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ther with a genius face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2)
게임 속 얼굴천재 아빠가 되었다-42화(42/109)
아카데미 (2)
시아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흐흐흐, 음흉하게 웃으며 입을 열려는데 시아가 선수를 쳤다.
“아무 말도 하지 마.”
“…….”
“한마디라도 하면 조사한 거 안 알려 줄 거니까.”
나는 결국 머릿속에 저장해 뒀던 108 놀림을 다 날려 버릴 수밖에 없었다.
“흐흥.”
반면 루시스는 계속해서 시아를 보며 이죽거렸다. 시아는 한숨을 쉬며 내게서 루시스를 받아 안았다.
입막음을 할 생각으로 데려간 것 같았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지근거리에서 입가에 미소를 걸고 빤히 바라보는 얼굴의 공격력은 무시무시했으니까.
결국 시아는 조카의 연애사에 흥미를 갖고 달려드는 고모님에게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시아는 저도 모르게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외모랑 가문만 보고 달려드는 멍청이라고.”
그리 말하면서 나를 힐끔거리는 시아. 나는 다 이해한다는 자애로운 얼굴을 지어 보였다.
누굴 탓하리오. 시아의 얼굴을 너무나도 어여쁘게 디자인한 이 몸의 부덕의 소치였다.
“……오빠 얼굴이 이렇게 짜증 나게 생겼던가?”
시아는 한숨을 쉬더니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 정문을 향했다.
어찌 되어도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니 그냥 주제를 돌려 버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 * *
3층짜리 거대한 도서관 건물에는 시아를 위한 개인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모든 학생에게 마련되는 것은 아니고 대귀족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으로, 그것도 기부금을 어마어마하게 내는 마우솔레움 백작가에는 최고급 개인실이 주어져 있었다.
‘거의 교수 연구실급인데.’
미리 도착해 있던 시아의 시녀가 서적 몇 권과 논문 몇 질을 테이블에 올려 두고서 차를 내리고 있었다.
시아는 루시스에게 동화책을 몇 개 들려 주며 내게 말했다.
“오빠가 부탁했던 대로 신이 참관한 계약을 깨는 법에 대해 조사해 봤어.”
나는 시녀가 꺼내 둔 서적과 논문들의 제목을 쭉 훑었다.
– 계약과 언약의 신, 프롬.
– 신들은 세상에 어떻게 관여할까?
– 프롬이 참관했던 계약들을 통해 알아본 프롬의 성정과 성격. 그것을 통해 본 가장 이상적인 공물.
– 신들이 가진 힘과 신성력, 이적, 그리고 성직자들의 상관관계.
– …….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롬이 참관한 계약을 깨뜨리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잠자코 뒤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시아는 뭔가 불편한지 조금 머뭇거리더니 책상 아래에서 두 권의 책을 꺼냈다.
“신들의 관여 자체를 없던 것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있어.”
시아가 꺼낸 책은 놀랍다면 놀라운 책들이었다.
– 허무룡 마우솔레움.
– 마왕이라 불렸던 드래곤에 대하여.
바로 마우솔레움 가문의 시조룡, 마우솔레움의 악행이 낱낱이 적혀 있는 책들이었다.
나는 그 책의 중간 즈음을 펼쳐 보았다가, ‘수십만의 인간을 학살했는데 그 절반 이상이 어린아이였다’는 문장을 확인하고 곧바로 책을 덮었다.
“여기에 방법이 적혀 있다고?”
“방법은 방법인데…….”
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시녀에게 눈짓했다. 시녀가 찻잔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를 비우고서야 입을 열었다.
그마저도 루시스에게는 들리지 않게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시조룡이 신살룡이라고도 불리는 거 알지?”
허무룡 마우솔레움은 인간들만 죽인 게 아니다.
몇 명의 하위 신들도 마우솔레움에게 죽었는데 그중에는 ‘안식의 신’이라는 존재도 있다고 시아는 말했다.
“신이 죽으면 그 신이 관장하던 영역은 공백이 되어 버린다나 봐.”
죽음의 신은 존재하지만 안식의 신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륙 역사상 그때만큼 네크로맨서들이 활개 치고 다닌 시기가 없다고 했다.
새로운 안식의 신이 탄생하기 전까지 말이다.
“프롬이 죽으면 다음 계약의 신이 태어날 때까지는 모든 언약과 계약이 힘을 잃을 거다, 라는 거구나.”
“조금 더 희망차게 해석을 해 보자면 새로 태어난 계약의 신은 이전 계약에는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시아는 말을 이었다.
“애초에 신을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
애초에 ‘신을 죽인다’는 개념 자체가 마우솔레움 이후에 세워진 개념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신들은 전지전능한 불멸의 존재로 여겨졌다.
