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1)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1화(41/109)
아카데미 (1)
루시스는 넘어질 듯 달려 구관을 빠져나오고, 정원을 가로지르고, 본관에 들어섰다.
“루시스님!”
“꺄악! 또 흙투성이……!”
자신을 보며 비명 지르는 시녀들을 무시하고서 계단을 올랐다. 복도를 달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문을 마력으로 벌컥 열었다.
“……강연 때 마르코 네가 해 줘야 할 역할이……. 응?”
열린 문으로 따스한 온기가 배어 나왔다.
“루시스? 갑자기 어쩐 일이야?”
루시스는 서재 안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시모어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더지랑 싸우다가 지기라도 했어? 왜 이리 서러운 얼굴이야?”
루시스는 대답 대신 양팔을 번쩍 들었다.
시모어는 망설임 없이 루시스를 안아 들고 소매로 얼굴을 닦아 줬다.
옷차림이 금세 더러워졌지만, 시모어는 개의치 않는 얼굴로 루시스를 달랬다.
“왜 그래? 누가 그랬어? 누구 혼내 줄까?”
“…….”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자한 황금빛 눈동자.
시모어를 빤히 올려다보던 루시스는 대답 대신 시모어의 품에 고개를 폭 박았다.
커다란 손바닥이 뒤통수를 쓰다듬고, 익숙한 체취가 코를 채웠다.
“히유유…….”
루시스는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며 몸에서 힘을 뺐다.
그러고는 끔뻑, 잠이 들어 버렸다.
* * *
나는 마르코를 물리고 품속의 루시스를 토닥여 줬다.
“쌔액-. 쌔액-.”
그새 잠든 루시스는 천진한 얼굴로 내게 기대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서러운 얼굴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레티샤에서와 같아.’
루시스는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는지 내게 말하지 않았다.
아직 나를 그 정도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걸까? 하지만 늘 내게서 위로를 받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자기도 자기가 왜 서러운지 모르는 거라고 봐야겠지.’
나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근원적인 위로를 해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한숨이었다.
‘부디 행복해 주렴, 루시스.’
나는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카데미는 제국 최고의 교육 기관이다.
시작은 교회에 부속된 사제 교육 기관이었지만 지금은 황실, 교회, 마탑에서 공동으로 투자하여 수십 배로 규모를 키운 곳이었다.
‘열다섯 전에는 집에서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고 열일곱이 되면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그것이 제국에 사는 모든 귀족들의 교육 커리큘럼이었다.
마법사와 사제도 열다섯 전까지는 소속 교회나 마탑에서 교육을 받다가 입학하는 것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시모어는 예외였지만.’
선대 백작인 리암은 시모어를 아카데미에 보내지 않았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모어는 열다섯이 된 이후에도 가정교사와 집사, 리암에게 직접 교육을 받았다.
무슨 소리냐면 지금의 내 영혼만큼이나, 육체의 입장에서도 아카데미에 발을 들인 것은 처음이라는 의미였다.
“오……!”
물론 저 탄성은 내 입이 아닌 루시스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제의 대공방에 이어 오늘도 처음 보는 커다란 장소를 방문하니 흥분되는지 루시스는 창밖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
아카데미는 수도의 그 어느 곳과도 다른 형태의 장소였다.
교회, 마탑, 귀족가,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로 다른 형식과 양식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지어져 있는 것이다.
교회의 뾰족지붕, 마탑의 원형 기둥, 귀족가의 네모반듯한 건물……. 수도의 모든 건물 양식은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오셨습니까, 백작!”
마차가 본관 앞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카데미 총장이 뛰어나오며 나를 반겼다.
마우솔레움 가문은 아카데미에 매년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내고 있다. 시몬과 시아가 입학한 뒤로는 더더욱.
‘결국 돈이지.’
나는 루시스를 품에 안고 마차에서 내렸다. 집사와 호위기사 둘이 내 뒤로 도열했다.
“이분이 그 소문 자자한 헤츨링님이시군요…….”
총장은 잠시 눈을 반짝이며 루시스를 보다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백작님. 들어가시겠습니까? 이미 교수진들이 응접실에 모여 있…….”
“아니.”
나는 총장의 말을 끊었다.
“강연 시간이 될 때까지 도서관에 있고 싶은데.”
“아……. 도서관 말씀이십니까? 그…….”
총장은 곤란하다는 듯 잠시 우물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미안하지만 나는 뻔한 접대를 받고 싶은 생각도, 아카데미 내의 정치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내게는 그보다 중요한 일거리가 있었다.
총장은 내 단호한 얼굴에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면 도서관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내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는 루시스를 안고서 터덜거리는 걸음의 총장을 뒤따랐다.
도서관을 향하는 길에 나를 알아보고 걸음을 멈추는 이들이 몇 있었지만 호위기사들 덕인지 다가오는 이들은 없었다.
도서관과 본관은 거리가 가까웠기에 우리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저희 아카데미의 도서관입니다. 황실 서고를 제외하면 제국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죠.”
총장의 말에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휙, 하고 옷자락이 도서관 건물의 코너 뒤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럭스의 승마복, 저것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한 명밖에 없었다.
“안내에 감사를 표하지. 이제부터는 혼자 있고 싶은데.”
아쉬운 얼굴의 총장을 돌려보낸 뒤, 나는 도서관 정문으로 향하던 발을 돌렸다.
시아를 따라 코너를 돈 순간 눈앞에 상상도 못 한 광경이 펼쳐졌다.
장미꽃과도 같은 붉은 꽃잎이 열린 나무 아래.
