!
저 멀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곡소리들을 무시하며 루시스는 제 레어에 몸을 뉘었다.
익숙한 포근함이 루시스의 몸을 감쌌다.
침실의 침대가 몸을 포근히 안아 준다면 레어는 마음을 포근히 안아 주는 느낌이었다.
“히유유…….”
레어의 아늑함을 즐기던 루시스는 문득 제 보물들 중 토파즈와 자수정을 찾아 들었다.
잠시 그것을 들여다보던 루시스는 마법을 이용해 두 보석을 천장에 부착시켰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두 보석이 루시스를 내려다봤다.
“응…….”
루시스는 마음이 한결 더 포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한 쌍의 황금색, 보라색 눈동자가 떠올랐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루시스의 가장 오랜 기억에 남아 있는 눈동자들이었다.
그때 문득, 루시스의 마음에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다가 도망치듯 사라졌던 백발의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었다.
“…….”
루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슴 가득했던 따뜻한 감정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지하 레어는 축축하고 싸늘했다.
버스럭거리는 드레스 아래 돌부리가 아프게 엉덩이를 찔렀다.
“…….”
입술을 몇 번 비죽이던 루시스는 도망치듯 레어에서 기어 나왔다.
그러고는 자신을 안아 줄 따스한 품이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