교회에서 마우솔레움 가문을 증오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
신들의 완전무결한 신성에 흠집을 내었으니까.
‘드래곤들을 이용해 프롬을 죽여야 하나.’
‘신을 죽인다’는 행동에 딱히 거리낌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창조에 일조한 세계관의 신이다. 말이 신이지 내게 있어 그들은 그저 게임 속 장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프롬의 웃는 얼굴을 떠올려 보자면, 놈을 죽인다니 반가울 지경이었다.
‘문제는 드래곤들이 내게 협력해 주느냐인데.’
계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드래곤들은 루시스를 위해 신들에게 반기를 들까?
내가 죽어도 계약이 깨지는 것은 마찬가지니 오히려 나를 노리러 들 가능성이 컸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는 내게 시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거기’에서 나눴던 계약 때문이야?”
루시스를 의식해서인지 영묘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시아였다.
정작 루시스는 동화책을 보느라 이쪽에는 관심도 갖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신경 쓸 거 없어. 내가 해결할 문제니까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해. 연애는 조금만 하고.”
“아, 진짜!”
시아는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 얼굴에 루시스가 킥킥 웃었다.
* * *
시아가 추려 온 책을 읽는 사이 루시스는 시아와 놀고 있었다.
“……이렇게 마법진을 짜는 거야.”
“오.”
“이걸 새기면 아티팩트가 작동을 하는 거지.”
“오오.”
인간들의 마법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루시스였다.
아무리 복잡하고 특이한 마법을 보여 줘도 손짓 한번이면 그것보다 훨씬 발전된 마법을 쓸 수 있는 루시스였으니까.
하지만 아티팩트에는 꽤나 관심을 보였다. 마법에 뿌리를 두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마도공학의 산물인 탓이었다.
“이제 여기에 동력원인 마석을 집어넣고 마법진에 마력을 약간만 흘려 넣으면……. 짜잔.”
시아가 과제로 제작하고 있던 아티팩트에서 라이트 마법이 발현되었다. 손전등의 이 세계 버전이었다.
“오오오……!”
루시스는 눈을 반짝이며 아티팩트를 만지작거렸다.
시아의 전공은 마법 코딩, 아티팩트에 새기는 마법진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아티팩트를 작동시키고 유지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구의 컴퓨터 공학도들이랑 하는 일이 비슷하지.’
시아가 어째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다음에 대공방에 갈 때 데리고 가면 좋아하겠네.’
둘이 노는 동안 나는 시아가 추려 둔 책을 다 읽었다. 시아의 말대로 계약 파기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아쉽긴 했지만 애초에 그렇게 간단하게 파기할 수 있었다면 프롬이 열두 신의 자리에까지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책을 덮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말한 뒤 개인실을 나섰다.
‘이제 도서관을 찾은 두 번째 이유를 찾으러 가 보실까.’
아카데미는 게임 진행 초중반부터 입장할 수 있게 되는 곳이다.
배움의 전당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이곳에는 수많은 보물과 히든 아이템들이 숨겨져 있었다.
물론 마우솔레움 가주라는 자리에 있는 나에게 있어 그 보물의 대부분은 큰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었다.
진행 초중반에나 얻을 수 있는 어중간한 장비나 포션, 은화 몇 줌 따위야 내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으니까.
‘애초에 그 위치를 내가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내가 레벨 디자이너나 게임 테스터였던 것도 아니고 모든 히든 아이템의 위치를 다 기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 히든 아이템만은 똑똑히 기억하는 이유는 이 아이템을 숨긴 것이 선대 마우솔레움 백작인 리암이라는 설정 탓이었다.
‘제 형님들과 가주 승계 경쟁을 하던 흔적이라던가.’
당시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던 리암 마우솔레움.
그는 저택에 출입 금지당할 상황을 상정하고 아카데미의 이곳저곳에 각종 장비와 아티팩트, 아이템들을 숨겨 놨다.
지하 1층 화장실을 찾은 나는 알프레드를 앞에 세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라 명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이라 해도 귀족들은 이런 짓을 심심치 않게 하기에 알프레드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화장실의 가장 안쪽 변기 칸에 들어간 나는 지붕을 향해 중력 마법을 쏘아 냈다.
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 타일이 들렸다.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한 바퀴 쓸자 손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찐득한 검은 액체가 들어 있는 주사기였다.
‘스킬 경험치 부스터.’
이 세계의 정식 명칭은 ‘엘릭서.’ 마탑에서 만든 ‘인위적 성장 물약’이었다.
불명의 이유로 추가적인 제작이 중단되었기에 이제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 버린, 같은 무게의 다이아몬드보다도 비싼 물건이었다.
‘스킬 창.’