한 청년이 시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저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 주십시오!”
눈앞에 청춘이 펼쳐졌다.
“오.”
그것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풋풋한, 듣는 내 귓구멍까지 초록색으로 물들일 것만 같은 청춘이.
나는 숨을 죽이고 몸을 반쯤 숨겼다. 루시스도 흥미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혈육의 연애.
그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다.
* * *
최근 들어 시아는 몹시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드디어 제정신을 차린’ 시모어의 덕이기도 했고, 점점 밝아지는 시몬의 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모어제 승마복의 역할이 컸다.
– 아카데미는 승마복도 교복으로 입을 수 있다며?
지나가다 주웠다는 듯이 시모어가 가볍게 내어 준 승마복이었다.
하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해 디자인된, 럭스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옷이라는 걸 시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 어머……. 정말 예쁘네요.
– 저도 어떻게 이걸 구할 수 없을까요?
– 럭스가 마우솔레움의 사업체였죠? 정말 부러워요, 마우솔레움 영애…….
그녀의 승마복은 첫날부터 인기 폭발이었다.
아카데미의 영애들은 암묵적으로 드레스를 입어 왔다.
승마복은 말괄량이나 선머슴 같은 여자들이 입는다는 편견이 있어 왔던 탓이었다.
‘말을 탈 때도 드레스를 입고 허리를 비틀어 앉는 것이 교양이었지.’
하지만 시아가 선보인 승마복 패션은 달랐다. 고급스럽고 우아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감싸고 허리 라인을 살리는 바지는 은은한 색기를 흘렸지만 결코 천박하지는 않았다.
레이스나 프릴이 찰랑거리지 않고 팔의 선을 그대로 보이는 상의는 그녀의 팔을 가녀려 보이게 했지만 동시에 생기 넘쳐 보이게 했다.
– 영애……. 너무 멋져요.
하지만 무엇보다 승마복을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시아의 당당함이었다.
제국 수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문의 영애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옷이라는 점에서,
시아의 승마복은 말괄량이가 입는 옷이 아니라 활동적이고 건강한 여인이 입는 옷이 된 것이다.
며칠 만에 시아를 따라 승마복을 입고서 아카데미에 등교하는 영애들이 생겨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시아는 저도 모르는 사이 아카데미의 유행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숙부가 이 맛에 패션계 사업을 결코 놓지 않은 거였구나.’
유행을 주도하는 감각은 정말 짜릿한 것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선망하며 추종하고 따라 하는 감각은 한 번의 손짓으로 완벽한 원을 그려 냈을 때만큼이나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아침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던 차, 시녀가 누군가 전해 줬다며 내민 편지를 펼치고서는 기분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 도서관 뒤편의 붉은 꽃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지의 내용에 학기 7호 고백 아니냐며 신나 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후우…….”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건 알고 있다. 집안, 외모, 능력. 무엇 하나 빠지지 않지 않은가.
그렇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은 물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숱한 고백을 받아야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 스트레스일 뿐이었다.
“저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주십시오!”
제 얼굴을 보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터뜨리는 외침에 시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 누구시죠?”
“필립 도노반입니다!”
도노반 자작가의 영식이었다. 시아의 가슴속 한숨이 더 깊어졌다.
꽤나 망명 있는 가문이니 거절하는 말도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음……. 죄송하지만 너무 갑작스럽네요. 저는 영식의 이름도 오늘 처음 알았는걸요?”
거절을 뜻하는 시아의 말에 필립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가, 다시금 굳은 의지로 되살아났다.
제발 그 의지를 다른 데 써 줬으면 좋겠다고 시아는 생각했다.
“그, 그러면 친구부터 시작하죠!”
사양이었다.
그녀에게 친구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물론 전부 동성 친구였지만 그녀는 구태여 이성 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결국 시아는 언제나의 핑계를 대기로 했다.
시아는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죄송해요. 저희 집안이 좀 엄해서 남자랑 같이 다니는 게 눈에 띄면 가주님이 다리를 분질러 버리셔서요.”
시아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제 오빠를 팔았다. 그러라고 있는 게 가족 아닌가.
마우솔레움 백작이라면 도노반 영식이 아니라 도노반 자작이 와도 어쩌지 못한다.
필립의 얼굴에 좌절감이 깃드는 걸 시아는 만족스레 바라보다 뒷걸음쳤다.
“필립 영식. 졸업하고 인연이 되면 다시 뵙도록 하죠.”
“……기다리겠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린 건지 연애 소설 속 비운의 주인공처럼 다짐하는 필립.
시아는 마지막으로 미소를 보이고 발을 돌렸다. 그리고 표정 관리를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때였다.
익숙한 얼굴들이 도서관으로 향하는 코너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조카님과 오빠 놈이었다.
시아는 발을 멈췄다.
그리고 부디 저들이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못 들었기를 신에게 기도했…….
“흐흥.”
하지만 신이 마우솔레움 가문 편을 들어 주는 일은 없었다.
루시스의 표정을 보는 순간 시아의 소망은 산산조각 났다.
땅콩만 한 게 대체 알면 뭘 안다고 게슴츠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당장이라도 꿀밤을 먹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 위의 시모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시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욕설을 뱉고 말았다.
‘@#$%!’
눈꼬리와 입꼬리가 60도 각도로 치솟아 있는 얼굴.
저건 누가 봐도 놀릴 생각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승마복이고 뭐고, 시아는 제 오빠가 저런 표정을 지을 줄 몰랐던 과거로 돌아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