┏━━━━━━
┃ 희미한 드래곤의 혈통
┃ 하급 중력 마법 (40%)
┃ 하급 마력 친화 (7%)
┃ 기초 마력 장악 (89%)
┃ 고학력자 (22%)
┃ 단단한 육체 (71%)
┃ 우월한 정신력 (38%)
┗━━━━━━
‘하급 스킬에 사용하면 60%의 경험치가 증가했었지.’
나는 이 엘릭서를 이용해 중력 마법을 중급 레벨로 업그레이드시킬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지난 며칠간 루시스의 마법 놀이도 세심하게 조절했다. 정확히 40%가 되도록 말이다.
별것 아닌 게이머로서의 결벽증이었다.
그대로 엘릭서를 팔뚝에 주사하려던 나는 손을 멈췄다.
‘잠깐만.’
나는 세면대의 거울 앞에 서서 와이셔츠를 벗고 내의를 탈의했다. 단단한 가슴 근육 위로 축성 회로 여섯 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엘릭서도 축성 회로의 효과를 받으려나?’
축성 회로는 마력의 흡수와 응용을 돕는 회로였다. 이론적으로는 엘릭서의 흡수 역시 도울 터였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팔뚝이 아닌 축성 회로의 중심에 주삿바늘을 꽂았다.
마력을 흘려보내 축성 회로를 점멸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우욱-.
몸속으로 차갑고 끈적이는 무언가가 주입되는 기분에 나는 작게 몸서리를 쳤다.
기분 나쁘기는 하지만 분명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는 기운이었다.
‘이제 이 힘을 내 ‘중력 마법’ 스킬이 흡수할 수 있도록 기원만 하면…….’
두쿵-!
그 순간, 심장에서 커다란 소리가 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나를 덮쳤다.
“허억-!”
엘릭서에 이런 부작용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간신히 세면대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두쿵-!
또 한 번 느껴지는 심장에서의 고통이 눈앞을 하얗게 물들였다.
잠시 그 고통을 어떻게든 억누르려던 나는, 심장의 세 번째 고동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 * *
신성 대표는 신성학과의 학생들과 함께 특별 강연이 열리는 본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전쟁에 임하는 군인들처럼 그들의 걸음걸이는 절도 있었고 눈빛에는 단단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오늘 반드시 마우솔레움 백작을 꺾고 말리라!’
신성 대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본관의 입구에서 펄럭이는 플래카드를 노려보았다.
플래카드에는 오늘의 특별 강연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 시모어 마우솔레움 백작의 특별 강연.
– 1부. 새 시대의 경영법.
– 2부. 위대한 헤츨링의 마법 쇼.
– 일시 및 장소…….
“……?”
신성 대표는 눈을 깜빡였다. 그것도 모자라 눈을 비볐다.
– 2부. 위대한 헤츨링의 마법 쇼.
“???”
이게 뭐지?
신성 대표는 잠시 멍하니 그 글귀를 바라봤다. 뒤늦게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상념이 떠올랐다.
광휘룡의 핏줄인 헤츨링을 데리고 온 것인가? 무슨 의도로? 자기 과시? 역사 부정? 이제는 용서받았다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마지막의 ‘쇼’는 대체 무슨 의도로 쓴 단어인가? 광휘룡의 위대함과 찬란함을 한낱 쇼로 소화하겠다는 건가?
이것은 아카데미를 모독하는 것인가 신성을 모독하는 것인가?
신성 대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신성 대표가 분노를 채 터뜨리기도 전에,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진인가?”
모두의 시선이 진동의 근원을 향했다. 저 멀리서 일련의 무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마법 대학?”
마법사들이 달린다고? 달리기는커녕 걷기만 해도 헥헥거리며 지치는 그 저질 체력들이?
달려오는 인파의 가장 앞에선 사람을 알아본 신성 대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늘 바닥에 끌릴 정도로 치렁치렁한 로브를 입고 다니며 ‘달리는 것은 육체 단련하는 천한 것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마법학과 대표.
그녀가 가장 앞에서 헐레벌떡 달리고 있었다.
신성학과 학생들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사이 마법학과 학생들은 폭풍처럼 달려 그들을 지나쳤다.
“드래곤! 드래곤! 천 년 만의 드래곤!”
“헤츨링의 마법 쇼라니! 당장 촬영기랑 영상석 마차째로 가져 와!”
“나는 오늘을 위해 살아온 것이다! 끼얏호우!”
“드래곤님! 비늘 하나만 주세요!”
“대표인 나보다 앞에 앉는 놈들은 목구멍에 화염구를 처넣을 줄 알아! 맨 앞자리는 내 거야!”
말 그대로 광신도 집단을 보는 것 같았다.
“아차!”
신성 대표는 당황함에 얼어붙어 있던 다리를 서둘러 뗐다.
“빨리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 해!”
어째선지 오늘 하루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